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04)
만렙 회귀자입니다만-104화(103/300)
제 104화
얼마 후.
“이 정도면 참 쉽죠?”
“신화 씨가 길을 뚫어 놨다고 해서 예상은 했지만 완전 무주공산이네요.”
“아무래도 KSA가 다양한 루트를 이용해서 밀고 들어오고, 길드에도 지원을 요청해서 그런 듯합니다. 많이들 도망갔네요.”
“성명을 발표할 때만 해도 월광이나 흑십자단이나 여기에 뼈를 묻을 기세였는데, 아니었나 봐요.”
“거점이 하나만 있는 게 아니잖습니까. 블랙 존이 그래서 무서운 거죠. 전국에 있으니까.”
“언제쯤 전국, 아니 전 세계에 있는 수많은 블랙 존을 예전의 상태로 정화할 수 있을까요?”
“글쎄요.”
진보미의 말에 신화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알면서 모르는 체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몰라서다.
확실한 것은 신화가 회귀를 할 무렵이었던 2052년에도 분명히 블랙 존은 존재했다.
블랙 존이 사라지는 경우는 지금까지 딱 한 가지 경우밖에 없었다.
그 안에서 아웃브레이크가 일어나 차원 에너지에 의해 강제적으로 방해 요소가 걷히는 경우다.
대표적인 것이 신화가 현재 일찌감치 주변 땅을 모두 사 둔 지제역의 ‘즉사의 안개’ 지대 근처 블랙 존이었다.
2020년 3월 1일.
삼일절 101주년이 되는 날, 지제역은 과거 10년과는 전혀 다른 곳으로 탈바꿈할 것이다.
블랙 존으로 지정된 즉사의 안개 지대는 흔적도 없이 사라질 테고, 일주일 안에 이곳도 주변과 같이 레드 존 지정이 될 것이다.
신화는 우선 건물 아래를 다시 한번 쓱 훑었다.
제7 블랙 타워의 내부에서 외곽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만약에 인질들을 데리고 내뺄 것을 대비해서 정훈과 윤태호를 미리 배치해 둔 상태였다.
단거리 무전 장치도 미리 챙겨 왔으니, 거리가 닿는다면 돌발 상황의 전달도 즉각 가능할 터였다.
“빠르게 훑으면서 내려가죠. 엘리베이터는 어떤 형태로든 위험하니까 비상계단이 좋겠습니다.”
신화의 말에 서예희와 진보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 이런 오더는 마스터인 서예희가 하는 것이 맞지만, 그녀는 리딩을 신화에게 맡겼다.
자신이 길드 내에서의 상급자라는 점을 제외하면, 여기서 신화보다 앞서는 것이 하나도 없어서였다.
서예희는 효율과 실속을 중시하는 사람이었고, 그래서 망설임 없이 신화에게 모든 것을 맡겼던 것이다.
바로 그때.
끼이이.
아직 신화 일행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했는지 한 무리의 월광 조직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마다 조심스럽게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것으로 봐서는 도망칠 루트를 찾는 듯했다.
다음 순간.
신화가 수신호를 통해서 공격을 알렸고, 그러자마자 바로 자리를 박차며 돌진했다.
솨악! 쇄액! 솨아아악!
“끄윽!”
“으윽!”
출발, 공격, 종료.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이 단 1초도 되지 않아서 끝나 버렸다.
그저 날카롭게 예기를 담은 오른손을 휘둘렀을 뿐이고, 적들은 속절없이 목숨을 잃었다.
“…….”
서예희, 진보미는 숨을 죽였다.
물론 그녀들 선에서도 얼마든지 제압이 가능한 E랭크 이하의 각성자들로 보이긴 했다.
하지만 신화만큼 신속하게 그들을 처치할 자신은 없었던 것이다.
수가 여덟에 달하는 ‘무리’였으나 신화에게는 오히려 수월한 타깃인 듯 보였다.
“갑시다.”
“네, 그러죠.”
신화가 쓰러진 조직원들을 무심히 쳐다보며, 빠르게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얼른 도망쳐야 해! 망할 흑십자단 놈들! 애초에 도와준다는 말도 다 거짓말이었어! 흐윽!”
이미 비상계단 쪽은 황급히 건물을 버리고 도망치는 월광 조직원들로 가득했다.
‘주천호가 월광 조직 전체를 이용한 모양이군.’
그들의 말로 현재 돌아가는 상황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의 각성자 길드가 서로 합병을 하거나, 몰래 내분을 획책하여 일부를 흡수하듯.
범죄 조직들 사이에서도 이런 흡수와 합병의 흐름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그래서 더 무서웠다.
