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38)
만렙 회귀자입니다만-138화(137/300)
제 138화
‘아니, 인마. 시작을 이런 말로 하면 안 되지. 너답지 않잖아…….’
전생에 니콜라스가 회귀한 시점은 2025년이다.
그때, 회귀와 동시에 각성이 이뤄졌었다고 내게 말해 줬다.
즉, 지금의 니콜라스는 평범하다. 내가 눈앞에서 손가락 하나만 튕겨도 얼마든지 죽일 수 있는 일반인이라는 뜻이다.
[저는 각성자 뉴스에 정말 관심이 많습니다!그리고 한국을 여행 중이다 보니 강신화 씨의 나라라는 사실을 더욱 실감하고 있는 중입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제작품과 화끈하게 악당들을 때려잡는 시원시원함까지! 당신은 정말 멋있습니다!
24살입니까? 저도 24살입니다. 우리는 동갑이군요. 같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저는 보잘것없는 삶을 살고 있어 슬픕니다!]
‘이 자식, 왜 이리 비관적이야.’
니콜라스답지 않다.
뭐, 본인 말로도 회귀 전까지의 자신은 무척 내성적이고 소심했다고 했다.
다만 닳고 닳은 마모된 감정의 상태로 회귀했기에 회귀 이후 ‘괴팍한’ 성격이 된 것이라고 했다.
이해는 간다.
나 역시 전생에서 얻은 숱한 경험 때문에 정작 놀라야 할 일을 대수롭지 않게 반응할 때도 있으니까.
[단지 소원이 있다면 각성자 친구를 꼭 만들고 싶다는 것입니다!모험, 도전, 시련, 고난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저는 작가를 꿈꾸고 있습니다. 살아 있는 수많은 이야기가 제게는 뼈와 살이 됩니다!]
‘그래. 작가가 꿈이었다는 얘기도 해 줬었지. 회귀하지 않았더라면 소설가가 됐을 거란 얘기도.’
일단 지금의 일은 분명히 나비효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생의 이때에는 없었던 일이다.
내가 각성자가 되고 인기가 높아지면서, 이 시기에 한국을 여행하던 니콜라스의 관심을 끄는 계기가 된 것이다.
내가 회귀하지 않았다면 짐꾼이었던 내게 니콜라스가 연락할 일 따위는 없었겠지.
회귀의 예민함.
그 이론 때문에 지금의 니콜라스에게 회귀 운운하는 말을 할 수가 없다.
설령 한다고 해도 아무런 이득이 없다. 자신의 재능을 개화시키는 방법은 회귀한 녀석만이 안다.
즉, 회귀 사실을 다 알려 준다고 해 봤자, 니콜라스를 각성자로 만들 방법이 내게는 없는 것이다.
“도저히 못 참겠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녀석의 근황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매번 막연하게 미국 어딘가에 있겠거니…… 했는데, 서울이라니? 녀석의 얼굴이라도 볼까 싶었다.
물론 녀석에게 회귀 운운하는 말은 하지 않을 것이다. 득은 없고 오로지 실만 존재하니까.
나는 바로 답장을 적었다.
[어디세요?]짧지만 강렬한 한 마디였다.
* * *
홍대 앞.
신촌역도 그렇지만 홍대입구역 인근도 사방에서 홍연 길드의 깃발이 나부끼고 있었다.
파앗! 팟!
빠른 이동을 위해 신화는 빌딩과 빌딩 사이를 뛰어넘으며 움직이고 있었다.
이제 이렇게 이동하는 것이 익숙해진 탓에 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은 영 답답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내가 이 밤중에 여자친구도 아니고 남자를 만나러 버선발로 뛰쳐나가는 꼴이라니. 크큭.”
신화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만큼 니콜라스는 신화에게 의미가 큰 사람이었다.
전생에서는 분명 바닥까지 추락해 있던 자신의 삶을 영광의 순간까지 끌어올려 준 사람이었다.
쉬고 싶다는 말을 매번 입에 달고 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니콜라스가 자신의 운명을 바꿔 준 고마움을 잊지는 않았다.
“저 사람 같네.”
남들에게는 빌딩 옥상에서 기껏해야 하나의 점으로나 보일 법한 사람들의 모습.
하지만 신화의 개변시킨 눈에는 바로 보였다.
버스킹이 이뤄지고 있는 현장에서 니콜라스는 고개를 까딱이며 버스커의 공연을 즐기고 있었다.
