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37)
만렙 회귀자입니다만-137화(136/300)
제 137화
“팀에 들어오자마자 제작품 판매를 맡겨서 머리가 아팠을 텐데, 고생해 줘서 고마워요.”
“고생은 무슨. 전에도 얘기했잖아. 다 인센티브 챙겨 주니까 하는 거라고. 그리고 재밌기도 하고.”
“다들 설설 기죠?”
“그러게. 분명 제작품을 팔아야 되는 건 난데, 상대가 더 몸이 달아 있더라고.”
“그럴 거예요. 마음이 급하니.”
“일단 3월 7일에 일괄적으로 판매가 끝날 것 같아. 식별 안경 45개, 도합 2000억 원. 강화 포션 250팩, 도합 1750억 원. 최상급 마력 포션, 도합 250억 원. 이렇게 해서 총 4000억 원 정산.”
“크……. 좋네, 좋아.”
“무슨 게임을 하는 것 같아. KSA에서도 제법 고액이 오간 적이 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아마 이번에만 그렇고, 당분간은 조용할 거예요. 식별 안경이랑 강화 포션 재료가 떨어져서.”
신화가 입맛을 다셨다.
식별 안경의 주재료인 카타벨라의 혈액을 얻으려면 괌 던전에 가야 한다.
하지만 마리나에게 문의해 보니 해당 던전은 WSA에서 연일 공략 중이라고 했다.
일정이 3주 이상 잡혀 있어 그 전에는 여유를 낼 수가 없다는 것이다.
‘VVIP가 냄새를 맡았나?’
희박한 확률이지만, 식별 안경과 카타벨라 혈액의 연관성을 찾은 것은 아닐까 싶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제작이 가능하진 않을 것이다. 제작에는 고도의 마력 방출력도 요구되니까.
게다가 카트라를 구하는 작업도 특정 던전에 가야 하는 만큼 껄끄러운 점이 많았다.
그래서 당분간은 마력 포션 판매와 함께 주식 투자 등으로 돈을 벌면서.
모든 역량을 마력 상승, 즉 랭크업에 투자할 생각이었다. 노선을 확실히 정한 것이다.
“신화야.”
“음?”
“물어보고 싶은 게 하나 있어. 곤란하면 대답하지 않아도 돼.”
“들어 보고 생각할게요.”
“혹시 보미…… 좋아해?”
상기된 얼굴로 물어보는 윤별이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보미 씨는 좋은 비즈니스 파트너지만 이성으로의 호감은 없어요. 물론 보미 씨는 매력 넘치는 사람이지요. 제가 부족할 뿐.”
“그렇구나.”
“왜요?”
“궁금해서. 보미가 이렇게 누군가를 열정적으로 따라다니고 함께하는 것을 본 적이 없거든.”
“예전에 치료해 준 것에 대한 고마움 때문인 것 같아요. 이젠 잊을 때도 됐는데.”
“음…….”
“보미 씨가 물어봐 달라고 하던가요?”
“아냐! 그런 거 절대 아냐. 보미는 그런 적 없어! 그냥 내가 좀 궁금했을 뿐이야.”
신화의 물음에 윤별이가 손사래를 쳤다. 괜히 진보미가 오해를 받을까 봐서다.
“하암……. 졸리다. 누나는 컨디션 괜찮아요? 던전에서 잠도 오래 안 잤던 거 같은데.”
“피곤하기는 해. 이제 돌아가서 자려고?”
“그래야죠. 내일 중으로 귀국해서 바로 다음 일정을 준비해야 하니까.”
“…….”
찰나의 순간에 아무 생각이 없었던 윤별이가 신화의 얼굴을 그윽하게 쳐다보았다.
예전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빠르게 스쳐 갔기 때문이었다.
특히 제주도에서 있었던 일은 지금도 눈을 감으면 바로 떠오를 정도로 인상 깊었다.
그때 신화가 보여 준 모든 모습은 정말 완벽했고 멋졌다. 없던 호감도 생겨날 정도로.
“내 얼굴에 뭐 묻었어요?”
“아, 아니. 아니야.”
“갈게요. 고생 많았어요. 우리 앞으로도 잘해 봐요. 누나에게 거는 기대가 커요.”
“……그래. 열심히 할게.”
그녀는 신화가 불쑥 내뻗은 손을 맞잡았다.
부드럽고 따뜻했다.
동시에 신화의 크고 긴 손에 쏙 들어가는 자신의 손이 무척 아담하다고 느껴졌다.
“귀국하면 저 없이 팀플레이 한 번 하고 와요. 며칠 자리 비울 것 같으니까.”
