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50)
만렙 회귀자입니다만-150화(149/300)
제 150화
“보미 씨가 하고 싶은 건 뭐예요? 가족이나 아버지, 주변 사람들이 원하는 모습 말고.”
“……제가 하고 싶은 거요?”
“자기의 생각이 있을 거 아니에요? 난 이게 너무 하고 싶은데, 남들 때문에 할 수 없는 그런.”
“길드나 그룹 일에 구애받지 않고 제 재능에만 집중하고 싶어요. 제대로 주술 능력을 키워 보고 싶어요.”
“그것뿐이에요?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 봐요. 속마음은 털어놓을 때 구체화되는 거예요.”
“저는 리더 체질도 아니고, 리더가 되기를 원하지도 않거든요. 누군가를 책임지고 싶지 않아요.”
“솔직하게 말해서 좋네요. 보미 씨, 단순히 생각해요. 방금 했던 말이 보미 씨에게는 정답이에요.”
“…….”
“하고 싶은 걸 해요! 하라는 것을 하지 말고. 이제 성인이잖아요? 남들에게 휘둘려서 살면 언젠가 반드시 후회하게 돼요.”
“괜찮을까요? 실수할까 봐 두려워요.”
“C’est la vie! 그것이 인생이죠. 실수하더라도 그것조차 내 삶의 일부라고 생각하면 되는 거예요.”
나도 모르게 그녀의 반응에 몰입해서 목소리가 높아졌다.
내가 전생을 후회하지 않는 것은 하고 싶은 것을 해서다.
물론 힘든 여정이라 은퇴 생각이 절실하긴 했었지만, 그래도 강해지고 싶었던 내 소원을 니콜라스는 확실하게 들어줬다.
너무 굴린 탓에 말년에 가서 펑크 난 타이어처럼 퍼져서 그렇지, 그전까진 후회 없던 삶이었다.
“고민을 많이 하게 돼요. 언니, 오빠들은 이미 그룹에서 저마다의 자리를 만들어 가고 있거든요.”
“보미 씨의 생각은?”
“싫어요. 기업 운영은 전혀 관심 없고, 길드 운영도 마찬가지예요. 있었다면 예희 언니의 밑에서 착실하게 수업을 받았겠죠.”
“지금 내게 했던 말을 그대로 기억하고 실천해요. 누군가 나를 대신 살아 줄 순 없거든요.”
“그건…… 맞는 말이죠.”
“보미 씨를 아끼는 가족과 부모라면 처음에 걱정은 할지언정, 결국은 응원해 줄 겁니다.”
그녀에게 확신을 심어 줬다.
일탈을 부추긴 것이 아니라 후회 없는 삶을 살 수 있게 자신감을 심어 준 것이다.
최악의 인생이란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아, 그때 그렇게 살지 말걸!’ 하고 후회하는 삶이다.
지금까지의 시간을 모조리 부정하게 되는 지옥 같은 복기가 되는 것이니까.
“고마워요, 신화 씨.”
“뭘요. 늙은이…… 아니, 4년을 더 살아 본 선배의 오지랖이라고 생각해요.”
나는 습관적으로 회귀하기 전에 했던 표현을 쓰려다가 황급히 방향을 틀었다.
가끔 잊는다.
현생 스물네 살의 내 몸에 전생 쉰여섯 살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미안해요, 신화 씨! 기분 좋은 데이트에 갑자기 진지한 얘기나 늘어놓고…….”
“하하, 됐어요. 자, 그럼 우리 맛있는 회나 먹으러 갑시다. 거의 다 왔네요!”
“와아! 좋아요! 기대돼요!”
어느덧 내가 봐 두었던 맛집이 코앞이었다. 회도 회지만, 매운탕 맛이 일품인 이곳.
이제 그녀와 함께 잊을 수 없을 맛집 투어의 포문을 열 시간이다. 횟집은 바로 그 시작점이었다!
* * *
그날 밤.
신화와의 즐거웠던 데이트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진보미는 조용히 산책을 하고 있었다.
그녀의 뒤에는 충분한 거리를 두고 선 남자가 있었는데, 늘 그녀를 수행하는 정훈이었다.
“…….”
그녀는 목에 낀 목걸이를 소중한 보물을 다루듯, 두 손으로 꼭 감쌌다.
신화가 생일 선물로 준 차원석 목걸이였다.
어떻게 세공을 했는지는 알려 주지 않았지만, 수면에 매우 도움이 되는 목걸이라고 했다.
예전에 지나가는 말처럼 진보미가 불면증으로 고생한다는 얘기를 딱 한 번 한 적이 있었는데.
신화가 그것을 기억해서는 선물을 준 것이다. 시중에서 파는 상품이 아니었다.
