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55)
만렙 회귀자입니다만-155화(154/300)
제 155화
‘오성각약.’
오성회가 만들어 낸 것으로 유명한 마약이었다. 당연히 불법이고 부작용도 크다.
“…….”
나는 가늘게 뜬 눈으로 그들의 움직임을 살폈다.
“강신화 씨, 나가셔야지요?”
그사이, 자연스럽게 홍연 길드의 길드원 하나가 옆에 붙었다.
녀석이 내 전담인 모양이었다.
“자, 이제 나갑시다!”
기분이 좋아 보이는 김재림이 소리쳤다.
던전의 보스 몬스터 공략도 수월하게 끝났고, 전리품 배분도 꽤 만족스러운 모양이었다.
어쩌면 이렇게 사람이 좋을까. 아니, 빈틈투성이일까.
그래도 내가 한 번 경고했으면 목진우에 대해 의심 한 번은 할 법도 한데…….
김재림은 여유롭게 기지개까지 켜며 출구 차원문으로 향하고 있었다.
출구 차원문은 한 번 나가면 같은 문으로 들어올 수 없는 일방통행의 통로다.
다시 여기까지 오려면, 입구 차원문을 들어와서 한참을 달려야만 한다.
즉, 목진우가 김재림이 나가는 것을 그대로 둘 것 같지 않았다.
“마스터, 이것을 놓치신 듯합니다만. 차원석이 하나 떨어져 있군요.”
역시나 시기적절하게 목진우가 김재림을 붙잡았다.
“자아! 다들 나갑시다!”
동시에 다른 홍연 길드원이 바람을 잡으며, 혜화 길드원들을 떠밀 듯 차원문으로 이끌었다.
경계 제로인 그들은 땀 흘려 일한 전리품들을 뿌듯하게 살피며 밖으로 나서는 모습이었다.
“가시죠, 강신화 씨. 쉬시더라도 나가서 쉬셔야지요.”
이윽고 내 옆에 있던 각성자도 적당하게 바람을 잡았다.
꼬락서니가 자신들의 앞에 나나 김재림을 세워 두고 단번에 기습공격을 할 요량인 듯했다.
다음 순간.
“자, 그럼 나가 볼까요?”
한껏 기분 좋은 표정으로 밖을 나서려는 김재림을 향해 목진우가 접근했다.
동시에 후우, 하는 숨결이 뒤에서 들려왔다. 마약이 체내의 마력을 빠르게 순환시키면서 만들어 낸 거친 호흡이었다.
‘뒤의 놈은 무시하고, 목진우만 본다.’
아직은 아니다.
목진우가 접근하긴 했지만 검을 꺼내 들지는 않았다.
녀석이 김재림을 노리고 난 후에 기습하고 들어가야 더 확실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
그때.
시잉!
아주 은밀하고 조용하게.
목진우가 기어이 무기 아티팩트인 ‘만월검’을 꺼내 들었다.
밤하늘에 꽉찬 달을 베고.
흐르는 광기를 마시는 검이라고 알려진 아티팩트를 활용할 모양이었다.
‘지금이다!’
그 순간, 나는 미련 없이 초월 가속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며 목진우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 * *
‘뒈져 버려라……!’
목진우가 김재림을 향해 회심의 일격을 날린 것은 꾸준히 노려 왔던 최상의 타이밍에서였다.
차원문을 바로 앞에 둔 김재림이 짐꾼 대신 두둑하게 챙긴 전리품이 담긴 가방을 고쳐 메는 순간.
완전히 빈틈을 보이는 그 순간을 노려 정확히 등 뒤를 저격하려는 것이었다.
만월검.
이 녀석에 마력을 제법 담은 일격이면 슈트의 내구도도 바닥까지 떨어진 김재림을 죽이기에는 딱 좋았다.
그리고 검끝이 불과 한 뼘도 안 남은 위치까지 쭉 뻗는 순간.
목진우는 성공을 확신했다.
김재림을 죽이고 나면, 부하와 연계해서 곧이어 신화까지 없앨 요량이었다.
나머지 혜화 길드원은 앞서 계획대로 다들 출구 차원문을 통해서 밖을 나간 상태였기 때문이다.
한데 바로 그때.
우우우웅!
“……?”
뒤에서 굉음이 들렸다.
정확히는 굉음이 들림과 동시에 묵직한 뭔가가 목진우의 등을 그대로 강타하고 지나갔다.
처음에는 단순한 충돌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옆을 보니 자신의 등에서 터져 나온 피가 흩뿌려지고 있었다.
“크어억!”
“……아니?”
그 바람에 김재림을 노린 목진우의 검격이 간발의 차이로 옆으로 빗나갔다.
낭패였다.
공격을 숨긴 것도 아니고 동작은 이뤄졌으나, 타깃인 김재림을 제대로 찌르지 못한 것이다.
