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2)
만렙 회귀자입니다만-12화(11/300)
제 12화
딸칵. 치이익.
“크으! 2천 원의 행복도 나쁘진 않군.”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간.
나는 편의점에서 사 온 2천 원짜리 캔맥주를 들이키며, 텔레비전을 켰다.
그리고 각성자 관련 뉴스가 보도되는 채널을 능숙하게 돌렸다.
늘 각성자 세계의 돌아가는 소식에 관심이 많았던 나의 오래된 TV 시청 습관이었다.
‘병점역 원룸에 있는 것들은 업체를 불러서 전부 폐기해야겠어. 생각해 보니 딱히 챙길 것도 없네.’
보통 이사를 하면 예전에 살던 집에서 꼭 가져오고 싶은 애착 많은 물건이 있기 마련인데.
내게는 아무것도 없었다.
워낙에 치안이 불안정한 곳이다 보니 가족 앨범이라든가 부모님의 유품 같은 것은 일찌감치 안전 금고에 보관해 둔 상태였다.
유일하게 내게 남은 부모님의 흔적이기에 큰돈을 들여서 금고를 개설했던 기억이 난다.
“안녕하십니까? ‘각성자, 오늘의 우리는?’의 진행을 맡은 김민아입니다. 잘 지내셨나요?”
“프로그램 30년 장기 집권의 산증인이 여기 계시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방송 개근을 했었는데?”
나는 익숙한 얼굴의 등장에 웃음을 터뜨렸다.
2052년에도 똑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13000회차 방영이라는 금자탑을 달성하는 아나운서이기 때문이다.
나보다 열 살 연상이라 2052년의 방송에서는 예순여섯의 나이였는데…….
지금 이렇게 젊어진 모습을 보니 느낌이 새로웠다.
심야 프로그램의 진행자라 그런지 옷차림도 좀 더 태가 드러나는 육감적인 복장이었다.
“요즘 떠들썩한 소식을 알고 계실 텐데요. 바로 중급 마력 포션에 대한 소식입니다!
아리수화학에서 개발에 성공했고, 임상 테스트가 끝나 곧 상용화될 예정이라고 하죠?
개개인의 보유량에 관계없이 마력을 25% 회복시켜 주는 중급 마력 포션! 그 어느 때보다도 각성자들의 반응이 뜨겁습니다.
저희 STV의 시청자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좀 보실까요?”
“맞아. 32년 전인 지금은 마력 포션의 개발 수준이 딱 여기까지밖에 안 됐었어.”
나는 괴리감이 느껴지는 아나운서의 말에 기억을 되짚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최상급 마력 포션, 즉 100% 완전 회복의 마력 포션 제작이 가능하다!
지금 이 시점에 최상급 마력 포션을 제작할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 것이다.
2020년의 연구자들에게 100% 마력 회복 포션은 아직 불가능한 영역의 제작 기술이기 때문이다.
‘내가 2030년에 처음 제작했지, 아마?’
전생의 개발 시점도 지금으로부터 10년 후였다.
내가 타액을 내 뜻대로 농축하여 변화시키면서 고순도의 마력 포션을 만든 시점이 그때였다.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시겠습니다. 참 흥미로운데요! 함께 보실까요?”
아나운서의 손길을 따라, 내 시선도 화면에 나타난 시청자 반응으로 자연스럽게 향했다.
-벌써 25%가 등장했다고? 돈만 있으면 미친 듯이 구매하고 싶네, 진짜!
-언젠가는 100% 회복 포션도 나오겠지? 그러면 진짜 목숨 하나를 산 기분일 거야!
-에헴, 설명충 등판입니다. 왜 마력 회복 포션이 중요하냐 하면요! 각성자들의 마력 회복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각성자의 3대 사망 요인 중 하나가 마력 부족이라는 것이죠! 마력 관리가 이렇게 힘듭니다!
-100% 포션이 개발되는 날만 기다림. 얼마라도 살 각오가 되어 있음. 위의 녀석 말대로 목숨 하나 사는 것과 같음. 그러니 누가 안 사겠음?
“마력 회복이 정말 중요하지. 100%면 실탄을 가득 채운 탄창을 보급 받는 느낌이 들 테니까.”
나 역시 한 명의 각성자로서 마력의 중요성에 크게 공감했다.
각성자마다 자연 마력 회복이라는 메커니즘이 존재하지만, 그 속도가 그리 빠르지는 않다.
보통 A랭크의 각성자가 마력을 모두 소진할 경우, 다시 회복하기까지는 50분 정도가 걸린다.