투박하긴 하지만 신화의 손길이 느껴지는 목걸이였다.
그래서 기성품인 목걸이보다 더 아름답고 의미 있게 느껴졌다.
‘보미 씨, 생일 축하해요. 오늘은 보미 씨에게 엄청 의미 있는 날이에요.
늘 하루하루의 소중함을 알고, 보미 씨를 위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요.
인생의 선배로서 언제든 조언을 꼭 해 줄게요.’
헤어질 때 신화가 남겼던 말이 머릿속에 계속 떠올랐다.
그 말을 듣고 순간 뭉클해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저 말이 뭐라고, 듣자마자 그렇게 눈물이 맺히던지. 그간 쌓였던 답답함이 많았던 모양이다.
신화 씨와 같이하고 싶어요!
신화의 앞에서 왜 그 말을 못 했는지, 못내 아쉬웠다.
사실 한 번 참은 것도 있었다.
충동일 수도 있으니까.
신화의 팀과 팀 동료들의 모습이 부러워 내린 갑작스런 결정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냉정하게 다시 한번 자신에게 물어볼 생각이었다. 혹시 감정에 자신을 짜 맞추고 있는 건 아닌지.
‘신화 씨의 조언을 듣고 나니까 뭔가 답답한 마음이 풀렸어.’
어쨌든 신화 덕분에 가장 의미 있는 생일을 보낸 것 같았다.
인생에 중요한 조언을 들은 것 같기도 해서 기분도 좋았다.
다만 딱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신화가 조만간 양화 길드의 특별 보안 시설인 ‘시크릿 룸’에서 간부들을 만나 보고 싶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중대한 사안으로 나눌 얘기가 있다고 했다. 물론 길드로 다시 되돌아온다는 얘기는 아니었다.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했으니 긴장해야겠어.’
지금껏 신화가 허튼소리를 한 적이 없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도 그녀가 잘 알았다.
한가롭게 산책할 시간이 아니지 싶었다. 복잡했던 마음도 정리됐고, 잊지 못할 선물도 받았다.
이제 다시 일터로 돌아갈 시간.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는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할 뿐이다.
* * *
[안녕하십니까, 강신화 씨?혜화 길드의 길드 마스터 김재림입니다.
일전에 말씀하신 던전 객원(客員) 참여에 대해서 가능하다는 말씀을 드리고자 연락드립니다.
목진우 마스터께서도 흔쾌히 동의하셨고, 기다렸던 참여라고 하셨습니다. 그럼, 그날 뵙겠습니다.
세부적인 브리핑 내용은 추가로 첨부해서 보내겠습니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나를 반긴 것은 김재림이 보낸 메일이었다.
구시대의 유물로 사라진 줄 알았던 포털의 메일을 쓰는 것을 보니, 역시 나이는 못 속인다.
‘목진우 놈, 이참에 나까지 함께 처리하자는 계산이 선 건가?’
과거의 역사대로면 김재림은 목진우와 던전 공략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암살당한다.
손을 쓸 틈도 없이 벌어진 일.
그 바람에 날벼락처럼 리더를 잃은 혜화 길드는 도미노처럼 순식간에 와르르 무너진다.
‘사실 목진우의 입장에서 나 정도는 충분히 처리 가능하다고 생각하겠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긴 했지만, 사실 목진우는 나보다 한참 높은 SS+랭크다.
B+까지는 랭크가 세 단계나 내려가야 하니 얕잡아 보는 것도 이상할 건 없다.
‘어차피 노림수 싸움이야. 나는 목진우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녀석의 약점을 잘 알고 있으니까 충분히 해 볼 만해.’
자신은 있었다.
아울러 이 문제의 시작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목진우를 내 손으로 처리할 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한 공은 없을 것이다. 나중에 니콜라스가 회귀했을 때도 나름 체면도 설 것이고.
‘니콜라스, 내가 이 정도까지 목숨을 걸면서 일 처리를 확실하게 해 놨잖아. 이 정도면 은퇴도 인정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
‘그래, 고생 많았다. 자, 그럼 기쁜 소식을 전해 주지! 나인 로드의 1순위 영입은 너다.’
“상상이 왜 이런 방향으로 흘러가는 거지?”
분명 나의 꿈을 상상에 담아 봤는데, 결과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나온다.
어쨌든!
안 통한다.
이 정도로 일했으면 그때는 니콜라스가 만류하든 헛소리를 하든 간에, 아 몰라! 하고 크리비아 아일랜드로 떠날 거니까.
바로 그때.
-우와아아아아!
침대 맡에서 열심히 각성용 특제 츄르를 먹고 있던 샤미가 고성을 내질렀다.
득음이라도 한 거야, 뭐야?
