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30)
만렙 회귀자입니다만-130화(129/300)
제 130화
1시간 후.
“드디어…….”
“올 것이 왔네요.”
제법 던전 안으로 깊숙하게 들어온 신화 일행은 이 던전의 핵심 몬스터를 만날 수 있었다.
지금까지는 애피타이저 느낌으로 5인 공략으로 전혀 껄끄럽지 않은 수준의 몬스터가 출몰했다.
기껏 높아야 S-랭크 정도 몬스터가 나왔을 뿐이고, 단독 행동을 하는 녀석이라 상대하기에도 수월했다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무리 지어 다니는 몬스터가 등장한 것이다.
정식 명칭은 라스카트. SS랭크 몬스터로 외형이 골렘과 비슷하게 생긴 바위 형태의 몬스터였다.
윤별이가 말했다.
“이제는 섬멸 작전이 통하지 않을 듯해. 수가 너무 많아.”
“확실히 그러네요.”
신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라스카트 무리를 모두 제거할 필요는 없었다. 무시하고 지나갈 길은 충분히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식별 안경으로 차원석 유무를 판별할 수 있다 보니, 보상이 확실한 녀석을 그냥 지나치기가 아쉬웠다.
안경은 ‘100%’의 확률로 이 녀석에게서 차원석을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을 주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확신만큼이나 강한 유혹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었다.
바로 전리품의 유혹 말이다.
“빼먹기로 가죠. 밥상 위에 맛있는 반찬이 있으면 전부 다는 먹지 않아도 편식은 해야죠.”
신화가 차원석 코어를 가진 라스카트를 손끝으로 정확하게 가리켰다.
저마다 무시무시한 방어력과 맷집을 가진 라스카트이기에 신화도 전멸시키는 그림은 그리지 않았다.
던전 내 몬스터를 모두 제거하려면 초장기 공략이 되는데, 그만큼 힘을 뺄 필요는 없다고 봤다.
“제가 끄집어낼게요.”
진보미가 나섰다.
장거리에서 일대일로 타깃을 지정한 주술 사용이 가능한 그녀였기 때문이다.
물론 신화의 윌슨이라든가 윤별이의 비도술 등이 있기는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괜히 엉뚱한 녀석이 휘말려서 이끌려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척. 척척.
진보미가 주술을 사용할 준비에 들어가자, 다른 팀원이 유기적으로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이미 연계에 대해서는 출발하기 전에 예화 훈련실에서 훈련을 하며 손발을 맞춰 둔 상태였으니까.
던전만 처음 왔을 뿐.
그들의 호흡은 처음부터 확실하게 체계적으로 설계되어 있는 상태였다.
“혼식, 환상.”
이윽고 진보미가 허공에 잿빛의 수인을 맺으며 라스카트를 이끌어 낼 주술을 시전했다.
다음 순간.
“끄륵?”
일행의 기척을 감지하지 못하고 주변을 배회하던 라스카트 한 마리가 고개를 까딱였다.
그러고는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무리를 빠져나와 이쪽으로 뚜벅뚜벅 걸어오기 시작했다.
위잉. 위잉.
최지혁은 예상 전투 지점에 미리 절망의 늪을 깔아 두고 있었다.
대기 상태.
아직 활성화는 되지 않았지만,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최대치로 활용이 가능한 상태였다.
휙! 휙휙!
신화가 연신 양손을 풀며, 라스카트를 상대할 준비를 했다.
아직까지는 자신의 무대가 아니다. 동료들의 체계적인 연계를 볼 시간이었다.
휘이익!
이윽고 쏜살같이 날아간 윤별이의 단도가 라스카트의 왼쪽 눈꺼풀을 강타했다.
놈이 반사적으로 눈을 감지 않았다면 그대로 눈을 꿰뚫었을 예리한 공격이었다.
“크으으!”
윤별이의 단검 도발에 바짝 약이 오른 라스카트가 속도를 높여 달리기 시작했다.
무리에서 단독으로 나온 녀석은 반쯤 흐트러진 초점으로 어딘가를 유심히 보고 있었다.
‘혼식, 환상이라고 했었나. 확실히 효과가 좋네.’
진보미의 주술 덕분에 라스카트는 일행이 있는 곳에서 살짝 비껴나간 방향으로 달리는 중이었다.
이동 경로가 비껴 나간 탓에 이대로 가면 최지혁의 디버프 안배가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는 상황.
파앗!
그래서 신화가 일찌감치 길목에 자리를 잡고 섰다.
“후우.”
뜨거운 숨결을 토해 내며.
초월 가속 재능을 이용해 몸을 최대 가속 상태에 돌입시켰다.
