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41)
만렙 회귀자입니다만-141화(140/300)
제 141화
“와! 착륙하기 전부터 느꼈지만, 정말 롤라나 왕국을 둘러보니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렇죠? 오죽하면 사이비 종교에서 여기를 천국이라고 부르면서 가야 할 땅이라고 말할까요.”
“그러게요. 눈으로 직접 보니까 더 실감이 나네요. 천국이라고 부를 만하겠어요.”
롤라나 공항에 도착한 진보미와 신화는 대한민국과 전혀 다른 이국적인 풍경에 그저 감탄하고 있었다.
신화의 눈은 이미 휘둥그레져서 주변을 열심히 훑는 중이었다.
남태평양 일대에는 롤라나 왕국처럼 관광 산업이 발달해 이를 주 수입원으로 삼는 국가들이 많았다.
특히 그들이 ‘신의 축복’이라고 부르는 상위급 던전이 많았다.
그렇기에 타국의 각성자를 유치해 라이선스 허가 같은 부수입을 올리기도 했다.
“미세먼지도 전혀 없고. 하늘은 푸르고, 바다는 아름답고, 세상이 온통 파스텔 톤이네요.”
신화는 연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마치 롤라나 왕국의 풍경과 사랑에 빠지기라도 한 것처럼 자연경관에서 한시도 눈을 뗄 줄 몰랐다.
‘저렇게 강하고 세상 무서울 게 없는 사람이 은퇴가 목표라니……. 볼 때마다 어색하긴 해.’
진보미는 매번 신화를 볼 때마다 영 믿기지 않았다.
이제 스물넷밖에 되지 않은 남자가 도대체 왜 속세를 완전히 벗어나는 은퇴가 인생의 목표인 걸까?
지금 신화가 가진 재능이라면, 앞으로 돈과 명예 그리고 인기를 모조리 쓸어 담을 수 있을 것이다.
대외 활동을 거의 안 해서 그렇지, 이미 온라인상에서 신화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뭇 여성들로 구성된 신화의 팬클럽도 결성 2주 만에 가입자 수가 10만을 넘겼을 정도였다.
하지만 신화는 이 모든 일들에 매우 덤덤했다.
던전 공략을 할 때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항상 저택에 틀어박혀 지냈다.
‘다 생각이 있겠지. 내가 신화 씨의 생각을 어찌 알겠어. 솔직히 짐작도 못 하겠고.’
진보미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지금까지 신화가 진보미에게 속내를 드러내 보인 적은 딱 한 번밖에 없었다.
‘여자친구는 제게 꽤 오래된 기억이에요. 사별(死別)이라 시간이 흘러도 잊을 수 없죠.’
‘누군가를 마음에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됐어요. 그 사람에게 만들어 줄 마음의 방이 없죠.’
슬픈 사랑의 사연이 있는 사람.
한없이 슬픔에 빠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절대 내색하지 않고 밝게 사는 사람.
그래서 진보미는 신화를 볼 때마다 늘 ‘보듬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그때.
“어? 롤라나 왕국의 국왕 전하께서 공항까지 나오셨나 본데요?”
“……아니?”
진보미의 말에 신화가 시선을 돌리자, 과연 왕가의 일원들이 모두 공항에 마중 나와 있었다.
물론 과거의 ‘국왕’과는 많이 달라진 개념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엄청난 예우였다.
“어서 오시오! 본 롤라나 왕국에 선의의 투자를 아끼지 않아 주신 강신화 씨를 이리 맞이하오!”
“안녕하십니까, 국왕 전하!”
영어로 유창하게 대화를 나누는 신화와 롤라나 국왕 아이박슨 15세는 의사소통에 아무런 걸림돌이 없어 보였다.
이토록 왕가가 직접 나서서 신화를 환대하는 이유는 섬의 장기 임대를 위해 지불한 금액이 상당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크리비아 아일랜드를 꾸준히 개발하고 시설을 유치한다고 가정했을 때, 그 파급효과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특히나 왕국민의 고용 상승효과도 무시할 수 없었다. 현지 기술자도 제법 있고 말이다.
사실 크리비아 아일랜드 자체만 놓고 본다면 던전도 없고, 아무런 편의 시설도 없는 무인도에 가깝다.
그런데 거기에 선뜻 거금을 투자해 준 신화가 고맙고 감사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관계자분들도 같이 오셨구려. 모두 환영하오.”
“환영해요. 왕비 마리투나예요.”