갑자기 목소리가 힘 있고 청명하게 울려 퍼져서 깜짝 놀란 나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샤미, 무슨 일이야?”
-뭔가 몸에서 변화가 일어난 것 같아!
샤미의 얘기를 듣고 나니, 과연 녀석에게서 미세하지만 마력의 오라가 뿜어져 나왔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안정적인 마력의 파형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각성자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변화였다. 물론 녀석은 각성자가 아니라 각성 묘(猫)지만.
“각성한 것 같은데! 혹시 무슨 재능인지 알 수 있겠어?”
-얍! 호이! 이얏! 뭐, 아무것도 없는데?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내 곁에서 산 지 좀 되어서 그런지 샤미가 두툼한 발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마력을 방출하는 시늉을 했다.
아무래도 자기가 나처럼 전투를 치를 수 있는 그런 각성을 하리라고 상상했었나 보다.
“일단 나가 보자.”
-나가면 알 수 있어?
“워낙 재능 발현이 다양하게 되는 터라 꼭 나처럼 싸우는 재능만 생기는 게 아냐.”
-알았어. 와우, 기대되는데?
샤미가 엉덩이를 씰룩였다.
매번 반복되는 생활에 녀석도 지루해하던 참인 것 같았는데, 잘됐지 싶었다.
5분 후.
집 밖으로 나온 나는 샤미와 함께 거리를 무작정 달려 보았다.
그 과정에서 바로 한 가지를 캐치해 냈다.
샤미가 예전에 비해서 도약력과 기동력이 상당히 좋아진 것이다.
전반적으로 신체 능력이 강화된 것처럼 보였다. 예전의 상태가 1이라면 지금은 3 정도?
어림짐작으로도 최소 3배 이상의 변화가 생겨난 것은 분명해 보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녀석의 주먹질이 사람을 죽일 수 있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와! 나 다리 힘이 엄청 좋아졌어! 신화, 이거 봐! 나 완전 빠르지!
두다다다다!
샤미의 말대로였다.
작정하고 녀석이 몸을 고무줄처럼 쭉쭉 늘리며 내달리기 시작하는 순간.
나는 눈앞에서 무슨 표범이나 치타를 보는 줄 알았다.
“이 정도면 나랑 같이 작정하고 뛰어도 충분히 같이 갈 수 있겠는데?”
-와아, 신난다. 신나!
변화가 일어난 것만으로도 샤미는 기분이 엄청 좋아졌는지 아주 제자리에서 방방 뛰어 댔다.
한데 그때.
-어……?
“왜? 왜 그래? 어디 다쳤어?”
갑자기 자리에 멈춰 서는 샤미의 모습에 나는 가슴이 철렁했다.
매일 드러누워서 살다시피 했던 녀석이 갑자기 움직였다고 다친 건 아닐까 싶어서였다.
-잠깐만!
샤미가 내게 핑크빛 젤리 가득한 앞발을 잠시 내밀더니, 어디론가 홀연히 사라졌다.
설마 도망을 칠 리는 없고.
나는 조용히 녀석이 돌아오길 기다렸다.
“…….”
샤미를 잠시 기다리는 동안.
나는 박현에게 부탁해서 찍어 달라고 했던 현장 사진을 확인했다.
녀석은 요즘 내가 투자를 하고, 양화 건설에서 첫 삽을 뜰 준비에 들어간 지제역 얘기를 다뤘다.
홍보 목적도 있었다.
거기에 던전이 있고, 주변에 들어설 시설들이 전부 내 주머니 사정과 연결되는 것들이었으니까.
그래서 겸사겸사 현장의 답사를 시키며, 사진을 부탁했던 것이다.
“일 추진 한번 빠르네.”
벌써 터다지기 공사가 광범위하게 진행 중이었다.
게다가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는 세 던전의 옆에 세운 가건물에서 각성자 필수품을 판매 중이었다.
공급, 판매는 양화 그룹이 전담하고, 나는 월세와 함께 판매 수수료 일부를 받는다.
땅 하나만 던져주고 앉아서 돈을 버는 셈이다.
“좋네, 좋아. 착착 진행되는 것을 보니 정말 마음에 드네.”
절로 흡족한 미소가 지어졌다.
-신화! 신화!
그사이, 잠깐의 일탈을 끝마친 샤미가 내 이름을 부르며 다급하게 달려오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샤미, 무슨 문제가 있는 거야?”
-신화!
“말을 하라니깐?”
-나…… 얘네들이랑 대화를 할 수 있어!
샤미가 말을 끝마치는 순간, 덤불로 가려진 울타리 쪽에서 검은 무언가가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바로.
“헐.”
주변에 자리를 잡고 사는 많은 개와 고양이 그리고 쥐와 새……! 그야말로 동물의 왕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