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0)
만렙 회귀자입니다만-10화(9/300)
제 10화
신화가 ‘마고스의 방’을 나선 것은 그로부터 30초 후였다.
기어이 이를 이용해서 마고스의 양다리를 깨물어 찢어 내고, 불길에서 벗어난 것이다.
물론 나오는 과정에서 전리품은 빠짐없이 챙겼다.
바로 최고급 차원석 3개와 강철의 꽃, 마고스의 안구였다.
엄지손가락 크기 정도로 보이는 강철의 꽃은 이름 그대로 작은 꽃잎의 모양을 하고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장미꽃을 보는 느낌이랄까?
질감은 말랑말랑한데, 보통 이런 꽃의 식감은 초콜릿에 가까워서 달콤한 것이 특징이었다.
‘차원석을 팔아서 생길 돈을 어떻게 쓸지는 차근차근 생각하기로 하고. 강철의 꽃과 안구는 때를 봐서 잘 챙겨 먹어야겠네.’
신화는 밖으로 향하는 출구 앞에서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했다.
그리고 너무 차분하지도, 너무 들뜨지도 않게 적당한 리액션을 준비하고는 차원문 밖으로 나섰다.
“후! 후우! 아우, 뜨거워! 마고스, 이 자식! 뭐 이렇게 죽기 전까지 열심히 발악을 하냐. 머리카락까지 다 태워 먹을 뻔했네. 후!”
틀린 말은 아니었다.
아슬아슬하게 불길에서 빠져나간 덕분에 옷이 절반은 타 버린 상태였기 때문이다.
살짝 화상을 입은 부분이 있기는 했지만, 마력으로 변화시킨 치유의 침을 발라 말끔히 치료했다.
“강신화……. 너, 지금, 너, 호, 혼자서 이 던전을 공략한 거냐? 출구 차원문은 그래야만 열리는 거잖아?”
짐꾼 대장인 김철근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신화의 위아래를 연신 살폈다.
눈을 씻고 봐도, 앞에 열려 있는 차원문은 하나가 아니라 두 개였다.
하나는 항상 열려 있는 입구 차원문이고, 나머지 하나는 보스 몬스터 또는 키 몬스터를 공략해야만 열리는 출구 차원문이었다.
이는 신화가 키 몬스터든 보스 몬스터든 간에 어쨌든 끝을 봤다는 증거였다.
키 몬스터도 이름만 키(Key)가 붙어 있을 뿐, 사실상 보스 몬스터와 스펙이 비슷한 존재.
어떤 타입을 공략했건 간에 엄청난 사실임은 틀림없었다.
저벅. 저벅.
추운 겨울이라 그런지 열기에 달아오른 신화가 움직일 때마다 그의 몸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말도 안 돼…….”
“무, 무서워.”
짐꾼들이 지레 고개를 숙였다.
신화가 던전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온갖 조롱의 시선을 보내던 짐꾼 동료들이 지금은 그의 눈조차 마주치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들이 내뱉은 말이 있으니 괜히 신화가 해코지라도 하지 않을까 걱정됐다.
과정이야 어찌 됐든, 지금의 신화는 C-랭크의 던전을 공략하고 나온 존재였기 때문이다.
즉, 마음만 먹으면 신화는 이 자리에 있는 짐꾼들을 파리 목숨처럼 쉽게 죽여 버릴 수도 있었다.
죽음의 공포.
그것은 각성자라고 해도 결코 피해 갈 수 없는 강자에 대한 두려움이자 생존 본능이었다.
신화가 뚜벅뚜벅 걸어와서는 먼저 김철근과 눈을 마주쳤다.
“…….”
김철근도 꿀 먹은 벙어리인 양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간 온갖 궂은일은 물론이고, 특히 더러운 일을 신화에게 몰아주듯 시켰던 과거가 있어서였다.
협박으로 적당히 윽박지르면 불평불만도 제대로 못 했던 어린 녀석이라 함부로 대한 감도 없지 않아 있었다.
“반장님.”
“……응?”
“예전에 말씀하셨잖아요? 저는 실력이 너-무 부족해서 1년 장기 계약이 아니라 던전 단위의 초단기 계약밖에 해 줄 수 없다고요.”
“그, 그래. 내가 그랬었지.”
김철근이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손끝은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보통 짐꾼은 안정적인 고용과 수입 보장을 위해서 1년 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짐꾼도 하나의 팀을 꾸려 움직이는 것이 일반적이라서였다.
하지만 김철근은 신화에게만큼은 가혹한 조건을 들이댔다.
