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23)
만렙 회귀자입니다만-123화(122/300)
제 123화
브리핑은 1시간 정도 진행됐다.
신화는 K-10004 던전에 대해서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한 브리핑을 이어 갔다.
던전의 정보가 빈틈없이 기억 속에 담겨 있기에 이를 풀어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신화가 놀란 것은 모든 브리핑 내용을 남김없이 정리하면서 동시에 되묻는 두 사람의 뜨거운 열의였다.
특히 몬스터에 대한 지식이 해박한 윤별이는 떠오른 유사 몬스터의 예를 들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부분이 맞는지 확인을 했다.
그리고 십중팔구는 윤별이가 예로 든 몬스터와 신화가 말한 던전 몬스터의 습성이 일치했다.
다만 윤별이는 걱정되는 부분이 있는지, 신화에게 조심스럽게 의견을 냈다.
“던전의 난이도가 너무 높은 것 같아. 평균이 SS-랭크인데, 격차가…….”
“일단 이 던전에서 우리는 상시 강화 물약의 도핑 상태를 유지할 겁니다. 노 도핑, 노 파이트.”
“가격이 만만치 않을 텐데?”
“어차피 던전 공략만 완료하면 들어간 포션 값은 생각도 안 날 만큼의 보상이 있을 겁니다.”
신화의 말은 사실이었다.
우선 던전의 보스 몬스터인 리퀴스터를 잡으면, 액체화의 꽃을 얻을 수 있다.
가치 측정이 무의미하나 굳이 값어치를 매긴다면, 5000억 원에 해당하는 재능을 가진 꽃이다.
게다가 독초 카트라와 새끼 마딜로가 있는 곳이라서 강화 포션 재료도 쉽게 얻을 수 있었다.
“혹시 보상이 뭔지도 알고 있는 건 아니지? 던전에 다녀오지도 않았으면서 너무 잘 아는 것이 매번 신기해서.”
“무엇을 생각하든 간에 좋은 보상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해요.”
신화가 웃으며 애매하게 답했다.
당연히 모르는 척했지만, 이미 머릿속에 계산은 다 끝나 있었다.
최지혁, 윤별이, 그리고 이번에 함께 가게 될 한소준에게 필요한 것들이 전부 그 던전에 있었다.
물론 기억을 되짚으면서 찾아낸 보상이 맞춤형으로 전부 준비되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 외에도 제법 얻을 수 있는 것이 많았지만, 나머지는 팀과 궁합이 나쁜 것들이었다.
최지혁이 물었다.
“인원은 우리 셋에 예비 팀원이라는 한소준 씨 이렇게 네 명으로 확정이야?”
“풀 도핑을 한다고 가정하고. 저는 일단 논외. 그러면 소준 씨가 준S, 형이 C, 별이 누나가 B 정도의 수준이니까…….”
“많이 힘들지 않나?”
“누누이 얘기하지만, 알파벳 평균 내는 건 아무 의미가 없어요. 당장에 형이랑 제가 낼 수 있는 최대 화력의 임계점이 SSS에 육박하잖아요. 왜 가능성을 낮춰요?”
“그렇기는 한데…….”
“일단 오늘 중으로 확정할 겁니다. 양화 길드 쪽에서 지원 용병을 하나 데려올 것 같네요.”
그때, 윤별이가 물었다.
“혹시…… 보미야?”
“보미 씨를 불러서 화력 극대화 콘셉트로 가거나 아니면 정훈 씨를 불러서 서브 탱커를 만들 겁니다.”
신화는 마지막으로 고민하는 중이었다.
진보미를 부르면 하나부터 열까지 신화가 멱살 잡고 ‘캐리’해야 하는 그림이 그려진다.
바꿔 말하면, 신화에게 뭔가 사고가 생기면 팀원 전원이 위험해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물론 그만큼 신화의 공격 하나하나의 효율과 파괴력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디버프에 주술, 지속적 치유와 적절한 피니시까지 이뤄진다면?
말 그대로 때려 부수고 다니면 되기 때문이다. 전투야 신화가 늘 자신 있어 하는 부분이었다.
다만 정훈이 있으면, 팀 자체의 안전성이 높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그렇다고 둘 다 부를 생각은 없었다.
전리품 분배 비율 문제도 있고, 경험치의 획득량도 대폭 줄어들기 때문이다.
“와, 이거 그런데 D랭크인 내가 던전에서 버틸 수 있을지…….”
최지혁은 떨리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느껴지는 격차만 보면, 마치 사회인 야구 4부 리그에 있는 선수가 프로 경기를 뛰는 느낌이랄까?
너무 까마득하게 느껴져서 역설적으로 난이도나 위험성이 체감되지 않았다.
“저를 믿어 봐요, 형.”
