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42)
만렙 회귀자입니다만-142화(141/300)
제 142화
중간에 수많은 장애물과 도로가 가로막고 있었지만, 나는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단숨에 주파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눈에 보이는 게 없었다.
내 섬이 불타고 있다는데, 다른 걸 신경 쓸 겨를이 있을 리가.
중간에 도로를 질주하는 차와 부딪힐 뻔했는데, 그저 운전자에게 미안할 따름이었다.
“크하하하! 하하하!”
“이 새X들, 정말 미친 건가?”
크리비아 아일랜드에서 가장 가까운 ‘크로네스 섬’에 도착한 나는 미친 짓거리를 하는 놈들을 봤다.
놈들은 해적질이 실패로 돌아가자 쾌속선을 타고 이동하며, 내 섬에다가 불을 붙이고 있었다.
화염을 부릴 수 있는 각성자가 있는지, 곳곳에 화염을 날리며 불을 붙이는 모습이었다.
야자수, 수풀, 아름다운 꽃들.
소중한 내 섬의 자연이 해적의 분풀이와 장난질에 헛되이 사라지고 있었다.
“내 사유지를 잘도 건드렸겠다.”
난 이미 눈에 뵈는 게 없었다.
놈들이 타고 움직이는 배가 제법 큰 쾌속선이기는 했다.
배 외곽에는 마력탄총으로 보이는 무기들도 대거 장착되어 있었고, 바주카포를 든 녀석도 있었다.
재래식 무기이기는 하지만 혼란을 유발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화력의 무기였다.
파팟! 팟!
몸을 최대한 낮춰 저공으로 도약한 나는 순식간에 놈들과의 거리를 좁혔다.
놈들이 탄 배는 나중이었다.
섬에 상륙해서 불을 지르고 있는 놈들부터 확실하게 박살을 낼 필요가 있었다.
인정? 자비? 개나 주라지.
어차피 ‘해적’으로 규정된 놈들에게는 저마다 현상금이 걸려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 죽인다고 해도 법적 처벌을 전혀 받지 않는다.
해적으로 분류가 됐다는 것은.
그만큼 악명 높은 살인과 강도, 강간, 폭력을 그동안 행사해 왔음을 뜻하는 일종의 낙인이기 때문이다.
다음 순간.
신나게 행패를 부리던 해적 놈의 등 뒤에 도착한 나는 녀석의 어깨를 툭툭 쳤다.
“야.”
“뭐야?”
“저승사자다, 이 X자식아.”
퍼억!
뻐엉!
“……억!”
나는 세상에서 가장 빠른, 그리고 묵직한 발놀림으로 정확히 해적의 사타구니 사이를 걷어찼다.
이 녀석을 우주 끝까지 날려 버리겠다는 각오로 힘껏 차올린 분노의 슈팅이었다.
한 번으로는 분풀이가 안 됐다.
퍼억! 퍼억! 퍼억!
즉시 세 번의 연타로 발길질을 이어 갔다.
그러자 발끝에서 더 이상 녀석에게 터져 나갈 것이 ‘없음’이 느껴지는 공허함이 찾아왔다.
“끄어어어어…….”
풀썩!
본보기로 급소를 가격당한 해적 녀석은 인사불성이 된 채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리고 살충제를 잔뜩 마신 벌레처럼 제자리에서 꿈틀거리며 움직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왕국의 각성자다! 족쳐!”
상륙한 해적 넷은 나를 보는 순간, 왕국의 각성자로 오인하고 호기롭게 달려들었다.
마침 해가 진 저녁 무렵이라 시계 확보가 잘 안 되다 보니 착각한 모양이었다.
왕국의 각성자라고 판단하고 달려드는 것을 보면, 롤라나 왕국의 각성자 수준이 그리 높진 않은 듯했다.
파앗!
블링크 링을 이용해 바로 한 놈의 앞에 붙었다. 민머리의 각성자였다.
“히익!”
제법 거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바로 코앞에서 나타나자, 민머리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터업!
바로 그놈의 뒤통수를 잡았다.
확실하게 강냉이를 털어 내려면, 머리가 받쳐 줘야 하니까. 안 그러면 목뼈가 날아간다.
와득!
힘껏 뻗은 주먹.
그 한 번에 민머리는 갖고 있던 이를 모조리 잃어 버렸다.
입술 한가운데를 강타한 주먹을 좌우로 짓누르며, 덜렁거리던 이까지 모두 박살을 냈기 때문이다.
“끄거거걱.”
피와 치아가 뒤섞인 정체불명의 액체를 토해 내며 민머리가 비틀거렸다.
나는 볼 것도 없이 양손의 깍지를 확실하게 낀 다음, 인사불성이 되어 고개를 숙인 민머리의 뒤통수를 내리찍었다.
