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11)
만렙 회귀자입니다만-111화(110/300)
제 111화
“들어 보죠.”
“저희 KSA에서는 이제부터 강신화 씨에게 포괄적인 범위의 케어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사생활 감시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전혀요, 그런 섭섭한 말씀을! KSA의 정보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기는 하지만, 절대 악용하지는 않습니다.”
“좀 더 자세하게 말씀해 주시죠.”
“편의, 특혜. 이런 단어가 좀 더 어울리겠네요. 융통성 발휘죠.”
진즉에 쉽게 좀 말하지.
무슨 소리인지 알 것 같았다.
이것은 KSA 특유의 국내 인재 보호 시스템과 연결되어 있었다.
자본 싸움으로는 해외에서 소위 오일 머니, 차이나 머니로 불리는 돈다발 공세를 막을 수가 없으니.
국내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전을 해당 각성자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물론 이 각성자가 국적을 바꾸거나 소속을 외국 길드로 바꾸게 되면 박탈되는 것이기도 하다.
“기대가 되는군요.”
“우선 특혜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던전 라이선스 승인에서 우선권을 갖습니다.”
우선권.
한마디로 다른 대기자가 있더라도 라이선스 신청을 하면 무조건 1번으로 넣어 준다는 뜻이다.
그만큼 KSA에서 나를 단·장기적인 안목에서 육성이 필요한 각성자로 판단했다는 얘기다.
바꿔 말하면, 나에 대한 기대치가 매우 높다는 소리였다. 인정받고 있다는 뜻도 되고.
“모든 KSA 소유의 던전에 다 통용됩니까?”
“네. 제한 없습니다. 공략을 통한 리셋 이후에 동일 던전을 중복 신청하는 경우가 아니라면요.”
“계속 말씀해 주시겠어요?”
흥미가 동했다.
다른 곳도 아니고 KSA에서 먼저 편의를 봐주겠다는데, 나야 고마울 따름이었다.
“둘째는 신화 씨의 개인 요청이 있다면, 사적인 업무도 일부 보조하겠습니다.”
“이를테면 길드 설립, 거래소의 아티팩트 대리 구매 신청, 또는 세금 문제 같은 것이겠군요.”
“맞습니다. 따로 본부장인 저나 나미나 지부장과 연결되는 직통 라인을 만들어 드리죠.”
“너무 파격적인 것 아닙니까?”
“그만큼 강신화 씨의 가능성과 잠재 능력을 높게 보고 있다고 판단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러면 나머지 하나는 무엇인가요?”
“KSA가 외부에는 비공개로 실시하는 던전 공략이 제법 있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강신화 씨의 참여를 요청하고, 그에 맞는 보수와 전리품을 지급하죠.”
“이건 생각지도 못한…….”
“파악된 신화 씨의 재능이 유용하게 쓰일 듯해서 말입니다. 다양한 역할 수행도 가능하고요.”
“흥미로운 이야기네요.”
확실히 그러했다.
이하성을 비롯한 KSA의 상부에서 나를 거들떠보지 않았다면 절대 해 줄 수 없는 조치들이었다.
이하성의 말대로 그들이 나를 인정하기에 해 줄 수 있는 안배이기도 했다.
또한 그만큼 나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뜻이기도 했다.
“지난 몇 년 동안 슈퍼 루키라고 불렸던 국내의 많은 각성자들이 해외로 스카우트됐습니다. 그로 인해 KSA가 많은 질타를 받았죠.”
“하긴, 적지 않긴 했어요.”
돈 앞에는 장사가 없다.
이하성도 눈뜨고 능력 있는 인재를 대거 잃은 기억이 있기 때문인지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진 않습니다. 큰 울타리에서 소속을 대한민국으로 두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KSA 위상도 함께 높아지니까요. 강신화 씨는 그만큼 저희에게 중요한 사람입니다.”
조금 과한 칭찬을 해 주는 느낌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그만큼 이하성의 진심도 여실히 느껴졌다.
그의 속내를 달리 의심할 필요는 없을 듯했다.
먼저 나를 인정하고 챙겨 주겠다는데, 굳이 마음에도 없는 겸손을 떨면서 거절하고 싶지도 않았고.
다만 주어지는 혜택만큼 바라는 것도 있을 법하기에, 말의 방향을 되돌려 그에게 물었다.
“제가 지켜야 할 사항이 있습니까?”
