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33)
만렙 회귀자입니다만-133화(132/300)
제 133화
‘괘당(卦撞)권.’
나는 반격의 레퍼토리를 일찌감치 준비하고 있었다.
묵철 폭권 제7장, 괘당권.
일격에 모든 것을 담아 내지르되, 수직과 수평의 충격파가 십자 모양으로 퍼지는 권격이다.
단지 일점을 타격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타격점을 중심으로 충격파가 상하좌우로 퍼져 나가기 때문에.
피격당하는 입장에서 느끼는 육체적인 대미지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크다는 것이 강점이었다.
게다가 마력 전부와 체력의 97%를 소모하는 즉사의 일격보다 에너지 소모가 적었다.
체력 소진 없이 현재 내가 가진 마력의 100%를 소모하는 일격이기 때문이다.
전부 소모하더라도 심장에 저장된 마력을 끌어다 쓸 수 있으니, 대안도 어느 정도 있는 셈이고.
그런데 문제는 괘당권의 경우 정확하게 상대의 약점이 될 부분을 타격하지 못하면.
즉 워낙 민감한 권격이라서 빗나갈 경우 평범한 주먹질을 한 것보다 못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미끼를 던진 것이다.
녀석의 사자후에 나도 걸린 것처럼 몸을 움직이지 않은 채로 가만히 서 있었다.
“신화 씨……!”
“신화야……!”
전방에서 쭈뼛거리는 나를 걱정하는 동료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었지만, 그러면 또 반격하는 재미가 없지.
“으읏! 읏!”
나는 이리저리 몸이 마비된 시늉을 하며, 카샤트를 바라보는 눈빛에 두려움을 담았다.
‘십자 충격파가 가장 효과적으로 터지는 지점. 내게 공격하는 시점에 가장 무게가 실린 곳.’
침착하게 기다렸다.
카샤트의 칼날이 불과 1m 앞까지 날아들었지만, 나는 서두르지 않았다.
기다림의 시간이 0.1초씩 길어질수록 공격의 성공 확률은 극적으로 높아지니까.
“꺄아아악!”
비명의 옥타브를 들어 보니 영락없는 진보미의 것이다.
그렇게 날 가까이서 겪었는데도 그렇게 모르나. 그녀는 정말 걱정이 많다. 이제 좀 믿어 줄 법도 한데.
그리고 카샤트의 칼날이 턱 아래, 약 30cm 지점의 앞까지 닿는 바로 그 순간!
후욱!
앞으로 힘껏 몸을 쭉 뻗어 나가며, 그대로 주먹을 쥔 손등을 이용해 카샤트의 심장부를 쳤다.
체내의 마력이 어딘가에 빨려 들어가기라도 하는 것처럼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일격이었다.
뻐어어엉……!
그 순간, 풍선 터지는 소리가 났다.
내가 타격한 심장을 중심으로 횡선(橫線)을 그린 충격파는 카샤트의 가슴에 일자의 깊은 상처를 냈고.
종선(縱線)의 충격파는 목 바로 옆과 사타구니 혹은 그보다 더 깊숙한 은밀한 방향 쪽에 폭발을 일으켰다.
정확하게 먹혀든 것이다!
“끄에엑!”
완벽하게 방심하고 있던 상태에서 일격을 당한 카샤트가 피를 토하며 나자빠졌다.
그사이, 개변된 심장에 저장해 두었던 마력을 꺼내 다시금 체내에 마력을 보충시켰다.
‘외피가 약해진 곳을 노려서 확인 사살을 하는 게 좋겠지.’
카샤트에게 달려드는 과정에서 나는 미련 없이 녀석의 심장을 노리기로 했다.
괘당권으로 대폭발이 일어나면서, 유일하게 외피가 벗겨진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중간 보스 몬스터라는 타이틀이 괜히 달린 게 아니다.
다른 부위를 공략하려면 다시 처음부터 외피를 무력화시키는 소위 ‘밑 작업’을 또 해야 한다.
그럴 만한 여유를 주고 싶지도 않았고, 보스 몬스터가 아닌 놈에게 시간을 많이 뺏기고 싶지도 않았다.
“잘 가라.”
“키히이익!”
살기 위해서 몸부림치는 녀석의 발악이 무색하게.
푸욱! 푹! 푸푹! 푹! 푹!
초월 가속 재능을 이용해, 카샤트의 심장부를 있는 대로 다 헤집어 놓았다.
오장육부라는 것이 존재하나 싶을 정도로 미친 듯이 베고, 찢고, 끄집어내는 잔인한 일격이었다.
티잉! 티잉!
그 와중에 두 차례 정도 발악하는 칼날 공격이 닿긴 했지만, 강철 강화로 무난하게 막아 냈다.