빠악!
푸확!
그것으로 끝이었다.
가격과 동시에 진흙탕 바닥에 얼굴을 파묻은 녀석은 몸 하나 까딱이지 못하고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물론 다른 놈들에게로 움직이면서, 확인 사살을 겸해서 뒤통수를 짓밟아 두는 일도 잊지 않았다.
“…….”
그럼에도 아무 반응이 없는 것으로 봐서는 죽거나 혹은 정신을 놓았음이 틀림없었다.
남은 것은 백발과 금발의 해적.
투블럭컷과 염색으로 한껏 멋을 부렸지만, 외모는 추하기 짝이 없는 못생긴 녀석들이었다.
“제길…….”
“네놈은 누구냐?”
겁을 집어먹은 놈들이 뒷걸음질을 슬슬 치면서, 내 정체를 묻기 시작했다.
묻는다면 또 확실하게 말해 주는 것이 예의지.
어차피 죽을 놈들인데, 저승길이 억울하진 않아야 할 테니까.
“나? 이 섬의 주인이야. 크로네스 섬의 주인, 강신화.”
“뭐, 뭐라고? 강신화? 설마 한국의 그……?”
“어이쿠! 알아봐 줘서 고맙네, 정말. 그건 그거고, 이제 뒈질 준비됐지?”
“젠장, 도망가자!”
내 정체를 확인하자마자 두 놈, 즉 투블럭컷 형제가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렇게 내뺄 거면, 진즉에 도망을 가든가. 애꿎은 섬에 왜 방화를 하느냔 말이다.
미안하지만, 이놈들은 물론이고 가까운 쾌속선에서 불구경을 하듯 바라보는 놈들까지.
난 단 한 놈도 그냥 돌려보낼 생각이 없었다. 시킨 놈, 보는 놈, 하는 놈. 다 똑같은 공범이다.
‘잔챙이네.’
여유롭게 투블럭컷 형제의 뒤를 따라잡으며 생각했다.
이놈들은 기껏해야 E랭크 언저리의 애송이들이라고.
“죽여 버려!”
“에에잇!”
그래도 각성자랍시고 내가 따라붙은 것을 알았는지, 힘껏 무기를 휘두르며 나를 노리려 했다.
몸을 숙여 가며 비트는 몸동작으로 제법 변주까지 섞어 보인 나름 멋있는 반격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움직임이 내게는 슬로모션처럼 보였다.
당해 주고 싶어도 너무 느려 터지고 어눌해서 그럴 가치조차 느낄 수 없는 최악의 공격이었다.
“너희는 연타도 아깝다.”
퍽! 퍽!
나는 딱 두 번의 공격으로 나눠서 두 놈의 얼굴에 신속하게 폭권을 타격했다.
초월 가속으로 가속을 극대화한 덕분인지, 놈들은 내게 폭권을 맞고도 맞았는지 모를 정도였다.
“컥……!”
“윽!”
순서대로 투블럭컷 형제가 발라당 나자빠지며 뒤통수부터 시원하게 깨졌다.
볼 것도 없이 기절했을 터.
내가 워낙 빨라서 어떤 공격에 맞고 기절했는지도 누가 말해 주기 전까지는 모를 것이다.
“망할 놈들.”
화르르륵. 화르륵.
뒤를 돌아보니, 10그루가 넘는 야자수가 활활 타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바람이 해안가로 불고 있어 불길이 섬 안쪽으로 번질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내 집보다도 더 소중한 섬에 생채기를 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
검지 끝으로 쾌속선 갑판 위에서 불구경을 하듯이 이곳을 지켜보고 있는 한 놈을 가리켰다.
딱 봐도 이 해적들의 리더로 보이는 녀석이었다.
선글라스에 팔뚝에 잔뜩 새겨 넣은 난잡한 타투까지. 똥폼은 있는 대로 다 잡고 있네그려.
“오늘 너흰 다 죽었어.”
눈이 마주친 리더를 향해 나는 엄지로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백 마디 말보다 더 확실한 사형 선고였다.
* * *
“대장! 놈이 이쪽으로 질주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뭘 어떻게 해, 머저리 같은 놈아! 마력탄총, 바주카포, 아끼지 말고 몽땅 퍼부어! 놈은 한 놈이다!”
리더인 애셔가 소리쳤다.
신화의 예상대로 애셔는 리벤저스에 소속된 해적이 맞았다.
물론 대양을 누비는 리벤저스 ‘무적함대’ 소속의 해적은 절대 아니었다. 그들은 군함을 활용한다.
하지만 리벤저스의 깃발을 달고 다니는 것이 허락된, 나름의 실력 있는 해적이기는 했다.
