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08)
만렙 회귀자입니다만-108화(107/300)
제 108화
어떻게든 거리를 좁히려는 자.
어떻게든 거리를 벌리려는 자.
서로 성향이 다른 두 사람의 치열한 눈치싸움이 시작됐다.
신화는 박형산에게 얻은 블링크 링을 적극 활용해서 순간적인 이동으로 그와의 거리를 좁혔다.
하지만 애초에 이것이 박형산의 아티팩트였던 탓인지 주천호는 이동 완료 위치를 바로바로 예측하는 모습이었다.
신화는 사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완벽히 숙지하지 못했지만, 이동을 시작하는 시점에 이미 도착지를 파악할 수 있는 듯 보였다.
때문에 블링크 링을 써서 거리를 좁히려다가 오히려 몇 차례나 역습을 허용하곤 했다.
강철 강화를 이용해 몸을 제법 보호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슴팍에 화살을 정통으로 맞아 뒤로 나가떨어졌을 정도였다.
‘날로 먹는 건 안 된다 이건가?’
신화는 영 쉽지 않은 거리 좁히기에 뒷머리를 긁적였다.
주천호는 역시 주천호였다.
앞서 자신의 손에 목숨을 잃은 박형산이나 제일건과는 실력 면에서 차원이 달랐다.
무엇보다 신중한 그의 성격답게 방심하지 않았다. 게다가 움직임에는 군더더기가 없었다.
하지만 신화는 그럴수록 더 적극적으로 주천호에게 달려들었다.
그는 신중했지만, 나쁘게 말하면 지나치게 수동적이었다.
주천호는 빈틈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하기 때문인지 적극적으로 공격을 하지는 않는 모습이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개싸움이 낫다고 생각했다. 치고받는 난타전으로 간다면, 아무리 눈치 싸움을 하더라도 방어적인 전투는 힘들 테니까.
적당히 내줄 것은 내주는 전투.
콘셉트를 확실하게 정리한 신화가 두 다리에 마력을 최대한 불어넣으며, 용수철처럼 튕겨 나갔다.
파앗!
아니나 다를까, 신화가 접근해 오는 모습을 본 주천호는 다른 건물 쪽으로 도약하며 또다시 거리를 벌렸다.
이번은 이미 예상 가능했던 움직임.
신화가 바로 아공간에서 소환한 윌슨을 그쪽 방향으로 던졌다.
아직 꺼내지 않았던 나름의 비밀 병기를 선보인 것이다.
콰아앙!
신화의 마력 방출에 시너지를 낸 윌슨이 파공음을 내며, 주천호를 향해 날아갔다.
그때.
주천호는 갑자기 날아드는 정체불명의 공에 당황하며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신화를 근접 공격 계열의 각성자라고만 여겼기에 이런 원거리 공격 수단은 예상 밖이어서다.
대외적으로 윌슨의 사용 여부에 대해 떠벌리고 다닌 적 없는 신화의 신중함이 낳은 결과이기도 했다.
‘제길!’
허를 찔렸다.
활시위를 당기려던 주천호는 잽싸게 대응을 바꿔 양팔을 교차시키며 육체를 강화했다.
꾸드드득.
순식간에 피부가 전체적으로 단단해지며 석화에 가까운 형태로 변했다.
쾅!
“크윽!”
주천호는 예상했던 것보다 타격의 피해가 크다고 느꼈다.
단순히 쇠공을 던진 개념이 아니라 마력의 방출력을 함께 실어 파괴력을 높인 느낌이었다.
이때 바로 신화가 거리를 좁혀 왔다.
이미 윌슨을 던질 때, 주천호의 표정을 보고 다음의 상황을 예측한 신화의 한 수였다.
적의 세세한 표정 변화, 움찔거리는 움직임. 전투 외의 요소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신화의 노련함이 잡아 낸 빈틈이었다.
아예 기계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면, EX랭크의 각성자라고 해도 숨길 수 없는 감정의 동요.
그것은 전생에 신화가 나인 로드라는 걸출한 동료들과 함께하면서 알게 된 것이었다.
EX랭크의 각성자도 100% 완벽하지는 않았다.
하물며 그 아래의 SS랭크인 주천호가 아닌가?
각성자들 사이에서는 그는 무적의 궁수로 통하지만, 신화는 그런 타이틀에 절대 주눅 들지 않았다.
“잡았다.”
“제길.”
푸욱!
“크억!”
검의 형태로 변화시킨 신화의 오른팔이 날카롭게 주천호의 복부를 찔렀다.
하지만 그때, 신화의 표정에 물음표가 찍혔다.
“……?”
검날이 들어가다가 말았다.
깊이로 따지면 약 2cm 정도?
치명상을 입힐 작정으로 깊숙이 파고든 것이었지만, 예상보다 들어간 깊이가 얕았다.
