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96
095화
“이 개……!”
쩍!
라세흠이 총 아랫부분으로 갱스터 한 놈의 얼굴을 내리찍었다.
코피를 뿜으며 쓰러지는 놈의 몸을 방패로, 총을 고쳐 잡은 라세흠이 도망가는 인원들의 다리를 쐈다.
탕!
“끄아아-!”
라세흠은 얼굴에 튄 피를 슥 닦으며 시선을 이리저리 돌렸다.
-으악!
-탕! 탕!
위층과 아래층 곳곳에서 비명이 울려 퍼지는 걸 보니, 아마 팀원들이 잘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임유나 사장의 별장에서 단기간에 실전 감각을 깨우기 위해 녀석들을 굴렸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새끼들.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거라니까.’
라세흠은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탄창을 뽑아 남은 총알을 확인했다.
찰칵.
‘두 발?’
괜히 거추장스러울까 봐 일부러 적게 챙긴 탄창이 벌써 다 떨어졌다.
굳이 쓰기도 애매한 개수라 그냥 권총집에 다시 집어넣었다.
역시 그냥 맨몸으로 뛰는 게 편하다.
애초에 훈련된 군인들이 아닌 이상, 총이 있어도 사각(射角)만 주지 않으면 충분히 상대할 만하니까.
괴물 같은 라세흠은 그리 생각했지만, 실제 군인이나 용병들이 들으면 경악할 말이었다.
사사삭-.
‘음?’
먹잇감을 찾기 위해 어슬렁거리던 라세흠의 귀에 누군가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X발. 다 뭉쳐! 뭉쳐 있으면 놈들도 어떻게 못 할 거야! 이대로 탈출하면……!”
“까꿍.”
창문 너머로 튀어나온 얼굴을 본 갱스터들이 기겁했다.
라세흠은 바닥에 있던 돌을 잡고 손에 힘을 줘 부순 뒤, 그대로 팔을 휘둘러 낮게 던졌다.
팡-!
“쏴……아악!”
퍼버벅!
산탄총처럼 날아간 돌멩이들이 갱스터들을 덮쳤다.
“끄으윽…….”
“으으…….”
라세흠은 쓰러진 갱스터들의 머리에 꿀밤을 먹여 줬다.
뻑! 뻑!
“새끼들. 착하게 살아라.”
기절한 놈들을 뒤로하고 가려던 그때, 바깥에서 뭔가 빠르게 움직이는 게 보였다.
‘음?’
촤악-!
바깥에서 움직이던 이주혁이 순식간에 덩치 큰 놈을 베어 버렸다.
아마 저놈이 이 갱단의 리더겠지.
‘어쩐지 보스는 언급 안 하더니……. 맛있는 건 혼자 다 먹는구만?’
전이면 몰라도, 이미 일대일을 시작한 이상 방해할 순 없다.
라세흠은 아쉬움을 느끼며 복면을 내린 뒤, 여유롭게 창문에 팔을 걸쳤다.
슬슬 다 정리된 분위기라 이런 잔챙이들 정리에 힘을 쓰고 싶진 않았다.
그렇게 이주혁을 구경하고 있던 때, 계단에서 백기준이 터벅터벅 내려왔다.
코 밑은 물론이고 눈 위까지 복면으로 가진 음흉한 차림이었다.
‘하여튼, 이 새끼는 아직도 이해를 못 하겠다니까.’
라세흠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자, 백기준이 유일하게 드러난 눈을 불만스레 찌푸렸다.
“아니, 뭐 하시는 겁니까? 왜 애들이 안 올라오나 했는데, 이 길목에서 다 잘라 먹고 계셨네.”
“뭐?”
“여기서 다 처리하니까 제가 먹을 게 없잖습니까.”
“네가 내려오면 되잖아?”
백기준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 저 위에 트랩을 얼마나 열심히 준비해 놨는데. 다 쓰지도 못했네.”
“이상한 새끼네, 이거.”
“억.”
퍽!
자꾸 기어오르는 백기준의 뒤통수를 때린 라세흠이 창문 바깥을 가리켰다.
