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29)
만렙 회귀자입니다만-129화(128/300)
제 129화
‘신촌역에 있는 홍연 길드의 거리는 거의 어린애 수준이었네.’
일라이저 파크로 가는 길목의 모든 가로등과 전봇대에 나부끼고 있는 일라이저 그룹의 깃발을 보며 생각했다.
LA 국제공항을 벗어나는 순간부터 모든 것이 그들과 연관된 느낌이었다.
게다가 일라이저 파크로 몰려들고 있는 각성자들 역시 전부 일라이저 그룹의 소속이었다.
저마다 초호화 강화 슈트를 착용하고 있는 것은 물론.
아티팩트를 장착하지 않은 각성자는 아예 없어 보였다.
‘전생에는 애초부터 협력을 안 했던 놈들이라서 관심도 안 가졌었는데…… 크긴 정말 크네.’
오면서 본 각성자만 해도 벌써 수백 명에 달했다. 장비의 수준만 봐도 최소 B랭크 이상.
그렇다면 유사시에 한 지역에서 얼마든지 B랭크 이상 각성자 수백 명을 동원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것은 우리나라 최대 길드로 통하는 홍연이나 청연 길드도 불가능한 숫자다.
‘일라이저, 도대체 얼마나 깊이 뿌리를 내려 둔 거냐.’
새삼 느끼는 그의 세력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 녀석을 적으로 돌리면, 고스란히 이 구성원들도 자신의 적이 될 수밖에 없으니까.
어쨌든 가는 내내, 나는 보이는 주변 광경을 모두 유심히 살폈다.
던전 밀집 지역인 이곳은 원래 과거 로저스 파크로 불리던 곳이었다.
하지만 대격변 이후 많은 던전이 한데 뭉쳐 생겨나면서 각성자들의 중심지가 됐다.
이후 여러 길드로 나뉘어 던전들이 소유되다가 일라이저가 이 던전들 전부를 일괄 구매했다.
그 이후, 일라이저는 아예 공원 부지까지 사들여 이름을 바꿔 버렸다.
‘사업적인 수완이 확실히 좋네. 이건 내가 배워야겠어.’
나는 공원 전역을 메우고 있는 수많은 시설들을 바라보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지제역 일대의 던전 연계도 딱 이런 식이기 때문이다.
던전 개수가 여기보다 다소 적기는 하지만, 던전 사이의 거리는 오히려 가까운 편이었다.
조용히, 그리고 꼼꼼하게, 현장의 모습을 한눈에 담았다.
비록 적이라고 해도 배울 건 배워야 하니까.
15분 후.
일라이저 파크의 가장 깊숙한 곳에 도착한 우리 일행은 모두 리무진에서 내렸다.
공원의 중심가에서 상당히 떨어진 곳이라 인적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도 그럴 것이 K-10004 던전은 KSA에서 일라이저 그룹에 판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특별하게 편성된 경우가 아니면 외국 각성자의 공략이 허가되지 않았다.
당연히 일라이저 그룹에서 굳이 이 던전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으니, 인프라 투자가 안 된 셈이다.
“배려로 잘 왔군요. 감사합니다.”
나는 내리자마자 운전수의 역할까지 톡톡히 한 벨릭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는 음흉하리만치 뭐라 말할 수 없는 묘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지만, 차 안에서는 내게 한마디도 걸지 않았다.
사실 그래서 놈의 속내를 더 알 수 없었다.
“공략 이후에 다섯 분께서 머무실 호텔도 바로 근처에 있으니 언제든 오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자, 그럼 모두 돌아간다!”
벨릭의 지시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모두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잠깐의 호화로웠던 기억을 뒤로하고, 우리 일행은 K-10004 던전 앞에 섰다.
최종적인 준비물과 짐 확인을 마치면, 바로 입장 시작이다.
* * *
약 5분 후.
멀찍이서 신화 일행의 던전 입장을 지켜본 벨릭이 바로 일라이저 로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강신화 일행, 입장했습니다.”
-벌써? 짐꾼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을 텐데.
“짐을 따로 보관하더군요.”
-따로?
“아공간을 활용하는 아티팩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처음 봅니다만…….”
-그런 특이한 아티팩트를 갖고 있었단 말이냐?
“예, 그렇습니다. 그리고 참여자의 최종 확인도 끝냈습니다. 기존에 파악한 바와 동일합니다.”
-그 말은 A, A, B-, C-, D 이렇게 다섯 명의 구성으로 SS랭크급 던전을 노린다는 말인데.
“앞뒤가 안 맞긴 합니다만, 다들 자신 있어 보이더군요. 의문을 제기하는 팀원은 없었습니다.”