“롤라나 왕국이었나? 거기로 간다고 그랬었지?”
“맞아요. 이번에 섬 몇 곳을 장기 임대했는데, 그 왕국에서 감사 연회에 꼭 참석해 달라고 한 터라…….”
“알겠어. 일정은 알아볼게. 지혁 오빠랑 소준이한테 물어보고.”
“그럼 잘 자요. 굿나잇?”
“으응. 응. 들어가. 쉬어.”
어색하게 인사를 건네는 윤별이의 눈빛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하지만 타고난 성격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았다.
사실 이렇게 신화와 단둘이 한 방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는 것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끼이이. 쿵.
이내 닫혀 버린 객실 문.
그렇게 둘만의 짧은 시간은 끝이 났다. 아무 일도 없이.
“하아…….”
윤별이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며, 침대 위로 벌러덩 드러누웠다.
그리고 한참을 끙끙거리던 끝에 윤별이는 자신에게 자책 섞인 말을 던졌다. 감정을 듬뿍 담아서.
“멍청이.”
그랬다.
* * *
귀국 후 하루를 푹 쉬고 난 뒤.
3월 7일 아침이 밝았다.
어제 마감된 국내 증시 상황을 보니 고림화학의 주가는 꾸준히 상승 중이었다.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상한가가 끊긴 적도 있었지만, 꾸준한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17000원까지는 아직 한참 남았네. 좀 더 기다렸다가 단계적으로 처리하자.”
절로 미소가 걸렸다.
새빨갛게 도배된 고림화학 차트를 보니, 저것이 다 돈이라는 기대감이 들어서였다.
“샤미!”
-응? 왜 불러? 기분 좋게 햇볕 좀 쬐고 있는데.
오늘 꼭 하기로 마음먹은 계획이 있었다. 그것은 샤미를 위해서 각성용 레시피를 만드는 것이다.
즉 동물 각성용 레시피다.
물론 각성자처럼 엄청난 재능을 보유하게 되는 것은 아니고, 후각이나 육체가 살짝 강화되는 정도.
그것도 확률성이라서 꼭 각성이 된다는 보장도 없었다.
또한 실패하면 다시 도전할 수 없어서 일종의 복권과도 같았다.
‘샤미는 레체로의 저주로 고양이의 몸에 갇힌 인간이니까, 어쩌면 반응이 좀 다를지도.’
내심 변수를 기대하고 있었다.
샤미가 좀 더 쓸 만한 능력을 갖게 된다면 녀석도 덜 심심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너를 위한 특급 츄르를 오늘 제작할 생각인데. 내가 집에 없어도 꾸준히 챙겨 먹어야 해.”
-뭐야, 또 어디 가? 며칠 자리 비워서 밥 챙겨 먹느라 힘들었단 말이야.
“뭐가 힘들어. 버튼 한 번만 누르면 먹을 만큼 사료랑 물이 쭉쭉 나오는데.”
-그것도 귀찮다, 이 말씀이야.
“그냥 굶을래?”
-에잇! 그 말을 그렇게 받는 건 너무하잖아!
“어쨌든 츄르를 좀 만들어 놓을 테니까 내가 없는 동안에도 챙겨 먹어. 2주 정도 쭉 먹어야 해.”
-어떤 츄르인데?
“확률이 높진 않지만 네게 특별한 능력을 선물처럼 가져다줄 수 있는 츄르야.”
-그런 게 가능해?
“암, 물론. 내 손을 거치면 얼마든지 가능하지.”
냉장고에서 주섬주섬 재료들을 꺼냈다.
이번에 K-10004 던전에서 챙겨 온 차원수와 라슈르트 나뭇잎이었다. 둘 다 얻기 쉬운 재료는 아니다.
여기에 물방울의 꽃을 아공간에서 꺼냈다. 이름에 ‘꽃’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보급형이다.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는 꽃.
각성자들이 연구로 개발해 최초의 대량생산이 가능한 꽃이었다.
물론 효과라고는 지금처럼 동물 한정으로 쓸 수 있는 각성 유도용일 뿐이었다.
그래서 시장 가격이 그렇게 비싸진 않았다. 꽃이라는 이름을 생각하면 오히려 많이 저렴했다.
퍽퍽. 퍽퍽.
라슈르트 나뭇잎을 빻고 재료를 다듬는 내내, 샤미는 내 옆에서 신기한 듯 쳐다보고 있었다.
“샤미.”
-응?
“만약에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오면 꼭 하고 싶은 거 있어?”
