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egal Alien Cult RAW novel - Chapter 232
232 ? 깊은 계곡의 심연, 에레보르 #2
“저기 뭔가가 있다.”
히폴리테가 손가락을 들어 올려 앞 쪽을 가리켰다.
그러자 그곳에는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고 있는 무언가가 보였다. 돌멩이 몇 개가 쌓여올려진 그것은 누가 보더라도 인공적인 구조물이다.
“탑…?”
누가 말했을까.
아마 안티오페였던 것 같은데, 그녀의 말대로 그것은 탑이었다. 자그마한 돌탑.
“조심해라, 무엇이 있을지 모른다.”
스릉-철컹.
자신의 허리춤에서 기다란 장검을 뽑아든 히폴리테에 우리 모두 무기를 뽑아들고 경계치를 최대로 올렸다.
방금까지만 하더라도 껄렁하게 있던 안티오페마저 자세를 낮게 다잡고 사방으로 창을 겨눴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이란 그런 구석이 있다.
사람을 긴장하고 날카롭게 만드는 구석이.
물론 새로이 얻은 은총 어두운 눈》 덕분인지 나는 횃불이 밝히는 것 이상으로 더 먼 곳을 볼 수가 있었다.
다들 경계하고 있는 것과 달리 내 눈에는 그저 황량한 동굴 내부만이 보일 뿐.
그렇게 경계하며 다가간 돌탑에는 자그마한 손수건이 나뭇가지에 묶인 채 꼭대기에 꽂혀 있었다.
“이건 에드윈의 석탑이야.”
엘프리데가 꼭대기에 꽂혀 있는 손수건을 뽑아 든다. 붉은 빛 감도는 천에 꽤 부드러워 보이기도 하는 게 제법 비싸 보이는 손수건이다.
그 모습을 보며 한 마디 묻는 히폴리테.
“그냥 세워 놓은 것은 아닌 것 같고. 뜻이 있는 것 같은데? 붉은 손수건이라니. 불길한 징조 같은 건가?”
히폴리테의 물음에 요정, 엘프리데가 답한다.
“그냥 여기서 전투를 했다는 표식이지.”
“전투를 했다는 표식인가-.”
히폴리테는 건틀릿으로 바닥을 훑었다. 그 옆에서 주변을 살피고 있던 안티오페 또한 벽에 긁힌 자국 같은 것을 손바닥으로 매만져 본다.
“확실히, 이거 전투 흔적이네. 칼날로 긁어낸 흔적이야. 날카로운 세검 종류?”
“델피나겠네.”
“흥, 실력은 나쁘지 않아 보이는데.”
자기들끼리 무어라 떠들어대는 데,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저 조그마한 단서들로 어떻게 저런 추론을 하는 건지 도통 모르겠다.
그런데 그냥 얼타고 있기는 조금 그럴 것 같아서 나도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팔짱을 꼈다. 그렇게 침묵을 지키고 있자니 히폴리테가 나를 향해 물어온다.
“네 생각은 어떻지?”
“제 생각요?”
“너는 나름 전투에 일가견이 있는 사마리안이니까. 여기서 어떤 싸움이 벌여졌으리라 생각하지?”
“그거야 뭐-.”
내가 나름 폼을 잡고 있자니, 큽-하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 보니 엘프리데가 표정을 가다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스벌.
평소라면 폼이라도 잡을 겸 아무 말이나 그럴싸하게 지껄였겠지만 내가 허당에 얼간이라는 걸 잘 알고 있는 엘프리데가 옆에 있으니 그런 것도 못한다.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그냥 사실대로 답했다.
그에 “흠-.”하고 침음하는 히폴리테.
“일단 계속 진행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다시금 어둡고 서늘한 동굴 안을 걸어서 들어갔다.
“안티오페, 무서워하지 말고 뛰어. 언니가 받아줄게.”
“언니는 아직도 날 애 취급 한다니까.”
도중에 밑으로 훅 꺼지는 절벽 같은 공간이 있어서 그곳을 향해 몸을 던져 내려가기까지 했다.
후-.