-강화 포션을 고려한다고 해도 불균형이 너무 심한데. 원정까지 와서 헛짓을 하려는 건 아닐 테고, 정말 자신 있다는 건가.
“그렇지 않을까요, 마스터.”
-음…….
스마트폰 너머에서 짙은 침음성을 내는 일라이저의 목소리가 깔렸다.
보통의 각성자들은 얼추 지켜보고 조사하면 대부분 파악이 끝나기 마련인데.
신화는 예외였다.
알면 알수록 양파 껍질처럼 새롭게 드러나는 정보들이 많았다.
분명 아군인 것은 맞는데, 당최 속내를 잘 알 수 없다고 할까. 일단 재능에 대해서도 숨기는 것이 많았다.
-벨릭.
“예.”
-일라이저 호텔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강신화가 마치고 나오면 던전 공략을 제안하도록.
“던전이라 하시면……?”
-몇 가지 던전을 리스트업 해서 보내 줄 테니, 협력 공략을 요청해라. 놈의 실력 좀 보자.
“응할까요?”
-십중팔구 자신에게 큰 보상이 있는 던전이면 갈 거다. 그 녀석은 재물에 관심이 많아.
“알겠습니다, 마스터. 연락 주십시오. 제가 강신화를 좀 더 면밀히 조사하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하지.
이 세계의 태생이 아닌, 두 ‘나스 대륙인’의 통화는 그렇게 끝났다. 타깃은 강신화.
그들은 신화가 자신들의 확실한 ‘아군’이 될 수 있을지 그것을 궁금해하고 있었다.
* * *
같은 시각.
나는 던전에 입장하자마자 동료들에게 각각 하나씩 식별 안경을 제공했다.
아공간에서 막 꺼낸 식별 안경의 상태는 방금 만든 것처럼 따끈따끈했다.
먼저 식별 안경을 낀 진보미가 벗다 끼기를 반복하며 말했다.
“도수는 없네요?”
“착용자의 시력에 매번 맞출 수는 없으니까요.”
“아 참, 신화 씨.”
“네?”
“왜 저랑 한소준 씨에게는 말을 편하게 안 하는 거예요? 나머지 두 분에게는 전보다 훨씬 편하게 대하고 있잖아요?”
“그건 팀원이 아니라서 그렇습니다.”
“아…….”
이유를 물어보는 진보미의 말에 나는 칼같이 답해 주었다.
가까운 팀의 관계와 그보다 살짝 먼 비즈니스 파트너와는 거리를 두겠다는 뜻이다.
그 경계가 허물어져 버리면, 여러 가지로 복잡한 문제가 많아 내가 정한 일종의 룰이었다.
“다른 동료들과 말을 놓고 하는 것은 상관없어요. 다만 제 생각은 좀 다르다는 것만 알아줘요.”
“음……. 알겠어요. 어쨌든 이 안경이 몬스터의 제공 경험치 양과 차원석 유무를 알려 준다는 거죠?”
“백문이 불여일견이죠.”
나는 막 착용을 연이어 마친 동료들의 상태를 확인하고는 앞으로 쭉쭉 치고 나아갔다.
K-10004 던전은 다른 던전과 달리 입구에서부터 몬스터들이 득시글거리지는 않았다.
다만 초원과 숲, 협곡이 어우러진 지형을 지녀 폭넓은 시야 확보는 다소 어려웠다.
가까운 언덕에 오른 나는 마침 아래 비탈길 너머로 보이는 몬스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역시 잘 작동하는군.’
예상대로였다.
앞에 나타난 녀석은 단독 생활을 하는 B랭크의 몬스터로, 캥거루와 비슷하게 생긴 아슈파스.
녀석의 몸에서 보랏빛이 난다.
안경은 해당 몬스터의 경험치 총량을 무지개색으로 표현한다.
붉은빛일수록 경험치가 많아지고, 보랏빛에 가까울수록 경험치가 적어지는 식이다.
‘경험치는 아주 적지만 그 대신에 차원석 코어는 존재하네.’
심장 옆에 자리 잡은 응어리가 보이는 것으로 봐선 확실히 차원석을 얻을 수 있을 듯했다.
“보라색 오라! 거기에다가 가슴 언저리에 이질적으로 자리 잡고 있는 덩어리가 하나 보이네요!”
“와, 진짜 그렇잖아?”
“이런 특이한 안경이 만들어질 줄이야…….”
진보미의 말을 필두로 다들 신기해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다만 직접 눈으로 증명하기 전까지 속단할 수는 없는 법.
나는 바로 자리를 박차며, 아슈파스를 향해 몸을 날렸다.
크와오!
녀석은 근성이 있었다.
보통 혼자 있을 때 갑자기 인간이 나타나면 우선 도망가기 마련인데.
