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22)
만렙 회귀자입니다만-122화(121/300)
제 122화
신화, 윤별이, 최지혁의 3인 던전 공략은 취소됐다.
때아닌 암살자들의 등장으로 인해 후속 조사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신화는 두 사람으로 하여금 일단 푹 쉬고, 오후에 다시 만나자고 약속을 했다.
2월 29일 오후에는 ‘팀 미스틱’의 공식 출범을 위한 조촐한 현판식을 열 예정이었으니까.
사무실도 일찌감치 구해 둔 상태였다.
가격이 비싸기는 해도 접근성 면에서는 단연 으뜸이라고 할 수 있는 강남역 일대에 구해 뒀다.
거금을 들인 사무실이었다.
각 팀원마다 개인 공간도 만들어 놓았고, 휴식 및 회복 시설도 꼼꼼하게 갖춰 놓았다.
유일하게 아쉬운 부분이 훈련 시설이 없다는 것이었는데, 이 부분은 양화 길드와 협상을 끝냈다.
그들의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니라 매주 정해진 시간에 고정 예약을 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
어차피 외부인, 즉 손님을 받는 시간대에 맞춰서 우선권을 요청한 것이었기에.
양화 길드로서도 거절할 이유가 없었고, 매우 원만하게 협상을 끝냈다.
덕분에 매주 10시간가량 고정 훈련 시간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용 요금이 좀 비싸긴 했지만.
어쨌든 그렇게 오후에 만나기로 이야기를 매듭지은 뒤.
신화는 집으로 돌아와 잠을 청할 준비를 했다.
리연, 강자희, 흑사자와 벌였던 전투는 한순간, 한순간이 긴장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전투가 끝나는 순간부터 밀려오는 피로감을 이겨 내기가 힘들었다. 아티팩트의 도움으로도 극복하기 힘들 정도의 극심한 피로감이었다.
‘매번 몸에 무리가 가네.’
전투 자체는 깔끔하게 잘 수행해 냈지만, 문제는 몸 상태였다.
상대가 자신과 같은 B-랭크 수준의 각성자라면, 딱히 피곤해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과 악연으로 꼬이는 상대는 매번 아무리 낮게 잡아도 A랭크 이상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몸이 평균적으로 낼 수 있는 화력의 몇 배 이상을 상회하는 힘이 필요했다.
그간 꾸준하게 몸을 개변해 둔 덕에 잘 버티고는 있었지만, 언제 퍼질지 모를 일이었다.
오버 파워, 오버 히트.
신화에게는 매번 펼쳐지는 순간이 한계를 뛰어넘는 과열의 연속이었으니까.
-심심해. 놀아 줘.
그런 탓인지 샤미가 신화의 얼굴을 앞발로 열심히 툭툭 치며 놀아 달라고 투정을 부렸지만.
“피곤하다……. 크허.”
눈을 감기 무섭게 1초 만에 잠이 들고 말았다. 그야말로 기절이었다.
* * *
2020년 2월 29일 아침.
고림화학에서 드디어 신제품 개발을 알리는 공시를 했다.
시장이 열리지 않는 주말이었지만,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대형 이슈였다.
오히려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서 정보 수집이 활발한 때이기에 더욱 많은 관심을 받았다.
주식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일제히 고림화학의 공시를 최우선 화제로 다뤘다.
폭발적인 관심은 3월 2일 장이 열리자마자 고림화학의 주식이 폭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바뀌었다.
[고림화학에서는 2월 29일, F랭크 몬스터인 코볼트의 모든 신체 능력을 37% 감소시키는 특수 약품 개발을 완료했음을 공시했습니다.] [비밀리에 진행된 고림화학의 해당 연구는 던전에서 500회 이상의 효과 검증을 마쳤으며, 실현율은 100%였습니다.] [특히나 해당 제품은 평균 37% 감소와 함께, 코볼트의 주요 감각인 후각을 89%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당 약품의 등장으로 인해 F랭크 각성자의 공략 생태계가 크게 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좋아. 아주 좋아.”
짝짝짝. 짝짝짝.
부스스한 눈으로 일어나 공시를 확인한 신화는 박수를 치며, 덩실덩실 춤을 췄다.
-뭐야, 뭐가 좋은 건데?
“그런 게 있어.”
-나도 알려 줘! 혼자만 즐거워할 거야?
“그래, 같이 춤이나 추자!”
-아앗! 그렇게 내 발을 들어 올리면 다리가 고무줄처럼 늘어난단 말이야!
