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02)
만렙 회귀자입니다만-102화(101/300)
제 102화
얼마 후.
꾸우우웅!
“아…….”
마력 대폭발로 신화를 완전히 산산조각 내고, 위기에서 탈출하려고 했던 박형산은.
가슴에서부터 배꼽 아래까지 시원하게 구멍이 나 버린 자신의 몸을 망연자실하게 바라보았다.
상황은 순식간에 벌어졌다.
마력 대폭발을 일으키기까지 필요한 시간은 길어야 1초.
그사이에 엄청난 양의 마력이 주변에서부터 회오리치며, 신화를 중심으로 거세게 파고들었다.
종착지가 신화였기 때문에 마력에 휘말릴 신화의 곁에서 폭발의 ‘단초’만 제공하면 됐다.
다급해 보이는 신화가 자신에게 주먹을 내뻗기는 했지만, 애초에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
이미 강화 슈트에 부착된 차원석의 힘을 써서, 최대 방어 상태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러면 10초 후에 모든 기능을 상실한 폐기물 신세가 되겠지만, 그래도 그때까지는 평소 5배에 달하는 방어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무시했다.
아무리 위력적인 신화의 일격이라고 해도, 순간 방어력이 SSS-랭크의 공격도 버텨 낼 수 있는 상태인 슈트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추측이나 예상이 아닌 확신이었다. 슈트 제작 업체에서 수천 번을 실험한 결괏값이기도 했고.
그런데 그 확신이 무너졌다.
“X발…….”
입에서 절로 터져 나온 것은 욕이었다.
“하악, 하악, 하악.”
털썩!
이윽고 신화가 가쁜 숨을 토해 내며 자리에 쓰러졌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조차 없을 정도로 순식간에 찾아온 탈진이었다.
카타벨라에게서 획득한 즉사의 일격이 말하는 탈진 상태가 어느 정도일까 생각했는데.
정말 숨이 넘어가기 일보 직전의 딱 그 상태였다.
어린아이가 옆에 와서 칼로 푹 찔러도 당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은 상태였다.
게다가 급격한 체력 손실이 문제가 됐는지, 일시적으로 마력 회복 속도도 매우 더뎌졌다.
“내가 어떻게…….”
“하아, 하악. 필살기는 너만 있는 게 아니거든, 멍청아.”
“슈트…… 슈…….”
“후우, 미안하지만 내 필살기는 방어력과 역장도 무시할 수 있거든. 신상 필살기인데 몰랐지?”
“끄억…….”
주르르륵.
피를 토해 낼 힘조차 없어 겨우 입만 힘겹게 벌린 박형산이 붉은 피를 쏟아 냈다.
쿠웅!
이내 그는 무릎을 꿇었다.
손가락 하나 까딱일 힘조차 없기에 땅을 짚고 설 힘도 없었다.
“일대일 승부를 한 덕분에 나도 필살기를 쓸 수 있었네. 그게 아니었으면 계산이 복잡해졌을 거야.”
“이럴 순 없다…….”
“뭐가 이럴 수 없는데?”
“내가 너에게 말도 안 되는 수모와 치욕을 겪고, 이렇게 질 수는…….”
숨을 헐떡이는 박형산의 상태는 빠르게 저승 문턱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겨우 몸을 가누고 일어선 신화가 비틀거리는 박형산에게로 걸어왔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올렸다.
“봐.”
“……?”
“고개 들라고. 강자에게 패배하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니까. 주눅 들 것도, 치욕스러워할 것도 없어.”
“이 새X…….”
“조금만 더 장기전으로 갔으면 솔직히 내뺄 생각을 할 뻔했는데. 빠르게 승부를 내 줘서 고맙다, 야.”
“강신화, 이, 이……!”
푸화아악!
신화의 말에 화가 오를 대로 오른 박형산이 입으로 피분수를 만들어 내며 그대로 나자빠졌다.
쿠웅!
차가운 바닥과 충돌한 박형산의 두개골에서 둔탁한 소리가 났고.
“…….”
차마 감지 못하고 부릅뜬 두 눈으로 생을 마감한 박형산의 심장 박동이 멈췄다. 죽은 것이다.
“어휴.”
신화는 다시 그 자리에 엉덩방아를 찧으며 앉았다. 확실히 즉사의 일격의 후폭풍은 컸다.
일시적으로 오는 회복 페널티까지 감안하면, 정말 신중하게 사용해야 할 듯싶었다.
어쨌든 이렇게 월광의 1, 2인자를 차례대로 처리했다.
박형산 1000억 원, 제일건 500억 원. 둘만 묶어도 현금 1500억 원에 해당하는 현상금 파티였다.
그뿐만 아니라.