신화가 바로 아래를 흘깃 내려다보고는 50m에 가까운 높이에서 훌쩍 뛰어내렸다.
“흣차!”
휘이이이이! 쿠웅!
“꺄악!”
“미안해요. 갑자기 골목에서 사람이 나올 줄은 몰랐네요.”
“지금 건물 위에서 뛰어…… 내리신 거예요? 자, 자살……?”
“아니에요. 시간 단축 좀 하려고 그랬는데.”
“어? 그런데…….”
“실례합니다!”
신화는 깜짝 놀란 두 여성의 눈이 자신을 알아보는 눈빛으로 바뀌기 전에.
쌔앵!
빠르게 현장을 빠져나갔다.
이윽고 니콜라스가 있는 버스킹 현장에 도착한 신화가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여기서 시끌벅적하게 니콜라스를 맞이했다가는 주변의 관심을 받기 딱 좋기에.
조용히 그를 데려나갈 생각이었다.
인기라는 게 늘 대중의 관심을 몰고 다니는 만큼 행동을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오?”
“같이 걸으면서 바람 좀 쐴까요, 니콜라스 씨? 사람들이 많으면 좀 곤란해서요.”
“영어가 유창하시군요!”
“요즘이야 영어는 기본이죠. 자, 갑시다.”
그렇게 전(前) 회귀자와 현(現) 회귀자의 극적인 만남이 이루어졌다.
물론 니콜라스 본인은 전혀 알지 못하는 ‘역사적인’ 만남이었지만 말이다.
* * *
“연예인이나 다름없는 분이 저를 이렇게 만나 주셔서 진심으로 영광입니다!”
“영광이랄 것까지야. 동갑내기 친구를 꼭 만나 보고 싶다는 생각에 찾아왔어요.”
나를 보며 감격에 차 어쩔 줄을 몰라 하는 니콜라스를 보며 에둘러 이유를 댔다.
“미국에 돌아가면 친구들에게 자랑해야겠습니다! 가문의 영광입니다!”
“다시 저를 소개할게요. 강신화라고 합니다. 대한민국의 각성자죠.”
“니콜라스 헤이건입니다! 소설가를 꿈꾸고 있죠. 여행을 좋아해서 조만간 여행기를 담은 수필을 출간할 예정입니다!”
“멋진 꿈이네요. 혹시 추우면 술집이나 카페로 들어갈까요?”
“아뇨! 옷도 든든하게 입었고, 홍대의 밤길을 걷는 이 기분이 정말 좋습니다.”
내 눈에 보이는 녀석의 모습은 그야말로 순수 열혈 청년이었다.
회귀 이후에 날 찾아와서.
‘이제 네 생살여탈권은 내가 갖는다.’라고 오만하게 말하던 녀석의 모습은 티끌만큼도 안 보였다.
“한국 여행은 처음인가요?”
“그렇습니다! 그나저나 강신화 씨는 정말 짐꾼이었다가 하루아침에 인생 역전을 한 겁니까?”
“맞아요. 완벽한 사실이죠. 그래서 짐꾼이었던 과거를 숨기고 싶지 않아요.”
“정말 부럽습니다. 저도 각성하여 인생 역전을 하고 싶습니다. 돈에는 관심 없지만 재능은 꼭 갖고 싶거든요!”
“어떤 재능이 갖고 싶기에?”
“사람의 생각을 읽는 능력? 하하, 정말 허무맹랑한 바람이긴 합니다만!”
“잘 어울릴 것 같네요.”
웃고는 있었지만 사실 속으로는 놀랐다. 니콜라스가 훗날 회귀하면서 얻게 되는 능력이니까.
몇 번이고 목구멍에서 하고 싶은 말 한마디가 꾸역꾸역 위로 올라왔다가 내려갔다.
‘야! 너 진즉에 회귀해 놓고, 일부러 좀 쉬려고 아닌 척하는 거 아니냐?’
마음 같아선 이렇게 소리 지르고 싶은데, 괜한 헛짓거리가 될까 봐 참았다.
극한적 시간 효율을 추구하는 니콜라스의 성격상, 그런 얼빠진 장난을 할 것 같지도 않았고.
“나중에 각성하면 꼭 강신화 씨와 함께 던전을 가자고 할 겁니다. 정말 재밌을 것 같습니다!”
“언제든 환영이죠.”
“편하지만 뭔가 외로웠던 한국 여행에서 잠깐이지만 든든한 친구가 생긴 느낌이라 좋네요.”
니콜라스의 환한 미소를 보니까 덩달아 내 기분도 좋아졌다.