아슈파스는 마치 복싱 선수처럼 움켜쥔 주먹을 힘껏 뻗으며, 내게 거칠게 달려들었다.
‘미안하지만 감흥 없다.’
이미 아슈파스의 도약은 시작부터 틀렸다.
통제 불가능한 상태가 되는 공중 정점에서 아슈파스는 너무 많은 빈틈을 노출하고 있었다.
퍼억!
일격이면 충분했다.
아래부터 수직으로 쳐올린 폭권은 정확하게 아슈파스의 턱을 완벽하게 박살 냈다.
녀석이 회심의 주먹을 반절도 채 뻗기 전에 벌어진 일이었다.
“끄르륵…….”
순간 쇼크로 인사불성이 된 아슈파스가 비틀거리는 사이.
푸우욱!
이번에는 검으로 변형시킨 오른팔을 아슈파스의 양미간 사이에 단숨에 찔러 넣었다.
초월 가속으로 급격히 가속화한 덕분인지 생각보다 검날이 더 깊게 박혀 들어갔다.
몬스터의 사망.
그와 동시에 보랏빛의 오라가 다섯 갈래로 나뉘더니 자연스럽게 우리 모두의 몸에 스며들었다.
경험치를 획득한 것이다.
물론 이 경험치가 다음의 성장을 위해 얼마만큼의 역할을 할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경험치를 획득했다는 것을 가시적으로 알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은 매우 좋았다.
바로 그때.
“와! 저길 보세요! 진짜 차원석이 나오고 있어요!”
깜짝 놀란 진보미의 목소리가 들렸다.
“진짜잖아?”
한소준과.
“말도 안 돼.”
윤별이의 반응이 이어지고.
“차원석이 있고 없고를 파악할 수 있다는 건 여간 혁명적인 일이 아니에요. 지금까지 전례가 없는…….”
진보미만큼 놀란 신부님의 반응도 이어졌다. 주먹이 들어갈 만큼 떡 벌어진 입이었다.
“첫 개통은 상급 차원석이네요. 원 펀치에 1억이면 괜찮은데?”
나는 흡족한 표정으로 아슈파스에게서 적출한 상급 차원석을 들어 보였다.
이것이 식별 안경의 힘이다.
이후.
우리 일행은 아슈파스를 상대로 총 열 번 정도의 검증 과정을 거쳤다.
혹시나 만에 하나라도 내가 생각하지 못한 식별 안경의 변수가 있을까 봐 걱정이 돼서였다.
물론 그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몬스터의 차원석 보유 여부에 대해서는 식별 안경의 표시가 단 한 번도 틀리지 않았다.
“저희 길드도 별이 언니와 협상해서 총 세 개 확보했는데, 이 정도 성능이면 정말 길드에 큰 도움이 되겠어요!”
진보미는 여기저기 보이는 몬스터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안경으로 확인하고 있었다.
어떤 물건의 상품성에 있어서만큼은 절대 빈말을 하지 않는 그녀다.
진성태의 밑에서 수많은 경험을 쌓으면서 그만큼 안목을 길러 오기도 했고.
진보미가 이렇게 평가할 정도면, 다른 길드의 반응은 아마 그 이상일 것이라는 얘기다.
“쓸 만해 보입니까?”
“쓸 만해 보이는 정도가 아니라 신부님이 말한 것처럼 혁명적인 발명품이에요! 효율성을 추구하는 각성자들에게 선풍적인 인기 상품이 될 거예요!”
내 생각도 그녀와 똑같다.
그녀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안경을 이리저리 다시 살펴보더니 내게 물었다.
“이거 만드는 과정이 보통 복잡한 게 아니죠? 제 생각에는 희귀 재료가 엄청 들어갈 것 같은데.”
“단언컨대 제가 아니면 만들 수 없을 겁니다.”
자신 있게 말했다.
전생에 2029년, 그것마저도 어떤 각성자에 의해 우연히 개발되어서 만들어진 물품이었으니까.
“정말 이런 멋진 제작품에 대한 지식을 갖고 과거로 가고 싶어요! 과거의 제가 이런 물건을 남들보다 먼저 만들면 얼마나 많은 떼돈을 쓸어 담고 벌겠어요?”
진보미가 부러움에 한 말이겠지만, 나는 그 말을 듣고 순간 뜨끔했다.
일단 식별 안경의 안정적이면서도 명확한 성능 확인은 끝났다.
남은 것은 앞으로 어떻게 제작 물량을 조절하면서, 좀 더 현명하게 팔아넘길지에 대한 문제다!
최상급 마력 포션.
강화 포션.
두 포션에 이어 내가 야심 차게 개발한 세 번째 전략 상품이 드디어 힘찬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