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32)
만렙 회귀자입니다만-132화(131/300)
제 132화
1차 야영지에 도착한 팀원들은 야영용 텐트를 치자마자 모두 지쳐서 잠이 들었다.
이동하는 내내 잔뜩 긴장했던 탓인지 안전지대에 들어서자마자 극심한 피로가 엄습해 왔던 것이다.
특히 극방어형 라스카트가 지키던 구간을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체력을 대거 소진한 탓도 있었다.
1인용 한 채당 무려 7억 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야영 텐트였기에 다들 안심하고 잠든 모습이었다.
다만 신화는 잠이 오지 않아 적당히 나무 위에 걸터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 옆에 자리를 잡은 것은 오는 내내 비행기 안에서 너무 잠을 많이 잤던 한소준이었다.
“정말 실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단순한 육체 변화만이 아니라 아까처럼 침과 같은 것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생각보다 쏠쏠하게 써먹을 수 있는 재능들이 많아요.”
당장에 신화의 오른팔만 하더라도 변형시킬 수 있는 형태의 무기가 최소 다섯은 넘었다.
신화처럼 육체의 변형을 일으킬 수 있는 각성자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단, 대부분 검이면 검, 이런 식으로 한 가지에만 한정된 변화를 보인다.
하지만 신화는 한 부위를 가지고도 다양한 변화가 가능하니, 제3자의 입장에서는 예측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전에 같이 던전에 다녀온 이후로 빨리 만나고 싶었거든요. 내심 아닌 척을 하긴 했습니다만…….”
신화가 대답 대신 웃었다.
그간 한소준의 속내를 하나부터 열까지 다 읽고 있었는데, 본인이 이렇게 수줍게 실토까지 하니 재밌었다.
물론 그런 한소준의 순수한 마음과 열정이 마음에 들었다.
결벽증, 강박증, 혹은 직설적인 성격 때문에 욕을 많이 먹기는 해도 속은 착한 사람이다.
특히 던전에서 자신의 대응과 연계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훈련하는 연습벌레로도 유명했다.
신화는 최지혁이나 한소준처럼 노력파인 사람을 좋아한다.
이런 사람의 경우는 실력의 기복 없이 최소 역량의 기댓값이 높기 때문이다.
“오늘 공략 내내 힐은 완벽했어요. 체력에 신경을 전혀 안 썼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빈틈이 없었다는 얘기니까.”
“훗, 이래 봬도 짬밥이 여간 많은 게 아니거든요. 믿어만 주시면 밥값은 합니다.”
“팀원들도 전부 든든하게 느끼고 있을 겁니다.”
“형님.”
“……응?”
대뜸 자신을 친근하게 부르는 한소준의 모습에 신화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싫어서가 아니라, 밑도 끝도 없이 형이라고 불러서 깜짝 놀란 탓이었다.
“저는 예전부터 저를 100%, 아니 200% 이상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 줄 사람을 원했습니다.”
“음.”
“지난 5년 동안 아무리 눈 씻고 찾아봐도 그런 사람은 없었거든요. 하지만 이젠 확신이 들어요. 형님이 바로 제가 찾던 사람입니다.”
“나 정도면 네 기준에 좀 할 만하다 싶은 생각이 들어?”
신화도 자연스럽게 말을 놨다.
“완전 마음에 들죠. 제가 전에도 말하지 않았나요? 형님이랑 있으면 제 다음 움직임이 계산이 안 돼요.”
“그건 짜증 나는 부분 아닌가?”
“아니라니까요! 그런 부분이 오히려 저를 긴장시키고 집중하게 만들고, 또 성장할 수 있게 하죠.”
“변태 같네.”
“하하, 그런 소리 많이 듣습니다. 그래도 전 그런 게 좋아요.”
“같이하자. 우리 팀 미스틱에 너같이 유능한 힐러도 꼭 필요하거든.”
“원래는 재는 척, 아닌 척, 관심 없는 척하려고 했는데……. 개수작 그만 부리고 형님 밑으로 들어가렵니다.”
“하하하.”
개수작이라는 말로 셀프 디스를 하는 한소준의 귀여운 모습에 신화는 웃음을 터뜨렸다.
이렇게 또 팀원이 늘었다.
대체 불가능한 힐러.
미래 가치가 충만한 젊은 동료가 신화의 곁을 채우는 순간이었다.
4시간 후.
짧은 야영을 끝내고.
신화 일행은 다음 목적지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갔다.
다만 던전 중심을 가르는 중앙 루트를 벗어나, 외곽 쪽으로 빠지고 있었다.
