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15)
만렙 회귀자입니다만-115화(114/300)
제 115화
“온다!”
“와, 유명인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게 될 줄이야. 대박인데?”
일라이저 로우가 탄 차량이 가까워지자, 양화 길드원들은 더욱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신화는 간부들이 있는 자리가 아닌 길드원들이 늘어선 자리의 끝자락에 서 있었다.
애초에 간부도 아닌 데다 이제 곧 길드를 떠날 예정이라서 괜한 오해를 받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온통 빌딩 밖 상황에 정신이 팔린 길드원들은 뒤에 신화가 있다는 사실조차 잘 모르는 듯했다.
게다가 안다고 해도 신화가 유명인이기는 해도 같은 길드 소속이라서 그런지 딱히(?) 신화의 등장을 신기해하지도 않는 모습이었다.
‘미쳤네, 이거.’
한편 신화는 점점 공명의 강도가 커지는 반지의 상태를 여실히 느끼고 있었다.
제3자의 눈에는 그저 반지가 평범하게 끼워져 있을 뿐이지만, 당사자인 신화에게는 달랐다.
반지를 낀 손가락을 타고 계속 차원 에너지의 진동이 느껴졌다.
게다가 반지 자체가 머금고 있는 특유의 기운이 체내의 마력과 반응하기도 했다.
그것은 상당히 불쾌한 느낌이었고, 마치 심연의 한기와 마주하는 기분이었다.
이윽고 일라이저 로우가 안으로 들어섰다.
귀빈의 등장을 반긴 것은 오늘의 또 다른 주인공인 진성태.
그리고 그의 소개를 받으며, 이어서 간부들이 일라이저와 인사를 나눴다.
이마를 훤히 드러내고, 올백 스타일로 시원하게 머리 뒤로 넘긴 흑발.
사파이어를 보는 듯한 푸른 눈에 입가를 중심으로 멋들어지게 기른 수염까지.
일라이저 로우는 마치 할리우드 배우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할 정도로 멋진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몽타주에 그려진 모습은 꾸밈없는 맨얼굴만 그려져 있었기에 약간의 차이가 있기는 했다.
“반갑습니다. 서예희 길드 마스터에 대한 소문은 익히 들었습니다. 고생이 많으시군요.”
“아, 이분이 회장님의 따님이십니까? 미인이시군요.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일라이저는 진성태의 길드원 간부 소개에 간부들과 일일이 친근하게 인사를 나눴다.
대화는 전부 영어로 이루어졌지만, 8개 국어에 능한 신화가 이해하기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일라이저가 기부도 엄청 많이 한다며?”
“선행도 엄청 한다고 들었는데. 아프리카 현지에 직접 가서 우물 공사도 돕고, 의료 봉사도 했다고 하던데?”
길드원들의 반응은 일라이저에 대한 찬양 일색이었다.
그의 속내를 신화가 알 길은 없었지만, 일라이저의 대외적인 이미지는 이렇듯 매우 좋았다.
신화는 이미지 메이킹이라고 생각했다. 유명인이나 연예인에게는 필수 요소로도 통하니까.
‘나도 포장을 좀 해야 하나?’
신화가 피식 웃으며 생각했다.
이미지 메이킹……. 굳이 해야 한다면 하겠지만, 없는 가식까지 떨어 가면서 헛짓거리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물론 전생의 기억을 떠올리면, 니콜라스는 카메라 불빛이 들어오기 전까지 나인 로드의 팀원들에게 온갖 ‘X랄’을 떨다가도.
일단 촬영이 시작되면, 만면에 천사 같은 미소를 띠고 세상에서 가장 선량한 사람인 듯 연기를 하곤 했다.
어쩌면 그런 부분에서 일라이저와 니콜라스의 공통점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사이.
진성태의 안내를 받으며 이동하기 시작한 일라이저가 불과 몇 m 의 거리까지 접근했다.
신화는 볼 수 있었다.
일라이저가 사람 좋은 웃음과 함께 살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지만, 누군가를 열심히 찾고 있다는 것을.
부지런히 움직이는 그의 눈빛에서 ‘동족’을 찾는 그의 감정을 읽은 것이다.
바로 그때.
‘일라이저, 좋은 미끼니까 물어라. 어디 한번 보자.’
신화가 보란 듯이 옷소매를 걷으며, 자연스럽게 왼손 손가락에 낀 반지를 드러내 보였다.
눈길만 줘도 볼 수 있도록 대놓고 보인 반지였다.
