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27)
만렙 회귀자입니다만-127화(126/300)
제 127화
‘저만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KSA는 물론이고, 혜화 길드에서도 다 알고 있습니다.’
‘국가에 혼란을 일으키려는 목적이 자명한데, 어찌 이런 곳에 물건을 팔라는 말입니까?’
‘다른 곳에서 재판매하는 제작품을 구입해 볼 생각을 하실 수도 있겠지만, 글쎄요. 그게 어디 쉬울까요?’
신화가 사실상 일방적인 선언과 통보에 가까운 말을 내뱉어 놓고 나간 직후.
“X발……!”
콰앙! 쾅! 쾅!
목진우는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더 이상 참아 내지 못하고 애꿎은 책상만 연신 내리쳤다.
보통 분노가 아니었다.
그가 아끼던 책상임에도 불구하고 마력을 실어 내리친 주먹질에 그만 박살이 나고 만 것이다.
“도대체, 도대체……! 누구 소행이지? 누구 소행이냔 말이다!”
목진우가 까득 이를 갈았다.
신화가 넘겨짚었다고 추정하기에는 알고 있는 내용이 너무 깊고 세세했다.
자신과 신정아, 홍매화와 신정아의 심복들이 아니라면 알 수 없는 협력 정보도 알고 있었다.
더 큰 문제는 이 사실을 신화뿐만 아니라 KSA나 타깃 대상인 혜화 길드까지 알고 있다는 점이었다.
사실 신화는 당사자들은 알지도 못하는 ‘뻥카’를 날린 셈이었지만.
이를 증명하거나 알아볼 방법이 당연히 목진우에게는 없었다.
그렇다고 KSA나 혜화 길드에 찾아가서 ‘우리의 계획을 알고 있었나?’ 하고 묻는 미친 짓을 할 수는 없잖은가?
‘궁색하지 않습니까? 당당하게 노릴 자신이 없어서 연인 관계인 것까지 숨겨 가면서 연대를 하다니.’
‘그리고 연인이면 연인일수록 비밀을 잘 지켜야지. 이렇게 떠벌리면 지나가던 개도 알겠네요.’
신화는 자신의 은밀한 부분까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목진우와 신정아의 연인 관계는 그의 친위대인 홍매화도 모를 만큼 은밀한 만남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조건부지만, 공간 이동 재능이 있는 신정아였기에 가능한 밀회이기도 했다.
“설마 정아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번 계획이 새어 나온 시발점은 내부다.
신화가 미래에서 온 사람이 아닌 다음에야 이렇게 하나부터 열까지 알 수는 없을 테니까.
“망할!”
콰아앙!
결국 분노를 이겨 내지 못한 목진우는 옆에 있던 보조 책상까지 반 토막을 내 버렸다.
이러면 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
적이 이미 다 알고 있는 노림수를 추진할 수는 없잖은가?
이 정도면 김이 빠진 정도가 아니라, 마시는 순간 독이 될 독극물을 들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나, 정아, 홍매화, 그리고 정아의 심복들……. 분명히 이 안에 배신자가 있다.”
신화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오롯이 목진우의 냉랭한 의심의 화살이 되어 버렸다.
이제는 신화에게서 제작품을 구입하는 문제는 더 이상 신경 쓸 계제가 아니었다. 내부의 쥐새끼부터 잡아낼 때인 듯했다.
* * *
얼마 후.
“태어나서 목진우 놈이 그렇게 당황하는 모습은 처음 보네. 하하, 배가 다 아프네, 진짜!”
집으로 돌아온 나는 아픈 배를 만져 가며 열심히 웃어 댔다.
목진우에게 아예 미래의 일 그대로를 터뜨린 노림수는 완벽하게 성공했다.
목진우는 내가 정보를 얻은 과정이나 방법보다 그 사실이 알려졌다는 자체에 경악한 듯했다.
그렇겠지.
눈앞에 있는 내가 ‘회귀자’라는 사실은 꿈에도 모를 테니까.
목진우의 성격상, 분명 내부에서부터 이 잡듯 정보 제공자를 찾아내려 할 것이다.
그러라고 열심히 입을 털어 뒀으니, 꼭두각시놀음은 본인이 알아서 할 몫이고.
“후! 미친 듯이 웃다가 배 아파 죽는 줄 알았네. 이래서 혀가 무섭긴 무서워.”
목진우의 앞에서 당사자가 생각했을 것 이상의 내용을 열심히 떠들어 댔으니.
놈이 바보가 아닌 이상, 원래의 계획대로 실행할 가능성은 없어 보였다.
