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34)
만렙 회귀자입니다만-134화(133/300)
제 134화
먼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정체를 느꼈는지 리퀴스터가 이쪽으로 질주해 오고 있었다.
“모두 브리핑대로! 다시 강조하지만 희생이니 뭐니 하는 생각으로 분에 넘치는 도움을 주려 하지 말고!”
동료들에게 단단히 주의를 줬다.
자기 딴에는 돕겠다고 혹은 대신하겠다고 나설 가능성이 있어서다.
그럴 경우 내가 생각했던 전투의 그림이 어그러지는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팀 전력만 약화된다.
냉정한 얘기로 여기 있는 네 명 중 나를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애초에 그렇게 팀을 짰기 때문이다. 나는 이 팀의 기둥과 같아서 어느 누구도 나를 대신할 순 없었다.
바로 그때.
샤아아.
리퀴스터의 피부가 잿빛으로 변했다. 물리 내성 획득이다.
저 상황에서는 모든 물리 대미지가 완벽하게 0으로 들어간다.
휘리릭!
윤별이의 단도가 리퀴스터를 향해 날아갔다.
마력을 제법 담은 비도술로, 그녀가 가진 여분의 단검을 이용한 공격이었다.
“크큭.”
리퀴스터가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리며, 그녀가 날린 단검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팅!
이어서 덧없이 외피를 때린 단검이 지면에 툭 떨어졌다.
녀석도 본능적으로 내가 이들의 리더라는 사실을 직감했는지 나에게만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콘셉트와는 정반대로 가야만 이긴다.’
이번 전투의 핵심 키워드는 장기전이었다.
리퀴스터의 내성 변화와 신속한 움직임은 모두 마력 활용에서 기인한 것이다. 특히 내성 변화가 그렇다.
쉽게 말하면, 자꾸 내성을 변화시키도록 유도해서 마력의 소모를 촉진할 필요가 있었다.
마력 회복에 있어서는 압도적으로 내가 높은 만큼, 엉덩이가 무거울수록 이긴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이 미친놈을 상대로 버티기가 가능하겠냐는 거겠지만.’
솔직히 쉬워 보이진 않았다. 물론 불가능해 보이지도 않았지만.
일단 모두가 강화 포션을 챙겨 마신 만큼 자체의 전투력은 최대치를 찍은 상태다.
그렇다면 최대 화력을 이용해서 녀석의 능력 활용과 공격의 레퍼토리를 꼼꼼하게 살필 때다.
즉 탐색전인 것이다.
그때.
화르르륵!
진보미가 전개한 화염형 주술이 리퀴스터의 머리 위에 자리 잡는 것이 보였다.
단순히 느껴지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양의 마력을 끌어다 쓴 위력적인 일격이었지만.
까딱. 까딱.
리퀴스터는 검지를 양옆으로 흔들어 보이며, 한껏 여유를 부렸다.
그러자 잿빛 피부에 붉은 선이 그어지며 ‘화염 내성’을 획득했음을 알리는 변화가 일어났다.
콰콰쾅!
이윽고 화염 폭발이 일어났지만, 리퀴스터의 몸에는 단 하나의 생채기조차 생기지 않았다.
“망할, 뭐 저런 게 다 있어?”
진보미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마 다른 동료들의 생각도 그녀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내성 몬스터는 흔하지 않다.
그나마 내성 대응의 빈틈이 있다면 모든 속성에 내성을 탑재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즉, 마법 내성과 물리 내성 중에 하나를 택일하고.
화염, 빙결, 전격, 독성 내성 중에 하나를 택일해야 한다.
그러니까 내가 리퀴스터 공략에 도전할 엄두를 냈지 안 그랬으면 그 곁에 얼씬도 안 했을 것이다.
팅! 팅!
“클클클.”
시험 삼아 오른팔의 검날로 리퀴스터를 찔렀지만, 돌아온 것은 기분 나쁜 비웃음뿐이었다.
퍼억!
“크윽!”
그 대신, 놈이 자신 있게 뻗은 주먹이 내 가슴을 통타하며 무서운 파괴력으로 밀쳐냈다.
“우욱.”
단 일격을 허용했을 뿐인데, 순간 구역감이 치밀어 오를 정도로 속을 뒤틀리게 하는 강력한 공격이었다.
장담컨대, 이 정도의 파괴력이면 뒤에 있는 동료들이 당했을 경우에는 그저 구역질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하압!”
맞고만 있을 수는 없는 법.
나는 바로 지면을 박차며, 원래의 주먹으로 되돌린 오른팔에 마력을 힘껏 실었다.