문제는 마력 고갈이 격전을 치르는 와중에 발생할 경우이다.
이때는 자연 회복으로 기다리기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가는데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이래서 마력 포션이 필요한 것이다.
각성자들이 25%를 회복시켜 주는 중급 마력 포션의 등장에 이렇듯 열광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
게다가 포션은 특이점이 있다.
단기 내성이 있어 한 병을 마시고 나면, 10분간은 어떤 포션을 먹어도 효과가 적용되지 않는다.
때문에 하위 포션 여러 개를 마셔서 마력을 대량으로 채우는 꼼수도 절대 통하지 않았다.
“25%에도 반응이 저럴 정도면, 100%는 뭐 말할 것도 없겠는데?”
나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F랭크 각성자는 보유한 마력의 총량 자체가 적으니 완전 회복에 대한 갈증이 크지 않겠지만.
깊고 넓은 바다처럼 다량의 마력을 가진 상위, 최상위의 각성자들에게는 퍼센티지(%) 회복의 중요성은 매우 커진다.
그들은 효율만 좋다면 억 단위의 돈은 푼돈처럼 우습게 쓸 사람들이다.
100%의 마력 회복이 가능한 최상급 마력 포션을 만들 수만 있다면?
기꺼이 최소 10억 원 이상의 돈을 지불할 것이다! 내가 그들이라고 하더라도 그럴 생각이고.
“한번 시험 삼아 만들어 볼까?”
나는 보던 TV를 끄고 주방으로 향했다.
마침 식탁에는 마시려고 꺼내 놨던 500㎖ 생수병이 놓여 있었다.
“후우.”
짧게 심호흡을 한 뒤.
나는 체내의 마력을 한 곳으로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목표 지점은 침샘.
마력을 고농도로 응축하여 변화시킨 ‘마력의 침’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물론 포션을 제작하는 레퍼토리가 비단 침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혈액으로도 가능하고, 다른 형태의 체액이나 부산물을 활용할 수도 있다.
‘적당히 응용할 방법이 있으니까 괜히 쓸데없는 방법은 생각하지 말자.’
나는 그나마 나은 방법만 간단히 떠올리기로 했다.
아무리 효율을 추구한다고 하더라도, 시각적으로 거부감을 주는 상품은 위험하다.
하지만 소량의 침 정도는 괜찮을 것이다.
혈액도 특유의 비린 맛만 제거할 수 있다면 괜찮을 것이고.
“크윽.”
침샘 전체에서 묵직하고 아릿한 고통이 전해졌다.
아주 미세한 부위에 다량의 마력을 집중시키는 구조라 그런지, 다소 무리가 갔다.
그래서 마력 포션의 최대 생산량은 하루 한 병이었다. 다른 형태의 포션은 큰 무리를 유발하지는 않으므로 좀 더 여유로운 생산이 가능했다. 즉, 마력 포션 제작이 까다로운 셈이다.
어쨌든 마력 포션은 하루 한 병 이상을 욕심을 내서 만들 수는 있지만, 자칫 잘못 했다가는 침샘의 변형이 생길 가능성이 존재한다.
전생에 욕심을 내서 하루에 마력 포션 두 병을 만들다가 침샘에 문제가 생겨 온종일 침만 질질 흘리고 다녔던 기억이 있다. 그런 불상사는 막아야지.
마력이 일제히 침샘에 집중되는 것이 느껴진다.
‘어차피 나는 마력을 전부 소진해도, 마력의 폐를 이용해서 빠르게 회복할 수 있으니까.’
숨만 쉬어도 마력 회복이 가능한 폐의 효율은 상상을 초월한다.
극한의 마력 수련법을 배웠다고 하더라도 1분에 최대 5% 수준이 최대인 다른 각성자와 달리.
나는 1분에 최대 15%까지 회복이 가능하다.
또한 아무 신경도 안 쓰고 오로지 숨만 쉬는 것으로도 가능하기에, 1년 365일 24시간 자동이다. 과정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하지만 마력 수련법은 매일 6시간 이상을 투자해 집중하고 공들여 수련해야 한다.
효율, 시간, 비용 가릴 것 없이 모두 분야에서 나의 압승인 것이다.
내 재능이지만.
정말이지 신체와 장기의 개변은 악마의 재능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마력의 폐는 호흡에서 미량이지만 마력 보유 총량을 조금씩 계속 늘려 주는 효과도 있고.’
