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35)
만렙 회귀자입니다만-135화(134/300)
제 135화
시기적절하게 때를 맞추어 리퀴스터의 발밑에 깔리는 심연의 디버프인 절망의 늪.
그리고 머리 위에서 은밀하게 불씨를 만들어 내며 언제든 터뜨릴 준비를 마친 화식, 초열화.
연계는 완벽했다.
“크이잇!”
리퀴스터는 뒤에 있는 동료들이 훨씬 약하다는 것을 알기에 나를 무시하고 지나치려 했다.
“그게 될 것 같으냐?”
녀석을 붙잡고, 힘껏 얼굴에 폭권을 작렬했다.
그러자 걸쭉한 피와 침을 토해 내며 고개가 돌아갔다가 이내 되돌아오는 2번의 연타를 날렸다.
퍽! 퍽!
한 대 때리고 두 대 받았으니.
두 대 받고, 네 대 더.
물러서지 않고 그대로 되돌려 주었다.
퍼억! 퍼억! 퍼억! 퍼억!
제3자가 보면, 주먹다짐으로 보이기 딱 좋은 공격이 오갔다.
물론 주먹 하나하나가 집채만 한 바위를 박살 내고, 두개골을 으스러뜨릴 만큼 강력하다는 점이 문제였지만.
‘광폭의 반지’는 체력의 손실을 입는 만큼 각성 효과를 부여하여 집중력을 높여 줬다.
그런 이유로 체력 손실을 크게 입어도 거리낄 것이 없었다.
기다리면 한소준의 힐도 이어서 바로 들어오고 말이다.
‘타이밍 좋다.’
리퀴스터의 발밑에 폭넓게 절망의 늪이 깔리고, 진보미의 초열화가 터지기 직전이었다.
‘미스 매치.’
하지만 반응이 초반에 비해 상당히 느려진 리퀴스터의 내성 반응은 마법, 전격에 맞춰져 있었다.
바로 그때.
스스스슥!
내가 눈치를 챌 새도 없이 등 뒤에서 은밀히 접근한 윤별이가 순간 리퀴스터를 향해 도약했다.
나와 리퀴스터 모두가 예상하지 못한 사각지대에서 나온 기습적인 일격이었다.
푸욱! 푸욱!
“끄어어!”
윤별이의 단도가 정확하게 리퀴스터의 목 양쪽을 뚫고 들어갔다.
마치 해적 게임에서 칼 꼽기를 하듯, 정확하게 목의 양옆을 관통한 것이다.
최고의 노림수였다.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다.
불의의 일격을 당한 리퀴스터는 순간 집중력을 잃고,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제자리에 멈춰 섰다.
‘그렇다면!’
쇼타임이 시작됐다.
콰콰콰쾅!
리퀴스터의 등 뒤에서 터진 초열화가 녀석의 등판을 미친 듯이 할퀴었고.
절망의 늪 디버프를 효과적으로 이용해서 모든 공격을 있는 대로 퍼부었다.
리퀴스터가 마법 내성을 선택했으니, 그에 걸맞은 물리 대미지를 집요하게 넣어 줬다.
“어윽! 끅! 케엑!”
폭권 하나하나를 가할 때마다, 리퀴스터의 입에서 비명과 신음이 뒤섞여 나왔다.
피가 사방으로 쉴 새 없이 튀었고, 그것을 오롯이 뒤집어쓰는 것은 녀석의 코앞에 있는 내 몫이었다.
충만하게 들어오는 힐.
윤별이의 시기적절한 보조.
그리고 신부님과 진보미의 환상적인 공격 연계까지.
모두가 100점이었다.
여기에 확실하게 마침표를 찍는 것은 내 몫이었고, 그럴 수 있을 만한 견적도 섰다.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점점 흔들림의 정도가 잦아들고 있는 리퀴스터를 보며, 녀석이 감을 잡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서로를 파악할 시간을 너무 많이 가졌다. 이제는 누가 더 빨리 상대의 숨통을 끊느냐의 싸움이다.
“하아아압!”
그래서 미련 없이 즉사의 일격을 썼다. 실패?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전생에 쌓아 올린 짬밥이 몇 년인데. 특히나 상대의 목숨을 끊을 수 있는 절명의 타이밍은 누구보다 확실히 잡을 수 있다.
뭐든지 많이 해 봐야 안다고, 언제 목숨이 끊어질지에 대한 견적은…… 많이 죽여 보면 다 안다.
다음 순간.
내가 자신 있게 뻗은 주먹이 윤별이의 공격에 상처를 크게 입은 리퀴스터의 목젖을 강타했다.
쩌어억!
다음의 연계는 필요 없었다.