제일건이 사용하는 특수 마력탄총인 MZ-20과 박형산의 블링크 아티팩트까지 손에 넣었다.
MZ-20은 던전 생성 아티팩트가 아니기 때문에 별도의 옵션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박형산의 블링크 아티팩트는 옵션 확인이 가능했다.
[블링크 링(Blink Ring)] [판정 등급 : A] [100m 내의 거리를 직선 이동할 수 있는 공간 활용 아티팩트입니다.사용자의 마력을 소모하지 않고 아티팩트 자체에 자연 충전된 마력을 사용해 공간을 이동합니다.
타인이 사용자에게 접촉할 경우, 그들까지 함께 이동하는 것이 가능하며 마력이 이에 비례해서 소진됩니다.
블링크의 연속 활용은 2분 내에 최대 10회까지 가능하며, 2분 내에 10회를 초과할 경우 10분간 딜레이 타임을 가집니다.]
“좋네.”
절로 흡족한 미소가 지어졌다.
사용하면 즉각적인 공간 이동이 가능하기에 이동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포물선을 그리게 되는 도약보다 훨씬 나았다.
‘게다가 내가 구현할 수 있는 마력 방출 능력 정도면 마력의 자연 충전을 기다릴 필요도 없지.’
더 큰 특이점은 이것이었다.
수치화했을 때, 1에서 20 사이를 오가는 일반 각성자의 방출력으로는 강제 충전이 불가능하다.
즉, 아티팩트 고유의 자체 저항을 뚫고 그 안에 마력을 충전해 줄 수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최소치로 잡아도 무려 100에 달하는 신화의 방출력으로는 언제든 마력 충전이 가능했다.
즉, 마력이 문제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120초 안에 10번을 넘게 활용하는 연속 사용만이 유일한 문제일 뿐이다.
‘마력탄총이야 내 전문 분야가 아니니 훈련이 좀 필요하겠지만, 블링크 링의 획득은 그야말로 기동성에 날개를 달아 주는 격이네.’
박형산과 제일건을 제거하고 얻은 아티팩트만으로도 전투 방식이 훨씬 더 다양해졌다.
마력탄총은 나중에 따로 용처를 찾을 생각이었다.
신화가 팀의 후보로 생각하는 인재들 중에는 ‘거너(Gunner)’라고 불리는 각성자도 있으니까.
‘너무 자축하진 말자.’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남들이 들으면 기절초풍할 소식이 될 만큼 월광의 두목, 부두목을 혼자 힘으로 처치하기는 했지만.
그래 봤자 대한민국의 범죄 조직 서열로 따지면, 7위에 해당하는 곳을 처리했을 뿐이었다.
“딱히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어쩌다 보니 슈퍼 히어로가 된 상황이네. 흑과 백, 명과 암, 치우칠 것 없이 중간이 딱 좋은데.”
신화가 뒷머리를 긁적였다.
사실 놈들의 현상금과 아티팩트에 마음이 동해 움직였지만, 결과적으로 정의 구현을 한 셈이 됐다.
“기왕 이리된 거 내친김에 대전 지부장까지 구해 볼까. 지금도 이미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데, 대전 지부장까지 구하면…….”
그 이후 자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별도의 인터뷰나 취재 요청을 받게 되면, 신화는 직접 나서서 자신의 제작품을 홍보할 생각이었다.
현재 WSA에만 비밀리에 공급 중인 강화 포션과 3월 초부터 제작할 식별 안경에 대해서 말이다.
어설픈 기사나 알음알음 소문을 내는 것보다야 효과가 백배, 천배 확실할 것이다.
“어디 보자…….”
신화가 손가락을 튕겨 박형산과 제일건의 시체를 아공간에 보관하며 주변을 살폈다.
예상이 맞는다면 대전 지부 지부장인 한승택은 제7 블랙 타워의 지하에 갇혀 있을 터.
박형산이 나타나기 전까지 지키고 있었던 위치가 딱 그쯤이었기 때문이다.
북대전 블랙존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 중심부에 위치한 곳이라 더욱 그럴 가능성이 컸다.
다만 잡힌 인질이 한승택 하나만이 아닐 수도 있는 만큼, 인력이 좀 더 필요할 듯했다.
그렇다면 북동쪽 루트를 통해서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을 양화 길드의 간부들이 제격이었다.
생면부지의 KSA 요원과 호흡을 맞추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그렇다면.”
일단 제7 블랙 타워로 가기에 앞서, 길을 뚫어 줄 필요가 있었다.
아무리 일당백을 하는 신화라고 해도, 블랙 존에 있는 모든 놈을 상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바쁘네, 바빠.”
결심을 굳힌 신화가 바로 블링크 링에 손을 갖다 댔다.