“됐고, 저거나 구경해. 주혁이 칼 쓰는 건 오랜만에 보는 것 같은데.”
“오. 진짭니까?”
백기준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창가에 가서 섰다.
“주혁이가 그래도 제 칼질의 경지를 그나마 따라오던 녀석이었죠.”
“뭔 개소리야.”
라세흠의 눈총에도 백기준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제가 섬세한 부분을 많이 가르쳐 줬습니다. 어딜 베면 죽는지, 어딜 자르면 죽이지 않고 제압할 수 있는지를요. 하하. 제가 의대생이었잖습니까.”
“휴…. 말을 말자.”
손을 내저은 라세흠이 이주혁에게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
촤악-!
빅 조지의 허벅지에서 피가 튀었다.
“크윽…….”
“뭐해?”
나는 칼에 묻은 피를 촥 털며 빅 조지를 향해 비웃음을 날려 줬다.
치명타는 입지 않았지만, 놈은 상처 때문에 체력이 계속 빠져나가고 있을 것이다.
“후우…….”
시뻘게진 얼굴의 빅 조지가 거칠어진 숨을 내쉬었다.
덩치가 커서 그런지 잘 버티고 있긴 한데, 고통 때문에 몸이 잘 움직이지 않겠지.
“이 개새끼가…….”
살짝 주변을 둘러보니, 나머지 놈들은 거의 다 정리된 것 같았다.
이제 슬슬 마무리해 볼까.
빅 조지도 만만한 놈은 아닌지라, 저 방어를 뚫기가 쉽진 않았다.
괜히 조금씩 깎아 들어간 게 아니거든.
섣불리 들어갔다가 저 묵직한 주먹에 잘못 맞으면 전세 역전은 한순간이다.
“후욱……. 훅.”
빅 조지가 고통에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다시 자세를 잡았다.
“X발……. 제이슨이지?”
“음?”
“제이슨이 너희 용병단에게 의뢰한 거 아닌가? 비스트를 처리해 달라고.”
“아. 뭐, 의뢰긴 한데……. 우린 용병단이 아니야.”
“뭐?”
당황한 빅 조지에게 우리 업체를 소개했다.
“우재성 씨가 의뢰한 건 타겟 섬멸이 아니라 경호였어. 너희들이 어지간히 위협했어야지.”
“뭐? 지금 경호라고 했나?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대체 어떤 경호원이 갱을 습격해!”
“뭘 모르네.”
나는 양손에 든 칼을 한 바퀴 돌린 뒤, 빅 조지를 겨누며 웃었다.
“의뢰인을 위협하는 것들을 다 없애면, 그게 경호 아니겠어?”
“미친 새끼!”
말을 걸며 지혈해 체력을 어느 정도 회복한 빅 조지가 다시 공격해 왔다.
하지만 처음과는 달리 빈틈이 가득했다.
나는 칼을 쥔 손에 힘을 준 뒤, 빅 조지를 향해 파고들었다.
후욱!
“흡.”
촤악! 푹-!
아래로 부드럽게 몸을 낮추며 팔꿈치 안쪽을 베고, 회전하며 왼손의 칼을 갈비뼈 사이로 지나가게 한 뒤 허벅지에 칼을 꽂았다.
“끅!”
그리고 뒤를 잡힌 빅 조지의 오른쪽 아킬레스건을 끊은 후 허벅지에 박혀 있던 칼을 뽑아 그대로 반대쪽에도 꽂아 넣었다.
콱!
“끄아아-!”
양쪽 아킬레스건이 모두 잘려 버린 빅 조지의 몸이 허물어졌다.
쿵!
“이 개새끼가……!”
발악하듯 손을 뻗는 빅 조지의 오른쪽 손목의 힘줄을 끊었다.
“끕……!”
“잘 싸매고 있어라. 죽을 수도 있으니까.”
칼의 피를 털고 나서 다시 집어넣고, 상황을 마무리하기 위해 핸드폰을 들었다.
뚜르르.
-예.
“들어오셔도 됩니다.”
-다 정리된 겁니까?
“네. 안전합니다.”