-그냥 예쁜 드레스를 입고 걸어 다니고 싶어. 지금은 그 생각밖에는 안 들어.
“나스 대륙으로 돌아가면?”
-……그리운 사람들 중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있는지 꼭 찾아볼 거야. 있을 거야, 분명. 레체로의 마수에서 살아남은 사람이!
“그래. 돌아갈 날까지 건강하게 잘 기다려 보자.”
5년 후가 되면, 나스 대륙과 지구 사이에 자연스럽게 연결점이 생기게 된다.
샤미가 5년 동안 별 탈 없이 지낸다면 외력 없이도 나스 대륙에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때부터 지구와 나스 대륙 사이에 치열한 힘겨루기가 시작되겠지만.
얼마 후.
각성용 레시피에 따라 꼼꼼하게 잘 만들어진 것에 미리 다져 둔 생선 재료를 섞어 만든 츄르가 완성됐다.
시중에 유통되는 것보다 훨씬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 츄르였다.
“어때, 먹을 만해?”
-와, 완전 맛있어! 그리고 먹을 때마다 막 가슴 언저리에 기분 좋은 기운이 감도는 느낌이야!
“확실히 효과가 있나 보네.”
각성용 레시피가 샤미의 육체에 잘 반응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대로 2주만 꾸준히 먹어 주면, 복권의 당첨 결과가 나올 것이다.
“간이 냉장고에다가 열어서 먹기 좋게 잘 넣어 둘 테니까. 때 되면 꼭 챙겨 먹어, 알았지?”
-흐응……. 너무 오래 있다 오지 마. 정말 심심해. 윌슨도 없으니까 할 게 없다고.
“애착인형이라도 하나 사 줄까?”
-신화……. 난 사람이야. 생각 없는 고양이가 아니라고.
“아니면 수컷 고양이?”
-됐어! 싫어어어어!
“자, 얼른 츄르 먹어. 넉넉하게 해 놨으니까 당분간은 그냥 생각나면 먹어도 되겠다.”
-헤헷! 만세! 정말 좋아!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샤미는 그릇에 코를 박고 츄르를 열심히 먹기 시작했다.
흐뭇하게 샤미의 식사를 지켜보고 있던 나는 시간도 때울 겸, 잠시 페이스그램에 들어갔다.
사진이라고는 오래전에 올린 졸업 사진이 전부인 계정.
사실 짐꾼 생활을 할 때만 해도 팔로워가 지인 몇 명밖에 되지 않았던 죽은 계정이었다.
그런데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면서 급격하게 팔로워들이 늘어났다.
별달리 관리를 하지 않았지만, 다들 알음알음 찾아왔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개인 메시지도 수없이 날아왔다.
돈 좀 보내 달라는 구걸부터 시작해서 예전에 날 좋아했다는 짝사랑 고백까지.
별별 연락이 다 왔다.
처음에는 읽고 답해 주다가 어느 시점부터는 그냥 온 메시지들을 일괄로 정리하기만 했다.
프로필에다가는 ‘개인 메시지는 확인 없이 삭제합니다!’라는 문구만 남겨 놓고 말이다.
한데 바로 그때.
‘뭐야, 이거?’
늘 그랬듯 쭉 지우려고 메시지 목록을 무심결에 훑던 순간, 나는 눈에 띄는 이름을 봤다.
[Nicolas Hagan]그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니콜라스의 이름이었다.
“……설마?”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떨려 본 적 없던 내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
녀석, 드디어 회귀한 건가?
바로 메시지를 확인했다.
영문으로 되어 있었지만, 해석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애초에 8개 국어 마스터니까.
‘진짜 니콜라스잖아.’
메시지 내용을 읽기에 앞서, 그 옆에 작게 뜨는 프로필 사진 속 얼굴이 너무나 익숙했다.
혹시나 싶어 사진을 꾹 눌러서 니콜라스 헤이건의 개인 프로필에 들어가 봤다.
‘100%. 도플갱어가 있는 게 아니라면 무조건 니콜라스야.’
내가 아는 니콜라스와 완벽하게 똑같은 사진이 줄줄이 나왔다.
바로 메시지로 돌아왔다.
녀석, 이제 내게 고생했다고 한마디를 남기면서 시작하려나? 아니면 또 팀에 들어오라고 제안?
떨리는 마음으로 내용을 확인하기 시작하는 순간.
“응……?”
나는 뭔가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메시지의 내용에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강신화 님, 팬이에요!]녀석이 보낸 메시지 첫 줄은.
내가 기대했던 시크한 첫인사와는 전혀 다른 내용으로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