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01)
만렙 회귀자입니다만-101화(100/300)
제 101화
“크아아악!”
다급한 나머지 박형산은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내질렀다.
각성자가 된 이후 이렇게 무방비인 상태로 누군가에게 붙잡혀 보기는 처음이었으니까.
하지만 소리를 질러 봤자 상황이 바뀔 리 만무했고, 이윽고 그의 몸은 신화의 손길 아래 속절없이 낙하했다.
우둑!
“크윽!”
허리를 시작으로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척추를 따라 전신으로 퍼져 나갔다.
불행 중 다행으로, 입고 있는 강화 슈트가 제법 비싼 녀석이라 슈트째로 몸이 접히진 않았다.
그러나 일순간 허리에 잔뜩 실린 힘은 고스란히 복부까지 전해졌고, 내장을 진탕 상태로 만들었다.
그 탓에 참을 수 없는 구역감이 치밀어 올라왔다.
“쿨럭!”
그 대가는 작지 않았다.
박형산은 피를 토했다.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역류한 듯한 피가 입을 타고 쏟아져 나왔다.
슈트의 내구성이 반의 반 토막이 난 것은 물론이고, 허리에서 엄청난 통증이 느껴졌다.
“아악!”
허리를 조금만 움직여도 바늘로 찌르고 유리 조각으로 문지르는 듯한 예리한 고통이 느껴졌다.
박형산은 입술을 질끈 깨물고는 어떻게든 참아 내며, 신화를 향해 충격파를 방출했다.
퍼펑! 펑! 펑!
“제법이군.”
박형산은 재빠른 반격으로 신화의 손길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다만 또 한 번의 노림수가 실패한 대가는 컸다.
대굴욕.
방금 전의 모습은 한 조직의 수장이 당하기에는 무척이나 민망한 꼴이었다.
“제길…….”
“폴더폰처럼 접힐 줄 알았는데, 역시 슈트가 좋긴 좋네. 어때, 놀이기구 재밌었어?”
“망할 새X.”
신화의 도발에 욕이 절로 터져 나왔다. 생각하면 할수록 치가 떨리는 굴욕이었다.
한편으로는 두렵고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형산이 알고 있는 신화의 랭크는 기껏해야 B랭크 아래였다.
SS-랭크인 자신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설령 B랭크라고 하더라도 자신과 무려 세 단계나 차이가 나지 않는가?
호각세를 이룬다고 해도 말이 안 되는 판국에 현재 자신은 ‘열세’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이론과 현실이 맞지 않는다.
박형산은 상대인 신화의 실력에 대한 진단을 좀 더 냉정하게 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바로 그때.
파앗!
숨을 고른 신화가 다시금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모습이 보였다.
확실한 반격이 필요했다.
박형산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로 마음먹었고, 첫 번째 반격의 수를 꺼내 들었다.
스윽-.
허공에 맺은 수인.
순간, 신화의 눈빛이 변했다.
시종일관 여유롭던 표정에 나타난 오랜만의 변화였다.
펑! 퍼펑! 펑! 펑!
신화의 몸 여기저기서 크고 작은 폭발이 일어났다.
박형산의 변칙 공격 중 하나인 ‘대기 마력 폭발’이었다.
그는 항상 전투 도중에 마법과 함께 소량의 마력을 방출해 상대의 몸 일부에 묻혀 두곤 했다.
그 마력은 단독으로 발화한다거나 그 자체로 어떤 피해를 입히지는 못하지만.
수인으로 특수한 힘을 불어넣어 격발의 효과를 부여하면, 마력을 매개로 삼아 폭발하게끔 되어 있었다.
“크윽! 윽! 윽!”
이번에는 신화가 당했다.
마력의 이질감을 조기에 감지할 수 있는 신화가 지금껏 그것을 알아채지 못했던 것은 극소량이었기 때문.
그래서 피해가 아주 크지는 않았지만, 순간적으로 몸 곳곳에 상처가 생길 정도는 됐다.
딸깍. 꿀꺽- 꿀꺽-.
박형산은 품속에서 꺼낸 붉은 포션 하나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마약이었다.
그것도 중국의 오성회에서 만든 것으로 유명한 ‘중국산 마약’이자 각성자 전용 마약이었다.
“하아…….”
이윽고 말로 형언할 수 없는 희열감과 함께 반쯤 풀린 박형산의 두 눈에 광기가 감돌았다.