신화가 최지혁의 손을 꽉 붙잡고, 생기 가득한 마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신화만이 할 수 있는 순도 높은 마력의 주입이기도 했다.
“오늘 자정까지 확정할게요. 큰 변동이 없다면 인원은 총 다섯이 될 거고, 3월 3일 새벽에 직항기로 곧바로 LA로 갈 겁니다.”
“좋아. 최대한 잘 준비해 볼게!”
“지혁 오빠, 우리는 따로 나머지 공부를 할까요? 정리한 몬스터 내용을 보니, 제법 참고할 동영상이 있을 듯해요.”
“그래? 그거 좋지!”
둘은 벌써 의욕이 충만했다.
신화가 뿌듯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철저한 데이터의 분석과 꼼꼼한 공부를 추구하는 윤별이.
그리고 꾀부리는 일 없이 우직함으로 모든 것에 도전하는 긍정파 최지혁.
두 사람이 함께 보조를 맞춰 준다면, 우리 팀의 시너지가 무척 좋아질 듯했다.
* * *
-갈게요. 꼭 갈래요!
“관련 자료들은 이미 팀원들에게 브리핑했고, 전부 다 정리해 뒀어요. 원하면 바로 보내 줄 수 있어요.”
-딱히 신화 씨가 간다고 해서 가고 싶은 게 아니라, 전부터 그 던전에 진짜 관심이 많았거든요!
“여러 가지로 다채로운 공략이 될 겁니다. 그만큼의 긴장도 잔뜩 해야겠지만.”
-던전은 생과 사의 갈림길에 있는 전쟁터잖아요? 절대 여행 가는 것처럼 가볍게 생각 안 해요.
“3월 3일 새벽입니다.”
-신화 씨가 괜찮으면 제가 예약해도 돼요? 아버지 입김을 조금만 이용하면, 퍼스트 클래스 좌석 전부 전세 내서 갈 수도 있는데.
“센스를 믿어 보죠.”
-호호, 좋아요! 그럼 꼼꼼하게 잘 준비해 볼게요. 이참에 별이 언니도 볼 수 있고, 좋은데요?
“3일에 봅시다.”
-알겠어요! 보강 필요한 브리핑이 있으면, 이동하는 비행기 안에서 추가로 부탁드려요.
“그러죠.”
진보미와의 통화를 마쳤다.
고심 끝에 진보미를 마지막 동료로 선택한 것은 역시 화력으로 화끈하게 싸우는 것이 좋아서였다.
어차피 어떤 형태로 접근한다고 해도 던전에서 변수는 늘 발생한다.
그렇다면 그런 상황에서 화력을 집중해서 한 방에 정리할 수 있는 그림이 훨씬 낫다.
[다녀오고 나서 팀에 합류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해 보겠습니다.절대 확정은 아닙니다. 심도 있게 고민해 보고 말씀드릴 테니까 너무 기대하지는 마시길.]
“한소준, 네가 아무리 비싼 척 굴어 봤자 이미 나한테 마음 다 뺏긴 거 알아.”
나는 방금 막 도착한 한소준의 톡을 보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감정이 배제된 글이지만, 그 뒤에 숨겨진 모습이 다 보이기 때문이다.
이미 나와 함께한 첫 번째 던전 공략에서 녀석은 마음을 다 빼앗겼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 뒤로 언제 또 던전에 가느냐고 묻는 것이 아니라 친구 차단을 했겠지.
원래 악명 높은 녀석이기에 충분히 그럴 만한 인성(?)이었다.
하지만 꾸준히 내게 연락을 하는 것으로 봐서는 마음은 다 줘 놓고, 아닌 척하는 것이 분명하다.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서 눈치껏 상대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관심법’ 정도는 내게 그리 어렵지 않다.
“이제 2시간 남았나.”
시계를 봤다.
2월 29일, 오후 10시.
3월 1일, 삼일절의 자정으로 넘어가는 순간 눈앞의 모든 광경이 달라지게 된다.
여기는 지제역.
내가 발을 딛고 서 있는 자리는 ‘즉사의 안개’ 지대에서 300m밖에 떨어지지 않은 위치다.
“저기 중간쯤에 던전 입구가 세 개 생길 테고, 반경 300m 안으로는 땅을 모조리 사 뒀으니.”
내가 사 놓은 땅들은 지금은 보이지 않는 땅이다. 그야말로 유령 같은 땅.
확인하려면 즉사의 안개 안으로 들어가야만 하기에 당연히 들어가 볼 수 없다.
“기분 좋은 암흑을 즐겨 보자고.”
전생에는 모르고 지나쳤던 역사적인 순간을 곧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즉사의 안개 지대로 대표되는 블랙 존의 특수 환경이 아웃브레이크와 함께 사라지는 모습은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
나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반지를 만지게 됐다.