애초에 해적들 전원이 각성자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빠른 기동이 가능한 쾌속선만 있어도 충분했다.
치고 빠지는 게릴라식 약탈로도 충분히 욕심을 채우는 일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특히 해안가 던전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전리품을 배분하는 각성자를 노려 재미를 본 적도 많았다.
다만 오늘은 일이 잘 안 풀린 탓에 정말 불이나 좀 지르고 내뺄 생각이었는데…….
웬 미친놈을 만나 일이 이상하게 꼬이고 말았다. 물론 한 놈이니 얼른 죽이면 그만이었다.
투타타타타!
과아아아!
마력탄총과 바주카포가 불을 내뿜었다.
동시에 갑판에 있던 해적들이 저마다의 재능을 뽐내면서 단일 타깃인 신화의 몸을 노렸다.
하지만.
“아니……?”
“저걸 그냥 버틴다고?”
쏟아지는 집중포화에 목숨을 부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모두의 예상이 빗나갔다.
“아니, 저게 도대체 무슨 재능이야? 무슨 재능인데 저걸 공중에서 그대로 받아 내는데?”
애셔가 경악했다.
정점을 찍은 신화의 몸은 누가 봐도 노리기 좋은 타깃임이 분명했지만.
터억! 처억!
제법 화력을 담아 날린 마력탄총의 일격과 바주카포 공격이 전부 무위로 돌아갔다.
액체화 재능에 허망하게 막혀 버린 총탄과 포탄이 우수수 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각성자가 몸을 돌이나 강철의 형태로 강화해서 막아 내는 경우는 애셔도 종종 본 적이 있었다.
그것은 예상 범주 안이었다.
하지만 몸 전체가 마치 하나의 액체로 된 유기체처럼 흐물거리면서 받아 내는 이 방법은.
머릿속은커녕 꿈에서조차 떠올리지 못한 완벽한 변수였다.
“말도 안 돼…….”
해적 중 누군가가 내뱉은 말이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기세 좋게 순간 화력을 쏟아부었음에도 불구하고, 신화가 입은 대미지가 0으로 수렴하자.
순간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 버린 것이다.
그사이.
쿠웅!
이미 신화는 쾌속선 위의 갑판에 착지를 마친 후였다.
몇백 미터의 거리를 좁히기까지 신화에게 필요한 시간은 겨우 몇 초면 충분했다.
바로 그때.
쉬이이이! 쿠웅!
발사하는 순간부터 탄착점이 신화가 아닌 방향으로 잘못 잡힌 포탄 하나가 섬에 불을 냈다.
야자수 두 그루와 주변 풀숲에 수많은 불씨를 흩뿌린 ‘최악’의 결과물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아끼는 자신의 섬. 그리고 등 뒤에서 펼쳐진 사상 최악의 불꽃놀이.
“하아.”
마지막 한 가닥 남았던 신화의 이성의 끈이 그 불꽃과 함께 완전히 끊어지고 말았다.
“이 XX, 개 X 같은 XX들아!”
신화의 폭주가 시작됐다.
타앙! 타앙!
그나마 용기 있는 해적 몇몇이 근거리에서 신화를 마력탄총으로 노렸다.
일반 총과 달리 마력탄총은 슈트는 물론 육체에도 큰 상처를 낼 수 있는 물건이었다.
물론 마력 재충전과 조준이 까다롭기는 하지만, 잘 활용하면 이만큼 좋은 무기가 없었다.
투웅! 투웅!
하지만 기세 좋게 날린 모든 공격이 무위로 돌아갔다.
액체화된 몸을 타격한 마력탄은 신화를 살짝 밀려나게 했을 뿐 상처를 입히지는 못했다.
그 반면.
터업!
공격이 수포로 돌아간 공격자들에게 빠르게 붙은 신화는 우악스럽게 그들의 목을 움켜쥐었다.
와득!
숨통을 끊는 일은 단지 움켜쥔 손에 개변된 팔의 힘으로 악력을 끌어올리기만 하면 되었다.
슈트가 보호해 줄 수 없는 부위를 노려서 꺾는 것이기에 마땅히 대응할 방법도 없었다.
타앙! 타앙! 타앙!
해적 하나가 죽어갈 때 다른 동료들의 마력탄총이 열심히 불을 내뿜었지만, 모두 무의미했다.
가슴은 물론 등판, 뒤통수, 허리, 그 어디에 박히는 마력탄도 신화의 목숨을 빼앗지 못했다.
“이, 이건…… 이건 꿈일 거야.”
쾌속선에 몸을 담고 있는 모든 해적의 표정이 새파랗게 질렸다.
저승사자.
그가 바로 눈앞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