오성각약(五星覺藥).
한번 복용하게 되면 의존성이 강하고, 심장에 큰 무리를 주는 약으로도 유명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시중에는 판매가 금지된 약품이었다.
구매, 판매, 복용 그 어떤 행위도 적발 시 각성자특별법의 적용을 받을 만큼 중죄로 다뤄졌다.
하지만 법의 테두리 바깥을 터전으로 삼고 있는 월광 두목에게는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
특히 오성각약은 오성회의 주수입원 중 하나였고, 암흑가에서의 수요는 항상 높았다.
‘갈 때까지 간 놈이군.’
신화는 아릿한 고통이 느껴지는 상처를 어루만지며, 박형산의 모습을 조심스럽게 살폈다.
지금의 수준으로도 상대하기 충분히 까다로운 녀석이 마약으로 한 단계 파워 업이 된 셈이었다.
‘각성의 딜레마를 노릴 수밖에 없나? 아니, 그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겠지.’
신화는 서둘러 생각을 정리하고, 재차 노림수를 가졌다.
온갖 변수가 난무하는 전장에서 필패라는 말이 존재하지 않듯, 무적이라는 말도 존재하지 않는다.
감각을 초월적으로 개방하기에 생각보다 몸이 훨씬 더 빨리 반응하면서 발생하는 각성의 딜레마.
‘몸으로 때워 볼까?’
두들겨 맞는 데에는 전생에서부터 이미 이골이 난 신화가 뻣뻣해진 관절을 좌우로 털어 내며 방어 자세를 취했다.
일단 공격의 턴이 박형산에게로 넘어갔다. 이유 불문하고 당분간은 샌드백 신세가 되어야 할 듯했다.
* * *
제법 상처를 입었다.
랭크를 몇 단계 뛰어넘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는 나도 나지만.
마약을 거하게 잡수신 박형산의 실력도 당연히 무시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아마 마력의 폐와 간 덕분에 내 마력의 회복력이 타인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지 않았다면.
지금쯤 모든 마력을 소진하고, 그의 공격에 너덜너덜한 걸레가 되어 터져 나가고 있었을 것이다.
5분 내내, 나는 우직하게 선 수비, 후 역습의 형태로 박형산에게 맞섰다.
반응 속도가 빨라진 박형산은 거리 재기가 전보다 더 확실하게 이뤄졌고, 집요하게 나를 괴롭혔다.
여기서 나는 큰 피해를 감수하고 굳이 접근하는 무리수를 두지는 않았다.
대신 단숨에 ‘초월 가속’으로 노릴 수 있는 사정권 안에 조금이라도 들어오면 바로 반격에 나섰다.
다만 딱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꾸드드득.
황석철로부터 제작한 고가의 강화 슈트가 점점 경직되어 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경직.
내구성이 기존의 3할 미만으로 떨어져, 연결부의 가동이 매끄럽지 않을 때 생기는 현상이었다.
‘파악은 끝났어.’
내가 예상했던 대로 오성각약, 그러니까 마약은 박형산에게 강력한 힘을 가져다줬지만.
그런 만큼 쉽게 제어하기 힘든 폭주 상태를 만들었고, 그것은 필연적으로 빈틈을 노출했다.
녀석은 내가 전력을 다해서 반격할 때마다, 생각한 것 이상으로 매우 빠른 예측 대응을 했다.
몸과 머리가 약간의 시간 차를 두고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반응하기에 생기는 현상.
그것은 상대보다 두 수, 세 수를 앞서갈 수 있기에 매우 위력적인 힘을 발휘하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상대가 먼저 세 수를 앞서나갈 수 있음을 알고 있는 내게는 이를 역으로 이용할 수도 있는 ‘변수’가 되었다.
각성의 딜레마.
내가 전생에 마약을 밥 먹듯 하던 오성회 놈들을 상대하면서 실전을 통해 습득한 결과물이다.
너무 빨라서, 정도가 너무 지나쳐서, 통제할 수 없을 만큼 몸이 신속하게 반응하기에.
역설적으로 발생하는 빈틈이었다. 아마 2020년대의 각성자들은 이 딜레마에 대해 잘 모를 것이다.
내 자신의 피와 살점으로 실전에서 대가를 거하게 치르면서 연구를 시작한 것이 2031년이었고, 마무리한 것이 2045년이었으니까.
지금의 각성자들에게 각성제나 마약은 만능이다. 끊을 수 없는 유혹이기도 하고.
