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45)
만렙 회귀자입니다만-145화(144/300)
제 145화
비정상적으로 충만한 마력. 그것은 주기적으로 공략되는 던전에서 느낄 수 있는 기운이 아니었다.
“더미 던전이구나.”
일전에 북대전 블랙 존에서도 한 번 이득을 본 적이 있는 일회성 던전인 더미 던전이 떠올랐다.
더미 던전의 특징은 공략이 완료되면 사라지고, 다시는 같은 자리에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미 던전만 찾아다니는 각성자들은 이 던전을 산삼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만큼 찾기가 어렵고, 같은 장소에서 두 번 다시 던전을 보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터가 좋은데? 남태평양의 신이 내게 선물이라도 주는 건가? 정말 잘됐다.’
신화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더미 던전은 이유 불문하고 공략만 완료하면 무조건 이익이다.
확정적으로 극상급 차원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도 시중에 극상급 차원석이 풀리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
이처럼 던전이 있다고 예상하기 힘든 위치에 더미 던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5년 이후.
나스 대륙과 연결되면서 나스 대륙의 문물을 받아들이는 각성자 세계의 흐름은 크게 달라진다.
마력 감지 장치 연구에 날개를 달게 되면서 더미 던전을 찾아내는 것이 훨씬 쉬워지게 된 것이다.
그때부터는 대탐험의 시대.
더미 던전을 찾기 위해 떠나는 수많은 각성자의 여정은 물론, 찾아낸 던전을 두고 각성자들끼리 피 튀기는 싸움을 벌이는 일도 흔해졌다.
‘어쨌든 그 전까지는 웬만해선 찾기 힘들 테니 쓸 만한 곳들은 내가 선점해야지.’
신화가 절로 고이는 군침을 삼키며 던전 내부를 빠르게 훑어보기 시작했다.
일단 던전의 필드 자체가 커 보이지는 않았다.
입구에서 반대편 끝까지 몇 날 며칠이 걸릴 대규모 던전은 확실히 아니었다.
‘환경이 특이하네.’
대신 전방의 풍경을 보란 듯이 채우고 있는 꽃과 나무가 신화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매드 플라워, 크레이지 트리.’
쉽게 보기 힘든 식생이다.
주로 더미 던전에서만 나타나는 특이종으로, 두 녀석 모두 식인 능력이 ‘탁월한’ 꽃과 나무였다.
“어?”
바로 그때.
신화는 전혀 예상치 않았던 오른편의 갈대숲 언저리에서 익숙한 식물을 확인할 수 있었다.
“카트라잖아?”
남들에게는 잡초보다 못한 취급을 받고 있지만, 신화에게는 금보다 더 귀한 대접을 받는 카트라!
한 뿌리도 없어서 제작이 중단된 상태였는데, 살펴보니 어림짐작으로만 100뿌리는 넘게 있었다.
1뿌리가 강화 포션 1개의 값어치를 하니, 손쉽게 바로 100개의 재료를 확보한 셈이었다.
“크리비아 아일랜드가 나에게는 완전 복덩어리네! 불놀이로 액땜한 것만 제외하면 시작이 좋은데?”
윤별이의 보고에 따르면, 현재 강화 포션의 주가는 점점 올라가는 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용한 각성자들의 반응과 후기가 너무나도 좋았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 각성자 커뮤니티인 ‘언성 히어로’에서는.
부작용이 전혀 없고.
각성 효과가 확실한 신화의 강화 포션에 대해서 평가 만점인 10점이 매겨져 있는 상태였다.
다른 인기 포션의 평가 점수대가 보통 8점대 중후반인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높은 점수였다.
팔기만 하면 돈이 되는 효자 상품이 됐기에 카트라의 가치는 매우 높았다.
“진짜 날 잡고 전 세계 카트라 투어라도 해야 하나? 이거 재료 부족이 고질병이네, 고질병.”
회귀 직후에는 오직 제작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재료의 중요성이 커져만 갔다.
좀 더 돈을 쓸어 담으려면, 안정적인 재료 공급처를 확보하거나 재료를 대량으로 확보하는 게 필수.
하지만 카트라를 공개적으로 매입하면, 분명 제작 재료라고 의심하는 사람이 생겨날 것이다.
‘남 좋은 일은 이럴 때 하는 것이 아니지!’
신화는 자신 혼자서 먹을 수 있는 달콤한 꿀의 아주 작은 한 방울도 남에게 양보할 생각이 없었다.
바로 그때.
크루룩. 크룩.
네 다리로 풀숲을 헤치며 모습을 드러낸 것은 강화형 마딜로 무리였다.