신화가 기쁜 마음에 샤미의 앞다리를 붙잡고, 즐겁게 덩실덩실 춤을 췄다.
약간의 지식, 준비된 투자금.
이것만으로 3주 뒤 무려 2500억 원에 가까운 기대 수익을 실현할 수 있게 됐다.
달리 생각해 보면, 이렇게 기뻐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래 지식을 잔뜩 갖고도 돈을 벌지 못하면 그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니까.
‘줘도 못 먹으면 호구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이러니 다들 내가 만약에 그때 시절로 되돌아간다면, 하는 가정을 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돈을 많이 벌었어. 아니, 정확하게는 벌게 될 예정이지만.”
-그렇게 돈 많이 벌어서 어디에다가 쓰게?
“지상낙원을 건설할 거야. 사람들 빼고는 전부 다 있는, 오로지 나만을 위한 지상 천국.”
-그게 가능해?
“돈이 있으면 가능하지. 없으면 꿈속에서나 가겠지만.”
-신화! 그럼 그 낙원에 나도 데려갈 거야?
“너 하는 거 봐서.”
-헐…….
자신의 대답에 샤미가 시무룩한 표정을 짓자, 신화가 아공간에서 필살기를 꺼냈다.
지난번에 한 번 맛을 본 이후로 끼니때만 되면 달라고 노래를 부르는 마약 간식, 츄르였다.
“그건 나중에 생각하자. 자! 기분도 좋으니까 츄르 어때, 콜?”
-코오오오오올……!
할짝할짝.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신화가 북 찢어 준 츄르의 입구에 샤미가 혓바닥을 가져다 댔다.
그리고 눈 흰자위까지 반쯤 뒤집어 까며, 미친 듯이 츄르를 먹기 시작했다.
‘이게 집사의 즐거움인가 보네.’
신화는 자기가 맛있게 먹는 것보다도 더 뿌듯한 표정으로 샤미의 식사를 지켜보았다.
왜 다들 한번 집사가 되면 그 마력에서 헤어 나올 수 없다고 하는지 예전부터 궁금했었는데.
샤미를 직접 키워 보니 알 것 같았다.
나는 싸구려 김밥을 먹어도 고양이에게는 비싼 간식을 대접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샘솟았던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참에 샤미에게 나름의 재능을 각성시킬 수 있는 각성용 레시피를 짜 볼까? 츄르와 비슷하게 만들어서 먹기 좋게.’
생각이 자연스럽게 확장되는 신화였다.
던전에서 구할 수 있는 몇 가지 재료와 꽃 하나를 섞으면 만들 수 있는 각성용 조합이 있어서다.
물론 사람을 상대로는 전혀 효과가 없지만, 동물을 상대로는 전생에 제법 효과를 본 레시피였다.
그렇게 되면 종이 전혀 다른 동물과의 대화가 가능해지거나 하는 특별한 능력을 얻을 수도 있다.
‘쓰임새를 확실하게 만들어 두면, 샤미의 떨어진 자존감도 많이 회복될 거야.’
일석이조를 노릴 생각이었다.
충분히 가능한 계획이었다.
* * *
그날 오후.
“어디 보자……. 그러면 3월 20일에 고림화학 주식을 전부 매도하고 바로 라이콘으로 갈아타면 되겠네.”
스슥. 스슥.
나는 달력에 다음 주식 매입 계획을 정리해 놓고 있었다.
딱 톱니바퀴가 맞아떨어지는 날짜에 다음 이슈가 있었다.
3월 20일, 라이콘이라는 보안 시스템 개발 업체에서 관리 프로그램 하나를 개발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데이터를 다각도로 분석하여 던전 안정도를 95%의 확률로 판별하는 프로그램이었다.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프로그램은 최대가 75%라서 예측이 틀린 경우가 꽤 많았다.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는 ‘대비하지 못한 갑작스러운 아웃브레이크.’
그것은 바로 25%의 확률 때문에 생기는 것인데, 이를 5%까지 대폭 감소시킬 수 있는 것이다.
“여기도 거래량이 많지는 않으니까 분할해서 매수하는 게 좋겠다. 예산은 500억 정도로.”
대략적인 계획은 세워졌다.
한 번에 많이 먹으려고 하면 탈이 날 수 있으니 적당히 욕심을 부릴 생각이었다.
물론 그 ‘적당히’가 수백, 수천억 원에 해당하는 차익 실현을 의미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제 가 볼까?”