다음 순간, 마치 자석에 이끌린 듯이 일라이저의 고개가 휙 돌아가며 신화에게로 시선이 향했다.
“…….”
침묵 속에 시선이 교차했다.
일라이저를 응시하는 신화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그 어느 때보다도 여유 가득한 신화의 미소에서는 주눅 들지 않는 자신감도 드러났다.
‘물라고. 오직 우리 둘만 알 수 있는 증표잖아, 안 그래?’
신화가 들리지 않을 무언의 목소리를 눈빛으로 강렬하게 일라이저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반응이 있었다.
“오오, 진 회장님. 이분은 양화 길드의 자랑이자 최근 한국의 촉망 받는 유망주인 강신화 씨가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강신화 군, 앞으로 오지 왜 거기에 있나?”
당연히 없을 줄 알았던 신화가 보이자, 진성태가 반갑게 신화를 일라이저에게 소개했다.
“오…….”
“한국과 미국의 두 미남이 앵글 하나에 잡히네. 그림 좋은데?”
현장에 있는 모든 각성자의 관심이 일제히 두 사람에게로 쏠렸다.
다만 신화가 일라이저보다 키가 훨씬 큰 덕분에 그림은 신화 쪽이 좀 더 멋지게 나왔다.
“반갑군요, 강신화 씨.”
“강신화입니다. 일라이저 로우 님의 명성은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었습니다. 영광입니다.”
일라이저가 먼저 반지를 낀 왼손을 뻗어 악수를 청했고, 신화도 반지를 낀 손으로 그의 손을 맞잡았다.
“신화 씨에게서는 확실히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지는군요.”
“그래 봤자 일라이저 님의 실력에 미치려면 아직 한참은 모자란 풋내기일 뿐이죠.”
우웅! 우우우우웅!
보이지 않게, 내부에서 미칠 듯이 공명하는 반지의 격렬한 반응!
맞잡은 두 손에서 모든 것이 확실해졌다.
차원을 넘어온 두 개의 반지는 이렇게 한자리에서 서로를 알아보고 있었다.
* * *
그로부터 4시간 후.
양화 빌딩에 위치한 대연회장에서 연회가 진행됐다.
모든 길드원이 참석한 것은 아니고, 길드의 팀장급 이상의 간부들만 참석하는 자리였다.
진보미의 말에 따르면.
4시간 동안, 대회의실에서 진성태와 일라이저가 비공개로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아마도 세부적인 사업 사항들에 대한 조율일 터.
이제 곧 ‘외부인’이 될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정보였기에 그런가 보다 할 뿐이었다.
공식적으로 외부에 보도된 정보는 단 하나뿐이었지만, 파급력은 상당했다.
[양화그룹, 일라이저 그룹과 1조 원 규모의 보안 시공, 건축에 대한 대규모 계약 체결!]그것은 연회의 시작을 즈음해서 각 언론사가 앞다투어 보도한 자료 내용이었다.
이 정도의 규모였으니 진성태가 버선발로 뛰쳐나와서 일라이저를 환대했던 것도 이해가 갔다.
어쨌든 팀장급 인사만 참석하는 자리에 원래대로라면, 직위 없는 길드원인 나는 참석할 수 없었지만.
진보미는 일라이저 로우의 ‘특별 요청’이라며 사무실에 돌아와 있던 나를 연회에 데려갔다.
“사무실 정리나 할 생각으로 후드 집업에 청바지 차림으로 왔는데, 이건 좀 그렇지 않습니까?”
“뭐, 어때요. 어차피 신화 씨는 옷차림 같은 거 신경 잘 안 쓰는 사람이잖아요? 그게 또 매력이고.”
“그렇긴 합니다만……. 그나저나 예쁘네요. 보미 씨가 이렇게 드레스를 차려입은 건 처음 봅니다.”
“헤, 예뻐요?”
“예쁘죠. 옷이 날개고, 그 날개를 달고 있는 사람이 천사인데.”
“어머! 지금 저에게 날개를 단 천사라고 칭찬해 주신 거예요?”
“진짜로 예쁘니까 하는 얘기죠. 안 그랬으면 입 다물고 조용히 따라가기나 했을 겁니다.”
한껏 뿌듯해하는 진보미를 보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에는 나처럼 늘 편한 복장만 추구하는지라 그녀의 꾸민 모습은 본 적이 없었는데.
오늘은 확실히 달랐다.
그녀만이 보일 수 있는 특유의 품격과 아우라가 느껴진다고 할까.
“아 참, 신화 씨. 일전에 부탁한 크리비아 아일랜드 구매 건. 마침 그것과 관련해서 전할 말이 있어요.”