짐꾼 계약을 ‘매 던전 공략’ 때마다 갱신하기로 했던 것이다.
그래서 어떤 경우에는 인건비를 아끼려 신화를 배제시킨 적도 있었다. 그것도 당일에.
그렇게 일방적으로 대기 통보를 받은 신화는 다음 일정이 잡힐 때까지 백수 신세가 되어야 했다.
다른 공대를 구하기에는 인맥이 부족하고, 신화가 유일하게 기댈 곳이 김철근뿐이었기 때문이다.
“반장님, 공대장님, 오늘부로 공대 탈퇴하려고요. 괜찮죠? 어차피 단기 알바나 다름없었는데.”
신화가 무미건조한 말투로 김철근과 소중현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말을 건넸다.
짐꾼의 공대 탈퇴 선언!
안정적인 평생직장이 될 수 있는 공대를 원하는 짐꾼으로서는 절대 할 수 없는 말이었다.
김철근과 함께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있던 소중현이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말을 덧붙였다.
“강신화. 너, 지금까지 힘을 숨기고 있기라도 했던 거냐? 던전을 혼자서 공략하려면 이건 B랭크는 무조건 넘어야 한다고.”
“힘을 숨겼든 숨기지 않았든 간에 이제는 신경 쓰시지 않아도 될 듯한데요? 어쨌든 전 갑니다. 다들 불철주야 고생하십쇼!”
신화가 방긋 웃으며, 힘차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각성은 했지만, 각성자의 세계에서 흙수저나 다름없는 삶을 살았던 전생에 고하는 이별이었다.
이 자리에 달리 감사할 사람이나 신세 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랬다면 이렇게 무미건조한 작별이 되지도 않았겠지.
“야, 강신화! 그러지 말고 우리 공대에 계속 남아 있…….”
“신화야! 그, 그동안 미안했다! 이렇게 우리 두고 가는 거냐? 그러지 말고 우리를 전담 짐꾼으로라도 고용을……!”
뒤에서 소중현과 김철근의 이런저런 헛소리가 들려오긴 했지만, 신화는 깔끔히 무시하고 떠났다.
흙수저의 악순환은 끝내고 싶었다. 누군가에게 무시를 당하는 것이 일상이 되는 삶 말이다.
‘이제 앞으로는 그렇게 살 필요가 없어. 내가 가진 깨달음과 지식은 30년이 걸렸던 과거의 시행착오를 극적으로 줄여 줄 테니까!’
신화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일단 각성자 거래소로 갈 생각이었다.
총 3개.
시장 가치로 무려 총 27억 원에 달하는 최고급 차원석을 판매할 필요가 있어서다.
한데 바로 그때.
뒤를 따라잡는 것조차 두려워하여 망설이던 다른 각성자, 짐꾼들과 달리.
단숨에 신화에게 달려간 윤별이가 그의 어깨를 오른손으로 붙잡았다.
“저기! 잠시만요!”
“예?”
뒤를 돌아본 순간.
타앗!
눈앞에서 갑자기 보인 윤별이의 손을 보고, 신화가 반사적으로 그것을 쳐 냈다.
무의식적인 반응이었다.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이 생기면 즉각 반응하던 전생의 감각이 그대로 발동된 것이다.
“아앗……!”
순간적인 신화의 대응과 함께 오른손에 실린 위력은 엄청났고, 윤별이는 아픈 손을 어루만졌다.
C-랭크인 그녀가 고통을 느낄 만큼, 신화의 완력은 상당했다.
“뭡니까?”
신화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
소중현과 김철근에게 정신이 팔린 탓에 알아보지 못했는데, 현장에 이미 요원이 왔었던 모양이었다.
“아, 죄송합니다. 공격을 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는데, 잡으려는 마음이 급했던 터라…….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윤별이가 즉각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이유야 어찌 되었건 간에 느닷없이 손부터 들이댄 꼴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성격은 차가운 구석이 제법 있기는 했지만, 예의마저 무시한 채 무례하게 굴지는 않았다.
다만 그녀가 놀란 것은 자신의 완력을 찍어 누를 만큼, 신화가 순간적으로 발휘한 힘이었다.
절대 F랭크 각성자의 힘이라고는 볼 수 없는 엄청난 위력이었다.
‘윤별이잖아?’
한편 그녀의 이목구비를 다시금 살핀 신화는 그녀가 누군지를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전생에 만난 적이 있는 인연.
훗날 대재앙을 앞두고 팀을 꾸릴 때, 딱 한 번 마주친 적이 있는 각성자였다.
