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43)
만렙 회귀자입니다만-143화(142/300)
제 143화
“사죄고 뭐고 다 필요 없어. 모조리 씹어 먹어 줄 테니까.”
애셔가 신화의 입을 통해 들은 마지막 말이었다.
그 이후로 신화는 입을 굳게 다문 채, 전광석화와 같은 일격으로 해적들을 모조리 박살을 내 버렸다.
치명적인 일격을 가할 수 있는 무기가 줄줄이 무력화되었다는 사실이 주는 절망감은 실로 엄청났다.
그나마 신화의 몸을 노릴 수나 있으면 다행이었다.
신화는 블링크 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계속 위치를 바꿨다. 타깃 특정이 안 되도록.
줄줄이 터져 나갔다.
애셔는 눈 한 번 깜빡일 때마다 비명을 지르며 바다로 떨어지는 부하들을 보면서 어안이 벙벙해졌다.
해적질 짬밥만 해도 6년이 넘었건만, 이렇게 일방적으로 당해 보기는 처음이었다.
애초에 상위 각성자에 대한 매뉴얼도 있었다.
신화가 접근하는 것을 보자마자 모든 화력을 집중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정답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각성자 해군에 소속된 A, S랭크 각성자도 제법 상대했으니까.
하지만 예상이 하나부터 열까지 모조리 빗나갔다. 신화에게는 그 어떤 매뉴얼도 전혀 통하지 않았다.
접근을 완벽히 차단할 수 있는 화기의 십자포화는 아무짝에도 쓸모없게 되어 버렸고.
그 대가로 애셔는 쾌속선에 함께 타고 온 부하 스무 명을 모조리 잃고 말았다.
풍덩!
그나마 두세 녀석이 스스로 몸을 날려 어떻게든 바닷속으로 잠수하여 도망을 치려고 했지만.
콰아앙!
신화가 힘껏 던진 윌슨이 만들어 낸 충격파에 휘말려 물속에서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죽은 물고기처럼.
허연 배를 내보이며 둥둥 떠오른 부하의 모습을 보는 순간, 애셔는 다리 힘이 휘청하고 풀릴 정도였다.
“…….”
방금까지만 해도 시끌벅적했던 쾌속선 위는 이제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적막만이 가득했다.
신음조차 들리지 않는다는 것은 신화에게 당한 부하들이 어떤 상태인지를 단적으로 보여 줬다.
신화가 쓰러진 부하 하나를 발길질로 힘껏 걷어차며, 애셔에게 분노에 섞인 물음을 던졌다.
“내 섬에다가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내가 너희들에게 잘못한 거라도 있냐?”
“……네 섬인 줄 몰랐다.”
궁색한 변명이 흘러나왔다.
사실 본래라면 고개를 쳐들고 “섬이 누구 것이든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라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게 맞았지만.
지금 애셔의 머릿속에는 진짜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 신화가 그저 두려울 따름이었다.
심지어 그가 제법 실력이 있는 B랭크의 각성자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내 섬인 줄 알았으면 안 그랬을 거고?”
“그…… 그렇다.”
“해적 대장이 내뱉는 말치고는 정말 궁색하네. 그래도 발악은 하다가 쓰러진 네 부하들을 보면 미안하지도 않냐?”
“못난 리더를 둔 부하들에게 정말 미안할 뿐이다……!”
때아닌 고해성사까지.
신화는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벌벌 떨고 있는 애셔의 두 다리에서 그의 감정을 읽을 수 있었다.
두려워한다고 해서 잘못을 탕감 받는 면죄부가 될 수는 없었다. 이놈이 원흉이니까.
“와라. 살려 보낼 생각은 없으니까 후회 없이 끝까지 싸워 봐.”
“……제X랄.”
“눈이라도 감아 줄까?”
“닥쳐, 이 XX야!”
거만하게 느껴지는 신화의 여유에 감정이 상한 애셔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달려들었다.
남들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상체 근육과 파괴적인 악력을 가진 애셔였다.
신화의 위력에 겁을 집어먹기는 했어도 그가 가진 실력이 어디 가는 것은 아니었다.
어지간한 강철봉도 악력으로 찌그러뜨릴 수 있을 만큼 애셔도 자신의 재능에는 자신이 있었다.
터업!
애셔는 기세 좋게 신화의 오른팔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바로 힘껏 힘을 주자, 슈트의 바깥부터 시작해서 순식간에 엄청난 압박이 가해졌다.
‘그래도 대장은 대장이네.’
신화가 속으로 감탄했다.