쿠웅! 쿵! 쿠웅!
“크헉!”
신화의 기습적인 일격에 당한 목진우가 볼썽사납게 한참을 날아가며 지면을 나뒹굴었다.
진흙탕이었던 탓에 얼굴 여기저기에 적갈색의 진흙들이 덕지덕지 묻었다.
“지금 나를 공격하려고 한 겁니까……?”
김재림은 당황한 표정으로 목진우를 바라보았다.
갑작스러운 기습을 당한 마스터를 본 홍연 길드의 각성자는 얼굴이 흙빛이 되어 있었다.
“내부는 내가 맡을 테니, 바깥은 마스터가 처리하십시오. 그게 잘못된 판단에 대해 당신이 치를 대가입니다.”
“하지만……. 으앗!”
신화가 김재림의 말을 마저 듣기도 전에 그를 차원문 밖으로 밀어 버렸다.
김재림이 밖에서 홍연 길드원을 상대로 죽을지 살지는 신화의 관심 밖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던전 안에 있는 목진우와 그 똘마니 하나를 어떻게 처리하느냐 하는 문제였다.
“제X, 쿨럭. 쿨럭.”
목진우가 검붉은 피를 토해 내며 몸을 일으켰다.
단 한 번의 공격이었지만.
목진우에게는 각성자가 된 이후 가장 위력적으로 누군가에게 허용한 일격이었다.
손을 뻗어 등을 만져 보니, 깊게 파인 상처가 입을 벌린 채로 피를 쏟아 내는 중이었다.
신화의 검날에 베인 것이다. 심지어 값비싼 강화 슈트를 단단히 착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제기라아아아알!”
상황이 뭔가 잘못 흘러가고 있음을 파악한 목진우의 부하가 신화에게 달려들었다.
B랭크의 각성자.
신화와 같은 랭크에서 한 단계 아래지만, 충분히 좋은 실력을 가진 근딜 계열 각성자였다.
목진우가 검을 고쳐 쥐었다.
애초에 부하의 목숨은 관심이 없었다. 그를 방패막이 삼아서 신화의 빈틈을 노릴 생각만 했다.
하지만.
푸화아악!
“…….”
목진우의 계획은 수포가 돌아갔다.
첫발을 채 내딛기도 전에 전광석화처럼 앞으로 튀어 나간 신화가 부하의 목을 그대로 날려 버렸기 때문이다.
그것은 목진우의 동체 시력으로도 제대로 좇을 수 없었던 신화의 경이적인 빠른 움직임이었다.
“X발……. 설계였나. 설마 처음부터 지금까지 이때를 노리고 있었단 말인가?”
목진우는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고 있는 부하의 목을 바라보며 불쾌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제야 목진우에게로 시선을 돌린 신화는 씨익 웃으며 말을 이어 갔다.
“사실 세상에서 가장 속이기 쉬운 사람이 자기가 똑똑한 줄 아는 사람이야. 한번 확신을 가지면, 절대 자신의 계획에 의심을 갖지 않거든.”
“……강신화, 지금 나에게 도전하는 거냐? 네놈이 무슨 짓을 한 건지 모르진 않겠지.”
“알지. 아주 잘 알지! 목진우, 내가 처음 경고했을 때 그게 농담인 줄 알았어?”
“강신화, 네놈 하나가 나선다고 해서 끝날 계획이었다면 애초에 준비하지도 않았다.”
“나 혼자 나섰다고 누가 그래?”
“설마?”
불안한 예감이 목진우의 머릿속을 어지러이 스쳐 지나갔다.
설마 KSA도 알고 있는 걸까?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던전에 입장하기 전까지 모든 것이 평소와 같았다.
본부나 서울 지부 근처에 심어 둔 첩자들로부터도 별일 없다는 보고를 받았던 것이다.
“목진우, 나 혼자 나선다고 해서 끝날 계획이었다면 애초에 여기에 나타나지도 않았을 거야. 그렇게는 생각 안 해?”
“이 쥐새끼 같은 놈!”
“고맙다. 극찬을 해 줘서. 자, 이제 수포로 돌아간 네 계획에 마침표를 찍을 차례야.”
“B랭크 따위가 어디서…… 확실하게 목숨을 끊어 주마.”
목진우는 신화의 기습으로 인해 잠시 뒤틀렸던 마력의 흐름을 다시 복구시켰다.
등에서 심한 통증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전투에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각성자가 된 이후로 10년간 단 한 차례도 허용한 적 없는 공격을 허용했다는 것이.
그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냈다. 그것은 참을 수 없는 모욕감을 가져왔다.
“와라. 올해 서른 넘었던가? 아랫도리가 부실해질 나이니까 내 특별히 연장자 우대는 해 주마.”
신화가 목진우를 향해 왼손바닥을 앞으로 까딱이는 시늉을 했다. 확실한 도발이었다.