“저희 KSA의 요청이 있을 때, 상호 협의하에 강신화 씨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솔직하게 말해 주세요. 저는 돌려 말하면 못 알아듣습니다.”
“신화 씨의 제작품 중 일부분에 KSA가 구매 우선권을 가졌으면 합니다.”
“그렇게 하죠. 이 부분은 서두를 필요가 없으니까 차근차근 협의를 따로 하시죠.”
“좋습니다.”
나는 달리 잴 것 없이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일부라고 했으니 판매는 내 사정에 맞게 비율을 적당히 조정하면 그만이었다.
어쨌든 KSA는 내가 국내의 던전을 공략하려 할 때 가장 영향력이 큰 조직이다.
서로 ‘기브 앤 테이크’를 하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만큼 알찬 그림은 없어 보였다.
“확실히 시원시원하시네요.”
“제 성격이 그렇습니다. 이것저것 재는 것은 워낙에 제 성향이랑 안 맞아서.”
“국내에서도 EX랭크의 각성자가 꼭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 첫 번째가 신화 씨였으면 좋겠네요.”
“저보다는 본부장님이 훨씬 더 가능성이 있으실 것 같은데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이하성은 목숨을 잃는 2040년까지 EX랭크가 되지 못한다.
아마 각성자로 태생부터 정해진 한계가 SSS랭크였기 때문일 터.
“하하, 저는 그럴 깜냥은 못 됩니다. 지금의 경지도 사실 운이 아주 좋았던 거죠.”
너스레를 떨며 이하성은 뒷머리를 긁적였다.
바로 그때.
그는 달리 생각난 것이 있었는지 바로 화제를 돌렸다.
“제가 드리는 공적인 대화는 여기까지입니다. 다만 사적으로 꼭 여쭙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만.”
“말씀하시죠.”
“오성회의 주영생이라는 인물을 아십니까?”
모를 리 없지.
내 손에 죽은 놈인데.
얘기가 갑자기 그쪽으로 향하는 것을 보니, 뭔가 심각한 이야기가 나올 조짐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어질 이하성의 말을 기다렸다.
* * *
이하성은 알고 있었다.
공식적으로는 주영생의 사인은 자가 면역 반응에 의한 쇼크사로 판명이 났다.
하지만 신화에게 해코지를 하려다가 역으로 당했다는 사실을 조금만 머리를 굴리면 금방 알 수 있었다.
물론 이 문제를 가지고 신화에게 주영생을 죽였냐고 캐물을 생각은 없었다.
애초에 주영생의 악명이나 인간성을 생각하면, 그놈은 백번 죽어도 싼 놈이었으니까.
다만 주영생과 관련해 신화가 엮인 상황이 문제였다.
“알죠. 제 앞에서 죽었으니까.”
신화는 능청스럽게 답했다.
그러자 이하성이 집무실에 있는 화이트보드에 놓인 중국 전도를 가리키며 말을 이어 갔다.
“얼마 전에 오성회에서 신화 씨의 데이터베이스를 해킹하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KSA의 정보전략 대응 팀이 잡아냈죠.”
“데이터베이스라……. 좀 더 세부적인 정보가 필요했나 보군요. 거주지라든가 그런?”
이하성은 놀라지 않고, 오히려 태연하게 묻는 신화의 모습에서 확실히 이질감을 느꼈다.
오성회가 자신에 대해 알아본다는 사실에 위축되기보다 그럴 줄 알고 있었다는 반응이었다.
“그렇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삼합회나 흑사회의 내부 커뮤니티에서 신화 씨에 대한 이야기가 심심찮게 올라오더군요. 물론 내용은 좋지 않은 것들이었습니다만.”
“알겠습니다.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어야겠네요.”
“놀랍거나 두렵지 않으십니까? 원하신다면 KSA 차원에서 경호를 붙여 드릴 수도 있습니다.”
“원래 그놈들은 각성자들 중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사람에게 늘 관심을 가져왔으니까요. 괜히 악명이 높은 게 아니죠. 새삼스럽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신화는 무덤덤했다.
어차피 중국의 3대 적폐 길드와의 악연은 전생에도 있었다.
나중에 놈들과 대규모 전면전까지 벌였을 정도이니 오히려 지금보다 악연이 더 깊었다.
현생이라고 다를 거 없다고 생각했기에 새삼 놀라울 것도 없었다.
‘얘네들 눈치 보면서 편하게 가려고 하면 장사고 뭐고 아무것도 못 해. 놈들이 꼬이면 꼬이는 거고, 나는 나대로 후딱 크게 벌고 빨리 은퇴하는 게 낫지.’