즉, 그 자체로 랭크 상승의 근거가 생긴다. 남들과는 전혀 다른 특별한 내장 기관이라는 얘기다.
‘쓰면 쓸수록 닳아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효율이 좋아진다는 것이 내 신체의 강점이지.’
나는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이윽고 최종 응축이 끝난 침 한 방울을 생수병 안에 떨어뜨렸다.
언뜻 보면 스포이트 두세 방울의 양으로 보이는 극소량의 침.
여기에 마력 회복의 정수가 오롯이 담겨 있다.
샤아아아!
이윽고 생수병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마력의 침이 푸른빛을 살짝 내고는 이내 뒤섞여 없어졌다.
마력을 전량 회복시켜 주는 최상급 마력 포션이 완성된 것이다!
“하루 한 병. 한 달이면 삼십 병. 개당 최소 10억 원만 잡아도 300억 원은 거뜬하겠는데?”
그럴듯한 계산이 섰다.
현재 각성자 세계에서 존재하는 최대의 마력 회복 포션은 상급 회복 포션이다. 50%의 마력을 즉각 회복시켜 준다.
물론 이것은 제작이 아니다.
던전에서 희박한 확률로 만날 수 있는 SS랭크 몬스터, ‘푸른 긴 코 도마뱀’의 체액에서만 얻을 수 있다.
보통 시장에 팔기보다 얻은 체액을 가공해서 마시기에 시중에는 거의 유통되지 않는다.
“어디 한번 마셔 볼까?”
마침 포션 제작을 위해 마력 전체를 끌어다 쓴 탓에 체내의 마력은 거의 바닥이었다.
꿀꺽- 꿀꺽-.
단숨에 500㎖의 생수를 쭉쭉 들이켰다. 이것이 정량이다.
포션을 500㎖ 미만으로 마시면 마력 회복이 전혀 안 되고, 그 이상으로 마시면 회복 효율이 감소한다.
“크으!”
복용을 마친 뒤.
나는 텅텅 비어 있다시피 한 마력 곳간이 채워지기를 기다렸다.
아니나 다를까, 복부 언저리에서 간질거리는 느낌이 나더니.
이내 무언가가 팽창하는 느낌이 들고, 순식간에 따뜻한 기운이 배 전체를 감쌌다.
다음 순간.
“오!”
즉각적인 회복이 일어났다.
마치 게임에서 마력 바를 단숨에 채우는 포션처럼, 몸속의 마력이 충만해지는 느낌이 가감 없이 들었던 것이다!
‘회귀한 지 이틀 만에 D-랭크를 찍은 것도 모자라서 걸어 다니는 포션 제작 공장까지 될 줄이야.’
매우 뿌듯했다!
하루에 한 번, 꾸준히 제작만 챙겨 줘도 매일 10억 원을 버는 로테이션을 돌리는 셈이다.
목숨을 걸 필요도 없고, 값비싼 시설과 공정도 필요 없다.
그저 포션이 될 생수병과 내 몸뚱이만 있으면 된다.
내가 기억하는 역사에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면, 최소 10년 동안은 나 혼자만 최상급 마력 포션을 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랭크가 낮은 각성자는 당연히 구매할 여력이 없겠지만, 어차피 장사라는 것이 꼭 박리다매가 목적은 아니다.
그래서 A랭크 이상의 ‘VIP’라고 불리는 고객층을 대상으로 포션을 판매해 볼 생각이었다.
잔고 몇백억 원은 어린애 장난처럼 갖고 있는 것이 바로 부유한 그들이 사는 세상이니까.
“좋아. 아주 좋아.”
흡족한 미소는 한참을 내 입가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회귀자의 슬기로운 생활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었다.
시행착오와 실수, 온갖 멸시와 무시로 지옥처럼 살았던 전생의 몇 년은 비교조차 되지 않을 스펙터클한 생활!
바로 그때.
드르륵.
진동음과 함께 문자 하나가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강신화 님. KSA의 윤별이에요. 꼭 한번 만나서 대화를 나누고 싶은데요. 괜찮으실까요?]“오빠, 바빠.”
나는 피식 웃으며, 무심한 표정으로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밀어 넣었다.
이제 이런 관심도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게 될 것이다.
소문은 날개 달린 말처럼 순식간에 뻗어 나가기 마련이니까.
나는 그렇게 윤별이의 첫 연락을 가볍게 무시하고는 발코니로 향했다.
휘영청 하늘 높이 뜬 보름달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앞으로 탄탄대로를 걷게 될, 내 밝은 미래를 보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