아지트 부지의 입구로 다가가니, 우재성이 심각한 표정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곳곳에 핏자국이 널려 있고, 사람들이 팔다리 하나씩은 망가진 채 널브러져 있으니 당황스러울 거다.
우재성은 피가 묻은 칼을 들고 있는 날 보며 난감한 표정으로 입을 뗐다.
“정말 다 처리하셨군요.”
“의뢰를 받았으니까요.”
“이런 의뢰를 한 기억은 없긴 한데…….”
이내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온 우재성이 손에 든 청테이프를 들었다.
“그런데 이건 왜 들고 오라고 하신 겁니까?”
“줘 봐요.”
“아, 예.”
나는 칼을 집어넣고 청테이프를 받아 들었다.
그래. 납치에는 이만한 게 없지.
“우재성 씨.”
“네?”
찌익-.
테이프를 뜯는 날 보더니, 우재성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그건 왜 뜯으시는지…….”
나는 우재성에게 한 발짝 다가가며 미소를 지었다.
“일단 좀 묶여 주셔야겠습니다.”
“……?”
***
다음 날, 뉴욕에 위치한 뉴욕주 총영사관.
나는 복도의 의자에 앉아 일간 신문에 대문짝만 하게 실린 기사를 확인했다.
[범죄 조직이 명문대생을 납치하다!]신문에는 청테이프로 묶인 우재성을 우리 팀원들이 구출하는 사진이 찍혀 있었다.
“아니, 대표님.”
“예?”
영사관 직원이 어두운 표정으로 다가오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건 건수가 너무 큰 거 아닙니까?”
“어허.”
이 양반이 왜 약한 소리를 하시나.
“같은 동포가 이런 변고를 당했는데, 영사관이 나서 주셔야죠.”
“그래도, 갱들이 너무 많이 다쳤잖습니까. 어떤 경호 업체가 일을 이렇게 처리합니까.”
“저희 업체 방식이 원래 이렇습니다. 다른 경쟁업체들과의 차별화를 위한 거죠.”
“하이고…….”
직원은 머리를 벅벅 긁으면서 서류를 넘겼다.
“다행히 피해자들이 다 범죄자들이라 큰 문제는 되지 않을 텐데, 왜 굳이 이걸 공론화시키라는 말입니까?”
“굳이 하려고 안 해도 공론화될 겁니다.”
“그건 또 그렇긴 한데…….”
미국은 자국민을 좀먹고 범죄율을 높이는 갱이 거슬렸을 거다.
하지만 뚜렷한 ‘명분’이 없이 놈들을 치기는 어렵다.
괜히 찍어 누르면 반발이 나오기 망정이니까.
그래서 나는 이번 사건을 미국이 기폭제로 삼게 할 예정이다.
뭐, 더불어서 미국에 우리 업체 소문도 좀 내고.
“어휴……. 전 모르겠습니다. 일단 요청하신 대로 해 드리긴 할 텐데, 그 뒷일은 대표님이 알아서 처리해 주셔야 합니다. 아시겠죠?”
“그래요. 걱정 마시고 술이나 한잔합시다.”
“에이, 술은 무슨 술입니까. 아직 업무 시간인데…….”
자꾸 튕기네. 알 거 다 아는 양반이.
나는 직원의 어깨에 팔을 걸치며 속삭였다.
“피해자 부모님께서 이렇게 일을 잘 처리해 준 사람이 누군지 알면, 분명히 감사의 마음으로 사례할 텐데요. 과장님만 오신다면 제가 자리를 한번 만들어 보겠습니다.”
“…….”
“좋은 게 좋은 거죠. 동포끼리 잘 먹고 잘살고, 과장님이 지낼 미국의 치안도 좋아지고. 실적도 쌓을 수 있잖습니까?”
직원은 골치 아프다는 듯 이마에 얹었던 손을 내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렇게 나와야지.
“일단 영사님한테 잘 한번 말해 보긴 할 텐데……. 하. 그 갱들이 다 죽기라도 했으면 저희도 카바 못 쳐 줬을 겁니다.”