“문제가 있습니까?”
“아뇨. 진행은 문제없을 것 같아요. 다만 섬의 실소유주인 롤라나 왕국에서…….”
“별도의 기여금과 자발적 투자금을 요구하는 모양이네요.”
“맞아요. 확실하게 떡고물을 좀 묻혀 달란 얘기죠.”
롤라나 왕국.
내가 구매하고자 하는 크리비아 아일랜드를 소유하고 있는 남태평양의 왕정 국가다.
인구 43만의 국가로, 남태평양 일대에서 크고 작은 섬을 많이 소유하고 있다.
국토 면적은 제주도 10배 정도의 규모인 만큼, 결코 크기가 작다고 할 수는 없는 곳이기도 하다.
“내겠다고 하세요. 어차피 섬만 달랑 구매할 것도 아니고, 거기에 건축도 하고 하려면 가까운 롤라나 왕국의 현지 인부들도 많이 필요합니다.”
“최소 1,000억 원 선은 될 듯한데 괜찮겠어요?”
“돈이야 또 벌면 됩니다.”
나는 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돈을 아낄 문제가 아니다.
내가 은퇴할 섬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와의 관계에 대한 것이니까.
아울러 구매나 매입이라고 말은 하지만, 사실상 섬을 ‘장기 임대’하는 것에 가깝다.
물론 임대 기간이 보통 100년에서 200년으로 잡히기에 실질적 구매나 다름이 없기는 하지만.
어쨌든 공식적으로는 장기 임대에 들어가므로 통치국과의 관계는 매우 중요했다.
바꿔 말하면.
그쪽 윗분들의 환심을 확실하게 사 두면, 앞으로의 계획이 한결 더 수월해진다는 소리다.
위이이이.
연회장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가 가까워질수록 반지가 또다시 공명을 일으켰다.
내가 무심결에 반지를 만지작거리자, 진보미가 신기한 듯 물었다.
“그건 어떤 아티팩트예요?”
“아, 별것 아닙니다. 체력 보조용 반지예요.”
“그 옆에 낀 반지가 블링크 링이죠?”
“맞아요. 박형산에게 얻은.”
“다시 생각해도 참 멋진 것 같아요! 그 잡기 힘들었던 박형산을 신화 씨가 제거했으니…….”
진보미의 때아닌 칭찬이 막 이어지려는 찰나, 적절하게 연회장에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이놈의 반지, 어떻게 좀 멈추게 할 수 없나?’
일라이저가 나타난 시점부터 계속 격렬한 반응을 보이는 탓에 손가락이 얼얼했다.
아마 녀석도 마찬가지겠지.
다만 특별 요청까지 해 가면서 나를 부른 것을 보면.
분명히 첫인사에서 반지를 내보인 효과가 있는 듯했다.
놈은 내게 무슨 말을 할까.
녀석의 속내가 궁금해졌다.
* * *
연회 분위기는 오가는 화기애애한 대화 속에 빠르게 무르익어 갔다.
일라이저 그룹과 양화 길드의 간부진들만 모인 자리라서 이야기의 질이나 격도 높았고.
오늘 일라이저와 진성태가 맺은 계약 중에는 양쪽 길드 간의 협력 계약도 있다고 한다.
앞으로 협력을 해야 할 두 길드이니만큼 분위기가 좋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내게도 꽤 많은 각성자들이 말을 걸어왔다.
일라이저 그룹의 길드원들이었는데, 한국의 초대형 유망주인 내게 무척 관심이 많다면서 열심히 인증 샷을 찍어 갔다.
그리고 저마다 부지런히 SNS에 올리며, 열심히 나와의 만남을 자랑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따각. 따각.
절제된 구둣발 소리와 함께 일라이저 로우가 내게로 다가왔다.
그가 내게 접근하자, 마치 홍해가 열리듯이 모든 각성자들이 양옆으로 비켜섰다.
‘5년 전에 알려진 놈의 랭크가 SSS-. 그러면…… 지금부터 충분히 EX랭크일 수도 있어. 2052년에는 당연히 EX랭크였고.’
놈의 실력을 함부로 가늠할 수가 없었다.
전생에 아예 나와 접점이 없었던 만큼, 몇 가지 단편적 정보로 추측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오셨군요, 강신화 씨. 괜찮으시다면 잠깐 제게 시간을 좀 내주실 수 있겠습니까?”
일라이저가 능구렁이 같은 미소를 머금은 채 내게 와인 잔을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