같은 동족, 그러니까 같은 반지를 만나야만 반응하는 이 녀석.
일단 지금까지 두 번의 반응이 있었다.
한 번은 일라이저, 다른 한 번은 장동식의 아지트 앞에서 엇갈린 의문의 인물.
“하여간 걸리기만 해라.”
까드득 이를 갈았다.
기분이 참 불쾌하다.
눈앞에서 똑똑히 보고도 놓친 바퀴벌레를 떠올리는 심정이었다.
“이번에 미국 던전에 다녀오면, 크리비아 아일랜드로 출국해야겠군. 힐링을 좀 해야겠어.”
그래도 곧 찾아갈 내 섬들을 떠올리니, 마음속 깊은 곳부터 점차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동기부여는 중요하다.
내 눈으로 직접!
은퇴 이후의 삶을 설계해 나갈 섬을 하루라도 빨리 보고 싶었다.
그로부터 약 2시간 후.
“셋, 둘, 하나…….”
마지막 카운트를 셌다.
그리고 모든 시간 표시가 0의 숫자로 통일되는 순간!
파팟! 팟! 팟!
정면에서 붉은빛이 번쩍였다.
섬광만 잠깐 번쩍였을 뿐, 다른 변화는 전혀 없었다.
‘조용한’ 아웃브레이크.
폭발이나 굉음이 없고 몬스터의 대규모 출몰도 없는 아웃브레이크를 조용한 아웃브레이크라고 일컫는다.
전생에 그랬었던 것처럼, 똑같은 조건에서 아웃브레이크가 벌어진 모양이었다.
그리고.
슈우우욱!
마치 청소기에 빨려가는 것처럼 즉사의 안개 지대 전체가 세 개의 차원문에 흡수되어 사라졌다.
언제 그런 죽음의 땅이 있었냐는 듯, 감쪽같이 사라진 변화였다.
“10년을 넘어왔구나, 너희들.”
내 눈앞에 펼쳐진 것은 대격변과 함께 즉사의 안개 지대가 생기기 전까지 있었던 현장이었다.
아무도 들어가 볼 수 없어 단절되어 있었던 시간이 10년을 훌쩍 날아온 느낌이었다.
샤아아아.
이윽고 좌측부터 붉은색, 보라색, 초록색으로 빛나는 차원문이 한눈에 들어왔다.
D랭크의 던전 세 곳.
이 던전은 내가 소유하고 있는 지제역의 땅덩어리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다.
어떤 입장 경로를 선택하더라도 내 땅을 지나지 않고는 절대 갈 수 없는 위치에 있었다.
혼자서 남몰래 기뻐하는 건 잠깐이면 충분하다.
삑. 삑.
바로 이하성에게 직통으로 전화를 걸었다.
새로운 곳으로 태어난 이곳.
즉사의 안개 지대가 완전히 사라진 새로운 블랙 존에 대해 KSA와 진지하게 얘기할 시간이다.
* * *
“본부장님, 도대체가 이럴 수가 있는 건가요?”
“이런 일이 생겼으니까 연락이 온 거겠지?”
“조용한 아웃브레이크는 그렇다고 쳐요. 종종 운 좋게 목격할 경우가 있으니까. 하지만 그 일대의 땅을 전부 소유하고 있는 건 너무 이상하지 않아요?”
“이상하면 어쩔 건데?”
“뭐…… 어쩌겠다는 것이 아니라, 너무 놀랍다는 거죠.”
자정을 넘긴 한밤중이었지만.
신화의 연락을 받은 이하성과 나미나는 서둘러 지제역으로 향하고 있었다.
-제가 보유하고 있는 땅 위에 던전이 세 곳 생겼는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것은 신화가 덤덤한 목소리로 전달한 새로운 소식 때문이었다.
불과 30분 전까지만 해도 평소와 같았던 곳이 갑자기 뒤바뀐 것이다.
현장에 설치된 CCTV로 확인을 해 보니, 지제역 주변의 상징과도 같았던 즉사의 안개 지대는 사라지고 없었다.
게다가 신화는 아웃브레이크가 일어나기 전부터 일찌감치 현장에 도착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양화 길드에서 양도받은 E랭크 던전도 A랭크 던전이 됐었지?”
“그러니까요. 가진 재능 중에 미래시(未來視)도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요.”
지금 가진 재능만으로도 충분히 차고 넘치는데, 미래는 내다보는 능력까지 있는 느낌.
어쨌든 황급히 현장으로 향하는 이하성과 나미나의 표정은 평소보다 더 잔뜩 굳어 있었다.
신화를 주제로 듣게 되는 소식은 항상 무엇을 생각하든 상상 그 이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