생각은 그렇게 했지만, 그래도 속이 편하지는 않았다.
다른 곳은 몰라도 오성회, 흑사회, 삼합회는 분명 태생부터 악으로 얼룩진 조직이다.
그들이 다크 포레스트라는 일종의 암살 의뢰 커뮤니티를 비밀리에 운영한다는 자체가 그 증거이기도 했고.
“그나저나 신화 씨.”
“예?”
“한 가지 질문이 더 있습니다.”
“얼마든지.”
“신화 씨가 추구하는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세상의 정의? 아니면 부귀영화나 명예? 각성자 대 각성자로서 신화 씨의 꿈이 궁금합니다.”
“화려한 은퇴요.”
신화는 이하성의 물음에 단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목표를 얘기했다.
회귀해서 눈을 뜬 순간부터, 머릿속에 각인된 듯 깊게 새겨진 생각이었다.
“은퇴…… 라면, 각성자 생활을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는 뜻입니까?”
“네. 빨리 돈을 모아 떠나는 게 제게는 큰 목표죠. 세상에서 가장 호화롭고 평화로운 곳에서 ‘나 혼자 산다’를 찍는 것이 제 꿈입니다.”
“허허, 이것은 생각지도 못했던 대답이네요. 아! 은퇴가 이상하다는 게 아닙니다. 아직 해 보고 싶은 것이 많을 젊은 나이에 은퇴를 꿈꾸는 이유가 궁금해서요.”
“세상이 원하는 대로,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꼭두각시처럼 사는 게 참 피곤하더군요. 내 자신, 그 자체에 대한 자각이 없어진다고 할까요?”
“충분히 공감이 가는 말입니다.”
이하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그것이 스물네 살의 젊은 청년에게 들은 말이라고 하기에는 괴리감이 컸다.
마치 인생을 달관한 중년 혹은 노년의 상대에게서 듣는, 그런 속 깊은 말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언론의 대책 없는 찬양 일색과 포장에 슬슬 피곤해지기도 하고. 물론 지금은 내가 필요해서 언론을 이용하는 부분도 있다만.’
신화가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아마 앞으로 심해지면 더 심해졌지 결코 덜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자신을 뛰어넘을 ‘초특급 유망주’가 나오지 않는다면 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희소식은 역사에 따르면 없을 예정이다.
“사적인 질문이 길어졌군요. 앞으로 저희 KSA는 신화 씨의 편의를 최대한 보장하겠습니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만 이 모든 것은 국가의 테두리 안에 계실 때만 가능하다는 점, 인지해 주시고요.”
“누릴 수 있는 권리의 이면에는 그에 걸맞은 의무와 조건이 있기 마련이죠.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 필요한 게 있으시면 언제든 말씀해 주십시오.”
스윽.
이하성이 명함을 건넸다. 목진우의 골드 티켓처럼 아무나 받을 수 없는 그의 특별한 명함이었다.
‘희귀품 컬렉션이 하나 더 늘었군.’
어쨌든 이번 일로 KSA의 최고 수장인 이하성이라는 연줄이 생겼다.
그가 자신을 위해 아낌없이 많은 것을 배려해 준다면, 앞으로 보다 수월하게 풀릴 일이 많아질 것이다.
잘됐다.
빠른 은퇴를 꿈꾸고 있는 자신에게 KSA의 적극적인 협조는 날개를 달아 준 격이 될 테니까.
‘역시 대한민국이 최고야.’
덕분에 때아닌 애국심이 무럭무럭 솟아오르는 신화였다.
그날 밤.
중화역 지하 창고로 돌아온 신화는 장동식이 보낸 제작 공정이 설치되는 것을 지켜보았다.
저녁부터 새벽까지 이어진 설치였다. 그만큼 세심하게 연결해야 할 부위가 많았기 때문이다.
역시 명불허전!
장동식의 제작은 최고였다.
새벽 늦게 완성된 공정을 시험적으로 돌려 본 결과, 신화가 생각했던 이상으로 완벽했다.
“이제 강화 포션은 재료만 털어 넣으면 올 오토구먼? 좋아! 이제 제작도 웰빙 라이프네.”
이제 손대지 않고도 코를 풀 수 있는 자동화의 서막이 열렸다.
돈은 더 쉽게 벌고 일은 더 적게 하는, 진정한 의미의 이상적인 삶으로의 첫걸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