의심의 칼끝이 내부자에게로 향하게 한 것만으로도 이미 100점 만점이다.
‘일단 내일 출발할 준비는 끝났네.’
나는 아공간에 넣기에 앞서 집에 오면서 구매한 것들을 다시 늘어놓았다.
우선 황 노인에게 들러서 강화 슈트를 여분으로 몇 벌 더 샀다.
혹시나 해서 팀원들의 여분으로 쓸 프리사이즈의 강화 슈트도 사 놨고. 첫 공략 선물이랄까?
일단 공략만 잘 마무리하면.
필요 경비를 전부 제해도 참여한 팀원마다 최소 50억 원 이상의 분배금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도 서 있었다.
어차피 LA로 향하는 직항기 안에서는 웬만해서는 푹 자거나 휴식을 취할 예정이기에.
2일 저녁인 오늘 밤에 예화 훈련실에서 5인이 모여 호흡을 간단하게나마 맞춰 볼 예정이었다.
나, 윤별이, 신부님, 한소준, 진보미, 이렇게 5인으로 말이다.
‘나를 제외하면 어쌔신, 디버퍼, 힐러, 원딜러, 이런 개념인가? 구성은 진짜 좋네.’
구성은 최고다.
전투에서는 오로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기를 원하는 만큼, 이것보다 최적일 수는 없었다.
전생에서도 전투에서 니콜라스가 내 서포터이기도 했고. 그것은 내 자부심이자 자신감이었다.
드르륵.
그때, 톡이 하나 왔다.
새벽 시간이라 한소준이 보낸 톡인가 했는데, 윤별이였다.
[계속 협상 중이야. 일단 혜화 길드에서 식별 안경 3개 선주문, 160억 원 선에서 맞출 것 같아.] [피드백 있으면 연락 줘. 새벽 네 시 정도까지는 안 잘 거야.]이렇게까지 열심히 해 달라는 것은 아니었는데, 정말 맡은 일에 열정적으로 임해 주고 있었다.
물론 인센티브를 약속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만큼 팀에 애정이 있는 듯 느껴져 고마웠다.
나도 야행성인 탓에 지금은 전혀 잠을 잘 생각이 없다.
‘개변을 좀 더 해 볼까.’
그래서 생각이 닿은 것은 한동안 쉬고 있던 육체 개변이었다.
일단 뇌 개변은 앞서 생각했던 100%의 조건이 갖춰지기 전까지는 시도하지 않을 작정이다.
다른 신체 개변은 실패해도 다음이 있지만, 뇌는 실패하면 내가 바보가 되기 때문이다.
컴퓨터로 따지자면 백업이 없는 포맷과도 같아서, 실패하면 깔끔하게 초기화된다. 누가? 내가.
“코, 귀.”
이렇게 두 군데를 하기로 했다.
이번에 LA의 K-10004 던전을 공략함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기도 했고.
개변 난이도도 전에 매겨 둔 기준으로 하(下)급이라 굳이 미뤄 둘 필요도 없는 개변이다.
샤아아아.
바로 마력을 코와 귀에 집중시켰다. 순간 코가 찡하고, 귀가 얼얼한 느낌이 났지만 무시했다.
‘개변이 성형까지 되면 참 좋을 텐데.’
남자의 중심은 코인데.
매번 거울을 볼 때마다 콧대가 왠지 아쉽단 말이야. 안타깝게도 개변으로 성형은 안 된다.
안정적으로 꾸준히 마력을 공급하며, 자연스러운 두 부위의 개변을 유도했다.
다양한 세포 반응이 일어나면서 화끈거리거나 묵직하게 눌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버틸 만했다.
“좋아. 좋아.”
몸에 무리 가는 일 없이 변화가 순조롭게 진행됐다. 확실히 몸의 적응성이 좋아졌다.
몸의 적응성이란 개변이나 재능 흡수에서 몸이 무의식중에 저항하는 기제를 줄이거나 없애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한 번에 개변을 몰아치듯이 하지 않는 이유도 바로 이 적응성 때문이었다.
어쨌든 개변은 몸에 무리를 주는 변화이기에 자칫 잘못하면 부작용을 겪을 수 있어서다.
얼마 후.
“됐어!”
개변이 끝났다.
난도가 낮은 덕분인지 달리 후폭풍도 없었고 몸에 쌓인 피로감도 미미한 수준이었다.
킁킁. 킁킁.
바로 그때.
