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36)
만렙 회귀자입니다만-136화(135/300)
제 136화
골든 스카이라면 아일라 블란쳇이 소속된 길드다. 물론 그녀 혼자만 소속된 길드는 아니지만.
내 기억이 맞는다면, 현재 아일라의 랭크는 S+랭크다.
니콜라스가 5년 뒤 회귀하자마자 괜히 그녀를 찾은 게 아니었다.
각성의 시작부터 떡잎이 남달랐던 그녀는 로열로드라고 해도 무방한 길을 걸어왔다.
2018년에 남들이 부러워할 A랭크로 각성한 뒤, 2년 만에 S+랭크를 찍은 것이다.
성장 속도도 매우 빠르고, 갖고 있는 재능도 ‘마력 암기’라는 특수한 재능으로 몹시 위력적이다.
마력을 자유자재로 응축시켜 다양한 형태의 암기로 변환하여 상대에게 방출하는 것인데.
마력을 얼마만큼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수가 무한대로 늘어날 수도 있어 위협적이었다.
특히 어설픈 보호 장비로는 그녀가 작정하고 날리는 암기를 막아 낼 재간이 없었다.
무슨 소리인가 하면 원샷 원킬이라는 뜻이다. 내가 입고 있는 강화 슈트도 못 버틸 가능성이 컸다.
‘아니겠지. 아닐 거야.’
요즘 의심이 많아지다 보니 덩달아 망상도 같이 커졌나 보다.
골든 스카이 길드에 있는 각성자의 수가 수천 명인데, 아일라가 레체로의 사도일 리는 없겠지.
차라리 길드 마스터인 제이콥 우드워드를 의심하는 게 더 나을 것이다.
SSS랭크고, 역시나 시작부터 금수저였던 각성자니까.
“잘 마셨습니다. 맛있군요.”
“하하, 저희 그룹에 한번 찾아오시면 이것과는 비교도 안 될 고급 와인도 드실 수 있을 겁니다.”
“다음에 꼭 마시도록 하죠. 어쨌든 말씀 잘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벨릭과 악수를 나눴다.
녀석이 괜히 호주의 사도에 대해 얘기한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캐묻지는 않기로 했다.
너무 깊이 알려고 하면, 되레 의심을 살 수도 있으니까. 이런 부분에서는 신중해서 나쁠 건 없다.
* * *
새벽.
1인 1실로 배정된 호텔 숙소에서 각자 잠을 청하는 동안.
신화와 윤별이는 일라이저 호텔 인근에 있는 공터로 나와 서로 마주 보고 있었다.
목적은 하나였다.
리퀴스터를 죽이고 얻은 액체화의 꽃에서 획득한 ‘액체화’ 재능을 테스트해 보기 위함이었다.
사실 호텔 지하에 있는 개별 훈련실에서 할 수도 있었지만, 왠지 찜찜했다.
일라이저 소유의 호텔이다 보니 훈련 내용이 유출될 가능성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신화와 적당히 거리를 두고 서 있던 윤별이가 물었다.
“신화야, 내가 어떻게 하면 돼?”
편하게 트레이닝복 차림을 한 신화와 달리, 윤별이는 하얀 블라우스에 블랙 스커트 차림이었다.
신화가 자신을 불러냈을 때.
둘이서 멋진 야경이라도 보러 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한 마디로 김칫국.
신화가 일단 나오라고 한 말을 너무 다른 의미로 받아들였던 것이 문제였다.
“잠깐만요. 몇 가지 자체 확인만 좀 하고 바로 테스트해 보죠.”
괜한 부끄러움에 홍조를 띤 그녀의 얼굴이 무색하게 신화는 자기 상태 점검에 여념이 없었다.
‘와, 이거 생각보다 까다롭네.’
액체화 재능.
전생에는 2039년에 리벤저스 소속이었던 ‘자이스 파이굴라’라는 남자가 얻었던 재능이었다.
그는 희대의 악당이었다.
게다가 이 능력을 우직하게 연구하며 효율을 극대화한 탓에 훗날 그를 제거하는 데 무척 애를 먹었었다.
그래도 다방면으로 활약(?)했었던 덕분에 자이스의 영상 자료는 많이 남아 있었다.
그때 호기심에 제법 많은 영상들을 돌려 보곤 했는데, 신화는 지금 그 기억을 되짚어 보고 있는 중이었다.
‘마력의 소모도 생각보다 크고. 이 정도면 거의 사방에 마력을 흩뿌리는 수준이야.’
시범적으로 한쪽 팔만 액체화를 했는데, 마력이 불볕더위 속의 얼음처럼 순식간에 사라졌다.