“왕후 마마, 처음 뵙겠습니다! 한국에서 온 진보미라고 합니다!”
신화 쪽 일행과 왕가의 일원들이 한데 섞여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특히 국왕 아이박슨 15세는 신화의 양손을 꼭 붙잡고는 몇 번이고 고맙다는 말을 반복했다.
사실 왕가에 신화가 쾌척한 감사금 – 혹은 국왕의 비자금 – 이 제법 컸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심전심이라고, 서로의 눈빛만 봐도 통하는 것이 많았다.
“자! 바로 왕궁으로 갑시다! 실로 귀한 왕국의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한 참이었소!”
“약소하게나마 작은 연회를 준비해 보았어요. 음식이 입에 맞으셨으면 좋겠네요.”
왕과 왕후의 극진한 환대를 받으며 신화 일행은 그렇게 롤라나 왕궁으로 향했다.
* * *
한 잔, 두 잔, 연신 비워지는 술잔.
무엇을 먹더라도 입에서 사르르 녹듯 맛있는 산해진미의 향연이었다.
육류, 어패류, 채소류 할 것 없이 먹는 것마다 너무 맛있어서 도대체 뭘 먼저 손대야 할지 모를 정도였다.
“그대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많이 들었소! 남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특이한 재능을 많이 가진 각성자라지?”
“하하, 조금 특별하긴 합니다만 그리 대단치는 않습니다.”
“그리 대단치 않다는 것치고는 우리 왕국 각성자들도 그대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요!”
“과찬이십니다, 전하.”
“뛰어난 재능과 실력을 겸비한 것도 모자라 겸손함까지. 정말 하늘이 내린 인재로군.”
“감사합니다, 전하.”
“그래, 얘기는 미리 실무 협상에서 전해 들었소. 크리비아 아일랜드에서 여생을 보내려 한다지?”
“맞습니다. 세상에 아름다운 섬들은 많지만, 크리비아 아일랜드만은 못하더군요.”
“하하! 바로 그렇지! 우리 왕국은 신께서 보살피시는 축복의 땅이오. 어딜 가도 모두 아름답지.”
“그렇습니다. 그래서 미련 없이 네 개의 섬을 선택했고, 그곳에 제 휴식처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좋소. 그대와 같은 실력 있는 각성자가 왕국령에 있는 것만으로도 정말 든든할 거요. 아, 오해는 마시오. 도와 달라는 소린 아니니까.”
“하하하.”
시종일관 나에게 찬사를 아끼지 않는 국왕의 대우에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아이박슨 15세는 잘 알려진 것처럼 호탕하면서도 이것저것 복잡하게 재고 따지지 않는 사람이었다.
고마우면 고맙고, 싫으면 싫고, 아니면 아니고. 그렇듯 맺고 끊음이 분명해 보였다.
“우리도 왕국 차원에서 그대의 안식처를 건설하는 작업에 지원을 아끼지 않을 작정이오.”
“정말 감사드립니다, 전하.”
“감사는 무슨. 그대 덕분에 우리 왕국의 경기도 다시 좋아질 것 같아 기대가 크다오.”
틀린 말은 아니다.
앞으로 내가 계속 섬에 투자할 금액을 생각한다면 부수적인 고용 효과도 상당할 테니까.
어쨌든 대단히 호의적인 왕가의 반응을 보니, 마음이 한결 놓였다.
준비만 착실하게 잘 진행되면, 지상낙원을 건설하는 작업은 날개를 단 듯 착착 진행될 것이다.
이런 과정에는 물론 자금력도 중요하지만, 현지 호응과 지원 여부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혹시나 연회 자리에서 내게만 스포트라이트가 쏠리는 것이 아닐까 싶었지만.
연회에 참여한 왕국의 ‘실무자’들은 나보다 진보미 일행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잘됐다.
이렇게 투 트랙이 톱니바퀴처럼 잘 맞아떨어진다면, 앞으로 크게 신경 쓸 부분이 없어질 테니까.
한데 바로 그때.
“전하! 전하!”
다급히 연회장 안으로 달려 들어오는 각성자 하나가 있었다.
그가 각성자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은 입고 있는 강화 슈트 때문이었다.
중요한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이렇듯 갑작스레 보고를 하러 들어온다는 것은 뭔가 ‘사건’이 터졌음을 뜻한다.
“무슨 일이냐?”
