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95
094화
며칠 전, 나는 우재성의 부모님과 만나 대화를 나눴다.
“그래요. 한국에서 왔다고요.”
“예. 그렇습니다.”
“타지에서 이렇게 한국인을 보니 반갑군요.”
평범한 중년 외모를 가진 우재성의 아버지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런데 옆자리에 앉은 우재성의 어머니는 영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날 뜯어보고 있었다.
이거, 아무래도 우재성은 아버지보다 어머니를 닮은 것 같은데?
“그래서, 이렇게 갑자기 찾아온 용건이 뭐죠? 그것도 우리 재성이의 안전을 함부로 입에 담으면서요.”
“기분이 상하셨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다만 어디까지나 현실적으로 직면해야 할 문제라 그렇습니다.”
“우리 아들이 갱에게 목숨을 위협받고 있다는 거 말인가요?”
“말씀드렸다시피 그렇습니다. 게다가 그놈들은 악질 중의 악질입니다. 규모도 크고, 사람 배 속에 든 장기까지 떼서 팔 정도로 잔인한 놈들입니다.”
내 살짝 과장이 섞인 말에 우재성의 어머니가 손을 하얘질 정도로 꽉 쥐었다.
아들 사랑이 지극하신가 보네.
그런데 왜 전생에선 그런 폭력 조직에 합류한 걸 그냥 방관하고 있던 거지?
설마 몰랐나? 지금 하는 걸 봐서는 아들의 직장을 확인해 보지 않았을 것 같진 않은데 말이야.
“우리가 보호하면 그만이에요. 집 안에 있으면 갱은 상관없는 거 아닌가요?”
이 아줌마가 자기 아들을 잘 모르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안전하긴 하겠죠. 그런데 우재성 씨가 가만히 숨어 지낼까요? 꿈도, 야망도 다 버리고?”
“그건…….”
그래. 본인이 생각해도 아니겠지.
애초에 한국에서 대형 투자은행을 만들려고 하는 놈인데, 과연 갱이 위협한다고 얌전히 있을까.
부모 입장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거다.
“그래서 제가 해결책을 가지고 온 겁니다. 우재성 씨의 안전도 보장하고, 앞으로의 대외 활동에도 지장 없는 방법으로 말입니다.”
“정말인가요?”
“그 방법이 뭐죠?”
씨익.
나는 믿음직한 미소를 지으며 우재성의 부모에게 선언했다.
“우선 저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뭘 보고 믿으라고 하시는 건진 모르겠지만, 무슨 방법인지 들어 보고 결정할게요.”
“간단합니다.”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탁 두드린 뒤, 내 작전을 요약해서 설명했다.
“우선, 우재성 씨를 갱단에게 납치당하게 할 겁니다.”
***
빅 조지는 책상 위에 권총을 꺼내 놓고 몇십 분 동안 담배만 태우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 많은 지부가 모조리 연락이 끊길 수가 있단 말인가?
한꺼번에 당하기라도 했단 소린 건지, 아직도 연락하는 놈들이 없었다.
처음에는 제이슨 쪽에서 고용한 용병들이 저지른 짓인가 했는데, 생각해 보니 그건 불가능했다.
‘수가 몇 명인데.’
기관총을 난사하는 게 아닌 이상, 적은 수로 그 많은 인원을 한꺼번에 처리할 순 없었다.
이 정도로 소식 없이 애들이 당했다는 건, 지부의 인원을 뛰어넘는 머릿수로 밀어붙였을 가능성이 크다.
‘어떤 놈들이지? 이스트 컴퍼니인가?’
빅 조지와 코네티컷의 이권을 차지하기 위해 전쟁을 벌였던 조직의 이름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이 개새끼들. 감히 나를 쳐? 조용히 살라고 목숨줄 붙여 놨더니만…….’
단단히 오해하고 있는 빅 조지였지만, 그로서는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었다.
고개를 저은 빅 조지가 커다란 손으로 책상을 치며 일어났다.
쾅!