당시에 SSS랭크였던 그녀.
아쉽지만 그녀는 나인 로드처럼 최상위의 EX랭크가 아니었고, 결국 그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고 대재앙의 전투 도중에 죽었다.
그녀에 대한 기억을 되짚어 보면 이것저것 생각할 것이 많지만.
‘귀찮아.’
지금은 기억을 일일이 떠올리고 곱씹어 보는 것조차 귀찮았다.
회귀한 몸으로 처음 격전을 치른 터라 무엇보다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무슨 일이신가요?”
“도대체 안에서 어떤 일이 생긴 건가요? 내부 폭발이라던가, 아니면 어떤 변화가 있었던 건가요?”
신화의 말에 윤별이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마음 같아서는 신화의 랭크를 측정할 수 있는 감지 장치를 쓰고 싶었지만, 미처 챙겨 오지 않았다.
이런 일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조차 못 해서였다.
“그걸 굳이 꼭 제가 설명해야 할까요? 그런 의무는 없는 것 같은데.”
“그건 아니에요.”
“절차상의 문제가 있거나, 혹은 개별적인 질문이 필요하면 여기로 연락하세요.”
신화가 주머니에서 꺼낸 꼬깃꼬깃한 명함 하나를 건넸다.
[김철근 짐꾼 보급대] [소속 짐꾼 강신화] [010-3498-XXXX]전생에는 나름 애지중지하며 소중하게 여겼던 명함인데, 이제는 과거의 유산이 되어 버렸다.
“저기, 강신화 씨?”
“갑니다. 바쁜 사람 잡지 말고, 던전 상태나 체크해요. DS 감지 장치로 내부의 안정화가 됐는지도 확인해 보시고요. 코어 에너지 수치가 3.0 이하로 나와야 안전이잖아요?”
“……그걸 어떻게?”
너무 자연스럽게 후속 처리와 위험 수치 기준에 대해 말하는 신화의 모습에 윤별이가 고개를 연신 갸웃거렸다.
그러는 사이, 신화는 이미 거침없이 질주하며 신도림역에서 멀어져 가고 있었다.
초고속 퇴근이었다.
그로부터 얼마 후.
내부 상태의 점검을 위해 던전 안으로 들어온 윤별이는 정확히 확인할 수 있었다.
“내부 안정화 완료. 코어 에너지 수치도 2.3……. 진짜야. 강신화 씨가 혼자서 던전을 공략했어.”
좀처럼 놀라지 않는 그녀가 벌린 입을 다물 줄을 몰랐다.
불과 어제까지 F랭크의 짐꾼이었던 한 각성자가 홀로 공략하려면 최소한 B랭크는 넘어야 하는 던전을 정리한 것이다.
빅뉴스(Big News)!
윤별이의 머리를 가득 채운 것은 한시라도 빨리 윗선에 보고를 올려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 * *
“최고급 차원석은 현재 거래가가 10억 원입니다. 아시다시피 특별세 10%를 제하고 나면, 개당 9억 원입니다.”
“좋네요. 차원석 세 개 모두 팔겠습니다.”
“27억 원. 강신화 각성자님의 계좌로 전부 이체해 드릴까요?”
“네.”
“잠시만요. 바로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역세권이면 항상 존재하는 유명한 카페처럼, 각성자 거래소도 서울에서는 역마다 존재했다.
나는 신도림역에서 가장 가까운 신도림 KRX에 들러, 잽싸게 최고급 차원석을 팔아 치웠다.
바로 처리하겠다는 KRX 직원의 말을 듣기가 무섭게.
띠링.
통장 잔고에 돈이 입금됐다.
[대한은행 : 예금주 강신화 님] [현재 잔고 : 2,704,305,252원]“크……. 이거지! 수고하셨습니다. 입금됐네요.”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기껏해야 쉼표 두 개가 붙는 것이 고작이었던 잔고에 드디어 쉼표가 세 개 붙었다.
즉, 십억 단위 이상의 잔고로 탈바꿈을 했다는 뜻이다!
한편으로는 무섭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정말 뿌듯했다.
미래를 꿰뚫어 볼 수 있는 회귀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 회귀한 지 하루 만에 27억 원이라는 엄청난 거금을 손에 넣었다.
“일단은 사는 곳부터 갈아 치우자. 레드 존에서 매번 목숨 걱정을 하면서 사는 것보다야 백번 낫지.”
나는 망설임 없이 첫 번째 목표를 정했다.
안전하기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천국으로 불리는 구역. 바로 화이트 존으로의 이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