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51)
만렙 회귀자입니다만-151화(150/300)
제 151화
샤미는 원래 동물과 소통이 불가능했다.
정확히는 저마다의 소리나 보디랭귀지로 뜻을 교환한다고 했다.
인간이지만 저주 때문에 고양이가 된 샤미에게는 동족들의 말이 그저 애옹, 그르릉, 골골 등으로 들렸을 터.
한데 지금 막 각성을 하면서 전에 없던 의사소통 능력이 생긴 것이다.
쉽게 말하면, 영어를 하나도 모르던 사람에게 유창한 영어 구사 능력이 생긴 것이나 다름없었다.
-얘가 이쪽 산책로를 지키는 골목대장인 것 같아! 봐 봐, 털도 검고 눈도 노란 게 무섭지?
-애오옹! 애옹!
샤미가 툭툭 등판을 쳐 준 검은 고양이 하나가 나를 향해, 용맹하게(?) 울음소리를 냈다.
당연히 무슨 뜻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샤미가 바로 통역에 들어갔다.
-자기 이름은 칸이고, 집사는 무릎을 꿇으라고 하는데?
“한 대 맞고 싶으냐고 전해.”
샤미가 내 귀에는 똑같이 들리는 애옹 소리를 내며 열심히 중얼거렸다.
그러자 칸이 꼬리를 바짝 세우더니 잽싸게 뒤로 물러섰다.
확실히 골목에서만 대장인 것이 맞긴 한 모양이다.
“샤미, 일단 친구들은 돌려보내. 여긴 길가이고 차도 있어 위험하니까.”
-응, 알겠어! 와, 정말 신기하다! 어떻게 이런 능력이 나에게 생긴 거지?
샤미는 연신 싱글벙글했다.
녀석이 모인 동료들을 해산시키는 동안, 나는 샤미가 개화한 재능에 대해 곰곰이 생각했다.
‘정보 수집에 도움이 될 거야. 샤미처럼 저주를 받고 나스 대륙에서 추방된 존재가 하나는 아닐 테니.’
확률이 희박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내가 괌에서 우연히 샤미를 만났듯, 또 다른 우연을 만날 가능성은 언제든 있다고 봤다.
지금의 나스 대륙은 내가 직접 가 볼 수 없는 미지의 장소다.
도대체 레체로가 어떻게 차원 이동의 연구를 성공시켰는지 의문일 따름이다.
그러니 일라이저나 벨릭 같은 놈들부터 시작해서 줄줄이 지구에 보내 놓은 것이 아닌가?
‘일단 샤미의 활동 폭을 좀 늘릴 수 있게 해 줘야겠어. 특수 장치를 이용해서 스스로 집에 출입도 할 수 있게 해 주고…….’
별도의 칩이 내장된 목걸이를 하면, 지문이나 암호 인식을 하지 않아도 문을 열게 할 수 있다.
샤미의 몸뚱이로 문고리까지 다리가 닿을 리 없으니, 그렇게 자동 개폐를 하게 하는 것이다.
다만 밖으로 혼자 다니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만큼 추적 장치도 달아 주고.
이 정도 안배를 해 두면 내가 없어도 녀석 혼자서 충분히 밖을 돌아다닐 수 있을 듯했다.
그러다가 정말 우연히도 저주로 추방된 존재를 만날 수 있다면?
그때는 레체로와 나스 대륙에 대해 더 많은 비밀을 풀 수 있게 될 것이다.
“많이 즐거운가 보네.”
나는 아쉬운 표정으로 흩어지는 고양이들을 향해 앞발을 흔드는 샤미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간 나를 제외하면 친구가 전혀 없었는데, 녀석의 좋은 말동무가 생긴 듯해서 나 역시 기분이 좋았다.
‘이번 일이 잘 마무리되면 저주를 풀 방안도 슬슬 구체화시키는 게 좋겠지.’
샤미의 체내에 저주로 가득한 암흑 기를 없애기 위한 계획.
이를 위해서는 아티팩트는 물론이고, 신성력과 관련된 몬스터 혈액이나 장기도 필요하다.
필요한 구성품은 얼추 알고 있다.
발품을 좀 팔아야 하는 게 문제지만, 귀찮을 뿐 힘든 것은 아니다.
-신화! 신화아아아!
“헐?”
그때, 친구들을 배웅하고 돌아선 샤미가 멀리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오는 것이 보였다.
엄청난 도약력!
확실히 신체 능력의 일부도 덩달아 상승한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쏘옥!
내 넓은 가슴의 한가운데에 폭 안긴 샤미가 열심히 머리를 비비적거리며 한껏 애교를 부렸다.
