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52)
만렙 회귀자입니다만-152화(151/300)
제 152화
“…….”
‘은신’ 재능을 가진 각성자에게 어둠은 든든한 방패막이가 된다.
애초에 보이지 않을 모습을 더 확실하게 은폐시켜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목진우의 심복인 홍매화 소속의 조윤희는 아까 전부터 계속 훈련실 근처에 은신해 있었다.
목적은 당연히 신화를 미행하기 위함이었다. 지시를 내린 사람은 목진우였다.
‘팀원들의 신뢰가 깊군. 만들어진 지도 얼마 안 된 팀이면서.’
조윤희는 신화에 대해 무한한 신뢰를 보내는 팀원들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각성자들은 저마다 자신의 재능에 자부심을 갖기에 대개 콧대가 높은 편이다.
하지만 최지혁, 한소준, 윤별이를 보면 전부 신화바라기였다.
눈빛이나 행동 그리고 대화. 그 모든 것이 신화에 대한 감사와 신뢰로 가득 차 있었다.
그렇게 동료들과 작별 인사를 나눈 신화는 캔커피를 쭉 들이켜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아, 보미 씨? 지금 통화 괜찮아요?”
‘진보미. 양화 길드의 간부군.’
신화에 대한 정보를 대부분 갖고 있는 조윤희는 유심히 신화의 통화를 엿들었다.
“우리 3월 20일에 데이트하기로 한 것, 아직도 유효하죠? 던전이라 힘들지 않겠느냐고요? 에이, 어차피 참관인데요. 메인 아니에요.”
‘역시 허풍이었나.’
목진우의 말에 따르면, 신화가 홍연 길드의 움직임에 대해 뭔가를 알고 있는 듯하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 그의 통화 내용을 들어 보면, 그런 낌새가 느껴지는 멘트는 전혀 없었다.
“가서 구경이나 좀 하고, 필요하면 잠깐 힘이나 보태고 올 겁니다. 던전 공략이 목적이라기보다 잘나가는 각성자들 실력이나 좀 보고 싶어서요.”
신화의 말은 다가올 어떤 문제를 대비하려는 것보다는 그냥 호기심이 전부인 듯 보였다.
조윤희는 계속 전화 내용을 경청했다.
“아무튼 그날 저녁에 만나 소주나 한잔해요. 던전 객원 참여 일정 말고는 아무것도 없어요.”
“아 참, 그리고 그 던전 라이선스 좀 어떻게 안 될까요? KSA가 지난번에 스카우트 건 거절한 이후로 반응이 엄청 차갑더라고요.”
“네, 진짜 비협조적이에요. 감정적으로 불이익을 주는 것 같을 정도라니까요? 국가 기관이 뭐 그따위인지! 그래서 보미 씨가 대신 좀 처리를 해 줬으면 좋겠는데.”
‘……생각보다 주변 관계도 개판인 듯하네. 저 정도면 거의 KSA에 찍혔다는 얘긴데?’
조윤희는 가늘게 눈을 떴다.
이후로도 통화는 계속 이어졌다.
내용은 신화에게 불이익을 주는 KSA에 대한 불만 토로.
그리고 앞으로 진보미와 어떤 ‘은밀한 데이트’를 할 것인가에 대한 끈적끈적한 대화뿐이었다.
‘마스터가 필요 이상으로 강신화를 의심하고 계신 것 같네.’
통화를 통해 짐작해 보면, KSA와는 협력은커녕 반목 중인 상태.
게다가 3월 20일은 던전에 다녀온 뒤, 진보미와의 은밀한 데이트가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질 예정.
홍연, 청연 길드의 노림수를 간파한 사람의 행보라고 보기에는 허술한 점이 너무 많았다.
‘하긴 제깟 놈이 우리의 기밀을 알 리가 없지. 괜한 분탕질에 마스터의 심기만 어지럽혔군.’
그녀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렸다.
정보 수집은 끝났다.
멀찍이서 은밀하게 대화 내용을 녹음한 것도 모두 장치에 담아 두었고 말이다.
“…….”
스으윽.
이윽고 조윤희가 어둠 속 골목길을 벗 삼아 소리 소문도 없이 멀리 사라졌다.
임무를 마친 은신 능력자의 당당한 복귀였다.
* * *
같은 시각.
‘하여간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고, 나는 놈 위에 보는 놈 있는 줄은 모른다니까.’
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미행자가 충분히 먼 거리까지 멀어진 것을 확인하고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보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검은 그림자의 정체.