신화의 사전 브리핑 덕분에 향하는 곳이 ‘이중 던전’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었다.
다만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이중 던전으로 들어가야 하는지 모두 궁금해하는 모습이었다.
지금껏 K-10004 던전의 이중 던전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진 적이 없는 것으로 봐서.
대외적으로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 왔군. 모두 정지!”
무심하게 걷고 있던 신화가 손을 들어 팀원들을 멈춰 세웠다.
모두 물음표가 가득한 얼굴.
휑하다 못해 풀 한 포기도 자라지 않고 있는 곳이라 여기에 대체 뭐가 있을까 싶은 장소였다.
하지만 신화에게는 보였다.
‘네 잎 클로버 모양의 돌부리.’
신화의 발끝에 닿아 있는 것은 마치 네 잎 클로버처럼 갈라져 있는 돌부리의 겉면이었다.
전생에 여기서 이중 던전을 찾을 때도 녀석이 좋은 이정표가 되어 주었었다.
“별이 누나.”
“응?”
“가까이 와 봐요. 던전 들어가야죠. 위치가 좀 특이해서 그런 거니까 이건 양해해 줘요.”
신화의 말에 윤별이가 얼떨결에 가까이 오자.
“앗!”
신화가 그녀의 허리를 휘어 감으며 순간적으로 제자리에서 힘껏 도약했다.
어림잡아도 약 50m.
곁에 있던 동료는 순식간에 작은 점처럼 변했고, 신화와 윤별이는 공중에 떠 있었다.
윤별이의 눈에는 도대체 여기에 뭐가 있을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지만.
“자, 손님 들어가십니다!”
신화는 가뿐하게 그녀를 허공으로 휙 던져 버렸다. 그렇게 던져진 당사자의 입장에선 진짜 식겁할 상황이었다.
“꺄아악!”
좀처럼 당황하거나 소리를 지르지 않는 윤별이도 그만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제아무리 능력 있는 각성자라고 하더라도, 여기서 추락하면 답이 없기 때문이다.
신화처럼 멀쩡히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있는 높이가 아니었다.
한데 바로 그때.
쑤우욱!
“……?”
윤별이는 주변의 모습이 완전히 바뀐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초원과 숲, 얕은 협곡 지대가 주를 이뤘는데.
이곳은 마치 지옥을 보는 듯 척박하고 건조한 열기가 가득한 활화산 같은 느낌이었다.
“이게 이중 던전이구나…….”
생전 처음 들어와 보는 이중 던전이었다.
이중 던전은 기상천외한 장소에 있기에 경험 많기로 유명한 이하성이나 나미나도 아직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다.
하물며 50m 높이에서 보이지도 않는 투명한 입구로 들어가야 하는 이곳을 누가 알 수 있을까?
신화가 아니면 절대 알 수도 없고, 들어가게 해 줄 수도 없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었다.
“진짜 그가 모르는 게 뭘까.”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이러니 일라이저 그룹부터 수많은 길드가 신화에게 열띤 관심을 보이는 것이리라.
“아앗, 언니!”
이어서 진보미가 신화에 의해서 던져져(?) 들어왔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한소준과 최지혁도 입장했다.
다들 얼떨떨한 표정으로 들어와서는 전혀 달라진 환경을 보며 두리번거리는 모습이었다.
“와, 여기 완전 노다지인데?”
식별 안경으로 전방을 바라본 최지혁은 시야에서 반짝이는 수많은 덩어리의 향연에 혀를 내둘렀다.
보이는 몬스터마다 모두 차원석 코어를 품고 있었다. 눈으로 파악된 보유 확률로 따지면 족히 90%가 넘는 듯했다.
“후!”
이어서 신화도 가뿐한 움직임으로 이중 던전에 들어섰다.
전생의 기억을 소급한다면 무려 15년 만에 찾아온 이중 던전이었지만 기억은 생생했다.
‘굴디아의 혈액, 스텔라드 광석, 신성의 샘물, 카샤트의 눈까지.’
이중 던전의 보스 몬스터인 리퀴스터에게 가기 전까지 반드시 공략해야 할 곳들을 떠올렸다.
함께 온 동료에게 도움이 될 것들이 각기 알맞게 포진되어 있어서다.
물론 신화의 노림수인 액체화의 꽃에는 감히 비할 바가 안 되는 낮은 가치이긴 하지만.
개개인에게 작용할 가치를 따져 보면 모두 한 단계의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것들이었다.