녀석은 분명 사람인데…… 어째 모습이 점점 고양이를 닮아 가는 것 같기도 하다.
-정말 고마워! 요즘 외로웠는데……. 이 능력이면 앞으로 심심하지는 않을 것 같아!
“마음에 들어?”
-당연하지! 신화도 좋지만, 친구들과 대화하는 것도 좋아!
“그럼 내가 집 밖으로 쉽게 들락날락할 수 있게 장치를 곧 맞춰 줄 테니까 앞으로는 심심하면 나갔다 오도록 해. 아, 물론.”
-물론?
“가까이 오는 사람은 조심하고. 나 말고는 아무도 믿지 마.”
-헤, 물론이지!
“다행이다. 레시피가 효과가 있어서.”
나는 무척 행복해하는 샤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덩달아 기쁜 미소를 지었다.
누군가에게 소중하면서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해 준다는 것.
그것만큼 뿌듯한 일은 없다.
이를테면 2020년 3월 15일.
전생이었다면 병으로 목숨을 잃었을…… 진보미의 소중한 오늘을 보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짧은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샤미는 침대에서 잠이 들었다.
딸깍. 치이이익.
나는 테라스에서 늘 그래 왔듯이 캔맥주의 여유를 즐기며 잠시 생각에 잠겨 있었다.
“내가 니콜라스를 대신해 개입하기로 마음먹은 네 사건 중에서 이제 첫 번째가 곧 다가오는군.”
절로 양미간이 찌푸려졌다.
쉴 궁리, 놀 궁리, 크리비아 아일랜드에 어떠한 시설을 세울지에 대한 궁리가 아닌.
이런 복잡한 생각은 늘 딱 질색이니까. 하지만 나는 이 개입이 가져다줄 선순환의 효과를 믿는다.
죽어서는 안 될 아까운 사람들이 목숨을 건진다면, 대재앙을 대비할 미래는 좀 더 밝아질 터였다.
그러면 늘 생각했듯이 니콜라스가 회귀하더라도 날 더 이상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겠지.
그거면 충분했다.
영웅이 될 인재가 필요하다며 평생을 스토킹할지도 모르는 녀석을 떼어 낼 안락한 내 미래를 위한 안배가 아닌가!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질 정도다. 귀찮다는 생각도 전-혀 들지 않고!
“기생충. 미국, 유럽 각성자 협회의 전면전. 러시아 대격변. 산 넘어 산이긴 하군.”
어느 것 하나 가벼운 사건이 없지만, 그래도 미래의 역사를 알고 있으니 대응할 여지는 충분했다.
꿀꺽- 꿀꺽-.
나는 시원하게 목으로 넘어가는 맥주의 청량감에 복잡해지는 머릿속을 털어 냈다.
하면 된다.
노력해서 안 될 것은 없다.
* * *
3월 17일, 새벽.
“하악, 하악, 하악.”
“으허! 다리를 땅에 딛고 서 있을 힘조차 없네. 우와, 이런 지옥 훈련을 내가 소화했다고?”
“하아…….”
강훈련을 끝마치고 훈련실에서 나온 팀 미스틱 소속 세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바닥에 드러누웠다. 체력이 거뜬한 신화만이 멀쩡하게 서 있었다.
나머지 셋은 땀범벅이 된 채 체력이 방전돼 탈진하기 직전이었다.
“형 덕분에 고급스러운 훈련실에서 강훈련을 할 수 있었네요. 고마워요, 형.”
“고맙긴 무슨! 네가 훈련 내내 장단점을 지적해 준 덕분에 엄청 좋은 피드백이 됐어.”
“여기 한 표 추가요.”
“저도요.”
최지혁의 말에 한소준과 윤별이가 차례대로 의견을 보탰다.
오늘 훈련장 신청과 일정 준비는 모두 최지혁이 했다.
다들 LA의 K-10004 던전 공략을 다녀온 후, 의욕이 충만해 하늘을 찌를 정도였던 것이다.
그래서 신화가 훈련 일정을 잡기도 전에 최지혁이 먼저 잡았다.
심지어 훈련장 대여비까지 사비로 부담했다. 그만큼 의욕적이었다.
“형님, 정말 고맙습니다. 이렇게 매번 밀착 지도를 받고 나면 개안하는 느낌이네요.”
한소준은 신화를 향해서 엄지를 치켜들어 보였다.
A랭크인 한소준은 그간 자신이 ‘완전무결’한 힐러라고 늘 자신해 왔다.
하지만 신화의 날카로운 시선 앞에서는 예외였다.
신화는 단순한 ‘트집’이 아니라 근거가 명확한 내용을 두고, 한소준에게 강하게 피드백을 했다.