그것은 개변으로 극대화된 청각, 후각이 만들어 낸 환상의 하모니가 낳은 결과였다.
전생에 이런 식으로 수많은 추적과 미행, 염탐과 은밀한 조사를 당하곤 했던 나다.
그래서 편하게 쉬는 듯해 보여도, 항상 내 감각은 늘 주변을 감지하고 있곤 했다.
심지어 잠을 잘 때도 보안 시설이 있어도 주변에 마력을 흩뿌려 두는 것이 일상인 지금인데.
이런 상황에서 주변 경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나 스스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빈틈’을 내보인다는 의미니까.
물론 미행자는 모를 것이다.
내가 이런 식으로 자신의 정체를 파악하고, 설계된 기만술을 보였다는 것을.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지.”
씨익 웃으며 스마트폰을 내려다보았다.
유일한 통화 목록에는 집에 두고 온 내 예전 스마트폰의 번호가 찍혀 있었다.
아……. 그러니까 방금까지 내가 통화를 한 사람은 진보미가 아니라 소리샘 퀵보이스였단 얘기다.
이제 진짜 통화를 해야 한다.
바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응? 보미 씨는 연결 신호가 가기도 전에 받아요?”
-아? 아아, 마침 뭐를 좀 보는 중이었어요. 그래서 반사적으로 통화 버튼을 눌렀나 봐요.
깜짝 놀랐다.
진보미에게 통화 버튼을 누르자마자 그녀가 전화를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번에 했던 얘기대로 오늘 시크릿 룸에서 만나고 싶은데요. 어때요?”
-괜찮아요. 다들 각자 사무실에서 휴식 중이니까요. 전부 기다리고 있었어요.
“바로 가죠. 자세한 건 만나서 얘기합시다.”
-알겠어요. 입구에 있을게요.
“금방 갑니다.”
전화를 끊은 나는 바로 훌쩍 뛰어올라, 늘 그랬듯이 옥상에 자리를 잡았다.
작정하고 달리고 뛰어넘을 수만 있다면, 그 어떤 교통수단보다도 빠른 도심 속의 이동법이었다.
목진우와 신정아를 지옥의 구렁텅이까지 몰아넣기 위해 짜 놓은 설계의 마지막 퍼즐.
양화 길드와의 이야기까지 마무리를 지을 때가 왔다.
* * *
그길로 시크릿 룸에 도착한 나는 양화 길드의 간부들과 은밀한 대화를 나누었다.
특별 보안 시설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삼중, 사중의 방어 장치가 되어 있는 것은 물론이고.
상용화되지 않은 수많은 연구의 성과들이 한쪽에 쭉 놓여 있었다.
아마도 양화 그룹 소속으로 있는 양화 연구소에서 개발한 물품들일 것이다.
홍연, 청연 길드의 정황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을 이어 가는 동안.
진보미를 위시한 양화 길드의 간부들은 모두 내 말을 빠짐없이 경청했다.
서예희는 중요한 포인트는 직접 적어 가며 나름의 필기를 추가하기까지 했다.
반응이 김재림이나 이하성 때와는 전혀 달랐다.
애초에 이런 일이 있을 것을 미리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눈치였다.
그렇게 자세한 설명이 끝나고.
서예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른 간부들을 대신해 먼저 말문을 열었다.
“사실 예상은 했었어요. 저희도 길드 차원에서 구축한 내부 정보망이 있거든요.”
“다들 정보력이 상당하네요.”
“우리 길드가 다른 곳에 비해서 서열이 낮은 것은 맞아요. 하지만 누구보다 준비는 철저하죠.”
“그동안 알고 있으면서도 왜 따로 얘기를 안 했던 건가요?”
“그건 이런 일은 어설프게 터뜨리면 답이 안 나오니까요.”
“하긴, 이해가 가는군요.”
정리하자면 알지만 모른 척했다는 뜻이었다.
지금 목진우와 신정아가 시도하려는 계획은 엄밀히 따지면 내란에 가까웠다.
이런 위험천만한 일을 시도할 수 있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계획이 성공해 대한민국 각성자 세계의 패권을 잡게 되면 더 이상 아무도 그들을 건드릴 수 없기 때문이다.
군경(軍警)으로 불리는 공권력도 각성자들 앞에서는 그 힘이 유명무실해질 뿐이다.
군경에도 물론 각성자 특수 부대가 있기는 했지만, 대우가 좋지 못해 그 수준이 매우 낮았다.
실패한 내란은 반란이지만, 성공하면 혁명이 된다. 즉, 승자의 위치에서 포장이 가능하다.