예측이 틀렸다.
푸욱!
“크악!”
오히려 신화가 역습을 당했다.
노림수가 완벽하게 먹혀들지 않아 신화가 당황한 나머지 멈칫하는 사이, 주천호가 신화의 팔뚝에 화살을 꽂아 넣은 것이다.
활시위를 당겨 날리는 화살보다 위력은 약했지만, 즉시 공격이 가능했기에 신화도 허를 찔리고 말았다.
분명 강화 슈트를 착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슈트를 찢고 들어올 정도의 화살.
혹시나 해서 보니, 평범한 화살촉이 아니라 특수 광물인 스텔라드로 만들어진 화살촉이었다.
던전에서만 구할 수 있는 특수 광물.
철보다 훨씬 우수하기로 유명한 ‘켈디아’보다도 세 배 이상 강도가 높은 광물이었다.
스텔라드에 대응하려면 지금보다 더 비싸고 내구성이 높은 슈트를 제작해야 한다. 최소 100억 원 가치를 하는 슈트로.
꽈악!
신화는 당황하지 않고 바로 주천호의 오른손을 붙잡았다.
자신의 팔뚝에 화살을 꽂기 위해 나름의 턴을 소비했으니, 이제는 돌려줄 차례였다.
꾸우욱!
주천호는 꿋꿋하게 신화의 팔뚝에 꽂아 넣은 화살촉을 힘껏 밀어 넣었다.
그러나 신화는 아주 얕은 신음 하나 흘리지 않고, 폭발적인 힘을 실어 오른쪽 다리를 위로 뻗었다.
빠악!
“커헉……!”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공격에는 공격으로 대응한 신화의 매서운 발길질이 주천호의 턱 아래를 강타했다.
고통에 흔들릴 줄 알았던 신화의 반격에 주천호는 걸쭉한 침을 토하며 비틀거렸다.
그 상태로 신화가 바로 윌슨을 던졌다.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서 던진 윌슨이라 서로 충격에 휘말릴 수 있는 위치였다.
그래도 망설이지 않았다.
뻐어어억!
“끅……!”
주천호의 복부를 윌슨이 강타했다. 배꼽 중심을 정확하게 통타한 위력의 일격이었다.
하지만.
맷집 하나만큼은 누구보다 자신 있는 주천호도 즉시 신화에게 반격을 가했다.
푸욱!
“크악!”
또다시 신화의 팔뚝에 화살이 박혔다.
심지어 방금 화살이 박힌 곳의 바로 옆을 후벼 파는, 고통의 극대화를 노린 일격이었다.
그러나 신화는 이에 굴하지 않았다.
퍼억!
온전한 오른팔을 원래의 주먹으로 변화시켜 주천호의 턱뼈 오른쪽을 힘껏 강타했다.
주천호도 물러서지 않았다.
푸욱!
“……!”
피인지 침인지 알 수 없는 뭉텅이를 토해 내면서, 또 하나의 화살촉을 또 꽂아 넣었다.
정말 이판사판인 개싸움.
실로 오랜만에 서로가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뒤가 없는 전투를 치러 보니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이어서.
꽈악!
신화의 양팔의 움직임을 차단하려는 것인지 주천호가 남은 신화의 팔을 붙잡았다.
마치 레슬링에서 서로의 양팔을 붙잡고 힘겨루기를 하듯이, 상대의 동선을 제한하는 모습이었다.
꾸드드득. 꾸드득.
강화 슈트의 활용도를 최대치로 높인 상태에서 서로를 힘으로 통제하려는 몸싸움이 시작됐다.
균형의 추가 아주 약간만 한쪽으로 기울더라도 다른 한쪽이 크게 밀릴 상황.
하지만 신화도, 주천호도 표정의 변화 없이 서로를 노려보며 힘을 과시했다.
“…….”
아무 소리도 터져 나오지 않았지만, 힘겨루기를 통한 무언의 전투는 이미 전면전이었다.
‘변수 창출.’
신화가 노림수 하나를 꺼냈다.
주천호의 ‘육체 강화술’은 분명 자신보다 한 단계 위에 있는 재능이었다.
물론 강화에 개변, 방출에 조작까지 가능한 자신의 범용성보다는 활용 범위가 좁았지만.
‘강화’만 놓고 보면 주천호가 자신보다 앞선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
그러면 이런 단순한 힘 싸움의 상황은 자신에게 불리했다. 실로 냉정한 판단이었다.
‘이러다가 정말로 손, 발톱까지 전부 다 개변하겠군.’
신화가 속으로 헛웃음을 터뜨리며, 지금 당장에 즉각적인 개변이 가능하면서 티 나지 않는 부위에 마력을 집중시켰다.
뇌 개변처럼 민감하고 미세한 개변은 불가능하나, 단순 개변이면 약간의 집중만으로도 가능했다.