“자, 긴장 늦추지 말고 갑시다! 갈 길이 아직 한참 남았어요! 강화 포션 챙겨 놓고, 신호하면 다들 마실 준비를 하고!”
신화가 앞서 나가며 소리쳤다.
이제부터는 절대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될, 본격적인 이중 던전 공략이 시작되었다.
* * *
마도 공학 병기를 사용하는 오크족. 그들을 시스템은 ‘굴디아’라고 지칭했다.
굴디아는 지능이 높은 개체로 초기 개발 단계의 수준이긴 해도 모두 마력탄총을 보유하고 있었다.
현대 보병을 보는 느낌이랄까?
저마다 은폐물, 엄폐물을 활용하면서 마력탄총의 방아쇠를 당겨 우리를 노렸다.
물론 허점이 있었다.
마력탄총의 탄창 역할을 하는 게 마력인데, 일반 보병은 마력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굴디아 주술사’라고 불리는 녀석들이 전장을 휘젓고 다니며, 마력을 바삐 보급했다.
팅! 티팅! 팅! 팅!
“이거야 방어하는 감흥이 영 없네.”
쉴 새 없이 나를 향해 마력탄총의 방아쇠가 당겨졌지만.
타격을 입힌 일격은 단 하나도 없었다. 강철 강화 재능 덕분이었다.
굴디아 주술사의 피가 신부님의 마력 증진에 도움이 안 됐다면 애초에 이 녀석을 멸시했을 것이다.
경험치도 거의 없다시피 하고, 차원석 코어는 상상의 동물인 것처럼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후딱후딱 끝내자. 굴디아, 너희들은 정말 재미없다.”
쇄액! 솨악! 쇄애액!
“끄웩!”
“케헥!”
마력탄의 집중 포화를 가뿐하게 버텨 내며, 나는 굴디아 사이를 휘젓고 다니며 피를 뿌렸다.
총이라는 병장기를 맹신한 녀석들은 가까이서 벌어지는 칼부림에는 너무나도 약했다.
콰앙! 퍼엉! 뻐어엉!
왼팔을 통해서 힘차게 뻗어 나오는 마력의 방출 향연.
서걱! 서거걱! 서걱!
그리고 오른팔의 검날에 더해서 몸을 자체 회전시켜 만들어 낸 일종의 ‘믹서식’ 공격까지.
굴디아는 일반 병사와 주술사를 가릴 것 없이 내부를 마구 휘젓는 신화의 공격에 죽어 나갔다.
“신화야, 진심으로 여포 같다.”
오죽했으면 일방적 학살에 가까운 전투를 지켜본 신부님이 이런 찬사를 보냈을 정도였다.
어쨌든 제거한 굴디아 주술사들의 시체는 남김없이 아공간에 넣었다.
나중에 이 녀석들의 피를 흡혈할 시간이 생긴다면, 신부님의 마력은 한층 더 폭발적으로 올라갈 것이다.
‘지금 D랭크니까 체내 세포 반응이 좋으면 D+까지 바로 뛸 거야.’
그럴듯한 견적도 섰다.
공략에 더욱 속력을 냈다.
확실히 강화 포션까지 마셔 가면서 전투를 치르니 그 질과 속도가 전에 비해 3배 이상 빨라졌다.
하지만 수월했던 굴디아의 공략과 달리, 여기에 오면서 가장 걱정했던 녀석을 드디어 만나게 됐다.
‘위압의 카샤트.’
별칭까지 가진 중간 보스 몬스터로, ‘사자후’ 공격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는 녀석이었다.
“끼야아아아아!”
카샤트가 배에 힘을 주고 한 번 힘껏 내질렀을 뿐인데.
“으으……!”
그 소리에 노출된 모든 팀원이 제자리에서 멈춰 버렸다.
사자후로 인해 유발되는 일시적 경직 효과에 몸이 굳어 버리고 만 것이다.
귀를 틀어막아도.
뒤로 돌아서도.
심지어 양쪽 귀를 모조리 잘라(?)내도 전혀 소용이 없는 청각을 노리는 공격.
그래서 나도 최전방에서 카샤트를 똑바로 마주 본 채, 가만히 서 있었다.
녀석과의 거리는 약 50m가량.
길고 날카롭게 벼려진 양팔의 칼날이 인상적인 카샤트는 예전에 던전에서 본 적 있는 ‘칼날 사마귀’의 상위 업그레이드 판이었다.
키시시싯!
녀석이 네 다리로 방정맞게 지면을 박차며, 나를 향해 쇄도하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눈 뜨고 목 베이기 딱 좋은 경로를 선택한, 녀석의 예리한 노림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