혜화 길드의 주요 시설과 던전까지 차지하면, 수도권 대부분의 지역에 영향력을 확보하게 되는 상황.
여기에 KSA 내부에 있는 기회주의자들이 합세한다면, KSA의 내부 구도도 바뀔 터였다.
그들은 청연, 홍연 길드의 우세가 점쳐지는 순간, 바로 이하성과 나미나에게 칼끝을 돌릴 것이다.
그리고 KSA가 중재 능력을 잃게 되면.
탄력을 받게 되는 것은 당연히 계획에 성공한 홍연, 청연 길드가 될 수밖에 없고 말이다.
“확증 없이 이런 이슈를 터뜨렸다간 불구대천의 적수만 생길 뿐이죠. 보수적인 판단이에요.”
“가장 좋은 판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지금의 상황은 그래요.”
“이거 상황이 꽤 심각해 보이는데…….”
옆에 앉아 있던 윤태호가 머리를 북북 긁어 가며, 잔뜩 심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것은 정훈과 진보미도 마찬가지여서, 입을 굳게 다문 채 생각에 잠긴 모습이었다.
나는 계속 말을 이어 갔다.
“저는 공적으로는 KSA가, 사적으로는 양화 길드가 활약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참에 내게 전폭적인 협력과 지지를 아끼지 않고 있는 양화 길드를 키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내 기억이 맞는다면, 조만간 K-3711 던전을 공략하면서 서예희와 윤태호의 랭크가 오르게 된다.
각각 S+, S-에서 SS+, SS-로 오르게 되는 것이다.
꽃이나 재능 때문은 아니고, 때가 되어 이뤄지는 이른바 ‘될 사람’의 축복받은 성장이다.
어쨌든 간부의 성장도 예정되어 있는 데다 양화 길드라면…….
내부 인프라 정비와 육성 시스템, 그리고 모기업으로 두고 있는 양화 그룹의 파워를 고려했을 때.
홍연, 청연 길드가 사라진 자리를 채우기에 이보다 더 적합한 세력은 없었다.
무엇보다 이 사람들은 나와 더할 나위 없이 가까운, ‘친(親)강신화’ 세력이지 않은가?
양화 길드를 중심으로 대한민국의 각성자 질서가 새롭게 재편된다면?
나는 국내에서 아낌없는 지원을 받으며, 필요한 던전을 공략하고 회귀자만이 누릴 수 있는 이점을 독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나를 위해서도, 양화 길드를 위해서도 서로 윈윈이 되는 좋은 안배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내가 왜 직접 중심에 서려고 하지 않느냐고? 그게 나와 니콜라스의 다른 점이다.
니콜라스는 모든 일을 자기가 주도적으로 풀어 가길 원했다.
애초에 녀석은 천성부터가 영웅이 되길 원하는 성격이었고, 어깨를 짓누르는 부담감을 은근히 즐겼다.
하지만 나는 아니다.
내가 원하는 건.
‘넘실거리는 에메랄드빛 바다와 시원한 바닷바람이 가져다주는 칵테일 한잔의 여유지.’
자나 깨나.
전생이나 현생이나.
늘 한결같이 은퇴다!
내 중심으로 모든 일을 잔뜩 벌여 두면, 나중에 발을 빼고 싶어도 뺄 수가 없다.
이왕이면 궂은일은 길드가 도맡아 해 주는 것이 좋다.
그리고 서예희가 드러내지 않았을 뿐, 양화 길드가 패권(霸權)에 관심 있는 것도 사실이고.
“우선 결론부터 말할게요. 협력하겠어요. KSA까지 개입할 정도라면 큰 사건이라는 얘기겠죠.”
“보통 큰 사건이 아니죠. 다만 조기에 개입하면 대규모 유혈 사태를 막을 수 있습니다. 최상위 간부와 주요 전력만 잡아내면 되니까.”
“다만 신화 씨에게 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어요. 예전부터 물어보려고 했던 얘기인데.”
“얼마든지.”
“신화 씨는 어떻게 남들이 절대 알 수 없는 일을 미리 알고 있는 거죠? 이런 정보는 절대 개인이 얻을 수 없는 고급 정보인데요.”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의문을 갖는 서예희의 물음에.
“저에게는 여러분에게 닥칠 미래가 보입니다. 아주 선명하게 말이죠!”
시원하게 질러 버렸다.
매번 모르는 척 거짓말을 하는 것도 귀찮으니, 이제는 좀 눈치껏 알아들으란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