당사자인 한소준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그야말로 촌철살인(寸鐵殺人)의 피드백이었다.
아예 인지하지 못했던 문제점을 짚어 주는 것이라 본인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약점을 대거 보완하면서 좀 더 완성형으로 나아갈 수 있게 만드는 밑거름.
그것이 바로 훈련 내내 이어지는 신화의 체계적 피드백이 갖는 엄청난 의미였다.
“총평할게요.”
신화가 운을 떼자.
가쁜 숨을 몰아쉬던 것까지 멈출 정도로 주변이 조용해졌다. 그만큼 신화의 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소준이는 필요 이상으로 과장된 풋워크는 자제하도록 하고.”
“알겠습니다. 명심할게요.”
“형은 의욕이 앞서 딜러의 동선을 방해하는 행동을 주의해야 합니다. 의욕과 민폐는 단 한 끗 차이예요.”
“좋은 지적이야, 고맙다.”
“그리고 누나는 지나치게 피니시를 신중하게 해요. 투박해도 좋으니까 무심하게 숨통을 팍 끊어요. 내 손끝이 떨리면, 끊어져야 할 놈의 목숨 줄이 안 끊어져요.”
“내 속마음을 읽은 것처럼 정확한 지적이네. 명심할게. 신중했던 거 맞아.”
“누나는 본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공격이 엄청 위력적이에요. 죽을까? 라고 생각하지 말고, 죽어! 하고 그냥 질러 버려요.”
“오케이. 알겠어.”
“보완할 점은 있지만 오늘 훈련은 대만족이네요. 지난번 LA에 갔을 때보다 호흡이 훨씬 더 좋아졌어요. 오더도 덜 했고.”
“사실 요즘 우리 셋이서도 엄청 맹훈련 중이거든. 네게 더 도움이 되고 싶어서.”
“솔직히 말하자면 놀랐어요. 다들 실력이 일취월장해서.”
신화는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게 전적으로 나를 믿고 따라 주는 동료를 둔 리더의 기쁨이라는 것일까?
조금이나마 전생에 나인 로드라는 걸출한 동료를 두었던 니콜라스의 마음이 이해가 가는 듯했다.
최지혁이 말했다.
“19일에 던전 공략을 다녀올 생각이야. 우리 셋이서 다녀오려고 하는데, 괜찮지?”
“그럼요. 꼭 넷이 함께 움직일 필요는 없어요. 오히려 다방면으로 활동할 것을 권하고 싶어요.”
“그래도…… 알지? 우리에게 최우선은 항상 신화, 너라는 거. 그 마음은 영원히 변치 않을 거다.”
“조만간 일본으로 던전 원정을 갈 겁니다. 상당히 어려운 공략이 될 테니까 하드 트레이닝, 각오들 하시고요.”
“아주 좋지, 하드 트레이닝! 극한의 상황을 극복하는 짜릿한 쾌감! 정말 좋다고!”
다들 몸이 힘들 뿐이지 얼굴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간 각성자로 살아 왔던 삶보다 최근의 행보에 더욱 만족하는 세 사람이었다.
물론 그 중심이자 매개체가 된 사람은 역시 신화였다.
신화가 이 모든 변화를 만들어 줬고, 세 사람은 그런 신화에게 항상 무한한 감사를 보내고 있었다.
신화에게 일일이 말을 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오늘은 해산하죠. 다들 돌아가서 푹 쉬세요. 휴식도 진짜 중요하니까요.”
“알았다. 우리는 내 차로 갈 건데, 신화 너는 저기로 갈 거지?”
최지혁이 웃으며 손가락으로 가리킨 위치는 도로가 아닌 빌딩 위였다.
도심 속에서 광란의 ‘도약’을 즐기는 신화의 취미를 말한 것이다.
“정답. 또 봐요. 사무실은 별일 없으면 항상 출근들 하시고.”
“알았다! 자, 모두 갑시다!”
“형님, 저 갑니다!”
“신화야, 고생했어. 추가 보고할 부분은 엑셀로 정리해서 메일로 보낼게.”
“그래요.”
순식간에 일행은 그 자리에서 해산했다.
다들 신화가 추진한 고강도 훈련에 지친 터라 잠이 간절해 보였다.
그사이.
딸깍. 꿀꺽. 꿀꺽.
가방에서 꺼낸 캔커피를 딴 신화가 내용물을 들이켰다.
그리고 찰나의 순간.
무심하게 곁눈질로 확인한 새벽녘의 어둠 속에서.
신화는 또렷하게 한 가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미행이 있군.’
바로 불청객의 존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