옷은 일찌감치 챙겨 입어 둔 상태였고, 나는 바로 강남역으로 향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팀 미스틱의 출범을 알리는 조촐한 현판식을 하기 위함이었다.
전생에는 니콜라스가 나인 로드를 출범시킬 때 작은 행사를 열었던 적이 있기는 했다.
현판식도 아니고, 과자 부스러기 몇 개에 탄산음료를 홀짝이며 무척 궁색하게 했던 기억이 있다.
대재앙을 착실히 대비하겠다며 어찌나 돈을 아꼈는지, 다시 생각해도 정말 끔찍한 구두쇠였다.
20분 후.
사당역 저택에서 출발했던 나는 어느새 강남역 9번 출구 근처에 있는 사무실에 도착해 있었다.
서울은 이게 편하다.
대중교통으로 어디든지 쉽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다는 것.
게다가 지하철을 탈 때마다 가슴을 졸여야 하는 레드 존이나 블랙 존과 달리.
모든 구역이 화이트 존에 들어가는 서울 2호선 라인은 뭐 하나 걱정할 것 없는 경로이기도 했다.
늘 그랬듯이, 약속한 시간보다 습관처럼 30분 일찍 사무실에 도착했지만.
“엥? 벌써 왔어요?”
“신화 씨! 왔군요? 저는 아침부터 가슴이 떨려서 말이죠!”
“저도 KSA에서 벗어나 처음 시도해 보는 홀로서기라서 떨리는 마음에 일찍 서둘렀어요.”
나보다 신부님과 윤별이는 훨씬 더 일찍 도착해 있었다.
성대한 행사도 아니고, 소소한 현판식일 뿐인데.
뭐가 그리도 떨리는지 두 사람의 표정은 잔뜩 상기되어 있었다.
마치 상 한 번 못 타 본 아이가 난생처음 전교생 앞에서 교장 선생님에게 상을 받을 때처럼 몹시 긴장한 얼굴이었다.
“이제 팀 미스틱의 공식 출범이네요. 리더로서 확실히 약속하죠.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두 사람은 빠르게 성장할 겁니다.”
단언할 수 있었다.
이미 전생에 확인이 끝난 두 사람의 잠재력이다.
지금은 내가 모든 것을 알고 있으니, 실컷 기름을 부어 활활 불을 붙여 주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저도 신화 씨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이 몸 불살라 가며 열심히 연습하겠습니다.”
“신화 씨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게 노력할게요.”
“이제 호칭 통일을 좀 할까요? ‘씨’라고 부르는 게 정중해 보이긴 하지만, 친근한 느낌은 아니라서.”
“리더? 마스터?”
“편하게 가죠? 신부님에게는 형이라고 부르고, 별이 씨에게는 누나라고 부르고 싶은데, 어때요?”
“…….”
“…….”
일순간 적막이 감돌았다.
새삼 본인이 나보다 ‘연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인 듯하다.
나는 스물넷.
신부님은 서른넷.
윤별이는 스물다섯이다.
괜히 나중에 족보 애매하게 꼬이느니, 나이로 줄을 세우는 것이 가장 깔끔하고 마음 편하다.
“그래도 저랑 별이 씨는…….”
“그냥 신화라고 부르세요. 리더니 마스터니 하는 말들 다 낯간지러워요.”
손사래를 쳤다.
“형, 누나, 신화. 이렇게 통일하는 겁니다. 이의 제기 안 받습니다! 둘도 서로 오빠야, 별이야, 하시고요.”
그리고 쐐기를 박았다.
호칭 정리와 말 놓기는 원래 한 사람이 총대를 메고 못을 박아 줘야 빨리 끝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대화를 마치고.
정말 아주 ‘조촐하게’ 기념사진 한 장으로 현판식을 끝낸 우리는 사무실 안에 들어왔다.
나는 들어오자마자 한눈에 훤히 보이는 화이트보드에 붙인 던전 전도 하나를 가리켰다.
“신화 씨……. 아니 신화야, 이 지도는 도대체 뭐야?”
“신화, 야? 어느 던전으로 가는 건데?”
어색해하기는 해도 꾸역꾸역 열심히 말을 놓은 두 사람.
나는 전도가 가리키는 목적지를 묻는 두 사람의 물음에 환한 미소로 대답해 주었다.
“미국 LA에 있는 K-10004 던전이에요. 무슨 말인가 하면, 우리 팀 미스틱의 첫 던전 공략은 해외 원정이라는 겁니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꽃이 날 기다리고 있는 곳!
그곳을 정조준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