재능 하나를 가지고 열심히 한 우물만 판 녀석들은 그에 걸맞은 힘을 가지고 있기는 하다.
즉, 기회를 한번 잡으면 일발 장타를 날릴 수 있는 파괴력은 확실히 있다는 소리다.
‘물론 그래서 공격의 레퍼토리가 한정적일 수밖에 없게 되지만.’
하지만 약점이 존재한다.
하나로 특정된 전문성은 필연적으로 약점을 공략당할 여지를 만들게 된다.
애셔도 마찬가지.
그의 공격이 갖는 대전제는 반드시 공격 대상과 접촉이 일어나야 한다는 점이다.
뭔가를 잡아야 악력으로 움켜쥐든, 찢든, 빨래처럼 비틀어 짜든 할 것 아닌가?
그렇기에 치명적인 허점이 발생한다. 그것은 타깃으로 삼은 상대의 신체 부위가 변할 경우다.
스르르륵!
평범한 팔이었던 신화의 오른팔이 순식간에 잔뜩 예기를 머금은 날카로운 검의 형태로 변하자.
솨아악!
“끄아아아!”
애셔가 손을 쓸 틈도 없이 쥐고 있던 손바닥이 반으로 잘렸다.
날이 바짝 선 검을 손으로 힘껏 움켜쥐고 있는 꼴이라 멀쩡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여기에 신화가 살짝 힘을 주어 잡아당기니, 그대로 손은 반 토막이 나고야 말았다.
“어서 와. 이런 재능은 처음이지?”
“으흐으으!”
애셔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육체를 개변하는 각성자야 신화 말고도 여럿 있었지만.
이렇게 파괴적이고 위력적인 형태로 변환하는 것은 처음 보았다.
무엇보다 변형이 빨랐다.
보통은 일정한 시간을 두고 눈에 띄게 변하는데, 신화의 변화는 말 그대로 ‘급변’이었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와득!
“끄어!”
단숨에 거리를 좁힌 신화가 이어 간 공격은 다름 아닌 애셔의 코를 깨무는 것이었다.
쫘아아악!
신화는 마치 맛 좋은 고기를 씹듯 앙, 하고 물어서는 단번에 애셔의 코를 뜯어내 버렸다.
“으아아!”
애셔는 그렇게 지옥을 봤다.
* * *
5분 후.
“상황이…….”
“어째 끝난 것 같은데요.”
현장에 도착한 진보미와 롤라나 왕국의 각성자 부대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그저 혀를 내둘렀다.
오는 내내 많은 각성자들이 걱정했다.
비록 신화가 잘 알려진 실력자라고 하지만 해적들 역시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베테랑이기 때문이다.
효과적으로 각성자를 공략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악랄한 놈들인 만큼 신화가 고전하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그들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저마다 넝마가 된 채로 백사장과 바다 위에 널브러진 해적의 모습들이었다.
몸이 어디 하나 성한 상태로 뻗은 놈들이 없었다.
얼굴이 찌그러지거나.
팔과 다리가 절대 접혀서는 안 될 방향으로 시원하게 접혀 버렸거나.
몸은 앞을 보고 있는데 얼굴은 뒤를 보고 있다거나.
사타구니 사이에서 흥건하게 피와 이상한 액체들이 줄줄 흐르고 있다거나…….
그야말로 인체가 다양한 방법으로 박살이 나고 ‘터져 버린’ 현장이었다.
“저희는 우선 불길부터 잡겠습니다!”
물을 부릴 줄 아는 각성자 일부가 전장이 아닌, 불길이 있는 현장으로 내달렸다.
그리고 나머지는 인사불성이 된 해적의 흔적을 훑었다.
저 멀리 쾌속선 위에 신화의 모습이 보이기는 했지만, 이제 어느 누구도 그를 걱정하지 않았다.
심지어 함께 온 진보미도 그저 팔짱만 끼고 있을 뿐이었다.
“저 사람이 해적들의 대장 같은데……. 끝이 좋진 않겠네요.”
퍼억! 퍼억! 퍼억!
이미 배 위에서는.
신화가 애셔의 뒤통수를 움켜쥔 채, 갑판 바깥쪽의 난간에 얼굴을 연신 처박고 있었다.
물론 그때마다 사방으로 핏물이 비산하며, 애셔의 얼굴이 점점 더 붉게 물들어 갔다.
“믿기지 않는군요. 어림잡아도 스물은 족히 넘는 해적들을 홀로 제압하다니…….”