그렇게 아래층으로 내려갈수록 공기 같은 것이 무거워지는 느낌이 났다. 숨을 쉬는 게 조금씩 어려워진다.
나만 그런 건가 싶었는데. 히폴리테와 안티오페 그리고 엘프리데 또한 거친 숨을 내쉬며 땀을 뻘뻘 흘리고 있을 정도였다.
더운가?
아니, 오히려 여름답지 않게 추운 편인데 다들 상태가 좋아보이질 않는다.
그래서 뭐지 싶었는데, 히폴리테가 말했다.
“후, 균열이 어지간히도 큰 모양이야. 아직 상층부인데도 이렇게나 강한 침식의 기운이라니. 이거, 너희 파티원들을 무사히 구해낼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언니, 나, 토할 것 같아….”
“참아. 토사물의 경우 마물을 불러 모을 수가 있다.”
히폴리테와 안티오페의 안색이 갈수록 사색이되어가는 것이 덜컥 걱정이 들었다. 이곳엔 내가 느끼지 못하는 이세계인 특유의 안좋은 기운 같은 것이 있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헬의 마력-. 끔찍해.”
마나에 정통한 마녀 엘프리데조차 아까 얻은 붉은 손수건으로 자신의 코와 입을 가리기까지 한다.
잘은 모르겠지만.
이들은 무언가 끔찍한 것에 도트데미지를 입고 있는 듯했다. 갈수록 호흡이 거칠어지고 굵은 땀방울을 계속해서 흘려대는 것이 영 보기 좋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뭐라도 할 수 있는 있을까 싶다가, 나는 내 허리춤에 걸려 있는 주머니를 깨달을 수가 있었다.
그곳에는 루나가 나 먹으라고 챙겨 준 도토리인지 번개 개암인지 뭔지가 들어 있다. 내가 기억하기로 정신없을 때 이걸 하나씩 깨서 먹으면 좋다고 했었나?
그래서 나는 그것들 중 하나를 꺼내 앞서가고 있는 히폴리테에게 내밀었다.
“이게 뭐지? 왜 이런 걸 나에게 주는 거지?”
다만, 내가 생각지도 못하게 제법 날카로운 반응이 터져 나왔다. 히폴리테가 다소 깐깐한 면이 있긴 해도 이렇게 예민하지는 않았는데.
이 깊고 어둡고 폐쇄적인 공간이 사람을 공격적이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그게, 상태가 안 좋으시면 이거라도 드셔 보시는 게 어떨까 해서요.”
“….”
말없이 내게서 번개 개암을 받아드는 히폴리테. 그녀가 긴가민가한 느낌으로 그것을 한 입에 넣고 아드득-깨문다.
카드득-.
그러자 정말 커다란 소리가 사방으로 터졌다. 나는 무슨 꽹가리를 씹어 먹는 줄 알았다. 개암 좀 씹었다고 저런 소리가 날 수 있는 건가?
다만 더 놀라운 것은 히폴리테의 반응이었다.
“으어액, 으액, 으어, 으아아악-.”
평소 여사제로 품위를 지키려고 하는 그녀의 모습은 온데 간데없고, 마치 구역질을 할 것처럼 사방에 대고 토악질을 하는 것이다.
물론 진짜 토를 한 것은 아니고 괴로워하고 있는 것 뿐이었다만.
“이, 이게, 이게 뭐야, 이런, 이런 끔찍한 게 있다니!”
히폴리테는 자신이 은밀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말을 했던 걸 까먹기라도 한 것처럼 크게 소리쳤다. 히폴리테의 목소리가 동굴 안에 왕왕 울려 메아리까지 퍼질 정도였다.
“눈앞에서, 번개가 치는 줄 알았다! 젠장할-.”
“그렇습니까…?”
“정신이 번쩍드는구만. 정신이, 정신이 정말 번쩍들어. 심연의 독기에 침식되고 있었던 것 같다. 모두에게 하나씩 나눠주도록 해라. 흐-.”
입술 사이로 침을 흘리는 히폴리테의 말에 나는 안티오페와 엘프리데에게 하나씩 번개 개암을 나눠 주었다. 그것을 마지못해 아드득 카드득 깨무는 여자들.