내가 공격을 선호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방어에 허술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죽어라, 좀.”
“끄힉, 끄히힉.”
하지만 카샤트의 숨은 좀처럼 끊어지지 않았고, 결국 최후의 수단을 쓸 수밖에 없었다.
치이이이익!
체내를 후벼 파고 있는 검날에 불의 열기를 더했다.
“끄에에에에!”
찢기고 베이는 것은 참을 수 있어도, 불에 타는 것은 절대 참지 못한다는 말도 있잖은가?
카샤트도 예외는 아니었다.
몸속에서 희뿌연 연기, 타는 냄새와 함께 폭발적으로 쌓인 대미지를 더 이상 버텨 내지 못한 녀석은.
“끄엑!”
눈을 까뒤집은 채 죽어 버렸다.
“좋아!”
숨이 끊어진 카샤트가 채 눈을 감기도 전에 나는 녀석의 안구 양쪽을 바로 적출했다.
이 상태였을 때 효과가 가장 좋기 때문이다.
카샤트의 눈에 담긴 마력은 진보미가 주술에 다루는 변형 성질의 마력에 시너지가 좋을 것이다.
‘열심히 동료들에게도 먹여 둬야 나중에 리퀴스터를 잡고 나서 내가 꿀을 빨지.’
결코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
어차피 나는 이것들을 먹어 봤자 얻을 수 있는 효과가 없었다. 나랑 궁합이 전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리퀴스터를 잡으러 가는 길에 만나는 녀석들인 만큼 동선이나 체력 낭비도 없었다.
이왕 온 김에 동료들의 스펙업에 도움이 되는 것은 확실하게 챙겨 주고.
그 대가로 보스 몬스터 사냥에서의 완벽한 전리품 배분과 나의 편의를 보장받는 것이다.
‘당연히 본전도 뽑을 거고.’
배를 채울 만큼 뭔가를 든든히 먹었으면 열심히 일해야 하는 법!
진보미는 몰라도, 이제 팀의 동료가 된 세 사람은 앞으로 내가 열심히 굴릴 것이다.
“보미 씨! 우리 몸에 좋은 거 딱 하나만 여기서 먹고 갑시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는 진보미를 향해, 환한 미소와 함께 달려가기 시작했다.
뭐를 먹는지도 인지할 수 없도록 순식간에 먹여야 한다.
솔직히 재능에 큰 도움이 된다는 점만 제외하면 식감은 없다 못해 징그럽기까지 한 것이 눈이었으니까.
“뭐, 뭐, 뭔데요?”
“빨리 아, 해요! 얼른!”
“에……?”
“시간 없어요, 얼른!”
얼떨결에 그녀는 입을 벌렸고.
터업!
카샤트의 눈을 사이좋게 그녀의 입 안에 털어 넣었다.
다음 순간.
“……!”
진보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혹시나 뱉거나 토할까 걱정돼서 바로 앞에 자리를 잡고 서 있었지만.
오물오물.
냠냠.
“……?”
“생각보다 고소하네요? 이거 뭐예요? 뭔지도 모르고 일단 먹으라고 해서 먹긴 했는데…….”
그녀는 나보다 비위가 훨씬 좋았다. 야생의 식사에 단련된 사람이 나뿐만은 아닌 모양이다.
* * *
스텔라드 광석.
그리고 신성의 샘까지.
리퀴스터가 있는 최종 목적지로 향하는 동안, 계획했던 장소에 모두 들를 수 있었다.
스텔라드 광석은 극소량이긴 했지만, 윤별이가 현재 사용하는 단도의 겉을 덧씌우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다.
고압의 마력 방출력을 이용해서 순간적으로 광석을 압착해 붙이는 방식이었는데, 그건 내 전문이라 쉬웠다.
아울러 신성의 샘에서는 10년 동안 고여 있던 신성수를 마심으로써 한소준만이 갖고 있던 고유의 신성력 증폭을 불러일으켰다.
이것 역시 녀석 맞춤형이라 아마 내가 마셨다면 갈증 해소용 생수 수준밖에 안 됐을 것이다.
신부님의 랭크 D에서 D+로의 즉시 한 단계 상승.
진보미의 주술 재능 강화.
윤별이의 아티팩트 강화.
한소준의 신성력 강화.
모든 것이 완벽했다.
팀원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내게 고마워했다. 특히 신부님은 울기 직전이었다.
내게는 사실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작은 변화지만, 본인들이 체감하기에는 엄청났던 모양이다.
괜찮다고 몇 번을 거절했는데도 오는 과정에서 본인들이 얻은 전리품을 전부 내게 양보했다.
이렇게 받고만 있을 수는 없다면서. 그래서 졸지에 여기서 얻은 차원석 모두를 내가 독식하게 됐다.