벼락의 권, 진권.
전격 속성을 갖는 일격이었다.
폭권의 무서운 점은 물리적인 대미지와 함께 화권, 진권처럼 마법적인 대미지도 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리퀴스터의 내성의 빈틈을 노릴 여지가 충분했다.
스르륵.
“제길.”
하지만 놈의 반응이 생각보다 재빨랐다. 이번에는 피부에 하얀 선이 그어지며 전격 내성을 획득했다.
쿠웅!
“크크크!”
“그거 좀 안 웃을 수 없냐? 목소리도 모기 같은 놈이 웃긴 엄청 웃네.”
퍼억!
“크윽! XX랄.”
내 공격은 무위로 돌아갔고, 그 대가로 돌아온 반격에 나는 뒤로 한참을 쭉 밀려났다.
주먹질 하나하나가 폭권 2장으로 묵직한 권격인 ‘압권’을 생각나게 할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그렇다면!’
파앙!
기습적으로 아공간에서 꺼낸 윌슨을 리퀴스터를 향해 날렸다.
일전에 극상급 차원석을 이용해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까지 시킨 터라 때깔은 정말 보기 좋았다.
윌슨은 물리 대미지와 마법 대미지가 정확히 반반이다.
윌슨이 운동에너지로 직접 전하는 것이 물리 대미지이고, 마력의 방출이 전달하는 것이 마법 대미지다.
나로서는 가장 무난한 선택지라고 할 수 있다.
보랏빛 피부.
녀석은 마법 내성으로 버티기로 마음을 먹은 것 같았다.
윌슨이 달고 가는 붉은 긴 꼬리가 마법적인 이펙트의 일종이라고 여긴 모양이다.
그리고 다음 순간.
리퀴스터를 향해 달려들며, 나는 팀원들에게 공격 속성의 통일을 주문하는 한 단어를 외쳤다.
“물리!”
녀석에게 강요한 양자택일.
그 안에서 어떻게든 빈틈을 찾아내고 극대화된 화력을 퍼부을 시간이었다.
* * *
얼마 후.
‘신화 형은 진짜 신인가?’
보통 이런 식의 멘트는 온라인상에서 우스갯소리로 사용하지만.
전투의 양상을 지켜보는 한소준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진심으로 ‘신’을 떠올렸던 것이다.
투신(鬪神) 혹은 전쟁의 신.
그런 수식어가 너무나 잘 어울릴 정도로 신화는 SSS-랭크 몬스터를 상대로 전력을 다해 싸웠다.
애초에 ‘SSS- VS B-’라는 심각한 전력적 비대칭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대등하게 싸울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웠다.
물론 신화 혼자서 만들어 낸 결과물은 아니었다.
리퀴스터의 내성 대응 레퍼토리에 감을 잡은 진보미는 화식, 혼식, 수식, 뇌식 주술을 번갈아 가며 활용하기 시작했고.
윤별이는 리퀴스터가 마법 내성 대응을 하는 순간까지 기다렸다가 비도술을 전개했다.
특히 전투 중간에 신화가 리퀴스터에게 대단위의 반격을 가하며 빈틈을 노출시켰을 때는.
적극적으로 접근해서 스텔라드 광석으로 강화한 두 단검을 이용해, 리퀴스터의 옆구리에 상처를 내기도 했다.
신화도 엄지를 치켜들었을 만큼 깔끔하고 날카로운 공격이었다.
그리고 최지혁과 한소준 자신은 절대로 리퀴스터가 자신에게 오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아래.
자기의 역할인 디버프와 치료에만 완벽하게 집중했다.
방어? 그런 건 단 한 번도 신경 쓰지 않았다. 불안해하지도 않았다.
신화는 언제나 노림수와 계획이 있었고, 그에 대한 믿음은 단 한 번도 어그러진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공격적이던 신화 형이 극단적으로 방어에만 치중하는 것을 보는 것도 새롭네.’
한소준은 꾸준히 버티면서 출혈과 상처를 번갈아 입고 있는 신화를 전력을 다해 보조하고 있다.
지금까지 봤던 신화의 전투 스타일과는 180도 다른 극한의 방어 콘셉트였다.
‘세상 어디를 가도 신화 형처럼 밸런스 붕괴인 사람도 없겠지? 아무리 생각해도 B-랭크가 SSS-랭크를……. 정말 대단하단 말이야.’
신화의 뛰어난 능력에 푹 빠져 있던 한소준의 집중이 아주 잠깐, 정말 찰나의 순간에 끊겼다.
“한소준, 집중해!”
“……예!”
그러자 신화의 칼 같은 피드백이 들어왔다.