“X발! 이참에 다 죽여 버려야겠어. 어이! 제임스?”
-예, 보스!
제임스라 불린 부하가 문 밖에서 큰소리로 답했다.
“전쟁 시작이다! 애들 준비시켜!”
-예?
달칵.
빅 조지의 명령에, 갱단원들을 관리하는 제임스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전쟁이요? 누구랑 말입니까?”
“이스트 컴퍼니. 그놈들부터 친다.”
제임스는 그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어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래도 되는 겁니까? 요새 단속 자주 돌던데, 괜한 문제 생기지는 않을까요?”
그 말과 동시에, 제임스의 얼굴로 굵은 반지가 끼워진 손이 날아왔다.
퍽-!
“욱.”
머리가 핑 도는 충격에 제임스가 휘청거렸다.
입 안이 터졌는지 비릿한 피 맛이 맴돌았다.
힘겹게 고개를 든 제임스의 눈에 일그러진 빅 조지의 얼굴이 보였다.
“보, 보스.”
“내 결정에 불만 품지 마라. 한 번만 더 그러면 이스트 놈들과 같은 곳으로 보내 줄 테니.”
“죄송합니다! 바로 준비시키겠습니다!”
빅 조지의 살벌한 협박에 제임스가 퉁퉁 붓고 있는 얼굴을 다급하게 숙이고 바깥으로 뛰어나갔다.
“쓸모없는 놈…….”
그런 그의 뒷모습을 보며 중얼거린 빅 조지가 허리춤에 총을 쑤셔 넣었다.
“개새끼들. 누가 진짜 위인지 보여 주지.”
오늘, 이스트 컴퍼니는 사라질 것이다.
.
.
끼익-. 끼익-!
여러 대의 바이크와 자동차가 죠스 갱의 아지트 앞에 멈췄다.
그 안에서 험악한 얼굴의 갱스터 수십 명이 총을 들고 우르르 내렸다.
탁.
“반갑다. 망할 놈들.”
차에서 내린 빅 조지가 총을 꺼내 들고 손짓했다.
“쳐! 차가 있는 걸 보니 이 안에 있을 거다!”
총소리를 듣고 경찰이 오겠지만, 일부러 부하들에게 소란을 일으켜 시선을 끌게 했다.
안 그래도 이스트 놈들은 경찰의 시선을 피하겠답시고 외진 곳을 아지트로 삼았었다.
‘그게 독이 될 거다.’
사업의 팔다리를 거의 다 잘라 놔서 흡수해도 뼈밖에 먹지 못할 거다.
하지만 빅 조지는 이 기회에 슬금슬금 세력을 키우던 갱들을 다 정리해 버릴 생각이었다.
‘그러면 제이슨 그놈도 필요 없겠지. 놈들이 가지고 있는 것들을 다 처분해 버리면 사업 확장 정도는 가능할 테니까.’
빅 조지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부하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여유롭게 서 있던 그는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너무…… 조용한데?’
지금쯤이면 총소리가 들려도 모자랄 판에, 이 장소에는 마치 아무도 없는 것처럼 조용했다.
옆에 있던 제임스도 뭔가 위화감을 느꼈는지 빅 조지를 돌아봤다.
“보스. 뭔가…… 이 안에 아무도 없는 것 같지 않습니까?”
“음.”
빅 조지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뭐지? 정보가 샌 건가?’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쥐새끼 한 마리 없이 고요할 리가 없다.
상황을 살피던 제임스는, 섬뜩할 정도로 정적이 감도는 분위기에 부하들을 대신해 나섰다.
“보스. 아무래도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함정일 수도 있으니, 일단 돌아가시는 게…….”
“뭐?”
빅 조지가 흉악한 얼굴로 고래고래 소리쳤다.
“제대로 뒤져 보지도 않고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그리고 함정? 함정은 무슨. 이스트 놈들이 그런 머리가 있겠어? 컴퍼니만 붙였지, 그냥 병신들 모임이라고.”
“그래도 이렇게 아무도 없는 건 말이 안 되는…….”