그리고.
파팟-! 팟-! 파팟-!
‘와, 완전 초고속이잖아!’
단순 도약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빠른 공간 이동에 신화는 그만 혀를 내둘렀다.
명불허전의 아티팩트.
그동안 박형산이 이 아티팩트로 얼마나 꿀을 빨면서 편리하게 살았을지 능히 짐작이 갔다.
* * *
“신화 씨는 분명히 여기에 와 본 적도 없을 텐데, 어떻게 이렇게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걸까요?”
“동료인 줄 알았던 그가 알고 보니 사실은 거대 범죄 조직의 흑막이었다, 이런 거 아니야?”
“태호 오빠, 아무리 농담이라도 그것은 좀……. 신화 씨처럼 정의로운 사람이 어떻게 흑막이에요?”
“미안하다.”
순탄하게 흘러가는 상황에 진보미는 연신 감탄하고 있었다.
그녀뿐만이 아니라 함께 온 양화 길드의 간부와 길드원들 모두가 같은 생각이었다.
신화가 미리 알려 준 포인트마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적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특히 예상하지 못했던 저격 포인트에 똬리를 틀고 있던 각성자들이 꽤 많았다.
물론 급하게 훈련을 받았는지, 실력 자체는 조악했다.
하지만 놈들이 쓰는 보급형 마력탄총도 위력이 상당하기에 무시하고 이동할 수는 없었다.
-북서쪽 창고에 숨어 있던 월광 조직원들을 전부 생포했습니다. 마스터의 예측이 맞았습니다.
그때, KSA로부터 무전 연락이 왔다. 양화 길드에서 보유하고 있는 블랙 존 전용 단거리 무전 장치였다.
통신 반경은 100m 이내로 제한적이지만, 열악한 이곳의 상황을 생각하면 충분히 우수한 장비였다.
그러자 무전기를 붙잡고 바로 답을 이어 갔다.
“제 예측이 아니라 소속 길드원인 강신화 씨의 예측이에요. 팀장님, 지금 저희 이동 매뉴얼은 전부 신화 씨가 짜 준 겁니다.”
공과 사의 구분이 확실한 서예희는 신화의 공을 아주 조금도 가로채지 않았다.
허풍 떨지 않고, 남이 한 일에 숟가락을 얹지 않는 것.
그것은 오래전부터 일관되게 지켜온 서예희의 대쪽 같은 성격이기도 했다.
-강신화 씨가 말입니까? 어떻게 이렇게 내부 정보나 포인트를 잘 알고 있는 겁니까?
“저희도 그게 의문이에요. 하지만 결과가 좋잖아요? 굳이 이유를 따지진 않고 있어요.”
-저희는 양화 길드의 자체 정보력이 우수해서 그런 것이라 생각했습니다만……. 아니었군요.
“감사 인사를 하려면 나중에 신화 씨에게 하세요. 신화 씨의 피드백이 없었다면, 지금보다 1km는 훨씬 더 뒤에서 이동하고 있었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 진입 루트를 확보한 뒤에 연락드리겠습니다.
KSA와 양화 길드의 공조는 체계적이면서도 조직적이었다.
그것은 오랜 시간 양 조직을 끈끈하게 이어 온 유대 의식이자 파트너십 때문이었다.
한데 바로 그때.
“끄아아아……!”
“으아아!”
쥐 죽은 듯이 고요하기 짝이 없던 주변이 갑자기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시작은 누군가의 비명이었다.
두 명의 비명이 제법 먼 곳에서 들렸지만, 마치 볼륨을 높이듯이 순식간에 가까워졌다.
그리고.
쿠웅! 쿠웅!
제동 없이 추락한 월광 소속의 각성자들이 속절없이 지면에 부딪히며, 현장에서 즉사해 버렸다.
“……신화 씨?”
각성자들이 날아온 경로를 유추하던 진보미와 모두의 시선에 한 남자의 실루엣이 드러났다.
8층 빌딩 위의 난간에 선 채.
여유롭게 막대 사탕을 입에 물고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한 사람.
“언제까지 그렇게 신중하게 전진할 겁니까? 속도 좀 냅시다! 가는 길은 이미 다 정리해 놨으니까!”
바로 신화였다.
다음 순간.
휘이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어디선가 날아온 강풍이 모래 먼지를 쭉 밀어냈다.
그리고 아주 잠시나마 탁 트인 시야를 통해 쭉 펼쳐진 중앙의 대로 위에는.
“저게 뭐야…….”
월광과 흑십자단 조직원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모두 죽거나, 혹은 아예 움직일 수 없을 만큼 몸이 처참하게 ‘박살’이 나 버린 압살의 현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