“저게 신화 씨의 전매특허예요. 같이 있다 보면, 믿기지 않는다는 말을 반복하게 되거든요.”
“저희도 상대하기 까다로워했던 녀석들입니다.”
“어쨌든 잘된 일 아닌가요? 골칫거리를 한 번에 일소했으니.”
“그렇긴 합니다만. 역시 한국에서 여기까지 전해진 유명세가 허명은 아니었군요.”
“호호, 두말하면 잔소리죠.”
“수습이나 해야겠습니다.”
각성자 부대의 대장이 부하들에게 현장 수습을 하도록 지시했다.
혹시나 신화가 놓친 해적이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이탈자는 전혀 없었다.
그나마 바다에 뛰어든 것으로 보이는 몇몇은 파도에 휩쓸려 다시 해안가로 밀려오는 중이었다.
“신화 씨에게 이 섬이 갖는 의미가 정말 크긴 크구나. 단지 휴양의 개념이 아니었어.”
진보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섬을 아끼는 신화의 마음이 여실히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해적은 그런 신화의 마음을 알지 못했고, 목숨으로 그 대가를 치른 셈이 되었다.
“정말 신화 씨 주변은 사고가 끊이질 않네. 별이 언니도 이래서 흥미롭다는 거겠지?”
윤별이의 말이 떠올라 진보미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매번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주는 사람.
그런 신화가 양화 길드에서 독립하면서 거리감이 생겼다는 사실이 진보미는 못내 아쉬웠다.
다시 가까워질 수는 없는 걸까?
괜한 고민이 깊어졌다.
* * *
수습은 빠르게 이뤄졌다.
섬에 도착한 각성자들은 빠르게 불길을 진화했고, 다른 각성자들은 해적들을 수습했다.
한편 나는 애셔의 쾌속선 내부 창고에 채워져 있던 다수의 차원석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어디서 한탕을 크게 한 건지 창고에는 하급, 최하급 차원석이 잔뜩 채워져 있었다.
어림짐작으로는, 다 합치면 최소 200억 원 이상의 값어치는 할 듯했다.
아마 앞으로 제작을 할 때, 두 부류의 차원석은 구매할 필요가 없을 듯했다.
이어서 체포되거나 시신이 수습된 해적들에 대한 현상금 정산(?)도 이뤄졌다.
이는 롤라나 왕국을 포함한 남태평양의 연합 협력 기구에서 책정해 둔 현상금이었다.
워낙에 리벤저스의 해적들이 주변 바다에서 기승을 부리다 보니, 요주의 인물들에게 현상금을 걸어 둔 것이다.
그래야 현지를 찾은 각성자들이나 아니면 해당 국가의 각성자들이 열심히 잡기라도 할 테니까.
이런 식으로 정산이 예정된 현상금이 약 250억 원.
다소 아쉬운 감이 있기는 했지만, 애초에 실력이 형편없었던 놈들이라 적은 현상금도 이해는 갔다.
어쨌든 확실하게 ‘정의 구현’을 했다는 것. 나는 그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리벤저스와도 이런 식으로 엮이게 되었네. 하여간 조용히 그냥 가면 될 걸 다들 매를 벌어요.’
불쾌한 느낌에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활동 범위를 넓히다 보니 중국 3대 적폐, 일라이저 그룹, WSA, 리벤저스 같은 곳들과 자꾸 엮이게 된다.
전생에는 한참 후에나 엮였던 인연들이라 기분이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소중한 내 섬이야! 내 것을 건드리는 놈은 그 누구도 절대 용서할 수 없어.’
내 생각은 분명했다.
내 것, 내 은퇴, 내 사람을 건드리는 것은 그 누구라고 해도 절대 용서할 수 없다. 사정을 봐줄 여지도 없다.
정의 구현이니, 질서 수호니 하는 대의를 위해서가 아니다.
단지 ‘나’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피차 서로 신경 끄고 살면 되는 것을 굳이 건드린다면, 나도 굳이 ‘좋게’ 넘어가지 않을 뿐이다.
까드드득.
나는 불길이 다 잡혔지만 새까만 숯덩이가 되어 버린 야자수를 바라보며 이를 갈았다.
첫 신고식을 치른 것처럼 상처를 입어 버린 나의 크리비아 아일랜드!
복구야 마음만 먹으면 금방 할 수 있겠지만, 귀찮은 놈들과 꼬인 것 같아 기분이 개운치 않았다.
리벤저스.
이 쓰레기 같은 조직과의 악연도 이제는 고민의 범주 안에 넣을 때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