“망할 X끼!”
잔뜩 열이 오른 목진우가 신화에게 질주하기 시작했다.
신화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이제부터 목숨을 건 한판 승부가 시작될 시간이었다.
* * *
나는 목진우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온 정신을 집중했다.
SS+랭크 각성자와의 전투는 앞서 목을 날린 B랭크 각성자와의 싸움과는 차원이 다르다.
분초 단위가 아닌, 초를 쪼개고 쪼갠 극히 짧은 시간에서의 전투가 펼쳐진다.
목진우의 재능은 ‘왜곡의 꽃’을 먹어 얻은 것으로 알려진 공간 왜곡의 검술이다.
눈에 보이는 검로와 실제로 타격하는 검로가 전혀 다르다. 아주 까다롭고 위협적인 공격이었다.
물론 목진우에게도 약점은 있었다.
예전부터 내가 꾸준히 되뇌어 왔지만, 목진우는 슬로우 스타터다.
본래 재능을 100% 발휘하기까지 예열하는 기간이 생각보다 길었다.
게다가 전투의 흐름이 끊기면서 쉬는 시간이 생기면, 다시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 시간이 걸렸다.
물론 이 약점을 상쇄할 만큼 목진우의 공격은 ‘변수 창출 능력’이 뛰어났다.
눈앞에서 검을 뻗는 것 같아도, 느닷없이 머리 위나 등 뒤에서 검격이 이뤄지는 재능이다.
변수 대응력이 떨어질수록 오래 버틸 확률이 적었다.
즉, 목진우의 공격 패턴을 집요하게 연구한 사람이 아니면 오래 버티기 힘들다는 뜻이다.
그러니 슬로우 스타터라는 단점이 부각되기도 전에 상대가 목숨을 잃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녀석이 내게 자신감을 가지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다.
놈의 입장에서 나는 실력이 제법 있지만, 결국 B+랭크에 ‘불과’한 애송이일 것이기 때문이다.
‘피차 풀 도핑 상태니까 해 볼 만은 하겠지.’
나도 아까 생수처럼 포장해 온 강화 포션을 이미 마신 상태다.
30분간은 각성 효과가 지속될 테니, 충분히 오버 파워의 상태로 싸울 수 있다.
휘리릭!
이윽고 목진우가 나를 향해 뻗은 검로가 정직하게 내 왼쪽 심장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사람은 시각에 많은 것을 의존하는 동물이다.
우리가 화면 속에서 공이 날아오면 자신도 모르게 몸을 피하듯, 검격도 마찬가지다.
공격을 허용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심장을 노리는데, 어찌 대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꾸드드득.
강철 강화로 대응했다.
목진우의 무서운 점은 때때로는 왜곡을 하지 않고 정말 정직하게 노릴 때도 있다는 점이다.
한 번 비틀어서 생각하는 상대의 노림수를 역으로 노리는 또 한 번의 노림수인 셈이다.
까앙!
“크윽!”
역시나 비틀었다.
놈은 왜곡을 쓰지 않고 그대로 정직하게 정면을 노렸고, 내 왼쪽 가슴팍을 밀쳤다.
단지 강철이 된 몸으로 검격을 받아 내기만 했을 뿐인데.
프스스슷!
지면에 다리가 쭉 끌리며 한참을 뒤로 밀려났다.
막아 냈는데도 충격이 이 정도인데, 실제로 찔렸다면 육체가 어떤 상태가 될지는 불 보듯 뻔하다.
“제법이군.”
“별거 아니네.”
목진우와 나 사이에 날 선 한 마디가 빠르게 오갔다.
“강신화, 마지막으로 제안하겠다. 지금이라도 내게 협조하면 목숨은 부지할 수 있다.”
“뭔 개소리를 자꾸 지껄이는 거야. 계획이 어그러진 건 내가 아니라 너라니까?”
“나를 노리는 설계는 좋았지만, 딱 거기까지다.”
“귓구멍에 귀지가 가득 찼는지 아예 말이 안 통하네.”
나는 혀를 끌끌 차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게 던전이 갖는 치명적인 약점이다.
외부와의 연락이 두절되어 누군가가 전달하지 않는 이상, 절대 상황을 알 수 없다는 점.
정보의 단절.
사실 내가 원했던 그림이기도 했다.
지금은 오롯이 서로를 노리는 전투에만 집중할 수 있으니까.
‘다들 힘내 줬으면 좋겠군.’
나는 지금쯤 전면전이 일어났을 수많은 현장을 떠올리며, 짧은 기도를 올렸다.
그리고.
“덤벼라, 목찐따.”
중지를 앞뒤로 까딱이며 목진우를 도발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놈과 붙을 시간이었다.
다음은 없었다.
지금 이 순간.
둘 중 하나는 죽거나 쓰러져야 던전을 나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