원래 잘 웃지 않는 녀석인데.
지금의 모습은 내가 기억하는 니콜라스의 시니컬한 모습과는 정반대였다.
그 이후로도 우리는 제법 많은 얘기를 나눴다.
나는 니콜라스에게 좀처럼 듣지 못했던 그의 과거나 학창 시절 얘기를 청해서 재밌게 들었고.
니콜라스는 짐꾼에서 하루아침에 운명이 달라진 각성자로서의 내 삶에 대해 질문했다.
서로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는 유의미한 시간이었다.
그 와중에 니콜라스는 몇 번이나 미래의 자신이 회귀하면 좋겠다는 희망 사항을 말하기도 했다.
이때부터 회귀를 꿈꿨나 보다.
어쩌면 그런 바람이 닿아 전생의 니콜라스가 회귀를 경험한 것일지도 모르고.
“앞으로도 페이스그램에 사진 많이 올려 주고, 다른 메시지는 안 받아도 니콜라스 씨의 연락은 꼭 받을 테니까 언제든 연락해요.”
“와, 정말입니까? 이런 특별 대우까지 기대한 것은 아니었는데!”
당연히 특별 대우를 해야지.
네가 회귀하는 순간부터 바로 은퇴를 위한 인수인계 작업에 들어갈 건데 말이야.
무조건 알아야지. 그렇고말고.
“이제 어디로 갑니까?”
“중국으로 갑니다. 거기에 신기한 차원문이 많다고 해서 사진에 좀 담으려고요.”
니콜라스의 여행 일정은 생각보다 빡빡했다. 시간을 분초 단위로 쪼개서 쓰는 일정이었던 것이다.
딱 오늘만 유일하게 시간적 여유가 있었고, 문득 내 생각이 나서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물론 답장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고 그저 동경하는 사람에 대한 일방적인 연락이었지만…….
우연하게도 무심결에 지웠을 수도 있는 메시지를 내가 읽었던 것이다. 정말 우연이었다.
‘꼭 회귀해라, 진짜.’
목구멍까지 올라왔던 말을 억지로 끌어내렸다.
니콜라스를 만나서 정말 반갑기는 했지만, 녀석이 회귀하지 않으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나 홀로 뒤집어쓰게 되는 순도 100%의 독박이 되는 셈이다.
“즐거웠어요. 다음에 한국에 들르면 그땐 좀 더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기로 하죠.”
“물론입니다! 보잘것없는 사람의 연락이었는데, 이렇게 만나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잘 가요, 니콜라스.”
“가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강신화 씨! 정말 영광이었습니다!”
니콜라스가 세상 환한 미소와 함께 양손을 흔들며 내게 이별을 고했다.
전생에 단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했던 녀석의 학창 시절과 과거 이야기를 들은 특별한 시간이었다.
헤어지기가 무섭게.
니콜라스의 페이스그램에는 나와 찍은 사진이 올라왔고, 사람들의 열띤 반응이 빗발쳤다.
[chungcho : 잘생긴 니콜라스도 강신화 님 옆에 서니까 한 마리 오징어가 따로 없네.rainy : 니콜라스 옆에 계신 조각상 님은 누구?
matt : 남자 사귀냐? 남자친구 잘생겼다?
alexander0901 : 여러분, matt의 멍청함에 양해 바랍니다. 집에만 있어서 각성자를 잘 몰라요.]
대다수가 내 외모에 대한 칭찬이었다.
딱히 내 외모가 잘났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는데, 외국인들의 눈에도 제법 괜찮게 보이는 모양이다.
“후아.”
정말 소식을 알고 싶었던 사람을 만나고 난 이후라 그런지 몸에 긴장이 쫙 풀렸다.
그래, 니콜라스가 일단 별일 없다는 것을 알았으니 됐다.
녀석은 꼭 올 거다.
그때까지만 잘 버티면 된다.
슬기롭고 현명하게.
* * *
최종 출국 일정이 잡혔다.
3월 9일 아침.
최근 신규 노선이 취항하면서 드디어 직항할 수 있게 된 ‘인천-롤라나’ 노선이었다.
아직 하루 남은 시간.
출국에 앞서 나는 미리 매듭짓고 싶은 일이 있었다.
그래서 저녁을 즈음해서 은밀히 약속을 잡은 ‘그 사람’과 만나기 위해 이동하고 있었다.
목적지는 폐공장.
주변의 시선에서 자유로운 둘만의 은밀한 장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