역시나 신화였다.
리퀴스터와의 전투에 집중하는 와중에도 후방의 문제를 바로 캐치해 낸 것이다.
‘그냥 신화 형만 믿고 가자. 힐러의 덕목이 뭐겠어? 닥치고 힐이나 하는 거지.’
한소준은 생각을 간결하게 정리했다.
신화는 그것을 충분히 가능하게 해 주는 능력자였다.
신화에 대한 한소준의 믿음은 견고했고, 이는 곁에서 함께 싸우고 있는 다른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
* * *
그로부터 10분 후.
‘방어 훈련을 하는 느낌이라 좋네. 처음에는 버거웠는데, 이제는 제법 요령이 생겼어.’
나는 점점 예측 가능한 형태로 접어드는 리퀴스터의 공격을 묵묵히 받아 내고 있었다.
물론 수월하게 막은 것은 아니었다.
내가 리퀴스터의 레퍼토리를 학습한 만큼, 녀석도 나의 패턴을 읽어 냈기 때문이다.
덕분에 20억 원짜리 강화 슈트가 위험 내구로도 접어들면서, 너덜너덜해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리고 중간에 허용한 폭발적인 일격에 입가에는 여러 개의 핏자국들이 제법 생겼다.
‘내가 하단 방어가 약하다는 사실을 이제 알았네. 하긴 그간 하단 공략을 당하기도 전에 박살을 내 왔으니…….’
리퀴스터와의 전투는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을 만큼 빡셌지만, 그런 만큼 알찼다.
장기전을 위해 수비에만 전념할 수밖에 없었고, 그렇기에 ‘방어 레퍼토리’를 보다 집중적으로 연구해야 했기 때문이다.
육체 강화와 체술 연계를 이용한 가장 기본적인 ‘버티기.’
뼈를 강화시켜 관절과 연결부를 노리는 기습에 대응하는 맷집.
마딜로를 섭취해 얻은 ‘질긴 피부’ 능력과 리연에게서 얻은 ‘광폭의 반지’ 활용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그간 극단적으로 부족했던 방어 훈련을 겸하는 개념이라 싸우면서도 학습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일까?
어느 순간부터인가 대등했던 나와 리퀴스터 사이의 균형의 추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안정적으로 보조를 해 주는 동료들의 연계에 힘입어, 반격의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게다가 내성 변화로 재미를 보는 데 심취해 있던 녀석의 마력이 고갈됐다는 특이점도 있었다.
“하악.”
“클클, 너도 힘들지?”
기어이 거친 숨을 토해 내는 리퀴스터를 향해 놈이 그랬던 것처럼 음침한 웃음을 터뜨렸다.
학습, 그리고 기나긴 버티기의 시간은 끝났다.
혼자 왔으면 절대 공략하지 못했을 리퀴스터였다.
동료들이 각자 제 역할을 확실하게 해 준 덕분에 안정적으로 내 페이스로 놈을 끌고 왔다.
그렇다면 이제는 그들의 기대에 확실하게 부응해 주는 것뿐!
“리퀴스터, 하체가 부실하면 어떻게 되는지 확실하게 보여 주마.”
드디어 반격이 시작됐다.
우락부락한 상체에 비해 불균형이 심한 부실한 하체.
놈의 ‘아랫도리’를 집요하게 노릴 때가 된 것 같았다.
그 후에도 전투는 계속 이어졌다.
무아지경.
그 말이 딱 어울리게 나는 리퀴스터를 극한으로 내몰았다.
때마침 갱신 타이밍을 잡고 마지막으로 들이켠 강화 포션은 충분한 동기부여가 됐다.
‘30분 제한’이라는 배수진을 치게 된 셈이었으니까.
나는 집요하게 리퀴스터의 하체를 노리면서 놈의 무게중심을 계속 무너뜨렸다.
그리고 패턴 학습이 끝난 내성 대응에 대해서는 완벽하게 카운터펀치로만 대응했다.
마법 내성은 오른팔을 개변한 무기를 이용해서 초월 가속으로 처절하게 대미지를 입히는 방법.
물리 내성은 마법 대미지 연계가 가능한 윌슨과, 폭권을 이용하는 방법.
그리고 한 가지 속성 내성에 대해서 진권, 화권, 폭권을 바꿔 가며 시원하게 엿 먹이는 패턴까지.
모든 대응에 정반대의 방식으로 되돌려줌으로써 리퀴스터의 믿는 구석을 제거하기 시작했다.
다음 순간.
스르르륵. 스륵.
화륵. 화륵. 화르륵!
나는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