정확히 목의 중심부에 실린 엄청난 화력은 리퀴스터의 목을 고무줄처럼 늘려 버렸다.
몸뚱이는 여기 있는데, 쭉 늘어난 목과 머리는 한참을 멀리 날아가 있었다.
몸과 분리되지 않아 보기에는 더 흉물스럽기까지 한 보스 몬스터의 최후였다.
가성비 최고의 5인 플레이!
내가 던전에 오기 전부터 그토록 원했던 팀의 그림이 확실하게 만들어졌다.
아울러 잠재 가치를 돈으로 따진다면, 무려 5000억 원에 달하는 새 재능을 얻는 순간이었다!
* * *
그날 밤.
일라이저 호텔의 라운지에 모인 팀 미스틱의 세 사람과 진보미는 칵테일을 즐기고 있었다.
성공적으로 이중 던전 공략을 마치고 무사히 복귀한 데 대한 축하주였다.
다만 그 자리에 신화는 없었다.
호텔에서 기다리고 있던 벨릭의 연락으로 그를 만나러 간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신화 형과 앞으로 하게 될 공략은 우리 커리어에도 엄청난 도움이 될 겁니다. 물론 버스를 탄 감이 없지는 않습니다만.”
기분 좋게 칵테일을 원샷한 한소준이 힘주어 말했다. 최지혁은 옆에서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난 아직도 여기가 꿈인가 싶다. 하나부터 열까지 제대로 믿기는 게 하나도 없어.”
윤별이도 맞장구를 쳤다.
“신화가 있으니까 공격을 과감하게 펼칠 수 있어서 좋아요.”
“맞아. 리퀴스터에게 최종 일격을 가하기 전에 별이 네가 양념을 해 둔 게 정말 주효했어.”
“별말씀을요. 제가 겁 없이 달려든 것도 다 신화를 믿어서 가능했던 거예요. 마무리해 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거든요.”
“그러니까 말이야. 확실한 분업, 나는 정말 좋다고 생각한다. 신화, 원맨 팀? 그건 당연한 얘기고. 작은 톱니바퀴 역할만 할 수 있어도 나는 대만족이야.”
벌컥벌컥!
기분이 한껏 고양된 최지혁은 칵테일 잔 옆에 같이 놓아 뒀던 보드카 한 잔을 단번에 들이켰다.
던전에서 있었던 모든 일이 그저 꿈만 같은 최지혁이었다.
게다가 신화의 도움으로 랭크의 폭발적 상승까지 경험했으니,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
진보미는 나머지 세 사람 사이에 끈끈해진 듯한 팀 의식을 보며 묘한 거리감을 느꼈다.
어쨌든 이번 K-10004 던전 공략에 자신은 객원으로 참여한 성격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다음 기회가 있으리란 보장은 전혀 없었다. 신화가 그렇게 해 줘야 할 의무도 없고.
‘뭔가…….’
엄청난 활기가 느껴진다.
신화와 함께 한계를 마음껏 극복하고 싶은 세 사람의 열의와 열정도 함께 느껴졌다.
“…….”
“보미야, 어디 불편해?”
어느덧 무표정한 진보미의 모습을 눈치채고 물어보는 윤별이의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오빠인 윤태호가 길드 부마스터로 있는 길드의 핵심 간부이자 회장의 딸이니 더 걱정될 수밖에.
“아니, 아니에요. 괜찮아요. 잠깐 다른 생각 좀 하느라.”
“많이 힘들었지?”
“뭘요. 일취월장한 언니의 실력에 정말 놀랐어요. 연습 정말 많이 했죠?”
“응, 이 악물고 했어.”
좀처럼 짓지 않는 환한 미소와 함께 윤별이가 내밀어 보인 것은 굳은살이 가득한 양손이었다.
“팀 미스틱에서의 생활, 언니는 마음에 들어요?”
“이제 시작인걸. 하지만…… 기대는 정말 많이 돼. 신화 씨와 함께 있으면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까 늘 기대가 되거든.”
윤별이의 말대로였다.
진보미도 신화와 함께 길드에 있을 때,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신화를 지켜보는 것이 내내 즐거웠다.
예측 불가능한 신화를 지켜보는 즐거움. 그것은 늘 틀에 박힌, 쳇바퀴 같은 삶을 살던 그녀에게는 신선한 충격 그 자체였다.
“하아.”
뭔가 머릿속이 복잡하게 엉키는 기분.
말로 풀어낼 수 없는 복잡한 심경에 진보미는 칵테일 바의 푹신한 소파 깊숙이 몸을 기댔다.
* * *
같은 시각.
나는 칵테일 바의 한옆에 마련된 별도의 VIP룸에서 벨릭을 만나고 있었다.
