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47)
만렙 회귀자입니다만-147화(146/300)
제 147화
[판정 등급 : B+]“드디어.”
이제 A랭크가 코앞이다.
회귀하고 약 한 달 반 만에 이룬 쾌거!
전생에 니콜라스의 지도를 받으면서도 A랭크까지 가는 데 걸렸던 수년의 시간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초고속 성장이었다.
“버프도 상시 유지구나.”
마루크, 마리크 형제에게 가져온 버프의 내용을 살피니 상시 유지가 된다고 되어 있었다.
다만 죽으면 상대에게 빼앗긴다고 하는데, 죽으면 자신에게는 끝이니 의미 없는 설명이나 마찬가지인 셈이었다.
그렇게 신화는 버프를 취해 마력과 랭크를 올렸고, 극상급 차원석 10개까지 손에 넣었다.
도합 29개!
이 정도면 이제 극상급 차원석을 이용한 초호화 강화 슈트를 제작할 수 있을 듯했다.
‘조만간 황 노인을 만나긴 해야겠네.’
새로운 형태의 슈트를 황석철에게 의뢰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됐다.
비용과 시간이 상상을 초월할 만큼 들기는 하겠지만, 황석철이라면 분명히 만들어 줄 수 있을 터.
장인 외길 인생으로 신의를 최우선으로 하며 살아온 그이기에.
게다가 극상급 차원석의 출처를 자신에게 묻거나 주변에 떠벌리지도 않을 것이다.
“성장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모자라. B+랭크로는 아직도 일라이저 같은 놈에겐 못 이겨.”
신화가 들뜬 마음을 다시 냉정하게 가라앉혔다.
잠재적인 적수들이 너무 많았다.
곧 충돌이 예상되는 목진우도 SS+랭크가 아니던가?
풀 도핑 상태에서 단기전 승부를 보는 것이 아니라면 목진우도 지금의 신화에겐 상대하기 까다로운 상대였다.
“위만 보고 가자고.”
재차 채찍질했다.
아직 올라가야 할 랭크는 차고 넘치게 남아 있었다.
A, S, SS, SSS, EX.
현재에 안주하지 말고, 계속 긴장하며 나아갈 생각이었다.
그래야 더 어렵고 힘든 던전 공략에 도전해서, 더 값진 전리품들을 챙길 수 있을 테니까.
휘이이이-.
홀로 남은 더미 던전의 허허벌판.
“…….”
신화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던전 전체를 쓱 훑어보고는.
쑤욱.
출구 차원문으로 들어갔다.
때아닌 깜짝 선물로 받은 더미 던전과의 비밀스러운 이별이었다.
* * *
롤라나 왕국을 떠나기 전.
나는 진보미를 비롯한 실무자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나눴다.
그들에게 대부분의 일을 맡겨 두기는 했어도, 섬의 미래를 조형하고 선택하는 것은 내 몫이니까.
일단 해안가에는 일전에 제주도에서 본 진성태의 별장과 비슷한 형태로 지을 것을 주문했다.
사흘간의 휴양에서 워낙 감명을 받아 지금도 머릿속에서 그 모습이 아른거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섬들 중에 가장 면적이 넓은 비스테시아 섬에는 경비행기 활주로를 건설하기로 했다.
보트도 좋지만, 왕국을 비롯한 주변 나라로 신속하게 이동하려면 경비행기가 기동성이 좋아서다.
시작은 그렇게 비행용 활주로와 별장의 터를 잡는 것으로 결정됐다.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이야 수중에 충분하니, 바로 첫 삽만 뜰 수 있으면 됐다.
“잘 부탁드립니다.”
“뭘요. 저희를 믿고 맡겨 주시니 최선을 다해 임할 뿐입니다. 맡겨 주신 재량만큼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관계자들과도 충분히 인사를 나눴다.
현지 인부나 전문가 조달, 자재 구매 등을 비롯한 건축 전반에 대해서는 그들에게 전부 일임했다.
그래도 될 만큼 양화 그룹의 기술이 뛰어나기도 했고.
짧았지만 즐거웠던 롤라나 왕국에서의 여행은 이렇게 끝이 났다.
조만간 다시 오겠지만, 대한민국으로 돌아가면 복잡하게 머리를 굴려야 할 일이 태산인지라…….
괜히 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물론 머지않을 것이다.