제임스가 의견을 굽히지 않자 빅 조지가 다시 한번 손을 번쩍 들었다.
“이 새끼가……!”
그때, 고요하던 공기를 찢는 총성이 울려 퍼졌다.
타앙-!
“!”
“……!”
빅 조지는 손을 내리며 미소지었다.
‘역시, 그럴 리가 없지. 아무래도 방심했나 본데, 그런 안일한 마음가짐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는 법이다.’
처음 울린 총소리가 신호탄이라는 듯, 건물 안은 어느새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탕! 탕!
-으아악!
-아악!
철컥.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인 빅 조지가 총을 까딱이며 부하들을 더 투입했다.
총을 든 갱스터들이 긴장한 표정으로 건물 안으로 진입했다.
제임스는 그들의 뒤를 따르며 빅 조지에게는 보이지 않게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도 잘 굴러가는데 뭐 하러 이런 짓을…….’
탕-!
얻을 것도 별로 없는데 괜히 부하들의 목숨만 버리는 꼴이 아닌가.
갱스터 짓도 더 이상 못 해 먹겠다는 생각을 하며 총소리가 울리는 복도로 진입했다.
제임스는 계단 위로, 복도로 흩어져 이동하는 부하들을 보며 왼쪽 복도로 향했다.
그리고 총을 들고 이동하다 좁은 복도를 발견했다.
‘뭐지?’
어딘가 수상한 공간에, 제임스는 조심스럽게 그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여기로는 아무도 안 온 건가?’
그의 의문 섞인 시선이 복도를 훑었다.
“음?”
경계하던 제임스는 복도 구석에 떨어진 핏자국을 보고 흠칫했다.
분명 사람은 없었는데, 사람의 흔적은 있다.
순간 느껴지는 섬뜩한 감각에 뒤돌아 나가려던 제임스에게, 창문 너머로 다가오는 검은색 줄이 보였다.
‘이게 뭐…….’
멍하니 그걸 보던 제임스의 목에 줄이 휘감겼다.
이내 그대로 목을 조르며 그를 창문으로 끌고 갔다.
“컥……!”
제임스는 시뻘게진 얼굴로 숨통을 조이는 줄을 떼어 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살을 누르며 파고든 줄은 너무 얇았다.
“끅, 끄…….”
손에 힘이 빠지고, 시야가 점점 어두워졌다.
그를 제압한 누군가가 의식이 끊긴 제임스를 창문 너머로 끌어당겼다.
“후.”
스륵.
창문 바깥에서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의 공간으로 제임스를 밀어 넣은 백기준이 와이어를 제임스의 목에서 풀었다.
그 순간 백기준은 다가오는 발소리를 듣고 다시 기습을 준비했다.
씨익.
‘다음 손님인가.’
복면 사이로 백기준의 눈빛이 빛났다.
***
탕! 탕! 탕!
비스트 갱 놈들이 들어간 건물에서 총소리와 비명이 들려왔다.
다들 잘 하고 있나 보네.
사삭.
“X발. 이거 맞아?”
“몰라. 보스 명령이긴 한데, 나도 모르겠다.”
나는 총을 든 채 보스의 눈치를 보며 망설이고 있는 두 놈을 향해 손짓했다.
그러자 저 멀리서 총성이 두 번 울렸다.
탕! 탕!
“끄아악!”
“아악!”
눈앞에 서 있던 놈들이 피를 뿜으며 쓰러지는 걸 보고 들키지 않게 엄지를 올렸다.
내가 사전에 옥상에 배치한 저격 담당 팀원들이었다.
원래는 백기준한테 시키려던 역할인데…….
이놈이 최근에 첩보 영화를 봤는지 다른 역할을 하고 싶대서 어쩔 수 없이 백기준 다음으로 잘 쏘는 녀석들에게 저격을 맡겼다.
저격수의 임무는 갱스터 제압뿐만이 아니라, 중간에 빠져나가는 놈이 없게 하려는 것도 있었다.
탕-!