아직 공격은 시작도 하지 않았지만, 몸은 언제든 가속 능력을 활용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라스카트도 육체 강화를 할 줄 알지. 그러면 공격력을 제외하고 방어력만 놓고 봤을 때에는 SS+까지 준하는 능력을 갖고 있어.’
상대하기 상당히 껄끄러운 몬스터다.
그래서 팀원들도 신화의 공격이 통할지 말지 반신반의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 신화는 한 치도 망설이지 않고 곧장 라스카트에게 달려들었다.
“끄오오!”
“그거 말고 다른 멘트는 없냐?”
콰앙!
이윽고 신화와 라스카트가 격돌했다.
라스카트는 몸으로 신화를 들이받았고, 신화는 라스카트에게 진권 일격을 날렸다.
벼락의 권, 진권.
일순간 섬광이 번쩍하며 라스카트의 몸 전체에서 전류의 파장이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끄억!”
“크윽! 제법이네, 이 자식.”
신화와 라스카트가 동시에 신음을 토했다.
강화 슈트의 완화에 더해서 몸을 강화했음에도 느껴지는 충격량이 엄청났다.
이 정도면 뒤에 있는 동료들은 정타로 두 대 정도만 맞아도 즉시 목숨을 잃고 말 것이다.
감탄은 잠시뿐.
뒤로 밀려난 신화가 지면을 박차며 다시금 라스카트에게 달려들었다.
진권으로 유발할 수 있는 방어력 감소의 효과는 상당히 짧고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여유를 부릴 새가 없었다.
퍼억!
힘차게 도약한 신화가 니킥으로 비틀거리던 라스카트를 힘껏 뒤로 눕혔다.
양손을 버둥거리며 중심을 잃고 넘어진 녀석은 뒤통수부터 추락하며 거친 모래 먼지를 일으켰다.
“일점 연타다!”
기회를 잡은 신화가 초월 가속 상태를 이용해 폭권 6장, 번권을 라스카트에게 작렬하기 시작했다.
번권은 하나의 타격점을 노리고 단숨에 연타를 퍼붓는, 즉 ‘한곳만 패는’ 공격이었다.
전생에 폭권을 사사했던 묵철이 가장 즐겨 썼던 기술도 폭권 10장 중 6장인 번권이었다.
콰쾅! 쾅! 쾅! 쾅!
신화의 번권이 라스카트의 얼굴에 작렬할 때마다, 사방으로 불꽃이 튀었다.
이는 마치 용접 불꽃을 보는 것처럼 화려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파괴적인 공격이었다.
번권 자체가 기본적으로 가속 연타의 성격이 있는 기술인데, 여기에 초월 가속이 얹어지자 그 폭발력은 가히 상상을 초월했다.
와득! 우득! 쩌어억!
“미쳤어…….”
균열이 가기 시작한 라스카트의 얼굴을 보고 가장 먼저 놀란 것은 한소준이었다.
이런 바위형 몬스터들은 특유의 내구성 때문에 대다수의 각성자가 공략을 꺼린다. 힘도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라스카트 같은 몬스터를 쉽사리 공략하는 팀은 보통의 인해전술을 쓰는 팀이다.
한소준이 국내에서 많이 했던 경험이었다. 인원수로 밀고, 하위 각성자 배분은 극악으로 낮추고.
하지만 신화는 달랐다.
순식간에 붕괴되는 라스카트의 상태를 보면, 신화의 순간 화력은 SSS랭크까지 육박하는 듯했다.
“구와아악!”
하지만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는지 라스카트가 우락부락 몸을 불리기 시작했다.
폭주 혹은 광폭화.
랭크가 높은 몬스터면 기본으로 탑재된 죽기 전 1번 옵션처럼 가지고 있는 변화였다.
하지만.
“변할 시간이나 있을 것 같아?”
쾅! 쾅! 쾅! 쾅!
최상의 각도로 계속해서 내리꽂히는 신화의 주먹은 쉴 줄을 몰랐다.
한 번의 공격이 이뤄질 때마다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충격파가 상당한 것으로 봐서는.
‘저 일격에 소진하는 마력이 엄청난 게 틀림없어. 전력을 다해서 싸우는 걸지도.’
한소준이 보기에 마력 소모량이 많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듯했다.
다만 신화의 마력 회복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빨라 보였다.
마력 회복에 있어서만큼은 타고난 인체 덕분에 일반 각성자보다 2배는 빠른 한소준이었지만.
신화는 자신과의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로 회복력이 뛰어나 보였다.
“SS랭크 몬스터가 이렇게 무기력할 수 있습니까?”
“……없죠.”
한소준의 감탄에 윤별이가 맞장구를 쳤다. 한편 최지혁은 예리하게 라스카트의 상태를 짚어 냈다.