올해만 무사히 잘 넘기면, 내년 이맘때는 일 년의 절반을 이곳에서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까짓것 수십 년의 휴식을 위해 일 년 더 고생하는 것 정도야 일도 아니다! 충분히 할 만하지.
* * *
3월 12일, 늦은 밤.
저녁부터 내리기 시작한 장대비 때문에 신화의 중화역 저택 인근에는 사람이 없었다.
보통의 빗줄기가 아니라 태풍을 연상케 할 만큼 강한 바람이 부는 탓에 큰 나무들도 휘청거릴 정도였다.
“흐끅.”
그때, 어두운 골목길에 몸을 숨기고 딸꾹질을 하는 한 남자가 있었다.
장성영.
흑십자단의 3인자이자 A+랭크의 각성자로 일전에 신화의 흡혈 노림수에 말려든 남자였다.
3인자도 이제는 옛말이 되었다.
신화에게 당한 이후, 정상적으로 전투를 수행할 수 없게 된 탓에 비전투 전력으로 취급을 당하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서열이 조정됐고, 지금은 내부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도 들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아울러 항상 걱정을 해 준다고는 하지만 점점 사이가 소원해지는 주천호의 모습도 장성영에게는 절망적으로 다가왔다.
흑십자단에 들어온 이후 그는 오로지 주천호만 바라보며 살았고, 그의 신임을 받으면서 삶의 의미를 느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이상 제대로 된 싸움을 치를 수 없게 된 자신을 주천호는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있었다.
‘이게 다 강신화 그 X끼 때문이야. 그놈이 내 인생을 망쳤어! 갈가리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놈!’
장성영이 까득 이를 갈았다.
이곳은 화이트 존.
KSA 요원의 눈에 띄면 현장에서 체포되는 것은 물론이고, 죽음을 당할 수도 있는 장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왔다는 것은 그만큼 신화에 대한 분노가 크다는 것을 의미했다.
장성영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신화를 죽이겠다는 생각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장성영은 챙겨 온 것들을 다시금 꼼꼼히 살폈다.
정체불명의 주사와 마약.
차원석 폭탄과 독극물, 염산을 담은 병 등등.
전투력 강화를 위한 불법적인 수단과 함께, 악의적으로 신화를 노리기 위한 물품이 가득했다.
신화를 죽인 이후의 계획 따위는 처음부터 그의 머릿속에 없었다.
그만 죽이면 다 끝난다고 생각했다. 신화에게 당한 이후로 하루하루가 지옥과 같은 삶이었기에.
바로 그때.
“괜찮아요. 그렇게 해요. 전에도 얘기했지만, 팀이라고 해서 꼭 모두 참여할 필요는 없어요. 이번에는 소준이랑 지혁이 형, 누나, 이렇게 셋이서 다녀오는 걸로.”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누군가와 통화를 하며 앞을 지나가는 신화의 모습이 보였다.
한 손에 장우산을 든 채로 통화에 집중하고 있는 신화의 뒷모습은 빈틈투성이였다.
“…….”
장성영은 숨을 죽였다.
복수심에 불타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달려들 만큼 바보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터벅.
이윽고 신화가 또 다른 골목길로 향하는 도중에 갑자기 제자리에 멈춰 섰다. 통화에 집중이 필요해진 모양이었다.
‘자비 따윈 없다.’
장성영은 이를 악물고, 어둠 속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네, 쭉 말해 줘요. 듣고 나서 말할 테니까.”
이어 신화의 목소리가 들렸다.
수화기 너머에서 누군가의 말을 경청할 필요가 있는지 그대로 서 있는 모습이었다.
신화의 신발 뒷부분이 보인다.
제법 가까운 거리까지 접근했음에도 신화의 신발에는 작은 미동조차 없었다.
“…….”
방금 막 꽂아 넣은 마약 주사의 효과가 혈관을 타고 돌자 도저히 참지 못할 강한 희열감이 느껴졌다.
두 걸음 뒤.
여전히 신화는 제자리였다.
‘얼빵한 놈, 네놈의 목숨도 이제는 여기까지다!’
망설일 것도 없이 뚜껑을 연 장성영이 골목 안쪽의 신화를 향해 염산 용액을 투척했다.
목표는 신화의 뒤통수와 목!
슈트를 입고 있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보호할 수 없는 부위를 예리하게 노린 것이다!
촤아악!
이윽고 염산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갔다.
동시에 장성영이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냈다.