유독 콧속을 깊게 파고드는 특유의 냄새가 있었다. 샤미의 체취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던 녀석의 냄새가 강화된 후각에 의해 예민하게 느껴졌다.
역시 개변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강화된 후각은 단지 후각의 범위를 확장시킬 뿐만 아니라, 다양한 역할을 한다.
은신한 몬스터의 체취도 감지할 수 있을뿐더러, 독성화된 연기를 조기에 필터링하는 역할도 한다.
즉, 내게는 이제 독무(毒霧) 같은 것도 안 통한다는 뜻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몬스터의 체취에 대해서 학습도 가능하다.
무슨 말인가 하면, 한 번 분석이 끝난 몬스터의 체취는 기억 속에 자연스럽게 각인된다는 얘기다.
정보가 없는 던전에 들어가더라도, 사전 후각 정보가 있으면 몬스터의 존재를 유추할 수 있다.
-츄르……. 츄르…….
게다가 강화된 청각 덕분에 꽤 떨어진 방에서 잠결에 중얼거리고 있는 샤미의 목소리도 들렸다.
평소 같았으면 아예 기척도 못 느꼈을 작은 소리가 이제는 증폭해서 들리는 것이다.
물론 귀에 마력을 집중하지 않으면 평소 같은 청각을 유지하므로 ‘셀프 소음’에 시달릴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된다.
-자기야, 오늘 나 어때?
-오우……. 완전 섹시한데.
-그런데도 보기만 할 거야?
다만 집중하면 옆집 두 남녀의 은밀한 대화까지 엿들을 수 있다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
‘이 정도면 상대의 은신에 대해서는 완전 면역이라고 봐도 무방하겠네.’
이제는 설령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코와 귀로 얼마든지 흔적을 쫓을 수 있다.
“잠도 안 오는데 샤미 녀석이나 좀 씻겨야겠다. 냄새가 너무 심한데?”
예민한 후각이 자극을 많이 받은 탓인지 샤미의 체취가 지독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오늘은 평소와 달리 동물병원이 아닌 집에서 녀석을 씻기겠다고 다짐하며 방으로 갔지만.
-어딜 함부로 만지려고 그래!
짜악!
내게 돌아온 것은 콧잔등에 남겨진 녀석의 시원한 발톱 자국뿐이었다.
어쩔 수 없지만.
오늘도 동물병원의 친절한 여성 미용사분을 찾아가야 할 것 같다.
* * *
3월 3일, 새벽.
신화를 포함해 5인으로 구성된 공략 팀은 LA로 향하는 직항기 안에서 편히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진보미 덕분에 퍼스트 클래스 좌석 전체를 예약하고, 남의 눈치도 볼 것 없이 편히 쉬는 중이었다.
전세기까지는 아니어도, 충분히 그에 준하는 느낌이 날 정도의 특별 대우였다.
어젯밤에 예화 훈련실에서 했던 사전 연습 덕분에 다섯은 모두 친해져 있었다.
신화가 가장 걱정했던 한소준은 신화의 동료라 그런지 세 사람을 딱히 경계하지 않는 눈빛이었다.
다만 유독 말수가 적고, 말투가 딱딱한 윤별이에게는 한소준이 무척이나 어려워했다.
어쨌든 대부분이 잠든 새벽.
창밖을 바라보며 새벽녘의 달빛을 즐기던 신화에게 최지혁이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신화야, 잠깐 대화 괜찮아?”
“물론이죠. 잠깐뿐만이 아니라 하루 종일 대화도 괜찮아요.”
“괜히 편하게 쉬고 있는데 방해하는 건 아닌가 하고.”
“편하게 말해도 돼요. 같은 팀이잖아요. 너무 눈치 볼 것 없어요. 무슨 상하 관계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
“그래. 다른 게 아니라 꼭 물어보고 싶었던 것이 하나 있어서.”
“얼마든지 물어보세요.”
“왜…… 나를 선택한 거야?”
최지혁은 그게 늘 의문이었다.
물론 강신화라는 걸출한 인재가 자신과 함께한다는 사실이 꿈만 같고 행복하기는 하다.
하지만 그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입장에서만 떠올린 생각이었다.
충분히 신화와 함께할 수 있는 능력 있는 각성자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제 D-랭크밖에 되지 않은 자신의 어느 부분이 마음에 들었는지 꼭 듣고 싶었던 것이다.
신화처럼 대단한 사람이 자기와 같이 ‘보잘것없는’ 사람을 왜 곁에 두려 하는지.
최지혁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것은 신화를 그만큼 아끼고 존경하는 동료로서 생각해 보게 되는 냉정한 감정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