“하하. 그런 부분은 신경 썼습니다. 딱 죽기 직전까지 맞으면서 배웠거든요.”
부대에서 라세흠 교관한테 맞아 가며 배운 기술이 도움이 됐다.
정말 딱 죽지 않을 정도로만 잘 패더라. 교관님.
“그래도 이번 사건으로 미국한테 뭣 좀 뜯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납치 피해자 부모가 그 지역 유지라, 당국에 항의를 그렇게 했답디다.”
“그래요?”
이거, 그냥 돈 많은 집안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거물이셨네.
조선 기술을 들여와 미국에서 보트를 만들며 돈을 어마어마하게 벌었다고 했었나?
어쨌든, 그런 사람들이면 설령 탈이 있어도 알아서 처리해 주겠지.
자기네 아들이 엮인 일이니, 확실하게 마무리 지어 줄 거다.
우린 딱 경호 서비스까지만.
알아서 해 줄 건데 귀찮게 나설 필요는 없잖아?
‘계약서 썼으면 몰라도.’
나머지는 우재성의 부모랑 양국이 외교채널을 통해 처리할 일이다.
계약서는 일 다 끝나면 써야겠어.
“그럼 고생하시고. 시간이랑 장소는 저녁에 따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아, 예. 알겠습니다.”
영사관 직원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돈을 먹여 놨으니 알아서 잘해 줄 거다.
이 시대가 좀 불편하긴 해도, 이런 건 확실히 편하다.
나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전화를 들었다.
-어, 주혁아. 끝났냐?
“네. 대강은요.”
-뭐라더냐. 뒤탈은 없어?
뒤탈? 아마 없을 거다.
우재성의 부모가 생각보다 거물이더라고.
뭣보다 자기네 아들이 엮인 문제니까.
“집에 갑시다.”
-하. 드디어 이 지긋지긋한 미국 음식도 끝이구만.
부장님 말대로 미국 밥도 슬슬 질리던 참이다.
돌아가서 뜨끈한 국밥 한 그릇이나 말아먹어야겠어.
***
“뭘로 준비해 드릴까요?”
승무원의 물음에 나는 손을 번쩍 들었다.
“전 라면으로 주십쇼.”
“저도요.”
“저도 라면요.”
졸고 있던 팀원들이 다들 화들짝 일어나며 라면을 주문했다.
옆자리에서 잡지를 읽던 임유나도 수줍게 웃으며 같은 메뉴를 주문했다.
“저도 라면으로 할게요.”
“네. 그럼 전부 라면으로 준비하겠습니다.”
라면을 끓이러 가는 승무원의 모습에 군침이 돌았다.
드디어 얼큰한 국물을 먹을 수 있다니.
그 와중에 뒷자리에 앉아 있던 우재성이 이 K-분위기에 초를 쳤다.
“아, 저는 캐비어를 곁들인 스테이크로 주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이 눈치 없는 메뉴 선정은 뭐야?
나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우재성을 돌아봤다.
“쯧. 원래 메뉴는 통일인 거 모릅니까?”
“아니, 대체 누가 일등석에서 라면을 먹습니까?”
“거참. 평소에도 많이 먹으면서.”
다시 앞으로 몸을 돌리자, 임유나가 잡지를 탁 덮더니 조용하게 나를 불렀다.
“저, 주혁 씨.”
“네?”
무슨 말을 하려고 이렇게 목소리를 낮추나 했는데, 그녀의 입에서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 튀어나왔다.
“제가 청소하다가 우연히 지갑에서 떨어진 사진을 봤는데…….”
지갑 안에 있던 사진? 그건 내가 군대 가기 전에 아버지랑 둘이 찍었던 사진일 텐데.
“아, 제 아버집니다.”
내 대답에 임유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그런가요?”
“왜 그러시죠? 혹시, 무슨 문제라도…?”
“아뇨. 그게 아니라……. 그분이 예전에 제 목숨을 구해 주셨거든요.”
“예?!”
.
.
……내가 몰랐던 아버지의 이야기를 유나 씨한테서 들을 줄은 몰랐다.
이번 생은 빌런이다
지은이 : 글빌런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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