마력 회복 속도가 워낙 빠르고, 개변 심장이나 윌슨 같은 마력 저장 수단이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진되는 마력의 양이 어마어마했다.
이 정도면 앞으로 성장 콘셉트를 랭크 상승, 그러니까 마력 총량의 증가로 잡아야 할 듯싶었다.
일단 신화는 몇 가지 테스트를 계속 거쳤다.
눈으로 많이 봤던 재능이라고 해서 활용에 익숙한 것은 아니니까.
그렇게 몇 분쯤 흘렀을까?
모든 준비가 끝난 신화는 윤별이를 향해 원하는 바를 주문했다.
“누나.”
“응?”
“이번에 스텔라드 광석으로 업그레이드한 단검. 그 단검으로 오른쪽 어깨를 공격해 줘요.”
“갑자기?”
“이번에 꽃으로 얻은 재능을 확인하려면 이 방법밖에 없어요. 다칠까 봐 걱정하지 말고 세게 던져 줘요. 설령 다쳐도 소준이에게 치료해 달라고 하면 되고요.”
신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가 스스로를 공격하는 식으로는 실험이 잘되지 않아서였다. 무의식중의 방어기제도 발동하고.
“알았어. 바로 갈게. 정말 세게 던져도 되는 거지?”
“책임은 제가 질게요.”
휘리릭!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윤별이가 신화를 향해 단검을 날렸다.
쏜살같았다.
제법 거리가 있었지만 단검은 눈 깜짝할 사이에 거리를 좁혔고, 정확히 신화의 오른쪽 어깨를 노렸다.
다음 순간.
슈르르륵.
신화가 정신을 집중하자, 오른쪽 어깨 부분에 미세한 변화가 일어났다.
언뜻 보기에는 원래의 몸과 전혀 다를 것이 없어 보이는 상태였지만.
푸욱!
단검이 어깨에 박히는 순간, 상식 밖의 일이 벌어졌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어깨에 깊숙하게 박힌 단검이 상처를 내고 피를 내뿜었어야 옳은 상황.
하지만 마치 젤리처럼 찐득찐득한 것에 꽂힌 것처럼 단검은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피도 흐르지 않았고, 신화도 고통스러워하지 않았다.
“액체화의 꽃이라고 해서 예상은 했지만…….”
“신기하죠?”
“하나 더 던져 봐도 돼?”
“예? 하하하. 얼마든지.”
자기보다 더 호기심이 동한 듯한 윤별이의 말에 신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휘리릭!
이윽고 똑같은 부위를 노린 단검이 날아왔다.
푸욱!
하지만 결과는 방금 전과 똑같았다.
신화의 어깨에 사뿐히 안긴(?) 단검은 대롱대롱 매달린 상태로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이러면…… 무적 아니야? 무슨 공격을 해도 먹히지 않을 텐데?”
“그렇진 않아요. 그만한 대가가 있죠. 마력 소모가 상당히 커요.”
“아무리 그래도 이 재능은 정말 사기라는 생각이 들어. 단검 말고 다른 공격도 대응 가능해?”
“사실 누나를 부른 이유가 하나 더 있기는 해요.”
탁!
신화가 손가락을 튕기자, 아공간에서 제일건이 쓰던 마력탄총인 MZ-20이 나왔다.
“설마……?”
“충전은 해 뒀어요. 제게 방아쇠만 한 번 당겨 주면 돼요.”
“안 돼, 그건! 단검이야 잘못돼도 괜찮을 거란 생각이 있어서 그랬지만, 이건 잘못하면 죽잖아!”
“안 죽어요. 그리고 사전 테스트를 미리 해 두지 않으면 나중에 실전에서 쓰다가 실수해서 진짜 죽을 수도 있어요.”
“미쳤어, 미쳤어…….”
윤별이가 기가 막혀 혀를 내둘렀다.
사실 방금 전 신화가 액체화로 단검 공격을 무위로 만든 것만으로도 상당히 놀란 상태였다.
물리적인 공격을 방어 동작이나 기술로 저항하지 않고서 재능으로 무력화시킨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까진 그렇다고 치지만, 고화력의 마력탄총까지 버텨 낼 수 있다면 그때는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사기.
딱 한 단어로 재능의 평가를 내릴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책임은 제가 질게요. 걱정 말고 당겨 줘요.”
“그 말, 되게 무섭게 들리는 거 알지?”
“신부님이나 소준이는 아예 시작도 못 하겠다고 할 거예요. 누나를 믿으니까 부탁하는 겁니다.”
“그러면 바로 준비해.”
“후우, 3초만.”