그들의 마음을 거절하지 않았기에.
상대가 기분 좋게 주면 이를 기분 좋게 받아주는 것도 좋은 그림이니까.
어쨌든 동료들에게도 하나씩 꼼꼼하게 챙겨 주고, 던전 내의 전리품도 독식하는, 일석이조의 던전 공략이 됐다.
도합 하루하고 한나절.
우리가 최종 보스 몬스터인 리퀴스터가 있는 곳까지 도달하는 데 걸린 시간이다.
그동안 총 500억 원에 달하는 차원석 수익을 얻었다.
만약 동료들이 내게 양보하지 않았다면, 각각 100억 원이 분배됐을 정도의 엄청난 양이었다.
물론 동료들이 경험한 질적, 양적인 상승은 이 100억 원을 훌쩍 상회하는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후우!”
나는 마지막 휴식을 위해 편평한 바위 위에 대충 자리를 깔고 앉았다.
지평선 끝자락에서 살기를 뿜어내며, 연신 뭔가 왔다 갔다 하고 있는 실루엣이 보였다.
바로 리퀴스터의 모습이었다.
바로 그때, 갑자기 내 옆에 자리를 잡고 앉은 신부님이 연신 고개를 숙이며 말을 이어 갔다.
“고맙다, 신화야. 정말 고맙다!”
“형, 이러다가 고맙다는 단어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키겠어요.”
“솔직히 네가 아니었다면, 이후로도 몇 년을 E-랭크로 살았을 텐데 벌써 D+랭크잖아.”
“그것도 다 형의 재능이랑 시너지가 맞아서 가능했던 거예요. 형 덕분이죠.”
“에이, 그런 소리 마. 세상 어느 누가 아무리 동료라고 해도, 이런 엄청난 특전을 누리게 해 주겠어? 다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솔직히 팀 미스틱의 동료가 아닌 저에게도 배려를 해 주실 줄은 몰랐어요. 정말 감사해요.”
“걱정 마요. 나중에 열심히 부려 먹어서 다 돌려받을 겁니다.”
“호호, 그럼 저야 환영이죠! 일단 확실한 건 전보다 주술의 화력이 10% 이상 늘어났어요.”
“카샤트의 눈 속에 담긴 코어가 마력 활성화와 증폭을 도와서 그런 거예요. 주술처럼 마력이 특이하게 변형을 일으켜서 전개될 때에만 증폭에 도움이 되죠.”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다 방법이 있어요. 기분 좋은 비밀로 해 두죠?”
나는 흡족한 표정으로 진보미와 신부님, 윤별이와 한소준의 얼굴을 차례대로 바라보았다.
다들 눈빛이 반짝이는 것이 자신들에게 일어난 변화가 믿기지 않는 모양이었다.
“고마워, 신화야.”
“고맙습니다, 형님.”
“앞으로 고맙다는 멘트는 금지. 이러다가 귀에 못이 박히겠네.”
“감사해, 신화야.”
“감사합니다, 형님.”
“크큭.”
귀신같이 빈틈을 찾아낸 윤별이와 한소준의 농담에 피식 웃음을 터뜨려 버렸다.
다들 진심으로 좋아하니 챙겨 준 입장에서도 정말로 기분이 좋았다.
물론 이제부터 시작이다.
지금까지 열심히 먹인(?) 것들이 다 ‘리퀴스터’를 상대하기 위한 화력의 업그레이드였으니까.
리퀴스터.
인간형의 격투 몬스터다.
키는 190cm로 나보다 1cm 큰 장신이고, 특이점으로는 ‘피부 변화’를 통한 내성 획득이 있다.
‘판정 랭크 SSS-랭크. 방심하면 골로 가기에 딱 좋지.’
시스템이 판정한 수준도 지금까지 내가 상대해 온 모든 몬스터들 중에서 가장 강력하다.
액체화의 꽃이라는 매우 희소성 높은 꽃을 가질 만한 합리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경험치, 차원석, 꽃.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것 없는 보물 창고네.’
식별 안경에 보이는 리퀴스터의 모습은 온통 시뻘건 오라로 가득했다.
엄청난 양의 경험치.
어느 정도인지 세는 것조차 무의미할 정도로 체내에 잔뜩 응어리가 잡혀 있는 차원석 코어들.
거기에다가 놈을 죽이면 저절로 만들어질 꽃까지.
‘반드시 먹는다!’
의지를 불태웠다.
액체화 능력은 주천호의 궁술이나 일라이저의 발화 재능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그야말로 다재다능한 재능이기 때문이다.
절대 놓칠 수 없었다!
바로 그때.
“어?”
윤별이가 갑자기 북쪽을 가리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