그와 동시에 모두 밤송이에 찔린 것처럼 높은 비명을 질러댄다.
“으아, 혓바닥이 겁탈 당하는 것 같아! 이게, 이게 뭐야!”
“으…. 셔. 너무 시잖아, 핫산-! 죽을래?”
반응이 재각각이긴 했다만 방금까지 침울하게 쓰러져가고 있던 것보다는 이게 나았다. 이윽고 퉤-하고 껍질을 뱉어내는 안티오페가 한 마디 한다.
“예상보다 독기가 너무 강해. 상층에서도 이러면 하층은 어떻게 하라는 거야? 이래서야 이틀도 못 버티겠는데-. 으, 셔.”
안티오페의 말은 나름 타당한 점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걸음을 멈추고 팔짱을 끼고 있던 히폴리테가 말했다.
“예정을 변경한다. 하루. 하루로 일을 끝내야 할 것 같다. 엘프, 네 동료를 구하는 기간은 하루로 잡는다. 그 이상이 될 경우 우리의 안전도 보장할 수가 없을 것 같은데. 동의하나?”
스윽.
히폴리테의 말에 자신의 손에 들린 손수건을 바라보는 엘프리데.
“알았어. 어쩔 수 없지. 기간이 길어지면 너희는 철수해. 나 혼자라도 갈 테니까.”
“동료를 어지간히 소중하게 생각하는 모양이지. 너 같은 녀석은 오랜만에 보는데.”
“왜냐하면, 걔들은 나를 버리지 않겠다고 했거든. 누구와는 다르게-. 그러니까, 나도 그 애들을 버릴 수 없어.”
엘프리데의 말에 나는 갑자기 허리가 근질근질해져서 몸을 떨게 됐다.
*
*
*
일정을 오늘 하루 당일치기로 줄인 히폴리테의 결정 때문인지, 우리는 거의 달리다시피 어둠 속을 누벼야만 했다.
히폴리테도 안티오페도 모두 속도에는 나름의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들의 페이스를 쫓아가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스벌, 숨 존나 차네.
다만 그런 것을 내색할 수 있을 리 없다. 그래서 아무렇지 않게 따라가려고 하고 있자니, 오히려 내 옆에서 우측을 맡고 있던 엘프리데가 무릎에 손을 얹고 거친 숨을 내쉬며 숨을 골랐다.
스륵-.
그에 멈추는 히폴리테의 걸음.
“마법사라고, 체력에 너무 소홀히 한 게 아닌가?”
“…조용히 해.”
엘프리데의 이마에서 땀이 흘러 턱을 타고 주르륵 미끄러진다. 나는 나도 모르게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녀석에게 바칠 뻔했다.
사람의 습관이라는 것이, 쉽게 빠지지가 않는 모양이다.
번개 개암을 몇 개나 씹었음에도 엘프리데의 상태는 나아지지 않는 면이 있었다. 아마 그녀의 몸 상태를 저하시키고 있는 세계수의 낙인 때문이겠지.
원래라면 엘프리데의 체력 또한 수치 10을 넘어가는 초인일 테니까 말이다.
“조금만 더 참아라. 저기 저쪽에, 심연의 깊은 곳으로 내려가는 곤돌라가 있다. 옛 플루토의 사제들이 만들어놓은 것이지.”
히폴리테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에는 제법 익숙한 느낌의 도르레가 있었다.
내가 해골 기사의 오두막에 놀러갈 때 종종 사용했던 곤돌라인가?
그렇게 봤는데 모양이 조금 다른 것 같았다.
해골 기사의 말에 따르면 깊은 하층으로 내려가는 코스가 여러 개가 있다고 했는데, 지금 내가 향하는 곳은 그가 있는 곳과 다른 곳인 모양이었다.
이 파티가 아래로 내려가다가 그 녀석을 만나게 되면 무척 귀찮은 일이 벌어질 것이 뻔해서 조금 긴장하고 있었는데. 얼굴을 마주할 일이 없다면 다행이긴 하다.
드르륵, 탁-.
우리 모두 곤돌라에 몸을 얹은 채 서서히 도르래를 작동시켜 밑으로 내려갔다.
