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usion Sword Battle RAW novel - Chapter 225
종(終)
수많은 날이 지났다.
장사의 오석교 근처에 세워진 작은 누각에는 사람이 끊이는 날이 없었다.
특히 가장 많이 들르는 이들은 옥과 같은 외모에 고귀한 기품을 흘리는 일남일녀였다.
“여름이 다 지나가고 있어요. 소림비사(少林秘事) 이후로 벌써 반 년이 흘렀네요.”
“그렇구나.”
“강호에는 원래부터 다툼이 끊이지 않았고, 천하대전의 대혈사까지 벌어졌는데, 지금은 또 너무나 평온해요. 도무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시간은 계속 흘러가니까. 지난 일들은 잊히기 마련이지. 맹주님을 비롯해 정무맹의 모든 식구가 열과 성을 다해 천하를 안정시킨 결과이기도 하고.”
사내 소무강이 흘러가는 구름을 보며 눈으로 시간을 느꼈다.
그에 눈앞의 아름다운 여인, 빙화곡주이자 여동생인 벽소군이 가만히 질문을 던졌다.
“그래도 진 공자를 다 잊진 않았겠죠? 여기에 찾아오는 사람도 아직 많은데.”
“글쎄다. 당주님이 승산에서 벌어진 일을 신안(神眼)으로 살펴 처참했던 공전절후의 대결을 전하셨지만, 듣자 하니 벌써 전설처럼 여겨지는 것 같더라.”
“사람들은 정말 너무 빨리 잊어 버리는 것 같아요.”
“그래도 우리가 그를 그리워하며 여기에 연선각(善閣)을 지었지. 그중에는 제일 그리워하는 네가 있고.”
연선각은 이름 그대로, 진우선을 그리워하는 장소였다. 오석교 근처 진우선의 집 앞에 지어진 것도 그래서였다.
진우선은 소림비사에서 천공에 드리운 혼돈을 걷어낸 뒤, 자취를 감춘 상태였다.
“저보단 탁 무사님이 더 많이 그럴 거예요. 날마다 여기서 머무른다고 들었어요.”
“설마? 집이 저긴데?”
“밤에도 여기 나와서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고, 영화 언니가 걱정이 많아요.”
“그랬군. 하긴, 탁 무사는 그를 많이 따랐으니까. 여전히 많이 그리워하더라.”
무도원주로서 탁운비를 지켜봤던 소무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벽소군이 물었다.
“오라버니. 앞으로도 계속 정무맹에 몸담으실 거예요?”
“안 그래도 내 결심을 알려주려고 했어. 그건 전에 말했던 대로 하자. 그간 곡을 잘 이끌어온 너니까 앞으로도 잘할 거야. 게다가 혈불을 처단하며 복수를 이룬 것도 너이니, 네가 곡주인 게 맞다.”
“그 말은 곧 정무맹에 계속 있겠다는 거네요.”
“그래. 새로운 목표를 정했거든.”
소무강이 저 멀리 정무맹 쪽을 바라보았다.
눈으로는 목표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속에 하늘의 길을 따르는 한 전각이 또렷이 그려져 있었다.
“알겠어요. 뜻을 이루시길 바랄게요.”
벽소군이 소무강의 뜻을 받아들였다.
“소군아. 너는 언제까지 여기 있을 거야?”
“아무래도 곡을 너무 오래 비울 순 없겠죠. 근데 진 공자가 여기로 돌아오는 게 확실해요?”
“그건 탁 무사가 호언장담을 했었다. 사람은 자신의 집으로 돌아오기 마련이고, 진 대협은 가족이 없어서 더 그럴 거라고.”
“한데 어디로 간 걸까요? 무얼 하려고…….”
“글쎄다.”
무극을 넘어선 벽소군은 천기를 보며 진우선의 기운이 하늘을 떠받치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천하에서 종적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런 연유로 여기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중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저 앞에서 미소를 지은 채 다가오는 한 남자가 있었다.
벽소군이 눈을 휘둥그레 뜨며 소리쳤다.
“진 공자! 먼 길을 다녀왔군요.”
“잠시 천하를 둘러보고 왔습니다.”
“천하를요?”
“천하가 흘러가듯이, 저도 발길 가는 대로 다녀오고 싶었습니다. 다녀보니까 세상엔 역시 악한 자들이 많더군요.”
하지만 진우선은 걱정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그토록 힘겹게 싸우고도 여전하네요. 그런데 전과는 달라 보여요. 지금 표정이 보기 좋아요.”
“벽 소저도요.”
웃으며 말하는 진우선의 얼굴은 홀가분하고, 더할 나위 없이 자유로워 보였다.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