까짓것 중독은 예전에도 됐었으니, 이제는 아예 피를 전부 빨아 죽이겠다는 의지였다.
한데 바로 그때.
“……?”
장성영은 자신의 두 눈을 의심했다.
신화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는 허공만이 남아 있었고, 그 아래에는…….
“아니?”
주인을 잃은 운동화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던 것이다.
기습할 때만 해도 빼꼼 튀어나와 있던 신발은 착용한 사람 없이, 홀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신화의 노림수에 당했다는 판단을 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순간, 이미 누군가가 자신의 뒤통수를 움켜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와, 겁도 없이 갑자기 훅 들어오네? 장성영, 너 미쳤어?”
신화의 목소리가 그의 등 뒤에서 또렷하게 들렸다.
동시에 장성영의 뒤통수를 잡은 신화가 힘껏 그의 얼굴을 골목의 담벼락으로 처박아 버렸다.
뻐어억!
와드득!
“크아악!”
완충 요소 하나 없이 그대로 담벼락과 부딪힌 장성영의 코뼈는 으스러졌다.
아니, 으스러진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장성영이 힘으로 버티지 않았다면, 충돌로 인한 충격에 의해 그의 경추가 박살이 났을 테니까.
와장창창!
생각지도 못했던 신화의 기습에 장성영이 들고 있던 공격 수단들을 놓쳐 버렸다.
불완전한 차원석 폭탄.
아직 남아 있는 염산 용액.
거기에다 독성 연기를 유발할 수 있는 독약 포션과 먹지 않은 마약까지.
누가 봐도 한 사람을 죽이겠다는 의도로 가져온 것이 분명한 물품들이었다.
애초에 염산을 투척했다는 자체가 악의를 빼면 설명할 게 없을 정도였고.
“나를 얕봐도 한참은 얕봤네!”
퍼억! 퍼억!
신화는 장성영의 얼굴을 연신 담벼락에 처박으며 가감 없이 분노를 표출했다.
장성영은 죽어 마땅한 놈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테러를 벌이면서 얼마나 많은 죄 없는 사람들을 죽였던가?
처음 만났을 때는 지금처럼 힘이 강하지 않았기에 후일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랭크의 차이도 한 단계밖에 나지 않았고, 무엇보다 장성영은 자신의 상대가 될 수도 없었다.
“끄걱. 꺼걱. 컥.”
장성영이 전력을 다해 버둥거렸지만, 예전과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강해진 신화의 힘을 당해 낼 재간이 없었다.
특히 초월 가속을 이용해서 순식간에 가속을 거는 탓에 얼굴로 받아 내야 하는 충격이 상당했다.
“끄거거걱.”
얼굴인지 빚다 만 찰흙 더미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진 장성영의 입에서 신음이 터졌다.
노림수와 시작은 좋았지만, 신화의 반격에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 버렸다.
대체 언제부터였을까.
장성영은 어둠 속에서 기척을 숨기고 있던 자신의 정체가 들켰다는 사실이 영 믿기지 않았다.
하나부터 열까지 신화가 설계해 놓은 덫에 걸려 버리고 만 것이다.
그리고 그 한 번의 ‘패착’이 ‘죽음’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지기 직전이었다.
“끄르륵.”
신화가 손을 놓자, 지지할 것이 사라진 장성영의 몸뚱이가 속절없이 뒤로 나자빠졌다.
쏟아지는 장대비가 장성영의 얼굴을 후려쳤고.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무너져 내린 흉물스러운 얼굴이 원래의 모습을 드러냈다.
다음 순간!
빠악! 빠악! 빠악! 빠악!
신화가 온 힘을 다해 오른발로 장성영 몸 여기저기를 힘껏 내리찍었다.
양쪽 무릎과 양쪽 팔꿈치.
부러지면 땅을 짚고 일어서는 것조차 불가능해지는 부상의 연결 고리였다.
“끄아아아아아!”
장성영이 절규했다.
시작의 노림수는 좋았지만 결과는 형편없이 나빴다.
독기를 품고 부하의 만류까지 뿌리치고 나온 것치고는 허망하기 짝이 없는 끝맺음이었다.
그리고.
“속 편히 죽고 싶겠지만 그렇게는 안 될 거야. 나를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죽이려 한 놈을 곱게 보내 줄 생각은 없어.”
절대 듣고 싶지 않았던.
심연까지 닿을 정도로 차갑고 냉랭하게 깔리는 신화의 사형 선고가 또렷하게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