경운기의 시동모터를 수동으로 돌리는 것처럼 손잡이를 빙글빙글 돌리자, 녹슬고 불안한 소리와 함께 서서히 변하는 주변.
삐걱, 삐걱-.
밑으로 내려갈수록 공기는 점점 더 무거워진다.
“이거, 줄 끊어지거나 하지는 않겠지?”
“그러지는 않을 거다.”
안티오페의 물음에 도르레를 돌리고 있던 히폴리테가 답한다.
“티탄의 힘줄로 만든 밧줄이니, 끊길 일이 없지.”
“티탄의 힘줄이라니, 그런 비싼 걸 겨우 이딴 걸 만드는 데 사용하는 거야?”
“지금은 사교도 취급이지만, 일찍이 플루토의 사제들은 자금이 대단했으니까. 지하에는 황금으로 지어진 신전이 있다고도 했지.”
“헹, 사교도 새끼들. 꼴 좋다.”
드르륵, 드르륵-.
안티오페와 히폴리테가 잡담을 나누는 사이에도 곤돌라는 계속해서 밑으로 내려갔다.
저번에 해골기사를 따라 밑으로 내려갔던 때에는 기묘하게 반짝이는 해파리들과 이끼들 그리고 재미난 생물들이 날아다니며 아름다운 광경을 연출했었는데.
지금은 그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으로 내려가서 무서울 정도였다.
“하아, 하아….”
심지어 엘프리데는 계속해서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괜찮냐? 평소에 운동 좀 하라니까.”
“…닥쳐. 네가 나한테 그딴 소리 하지 마. 그리고, 친한 척 말 걸지 말아 줄래?”
엘프리데 새끼.
자존심은 강해서 걱정해줘도 지랄이네.
나도 굉장히 멋쩍어진 기분에 미간이 구겨졌다. 역시 엘프리데 걱정은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느낌으로 멋쩍게 새까만 허공을 바라보고 있을 즈음.
스윽-.
순간.
내 앞으로 기이한 얼굴 같은 것이 드러났다.
나는, 나는 존나 소름이 돋아났다.
허공에 갑자기 사람의 얼굴이 생기다니.
아니, 이걸 사람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걸까? 마치 가면처럼 밋밋한 얼굴에 드러난 눈동자는 전부 검다.
검은 동공이 흰자 하나 없이 전부 가득 채우고 있다면 이런 느낌이 되겠지.
너무 깜짝 놀라서 말도 나오지 않았다. 손가락 하나 까닥할 수 없고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는다.
허공에 생겨난 얼굴이 우리와 같은 속도로 밑을 내려온다. 지금 아무도 이게 보이지 않는 건가? 내 눈에만 이게 보이는 거야?
“저기-.”
가까스로 입을 벌렸을 때, 시익-웃는 허공의 얼굴.
환영한다.
촤르르르르-.
“뭐, 뭐지!?”
일정한 속도로 밑을 향하고 있던 곤돌라가 빠른 속도로 가속을 붙이기 시작했다. 내려간다는 느낌보다는 추락한다는 느낌이 더 가까울 정도.
덕분에 우리는 혹여 곤돌라에서 튕겨나갈 새라 주변에 보이는 것을 아무것이나 붙잡아야만 했다.
때마침 내 앞에 툭 튀어 나와 붙잡기 좋은 것이 있길레 강하게 움켜 쥐었는데, 제법 말캉한 느낌과 함께 여성의 비명이 들렸다.
“내, 내 가슴은 왜 잡아, 멍청아!”
짝-하고 내 얼굴에 부딪히는 뺨따귀.
내가 아무거나 붙잡은 것이 엘프리데의 가슴이었던 모양이다. 어쩐지 말랑말랑하더라니.
“언니, 언니! 이게 어떻게 된 일야! 빨리 재대로 조작좀 해봐!”
촤르르르륵-.
아무튼 도르레가 고장 난 것처럼 추락하는 상황은 아무리 봐도 비상사태가 틀림없었다.
히폴리테 역시 자신의 손으로 상황을 제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았다만 소용이 없다. 그래서 더 이상 방법이 없는 것처럼 소리 친다.