“오! 마딜로 안녕? 가슴팍이 제법 탄탄한 것을 보니까 강화형이구나?”
양화 길드의 마딜로 던전에서 수없이 잡아 저승으로 보낸 녀석들의 상위 버전이었다.
“몰아서 잡아야지.”
몰이사냥.
현실에 구현할 수만 있다면 가장 효과적인 사냥법이다. 물론 그만큼 미끼가 되어야 하지만.
‘특정한 공격 레퍼토리만 선호해서는 안 돼. 모든 레퍼토리의 숙련도를 최대로 만들어야 한다.’
신화는 남들보다 압도적으로 빠르게 성장한 지금도 자만하지 않고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힘의 선순환을 위해서다.
남들을 압도할 수 있는 재능과 힘을 가진 각성자는 그만큼 더 많은 특전과 특혜, 그리고 전리품의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다.
기승전…… 은퇴!
이 모든 게 최상의 하모니를 이룰 때, 비로소 은퇴의 꿈은 현실이 되는 것이다!
“간다!”
이윽고 신화가 가벼운 발걸음으로 강화형 마딜로 무리를 향해 질주했다.
한 놈, 한 놈이 A+랭크인 강력한 놈들이었지만, 신화의 움직임에 망설임은 없었다.
* * *
크와아아! 크와아아!
“너희 그렇게 뭉쳐 있으면 끝이 안 좋을 텐데?”
나는 아슬아슬한 유혹의 몸놀림으로 한데 몰아 놓은 마딜로를 보며 한껏 약을 올렸다.
녀석들은 눈앞에서 내가 하늘로 붕 떠오르자,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채로 입을 쩍 벌렸다.
지극히 당연한 노림수였다.
비행 능력이 있는 각성자가 아닌 이상 수직으로 뛰었으니, 그대로 낙하할 것이 아닌가?
그럼 저 우악스런 입과 이빨로 나를 뼈까지 씹어 먹겠다는 분노 섞인 계산이었다.
하지만.
우웅! 우웅! 우웅!
나는 정점을 찍고 내려오며, 모든 마력을 윌슨에 싣고 있었다.
원래 체내의 마력, 심장에서 끄집어낸 추가 마력, 거기에 윌슨 자체에 저장되어 있던 마력까지.
일반적인 육체의 마력 저장량을 세 배로 극대화한 엄청난 양을 윌슨에 담은 것이다.
쉬이이이!
윌슨에게서 처음 들어 보는 굉음이 났다.
마치 펄펄 끓어오르면서 들썩이는 폭발 직전의 주전자를 보는 느낌이었다.
혹은 팽창의 한계치에 임박해서 터지기 직전인 대형 풍선의 모습을 보는 듯도 했다.
다음 순간.
“한 방에 20억 가자!”
20억을 부른 것은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는 모든 마딜로에게 차원석 코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최상급 차원석을 준다면야 좋겠지만, 기대치를 낮춰서 개당 1억 원인 상급 차원석을 잡은 셈.
콰아아아!
이윽고 내 손을 떠난 윌슨이 영화 속에서나 볼 법한 운석처럼 맹렬히 낙하하기 시작했다.
퀴이익! 위익!
겁이 없는 건지, 아니면 정신이 나가 버린 건지.
마딜로들은 그런 윌슨을 보고도 전혀 물러서지 않았고, 그 결과는.
쿠우우우우…….
버섯구름이었다.
나는 윌슨의 충돌과 동시에 블링크 링을 이용, 추락 지점을 조정해 다른 곳에 떨어졌다.
현장에서 출발한 열풍이 이쪽으로 불어닥쳤지만 충분히 따뜻하게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끝났네.”
현장은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방금까지 나를 잡아먹겠다고 누런 이를 드러내고 있었던 녀석들은 흔적조차 없이 사라졌다.
살점은 볼 것도 없었고, 윌슨의 충돌이 만들어 낸 열기에 일부 뼈를 제외하고는 모조리 녹아 버렸다.
“크, 딱 20억 원! 예상대로네.”
현장에 보란 듯이 널브러져 있는 상급 차원석 20개를 보자, 뿌듯한 미소가 지어졌다.
이래서 힘이 있어야 한다. 그러면 단 한 번의 일격으로도 애들 장난처럼 쉽게 20억 원을 벌 수 있다!
“돈 벌기 참 쉽네?”
누군가가 내 말을 듣거나 보고 있다면 진즉에 돌팔매질할 한마디를 던지며.
전보다 가벼워진 걸음으로 매드 플라워와 크레이지 트리가 있는 숲으로 향했다.