이미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범죄 조직으로 알려져 있는 리벤저스(Revengers)가 그런 조직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세와 규모가 압도적으로 크기로 유명한 중국 3대 적폐보다도 훨씬 더 규모가 컸다.
“바로 따라붙어서 내려와요. 이놈들과 함께 묻어서 정리하면서 내려갈 겁니다.”
“알겠어요.”
신화는 두 사람에게 당부하기 무섭게 바로 계단 난간을 질주하며 내려가기 시작했다.
계단을 한 번 걷어찰 때마다 신화의 몸이 한 층을 성큼성큼 내려갔다.
“웬……. 끄헉!”
갑자기 후방에서 나타난 신화의 모습에 당황한 조직원은 말을 제대로 하기도 전에 얼굴뼈가 박살 났다.
그들은 각성자로서 그래도 어디 가도 명함을 내밀 수 있을 만큼 D, E랭크의 실력자들이었지만.
애석하게도 신화의 앞에서는 한 끼, 아니 한입 거리밖에 되지 않았다.
정말 무방비 상태에서 신화의 펀치에 얼굴 측면을 맞은 경우에는 목이 두 바퀴는 돌아간 채로 죽기도 했다.
얼굴뼈가 함몰되거나.
목이 한참 돌아가거나.
아니면 턱뼈 아래부터 완전하게 박살이 나서 코 아래가 너덜거리는 참사가 벌어지거나.
저마다 참신한(?) 형태로 최후를 맞이하거나 쇼크 상태에 빠졌다.
그렇게 여기저기 널브러진 잔당들은 서예희와 진보미의 연계에 모조리 처단됐다.
크르릉! 크릉!
서예희는 마력을 이용해 소환한 소환수 늑대를 이용해서 거침없이 놈들을 물어뜯었고.
“화식, 열화.”
“크아아아악!”
진보미는 그들을 열화의 불길로 남김없이 불태워 버렸다.
월광은 애꿎은 민간인을 상대로도 테러와 살인을 수시로 자행했던 단체.
악으로 얼룩진 자들을 처단함에 있어서 망설임은 없었다.
“음…….”
신화는 계속 아래로 내려가면서 ‘잔챙이’들만 나오는 것을 확인하고는 돌아가는 상황에 대한 판단을 끝냈다.
초반에 박형산과 제일건을 만났을 때를 제외하고, 단 한 번도 간부급 실력자가 나서지 않을 것을 보면.
이미 주요 세력은 북대전 블랙 존을 버리고 빠져나간 듯했다.
누가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는 신화의 손에 죽은 것이 누군지를 확인하면 추리가 쉬웠다.
‘무조건 주천호지.’
인과관계에 대한 추론이 어느 정도 끝나니, 차라리 발걸음은 가벼워졌다.
우직하게 지하로 쭉 내려가면 될 듯했다. 거기에 분명 인질이 있을 것이다.
* * *
2분 후.
“젠장! 젠장!”
“못 열게 막아! 막으라고!”
미처 지하실을 빠져나가지 못한 월광의 조직원 김영완과 박호용이 전력을 다해 문을 밀고 있었다.
돌아가는 상황을 제때 파악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적이 도착한 모양이었다.
누군가 밖에서 죽어 가면서 소리친 바에 따르면, 철문 밖에 있는 인물은 강신화였다.
“크으으으!”
“이렇게 시간을 번다고 우리가 살 수 있을까?”
“인마, 보스가 있잖아! 여기 인질이 있으니 당연히 우릴 구해 주러 오실 거라고!”
김영완이 소리쳤다.
그들은 아직 박형산의 죽음을 모르고 있었다.
블랙 존의 특징이 전략적인 장점도 있지만, 그런 반면에 정보 전달 부분에선 치명적 단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비키지 않으면 죽는다.”
그때, 철문 너머에서 싸늘한 신화의 목소리가 들렸다.
순간 김영완과 박호용이 당황한 듯 숨을 죽였다가, 이내 김영완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X 까! 안 비켜도 죽…….”
안타깝게도 김영완의 말은 미처 끝을 맺지 못했다.
쿠웅!
신화의 힘에 의해 반대쪽부터 무너진 철문이 순식간에 두 사람을 깔아뭉갰기 때문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
그렇게 단단하고도 튼튼해 보였던 철문에 가속이 잔뜩 실리며 앞으로 무너지자.
“…….”
김영완과 박호용은 비명을 지를 틈도 없이 그대로 철문에 깔려 압사해 버렸다.
최후를 맞이하는 방식이야 여러 가지가 있다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처참한 최후였다.