“하체는 이미 광폭화에 돌입해서 변하고 있는데, 신화에게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는 상체는 변화를 시작조차 하지 못했어.”
“신화 오빠의 폭발적인 대미지 딜링이 감당이 안 되는 거죠.”
“보미 씨 말이 맞아요. 인내하며 견뎌낼 수 있는 수준을 훨씬 상회한 탓에 몸에 문제가 생긴 거죠.”
최지혁은 대화를 하는 동안에도 계속 절망의 늪의 위치를 조정해 라스카트의 중심부에 맞췄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시작부터 우직하게 힘으로 찍어 누른 신화의 공격 앞에서.
라스카트는 그렇게 으깨진 두부 신세가 되어 갔다.
‘바위의 왕’이니, ‘영원의 돌’이니 하는 수식어가 무색하게도 말이다.
그리고 몇 초 후.
콰앙!
원형으로 뻗어 나간 일진광풍과 함께 라스카트의 단단한 머리가 아예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최후의 일격에 끝장난 것이다.
“개점휴업이네.”
“저도 그러네요.”
전투에 크게 기여한 바가 없는 윤별이와 한소준은 입맛을 다셨다.
초전, 그리고 박살. 위풍당당한 SS랭크의 몬스터는 그렇게 돌아오지 못할 요단강을 건넜다.
* * *
“와, 이거 대박인데?”
나는 죽은 라스카트의 시체에서 꺼내는 데 성공한 최상급 마정석 2개를 보며 쾌재를 불렀다.
당연히 동료들을 향해 차원석을 흔들어 보이며 자랑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제 확실히 체감돼요? 최상급 차원석 2개가 몸속에 보란 듯이 박혀 있었던 거?”
“진짜 차원석의 확정 드롭 여부를 알 수 있다는 게 엄청난 특전이네요.”
“그렇죠. 만약에 이 정보를 알지 못했다면 여기 있는 라스카트를 전부 다 잡거나.”
“아니면 만나지 않게 피해서 지나갔어야 했을 테니까요.”
진보미가 틀림없이 확실한 최상급 차원석 2개를 보며 신기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다른 라스카트의 모습을 살펴보니, 아무도 코어를 가지고 있는 녀석이 없었다.
즉, 경험치는 몰라도 전리품으로서의 경제적 가치는 ‘꽝’인 녀석들만 있는 것이다. 수십 마리가.
“자, 세전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찍먹으로 20억 원 벌었습니다. 참 쉽죠?”
필요한 몬스터만 따로 유인해서 잡는 방법을 찍어먹기, 약칭 찍먹이라고 불렀다.
일단 편의상 분류한 첫 번째 포인트까지는 이와 같은 전투 방식을 유지할 생각이었다.
공략은 더럽게 어렵고, 주는 경험치는 눈곱만 한 라스카트에 굳이 힘을 쓸 필요가 전혀 없으니까.
“자, 갑시다. 돈이 될 놈들만 골라잡는 것도 시간이 꽤 걸리니까. 강화 포션은 전부 아껴요. 이 녀석들에게 쓰긴 아깝습니다.”
나는 다시금 주의를 환기시킨 뒤.
모두를 독려하며 쭉쭉 나아가기 시작했다.
각자에게 미리 강화 포션 5팩을 분배하긴 했지만, 아직 사용처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극한의 오버 파워가 필요한 구간은 따로 있으니까. 지금은 정말 맛보기 전투만 하고 있을 뿐이다.
그로부터 2시간 후.
이동과 함께 극단적 ‘찍먹’만 집요하게 추구한 우리는 차원석 소득만 200억 원 가까이 벌었다.
균등 분배를 하면 대략 40억 원의 가치. 이것만으로도 사전 투자 비용을 모두 제하고도 엄청난 소득이었다.
“식별 안경은 정말 ‘찐’이네요.”
“나중에 돌아가면 보미 씨가 직접 체험 후기 좀 남겨 줘요. 소정의 원고료는 챙겨 드릴게요. 큰 거 한 장, 콜?”
“호호! 콜! 알겠어요. 각성자로서 느낀 그대로 적어 볼게요!”
엄지를 척 치켜세우는 진보미의 반응을 보니, 나 역시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그녀의 반응이 앞으로 이 안경을 구매할 다른 각성자의 반응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한데 바로 그때.
“음?”
킁킁.
개변으로 예전에 비해서 극도로 강화된 후각을 통해 상당히 기분 나쁜 체취가 맡아졌다.
시체 청소부.
전염병 메신저.
보이지 않는 생지옥.
‘인랫.’
다양한 수식어를 가진.
하지만 눈으로는 절대 알아볼 수 없는 특이 몬스터의 등장을 알리는 서막이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