“내, 내 팔이……!”
“살려 줘. 살려 줘어!”
차를 타고 아지트 부지를 빠져나가려던 갱스터들이 모두 저격당해 쓰러지자, 오히려 교전이 일어나는 건물 안을 향해 도망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나는 담장 근처에 난 풀숲에 숨어 미어캣처럼 주변을 둘러봤다.
-이런 X발! 어디 있는 거냐, 이 개새끼들아-!
저기 저 덩치 큰 흑인이 비스트 갱의 보스, 빅 조지겠지?
갑자기 시작된 저격에 부하들을 방패로 삼아 도망가는 모습이 참 꼴불견이다.
“찾아! 저격수를 찾으라고! X발, 그놈들이었어. 이스트 컴퍼니가 아니라 그 용병 놈들이었다고!”
쿵! 쿵!
육중한 몸으로 달리던 빅 조지가 차 뒤에 숨으며 분노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다른 데 정신이 팔려 숨어 있는 나를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여기서 그대로 방아쇠만 당기면 상황 종료긴 한데, 이렇게 끝내면 뭔가 아쉽지.
“헤이. 빅 좃.”
“?!”
몸을 숨기고 있던 풀숲에서 벌떡 일어나며 이름을 부르자, 놈은 화들짝 놀라 총을 겨눴다.
탕! 퍽!
“X발!”
그 총을 맞춰서 날려 버린 후, 근처에 있던 놈들의 팔다리를 쏴 빠르게 제압했다.
탕! 탕! 탕!
“악!”
“웁!”
“으아!”
픽픽 쓰러지는 놈들을 지나 굳은 표정의 빅 조지에게 다가갔다.
“이런 X발…….”
빅 조지가 사색이 된 표정이길래, 나는 권총집에 총을 집어넣고 양손을 들어올렸다.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에서는 있을 수 없는 행동이었지만…… 뭐, 나머지는 우리 팀원들이 알아서 처리해주겠지.
창문 너머로 대충 보니, 라세흠 부장이 신나서 공중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다시 빅 조지에게 시선을 돌리는 순간, 놈이 다급하게 쓰러진 부하의 손에서 가져온 총을 들었다.
“어허.”
탓-!
땅을 박차고 달려가 총을 다시 발로 걷어찬 뒤, 속도를 살려 빅 조지의 배에 발차기를 꽂았다.
펑-!
“뭐야.”
내 공격을 이를 악물고 버텨 낸 빅 조지가 태클 자세를 잡았다.
뱃살로 충격을 어느 정도 흡수한 건가?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짓자, 빅 조지가 덩치와 어울리지 않는 속도로 달려들었다.
거의 2미터 가까이 되는 거구가 그러니 압박감이 있었다.
투우사들이 소를 마주할 때 이런 기분이겠지?
“내가 이 자리까지 어떻게 올라왔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후욱!
나는 위협적인 놈을 보며 허리춤에서 군용 나이프를 빼 들었다.
그리고 그대로 몸을 숙이며 빅 조지의 겨드랑이 동맥을 베고 지나갔다.
푸슉-!
“끄윽!”
다급하게 피를 틀어막는 빅 조지를 향해 냉소를 보내 줬다.
지금까지 해 온 악행이 있는데, 총알 한 발로 편하게 끝내 줄 순 없거든.
그리고 이놈은 SA시큐리티의 무력을 알리는 본보기가 될 것이다.
“……이 새끼가.”
빅 조지는 내 칼솜씨에 당황했는지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다.
나는 그런 놈을 보며 피가 묻은 칼을 까딱이며 말했다.
“뭐해? 다시 안 들어오고. 왜, 빨간 천이라도 흔들어 줘?”
“으아아-!”
투우에 사용된 소는 결국 투우사에 의해 심장에 작살이 꽂혀 죽는다.
물론 죽이지 않는 경우도 있긴 한데…….
뭐, 저놈이랑은 상관없는 얘기지.
이번 생은 빌런이다
지은이 : 글빌런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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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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