“죽는다고 했잖아.”
신화가 전신에서 피어오르는 열기를 흔들어 털어 내며, 철문 아래 깔려 있을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물론 요단강 익스프레스를 타고 떠난 그들은 아무런 답이 없었다.
단지 깔린 문틈 사이로 흘러나오는 선혈이 상황을 미루어 짐작하게 할 뿐이었다.
“잘 찾아왔네.”
신화가 정면에 보이는 삼중 구조의 철문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얇은 철문과는 차원이 다른 인질 수감용 철문임이 확실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신화가 오기 전에 다들 전력으로 내뺀 흔적이 가득했다.
얼마나 황급히 도망쳤으면, 자신의 주무기인 아티팩트까지 떨어뜨리고 간 경우도 보였다.
“여차하면 내가 써야겠군.”
신화가 아티팩트를 주웠다.
단검이었다.
[켈디아 단검] [판정 등급 : E] [지구에 존재하지 않는 광석인 ‘켈디아’로 제작된 단검입니다.]달리 특별한 옵션은 없었다.
‘위급 상황에 호신용으로 가볍게 쓸 만은 하겠네.’
신화는 무심히 아공간 속으로 단검을 던져 넣었다.
자신이 써도 되고, 여차하면 윤별이에게 예비품으로 줘도 되겠지 싶었다.
“이런, 하필이면 저기에 인질이 갇혀 있을 줄이야.”
“신화 씨, 저 철문…… 보안 등급으로만 봐도 최소 SS랭크는 되는 철문이에요.”
“알고 있습니다.”
뒤이어 도착한 서예희와 진보미가 정면에서 자신들을 반기는 철문을 보며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특히 보안 시공이나 장치에 관심이 많은 진보미는 더 빠르게 본질을 꿰뚫어 보았다.
“암호를 모르면 열 수 없어요. 강제로 내부 개폐 장치를 무력화할 특수 장치가 필요해요.”
한데 바로 그때.
애앵- 애앵- 애앵-.
경보음이 울렸다.
동시에 치이익, 하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의 근원지는 다름 아닌 철문 안쪽이었다.
“밖에! 밖에 누구 없습니까?”
쾅쾅쾅! 쾅!
이윽고 안에서 다급하게 외부의 누군가를 찾는 소리가 들렸다.
신화가 물었다.
“안에 계신 분, 누굽니까?”
“KSA 대전 지부 지부장 한승택입니다!”
번지수는 잘 짚었다.
문제는 내부 상황.
“지금 이 소리, 무슨 소리죠?”
“내측 상단부로 계속 공기가 빨려 들어가고 있어요. 밀폐된 공간이라 아무래도…….”
“질식 유도인가.”
신화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아무 생각 없이 급하게 내버려 두고 간 건가 싶었는데, 그게 아니라 내뺀 뒤에 한승택을 죽일 속셈이었던 모양이었다.
“어떻게, 어떻게 해야 하죠?”
“밖으로 도망친 놈들을 잡아 올게요! 비밀번호를 풀지 못하면 지부장님이 위험해질 거예요!”
좀처럼 당황하지 않는 서예희와 진보미가 갈팡질팡하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타임 어택이 걸린 상황이라 마음이 앞서는 탓이었다.
“소용없어요. 이런 시설의 비밀번호는 전담 책임자만 알고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신화가 차분하게 말했다.
“……저는 괜찮습니다! 괜히 밖에 계신 분들까지 위험해지기 전에 어서 이곳을 빠져나가십시오!”
말없이 철문을 차갑게 응시하고 있는 신화와 달리, 진보미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다 저의 불찰입니다. 늦기 전에 어서 나가십시오!”
그때.
“두 사람, 모두 뒤로 비켜요.”
신화가 손짓으로 두 사람을 물러서게 했다.
‘길어야 3분.’
안에 있는 배기 장치가 어떤 구조인지는 알 수 없지만, 숨을 참는 것까지 고려해 남은 시간을 3분으로 봤다.
하지만 3분 안에 누가 갖고 있는지도 모를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
서예희가 물었다.
“어떻게 하려고요?”
그러자 매끈하기 그지없던 신화의 강화 슈트 전체가 근육의 결을 따라 울퉁불퉁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신화가 삼중 구조의 철문을 응시하며 간결하게 대답했다.
“열어야죠. 굳게 닫힌 문을.”
“번호가 없잖아요? 강제 개폐 장치도 없는 걸요?”
“확실한 열쇠가 있잖아요. 살아 있는 열쇠가.”
신화가 엄지 끝으로 자신을 가리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