“해적이 나타났습니다! 소속을 알 수는 없으나 얼마 전에 해안가에 나타나서 무기고를 급습했던 바로 그놈들인 것 같습니다!”
“그놈들이 또?”
“예, 전하!”
해적(海賊).
지금 언급된 해적은 100% 세계 범죄 조직인 리벤저스의 해적을 말하는 것일 터.
대격변 이전에 기승을 부렸었던 ‘평범한’ 일반인 해적은 이미 사라지고 없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에 거점을 둔 리벤저스는 특히 많은 수의 해적을 보유하기로 유명했다. 물론 모두가 각성자였다.
탁월한 신체적 능력을 바탕으로 필요한 자원을 약탈하고 도주하기에 특화되어 있어서다.
보통 이런 해적은 각성자로 편성된 해군이 탄탄한 국가는 되도록이면 건드리지 않는다.
하지만 롤라나 왕국은 남태평양의 소국으로, 각성자 해군의 규모도 작고 전력도 그리 좋지 못한 상황.
그러니 과감하게 해안가를 침입해서 한탕을 노리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걱정하지 마시오. 우리 왕국이 저런 해적들에게 위협을 받을 정도로 약하지는 않소.”
국왕의 말에 마음이 놓였다.
이런 일을 한두 번 겪어 본 것은 아닐 테니 대비는 확실하게 하고 있겠지.
하지만 이어지는 각성자의 말을 들은 나는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이유인즉.
“다만 문제는…… 해적 놈들이 해안 경비대의 거센 저항을 받자, 크리비아 아일랜드 쪽으로 가면서 섬에 불을 지르고 있습니다!”
크리비아 아일랜드, 그리고 불.
두 키워드를 듣는 순간.
내 머릿속에서는 뭔가가 뚝, 하고 끊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차분한 이성이랄까?
이를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인내가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이 X끼들이……!”
도대체 누가 내 섬에다가 감히 불을 지르는 건데! 이 씹어 먹어도 시원찮을 개XX들!
“실례하겠습니다!”
차분하게 앞뒤를 재고 있을 틈이 없었다.
나는 국왕에게 일방적인 ‘통보’를 날린 뒤, 바로 현장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 * *
“저게 강신화 각성자가 가지고 있는 재능이오?”
“수많은 재능 중 하나일 뿐이죠. 저것 외에도 재능이 수도 없이 많답니다.”
신화가 출발하는 것을 보고 황급히 따라 나온 국왕이 놀란 표정으로 진보미에게 물었다.
몇 채의 건물을 순식간에 뛰어넘은 것은 물론이고, 상당한 거리를 단숨에 좁히는 능력도 썼기 때문이다.
도약, 가속, 공간 이동.
보통은 각성자 한 명에게 특화된 재능으로 주어지는 하나의 능력이어야 옳았지만.
진보미의 말대로 신화에게는 수많은 재능 중 하나에 불과할 뿐이었다.
“와……. 엄청난데요?”
“과연 한국에서 각광받는 유망주로 불릴 만한 실력입니다.”
그것은 국왕 곁에서 지켜본 사람들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더욱 비교가 되는 것은 방금 보고를 마친 각성자가 열심히 현장으로 헐레벌떡 ‘뛰어가는’ 모습이 대조적으로 눈에 들어와서였다.
신화는 순식간에 지평선 너머로 모습을 감췄지만, 각성자의 질주는 거북이처럼 선명하게 보였다.
그때.
우우웅!
소식을 듣고 급히 차출된 각성자 부대원 중 한 명이 진보미의 앞에 바이크를 세웠다.
현장으로 빠르게 가기 위한 현실적인 이동 수단이었다.
“가시겠습니까?”
“가야죠. 신화 씨를 도와야 해요. 상대는 해적이니까 어떤 함정이 있을지도 모르고.”
“모시겠습니다. 타시죠.”
“최대한 빨리 밟아 주세요!”
이윽고 진보미와 함께, 왕궁에 주둔 중이던 각성자 부대가 일제히 출발했다.
목적지는 크리비아 아일랜드.
신화의 은퇴 후 지상낙원이 될 공간이었다.
한데 문제는.
“이런…….”
진보미의 눈에 보이는 것은 크리비아 아일랜드 쪽의 상황이었다.
이미 불길이 활활 치솟고 있었기 때문이다.
순간 불안감이 엄습했다.
왠지 신화의 단순한 ‘분노’로 끝날 것 같지 않은…… 대폭발 직전의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