신화가 바로 자리를 잡고 섰다.
계산은 꼼꼼하게 다해 뒀다.
얼마만큼의 마력을 투자해야 할지는 방금 전의 단검 공격을 막아 내면서 확실해졌다.
앞서 상황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이용해 역산해서 예상 값을 조정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자, 이쪽으로 조준하면 돼요.”
신화가 오른쪽 가슴의 언저리를 팡팡 치며, 윤별이로 하여금 조준 포인트를 잡게 해 줬다.
다음 순간!
탕!
쿠웅!
“……!”
발사와 피격이 동시에 이뤄졌다. 윤별이의 조준은 정확했다.
신화가 원하던 부분을 노렸다.
물론 MZ-20에 조준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설치되어 있는 택티컬 레이저 덕분이었지만 말이다.
“말도 안 돼…….”
정면에서 벌어진 상황을 지켜본 윤별이의 떡 벌어진 입은 다물 줄 몰랐다.
신화가 입고 있던 상의의 일부는 마력탄의 화력에 의해 녹아 없어지기는 했다. 그것은 당연한 일.
다만 이 정도의 화력이면 슈트도 걸치지 않았으니 정상적인 경우 최소한 관통상이어야 옳았다.
하다못해 오른쪽 가슴팍에 제법 큰 구멍이라도 생겨야 맞았다.
하지만 윤별이가 본 것은 피격과 동시에 살짝 안으로 파였다가, 이내 다시 원래의 모습을 되찾은 신화의 몸이 전부였다.
스르르륵.
그나마 그랬던 것도 액체화 재능이 사라지자, 원래 신화의 피부 모습 그대로 돌아왔다.
물론 ‘그 부위’에만 옷에 구멍이 뻥 뚫려서 조금 민망한 모습이 되기는 했지만.
“음……. 매너 가림 할게요.”
신화도 그 문제(?)를 인지했는지, 왼손으로 쓱 가슴을 가렸다.
“마력탄총을 이렇게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건 화살, 검 같은 공격에도 대응할 수 있다는 거잖아?”
“맞아요. 몸을 일시적으로 흐물흐물하게 만들어서 충격을 흡수하는 거죠. 그 과정에 신체 장기나 뼈도 같이 반응을 하고요.”
“액체 금속 같은 그런 느낌?”
“아주 똑같지는 않지만 비슷하다고 할 수 있죠.”
“그렇게 몸이 극단적으로 변하는데 무리 없이 괜찮을 수 있는 거야?”
“그래서 꽃이잖아요. 상식을 초월한 특이 재능이니까 꽃으로 얻을 수 있다고 봐야죠.”
유일한 부작용이 있기는 했다.
극심한 피로감.
몸 전체가 세포 단위에서 변형을 일으켰다가 복구되는 과정이 반복되기에 과부하가 상당했다.
“난…… 모르겠어. 신화, 네가 가진 재능이 하나같이 다 특이하고 대단해서 능력을 가늠하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야.”
“가늠하려 할 것 없어요. 그냥 믿고 따라오면 되는 거지.”
“그렇지만…….”
“KSA에서 누나에게 원하던 슈퍼우먼의 이미지를 좀 내려놔요. 이번 리퀴스터 공략 때처럼만 해 주면 100점 만점이에요. 사심 좀 담아서 101점?”
“……괜찮았어?”
“피니시에 필요했던 최상의 조건은 내가 아니라 누나가 만든 거나 다름없어요.”
신화가 엄지를 치켜들었다.
진심이었다.
이번 5인 공략은 참 만족스러운 점이 많았던 공략이었다.
진보미가 고정 팀원으로 합류할 수 없다는 점만 제외하면 말이다.
“이제 자러 가죠. 새벽이라 졸리고 귀찮았을 텐데 나와 줘서 고마워요.”
“아냐. 잠도 안 오고 그랬는데 뭐. 괜찮아.”
“고생했어요. 얼른 들어가죠. 아직 날도 추우니까 더 추워지기 전에!”
“신화야.”
“네?”
“혹시 괜찮으면…… 호텔 라운지에서 칵테일…… 이나 한잔 더 하지 않을래?”
어렵게 제안을 하는 윤별이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사실 의미 없이 술 한잔하자고 가볍게 말할 수도 있었지만, 그녀에게는 의미가 좀 남달랐다.
물론 기대는 하지 않았다. 신화가 그 말 속에 숨겨진 의미를 알 것 같지도 않았고.
“차라리 맥주나 좀 사서 누나 방에서 마시면서 편하게 얘기나 할래요? 라운지도 곧 문 닫을 텐데.”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