‘됐어.’
잠깐의 정신과 마력을 집중한 것만으로도 개변이 끝났다.
오랜만에 일으킨 변화.
한편으로는 아직도 여전히 개변할 부위가 많다는 사실이 마치 든든한 자산처럼 느껴졌다.
“나를 단순 몸싸움으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나?”
주천호가 웃으며 신화의 양팔을 힘으로 꾹 찍어 눌렀다.
분명 인정해야 할 만큼 강하기는 했다. 하지만 전투는 힘 하나만으로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음 순간!
신화는 새로이 개변을 끝낸 부위를 순식간에 강화하며, 새로운 변수로 주천호를 공격했다.
“머리싸움도 있다, 이 새X야!”
그것은 바로.
카칭! 카칭! 카칭!
마력을 머금은 채, 송곳처럼 날카롭게 변해 버린 새로운 부위.
바로 머리카락이었다!
* * *
눈앞에서 보란 듯이 신화의 머리카락 전체가 끝이 뾰족하게 솟은 형태로 바뀌는 순간.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주천호는 자신의 두 눈을 의심했다.
신화가 강철 강화로 몸을 보호하고, 오른팔을 검이나 무기로 변형할 수 있는 것은 알았다.
그래서 신화의 예측된 공격에는 당황하지 않았지만, 머리카락의 변화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것은 각성자로서의 ‘재능’이라기보다는 숫제 돌연변이에 가까운 것이었다.
공격을 예측하고 육체 강화를 했을 때는 제법 단단하게 몸을 보호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완벽하게 허를 찔렸다.
신화가 노린 자신의 가슴 언저리는 준비가 완벽한 부위가 아니었다.
푸우욱!
“크아아악!”
주천호는 비명을 질렀다.
신화의 검도 얇게 찔리는 선에서 쉽게 막았던 주천호가 이번에는 제법 깊숙이 빈틈을 허용하고 말았다.
푸슈슈! 푸슈!
변수를 예측해 내지 못한 대가는 컸다. 가슴에 뚫린 구멍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주르르륵.
이내 원래의 형태로 돌아간 신화의 머리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핏물의 주인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주천호였다.
신화가 말한 머리싸움이 두뇌 싸움이 아닌 말 그대로 머리를 들이받는 싸움일 줄이야…….
무모함, 아니 무모함으로 포장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사실은 지극히 노림수가 가득했던 신화의 일격.
중상을 입은 것은 아니었지만, 주천호는 순간 가슴이 철렁하는 것을 느꼈다.
‘보통 미친놈이 아냐.’
주천호가 신화에 대해 판단하고 내린 총평이었다.
그때.
“단장!”
“단장님을 지원해라!”
시기적절하게 합류한 지원군이 있었다. 주천호가 이끄는 흑십자단의 단원들이었다.
“제길, 일대일은 싫다 이거냐?”
순식간에 스물이 넘는 인원이 나타나자, 신화가 입술을 질끈 깨물며 뒤로 물러섰다.
한눈에 보기에도 호화로운 아티팩트 장비와 무기를 착용한 각성자들이었다.
일대일이 호각세를 이루는 상황에서 상대만 일방적으로 인원이 늘어나게 되면, 당연히 전투는 힘겨워진다.
“일격을 허용했군.”
주천호가 가슴팍을 움켜쥐며 뒤로 물러섰다.
약이 바짝 오른 탓에 다시 신화와의 전투에 돌입할까 생각도 해 보았지만.
“단장! KSA에서 남동쪽 루트로 빠르게 남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대로 퇴로가 차단당하면 위험해집니다!”
상황이 좋지 못했다.
한승택을 구하고 나서, 진격을 멈춘 듯했던 KSA가 다시 움직이는 모양이었다.
어차피 목적은 달성했다.
남의 칼을 빌려 월광의 핵심 간부들을 처리했다.
컨트롤 타워를 잃은 월광을 자연스럽게 흡수하면 흑십자단의 세는 더욱 불어날 터.
“강신화, 다시 만나자고.”
“약아빠진 X끼!”
신화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후퇴하는 주천호를 쫓으려 했지만.
‘……간섭이 있어.’
여의치 못했다.
블링크 링으로 쫓아갈까 싶었지만, 예상 루트에서 마력의 파동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반대편에 있는 흑십자단의 단원 중에서 마력 간섭을 일으킬 수 있는 자가 있음을 뜻했다.
이대로 블링크를 강행하면 엉뚱한 곳으로 이동되거나, 애먼 내상을 입을 수도 있었다.
“쳇.”
“오늘의 굴욕적인 일격은 네놈을 죽이기 전까지 평생 잊지 않도록 하지.”
파팟! 팟!
이윽고 주천호는 자신을 호위하는 단원들과 함께 빌딩 숲을 빠르게 뛰어넘으며 멀어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