호텔에 들어와서 체크인을 하기가 무섭게 달려온 것으로 봐서는 날 기다렸던 모양이다.
나를 VIP룸으로 데려온 벨릭이 가장 먼저 꺼낸 말은 던전 공략에 관한 건이었다.
리퀴스터를 잡고 나서 거의 탈진 상태나 다름없는 내게는 가장 ‘감흥 없는’ 제안이었다.
“저와 함께 공략하고 싶으신 던전이 있다고요?”
“예, 그렇습니다. 제 개인적인 제안이 아니라 마스터의 직접 제안입니다.”
“꼭 지금 해야 합니까? 게다가 일라이저 그룹에 저 같은 랭크의 각성자는 차고 넘칠 텐데요.”
일단 튕겼다.
애초에 일라이저 그룹에서 내게 먼저 제안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주도권은 내가 쥔 셈이었다.
이번에 거절하면 다음의 제안이 없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절대 아니다.
일라이저가 뜬금없이 던전 공략을 제안한 것은 무조건 내 재능을 확인하고 싶어서이다.
그러니 한 번쯤 튕겨 주는 게 내 가치를 높이는 데는 더욱 좋다.
녀석의 유명세나 힘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뜻도 될 테니까. 나름의 메시지가 되겠지.
‘그것보다 액체화의 꽃까지 먹은 마당에 실험해 보고 싶어 미치겠구먼.’
테이블보 아래 가려진 두 다리가 부지런히 앞뒤로 흔들렸다. 그만큼 내 관심은 멀리 가 있었다.
“그게 저를 비롯한 일라이저 그룹 간부들의 관심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마스터께서는 강신화 씨에게 호기심이 많으십니다.”
“허허, 이제 B-랭크일 뿐인데 호기심을 가지실 것까지야.”
“SS랭크 판정이 내려진 던전을 비대칭 전력 다섯으로 공략한 분이 하실 말씀은 아닌 듯한데요.”
“일단 좋습니다. 제안은 감사히 받겠습니다만, 시기는 적절치 않겠네요. 다음으로 미루죠.”
“언제쯤 생각하십니까?”
“제가 연락드리겠습니다. 제 일정이라는 것이 있으니까요.”
나는 한껏 비싼 척을 했다.
그리고 시기를 선택할 결정권까지 자연스럽게 내게로 가져왔다.
“알겠습니다. 그럼 연락 꼭 부탁드립니다. 마스터께서 기다리시는 연락입니다.”
거봐, 저렇게 나올 거라니까.
하나부터 열까지 장단을 맞춰 주는 벨릭의 모습에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쉽게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주지 않는 한, 일라이저와 벨릭은 내게 꽤 질척댈 것이다.
기본적인 의심은 당연히 하겠지만, 그만큼 탐나는 재능을 내가 갖고 있으니 말이다.
“제가 준비한 이 칵테일 한 잔만 드시고 일어나시죠. 더는 귀찮게 하진 않겠습니다.”
“그러죠.”
꿀꺽-.
가장 무난한 진 토닉이지만 그래서 가장 맛있었다.
매번 소주나 캔맥주만 마시다가 제법 가격이 되는 술이 들어가 주니, 속에서 좋다고 아우성친다.
그때, 나와 같은 진 토닉을 들이켠 벨릭이 자연스럽게 화제를 바꾸었다.
“한국에서도 동료가 나와 참 기쁩니다. 아시아권은 영 소식이 없었거든요. 아, 호주에서는 소식이 있었습니다만.”
“음……?”
“모르셨군요.”
당연히 모르지, 인마.
지금 처음 듣는 얘기인데.
호주에도 너희와 같은 ‘동료’가 있다고? 선발대가 또 있어?
순간 관자놀이부터 찡하는 느낌이 들며 어질했지만, 일단 꾹 참고 웃었다.
“아시다시피 각성한 지 얼마 안 된 터라 반지를 챙겨 낀 지도 얼마 안 되었습니다.”
“이해합니다. 참 부럽네요. 저희 마스터도 그렇고, 다들 영광스러운 ‘펜타나즈’의 사도들 아닙니까.”
“그럼 호주의 그분도 사도 중 한 명인 겁니까?”
“맞습니다. 호주의 서열 1위 길드인 골든 스카이 길드에 소속된 그분. 우리의 또 다른 동료지요.”
“그분이 누굽니까?”
“하하, 이건 다음에 던전 공략에 참여하시면 들려드리지요.”
망할 벨릭 놈.
내가 했던 그대로 되돌려 주면서 웃는 그의 모습을 보니 나름 통쾌한 모양이다.
바로 그때.
‘설마……?’
불현듯 머릿속을 스치는, 뭔가 불길한 예감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