‘그렇다면.’
계산은 끝났다.
남은 것은 단숨에, 박형산이 달라진 내 공격을 재학습하기 전에 상황을 끝내는 것뿐.
파앗!
녀석만큼 확실한 노림수를 가진 나의 폭주도 이제 시작됐다.
* * *
‘이게 어떻게 된……?’
세 번.
신화의 반격 이후, 박형산이 그에게 예상치 못하게 허용한 일격의 횟수다.
신화가 대놓고 자신에게 접근하는 것을 확인한 박형산은 아예 찢어발겨 죽일 요량으로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근접전이 까다롭긴 하지만, 마법을 근거리에서 전개하는 것만큼 위력적인 경우도 없기 때문이다.
대각성 상태에 돌입한 자신의 감각은 신화의 움직임 따위는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부조화가 발생했다.
어린아이를 다루듯 아주 쉽게, 증폭된 감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여겼던 신화의 공격에 변수가 생긴 것이다.
극단적으로 패턴을 바꾼 신화는 전혀 예측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마약의 뽕에 한껏 취한 몸은 이미 시동이 걸려 버렸고, 그것은 돌이킬 수 없었다.
그 결과.
퍼억!
쇠망치로 후려치듯, 턱 아래를 통타한 신화의 발차기에 박형산의 앞니 여러 개가 우수수 떨어져 나갔고.
콰앙!
연계해서 붙잡힌 박형산의 몸은 차가운 시멘트 바닥 위로 몇 번이나 내려 꽂혔다.
퍼퍼펑!
심지어 반격을 위해 마법을 쓰려다가 방출 직전의 단계에서 신화에게 차단을 당하기도 했다.
그 바람에 충격파가 제자리에서 터져 버려 자폭(自爆)이라고 해도 무방할 대참사까지 일어났다.
30초.
극단적으로 유리하다고 여겼던 자신의 상황이 정반대로 반전되기까지 걸린 시간이었다.
실수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아니, 설령 실수했다고 해도 그것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는 보지 않았다.
신화가 실력 있는 각성자인 것은 맞지만, 실수 한 번을 카운터펀치로 바꿀 수 있을 리 없다고 여긴 것이다.
하지만 완벽하게 틀렸다.
신화를 노린 자신의 공격이 빗나간 순간부터 매섭게 시작된 반격의 30초.
그것은 지금까지 살아온 수십 년의 삶보다 더 길게 느껴질 정도였고, 인생 최악의 좌절보다도 더 시궁창 같았다.
지옥을 경험했고.
악마를 보았다.
뒤를 생각하지 않는 신화의 맹공에 박형산은 순식간에 휴지 조각처럼 너덜너덜해졌다.
다음 수, 다음 안배를 내다볼 여유조차 자신에게 허락해 주지 않았다.
무표정한 얼굴로 마치 몸 전체를 ‘분쇄’하려는 것처럼 무섭게 몰아치는 신화의 모습은 야차 같았다.
박형산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꼈다.
그것은 자신의 레퍼토리를 하나부터 열까지 신처럼 모두 꿰뚫어 보고 있는 신화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어떻게, 자신보다 한참 낮은 랭크의 각성자가 자신의 수를 예측할 수 있는 걸까?
심지어 각성으로 극대화된 감각을 역으로 이용하는 설계까지 했고, 여기에 완벽하게 당했다.
‘빌어먹을…….’
치욕적이고 굴욕적이었다.
하지만 마냥 한탄하기에는 아직 쓸 만한 한 수가 더 남아 있었다.
‘마력 대폭발.’
그것은 박형산이 인생 최대의 위기가 왔을 때 사용하려고 했던 비장의 한 수이자 필살기였다.
흔히들 ‘동귀어진’이라고 부르는 사생결단의 수이기도 했다.
꾸욱.
그 순간, 박형산이 슈트 뒤쪽에 위치한 버튼 하나를 눌렀다.
방어 강화 옵션.
차원석의 힘을 모두 소진해 약 10초간 강화 슈트의 방어력을 최대치까지 끌어올리는 장치였다.
‘징그러운 새X.’
박형산이 기어이 꺼내 들고 만 최후의 수를 확인한 신화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이렇게 된 이상, 일전에 카타벨라에게서 얻은 ‘즉사의 일격’ 능력을 활용할 수밖에 없을 듯했다.
일격필살!
마침내 승부수를 던질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