얼마 후.
“맛이 많이 고약하기는 하지만, 두 녀석을 섞은 풀국(?)을 만들면 마력 증진에 도움은 되는데…….”
꽤 먼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구린내를 풍기는 두 식물을 보며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보통 던전에서 구할 수 있는 모든 식물에는 활용 가능한 레시피가 있다.
다만 배합법이 강화 포션 제작처럼 엉뚱한 조합이 많아 쉽게 찾을 수 없을 뿐이다.
내 눈앞에 있는 꽃과 나무도 사실 던전에서 함께 보기 힘든 녀석들인데, 웬일인지 붙어 있다.
“넉넉하게 싹 베어서 한 1년 치 건강 주스로 만들어 주든지 해야겠구먼. 클클.”
마시자마자 주스 분수를 토해 낼 동료들을 떠올리니 사악한 웃음이 절로 나왔다.
물론 장난으로 생각한 거고, 실제로 먹으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각성자에게 ‘마력 증진 레시피’만큼 좋은 레시피는 없으니까.
랭크가 곧 마력이고, 그 마력이 재능을 발현하는 원료가 되는 것이 바로 이 세계가 아니던가. 성장은 필수다.
“자, 너희들도 죽을 준비 됐어? 말 못 하는 식물이라고 안 봐주는 거 알지?”
키시시시시!
“말할 줄 아는구나.”
바로 손을 풀었다.
멀대처럼 클 뿐, 내구성은 형편없는 녀석들이다.
이제 A랭크 정도의 몬스터에게는 시간을 끌 짬밥은 아니지.
내 관심은 오직 이 던전의 끝, 보스 몬스터가 누구인지에만 쏠려 있었다.
그 외의 나머지는 모두 중간 과정에 놓여 있는 장애물들일 뿐이다.
그리고.
“간다!”
한바탕 푸닥거리가 시작됐다.
이후의 공략은 탄탄대로였다.
산발적인 전투가 있었지만 충분히 상대할 만한 수준이었고, 딱히 고비나 난관은 없었다.
다만 꼼꼼하게 훑으면서 전진하느라 최종 목적지까지 1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됐다.
더미 던전은 다른 던전과 달리 마력 포화도가 높아 몬스터들마다 차원석 코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는 내내 보이는 모든 몬스터를 죽였고, 그 덕분에 획득한 차원석의 가치는 300억 원에 달했다.
짧은 시간에 벌인 한탕치고는 무척 손쉽게 벌어들인 수입이었다!
‘문제는 저 녀석들이군.’
다만 보스 몬스터의 정체를 파악한 순간부터 몸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긴장했기 때문이다.
‘마루크, 마리크 형제.’
인간형 몬스터로, 놈들을 지칭한 표현 그대로 형제다. 그것도 쌍둥이 형제.
길쭉길쭉한 다리와 녹색 장발이 인상적인 둘.
그들은 입가의 점 하나를 빼면, 생긴 것이 완벽하게 똑같았다.
‘일단 놈들을 제거하면 최소 극상급 차원석 10개는 확정이고, 마력 증가 버프도 얻을 수 있어.’
예상되는 견적은 좋았다.
극상급 차원석 10개면 단순 현물 가치로 1000억 원이 넘는다.
게다가 두 형제에게 걸린 특유의 마력 버프를 생각하면 더욱 탐이 나는 상황이다.
두 형제의 버프는 죽으면 유실되는 버프가 아니라, 죽인 대상에게 승계되는 버프이기 때문이다.
전생에는 이런 버프가 공개적으로 알려진 이후 살인 범죄율이 급증했던 기록도 있다.
그만큼 버프를 탐내는 각성자들이 많다는 뜻이다.
어쨌든 두 형제는 ‘무형화 재능’이라는 참으로 X랄 맞은 재능을 가지고 있다.
투명화보다 상위 개념이다.
투명화는 단순하게 보이는 것이 사라지는 형태라서 위치를 특정할 수 있으면 타격이 가능했다.
실체는 존재하기에 얼마든지 검으로 찌르든, 총을 쏘든 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무형화는 일시적이지만 존재 자체가 아예 사라진다.
즉, 무형화로 형체를 없앤 자리를 공격할 때, 공격의 수단이 통과해 버리게 되는 것이다!
“쉽지 않겠군.”
나는 입고 있는 강화 슈트의 조임새를 꽉 잡아당겼다.
“잘생긴 놈은.”
“대체로 하체가 부실하지.”
그러자 놈들이 나를 도발했다. 어디서 저런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늘어놓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