“추락한다! 모두, 모두 충격에 대비 해!”
내 머릿속엔 바닥과 부딪혀 납작해진 내 모습이 떠올랐다. 이대로 이렇게 죽는다니, 시발 그것만큼은 막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뭐라도 해봐야겟다는 심정으로 곤돌라를 매달고 있는 끈을 강하게 붙잡았다.
가가가각-.
티타니움 건틀릿이 그야말로 비명을 내지르며 사방으로 불똥을 튀긴다.
그런데 이게 제법 효과가 있는 것인지 빠르게 떨어지고 있던 곤돌라의 속도가 조금은 느려진 것 같았다.
“히폴리테 님! 이 줄을 붙잡아 봐요! 속도를 늦춰보는 겁니다!”
“그래, 알았다!”
히폴리테가 나와 마찬가지로 로프에 손을 얹자 쒜에에엑하고 찢어질 것같은 소리를 내며 이리저리 불꽃이 튄다.
쿠궁, 콰르릉-.
곤돌라는 그야말로 부서질 것처럼 흔들리는 상태.
다만 추락의 속도라고 할 만한 것이 확연히 줄기는 했다. 때문에 자세를 다잡을 수 있었던 것인지 안티오페 마저 로프에 달라 붙는다.
“나도, 도와줄게 언니!”
“너는 맨손이잖아!”
“지금 그게 중요해? 다 죽게 생겼는데!”
그리하여 안티오페가 로프를 붙잡으려던 직전.
우뚝-.
서서히 속력을 낮추고 있던 곤돌라가 멈춰선다.
다만, 우리가 멈추도록 해낸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우리의 앞으로 보이는 것은 제법 딱딱한 바닥과 끝도 없이 보이는 어둠뿐이었으니까.
“바닥…. 바닥인가…? 우리, 살은 건가?”
엉덩방아를 찧은 안티오페가 일어나며 말한다. 다만 마찬가지로 자세를 다잡고 있던 히폴리테는 무척 끔찍한 것처럼 말 할 뿐.
“여기는, 아마도 심연의 하층이다. 그것도 최하층.”
“심연의 최하층? 여기가 에레보르의 뱃속이라고? 젠장!”
안티오페는 패닉에 빠진 것처럼 품속에서 파이프를 꺼내 물었다. 탁-탁-하고 부싯돌을 튕기는 손에 덜덜 떨리고 있다.
히폴리테가 말했다.
“…이제, 아무것도 믿지 말고 아무것도 듣지 마라. 현혹당하면, 끝이다. 심연의 신 에레보르는, 사람의 두려움을 먹고 힘을 얻는다지.”
“…언니, 이거 봐!”
자신의 손목을 가리키는 안티오페. 그녀의 손에는 까만 띠 같은 것이 그려져 있다. 그것은 나도 엘프리데도, 히폴리테도 마찬가지였다.
이게 뭐지 싶었던 그 순간.
자신의 손목을 바라보고 있던 히폴리테가, 비교적 담담한 목소리로 말한다.
“이건, 예전에 본적이 있다. 아마도 제물의…, 낙인이다.”
제물?
그 말에 살짝 당황하고 있을 때 귀를 찢을 것 같은 여자의 비명이 들렸다. 생각해보니 안티오페는 제물이라는 말에 민감하게 반응을 했었던가.
다만, 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 몸을 떨고 있는 것은 안티오페가 아닌 엘프리데였다.
[작품후기]일요일이 끝나버렸습니닷…저는 매일매일 요일 없는 삶을 살고 있지만, 그래도 독자님들의 비명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듯합니닷…!!!
그런 의미에서 쿠폰을 잔뜩 받은 저 미츄리가 어두운 힘에 손을 댔습니닷…
댓글과 추천, 쿠폰을 남겨주시는 독자님들 모두 오늘 밤은 평소보다 더욱 깊고 긴 잠을 주무실 수 있을 겁니닷…!!
같은 시간을 자도 두 배 숙면을 취할 수 있을 겁니닷…!!!
233회
깊은 계곡의 심연, 에레보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