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57)
만렙 회귀자입니다만-157화(156/300)
제 157화
‘내가 더 강력한 공격을 퍼붓는 거지.’
지금까지의 공격보다 더 힘 있는 공격을 맹려하게 퍼붓는 것이다.
신화는 목진우로 하여금 그의 필살 공격 패턴인 노림수 유도를 펼치게 할 생각이었다.
상대의 숨통을 끊을 수 있는 한 방이라고 생각하면, 허를 찔렸을 때 후폭풍도 당연히 클 테니까.
“간다!”
이윽고 힘을 최대치까지 끌어올린 목진우와 신화가 격돌했다.
* * *
‘과연 SS+랭크야. 인정. 이 정도는 되어야 우리나라 최대 길드를 호령할 마스터라고 할 수 있지.’
무아지경의 전투 속에서 신화는 목진우의 실력만큼은 확실하게 인정했다.
눈썰미가 좋은 목진우는 신화의 액체화 재능과 가속 재능을 끊임없이 간파하며 그를 괴롭혔다.
물론 여러 차례 부상을 입는 대가를 치르기는 했지만, 반대로 신화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했다.
목진우는 그간 신화가 액체화나 가속, 강철 강화 재능을 쓰면 족족 당황하면서 무너지던 녀석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공격을 허용하면서도 그것을 피드백으로 삼아, 다음번의 똑같은 공격에는 더 이상 넘어가지 않았던 것이다.
‘그간 내가 너무 쉽게 싸워 왔다. 자만했어. 아직도 난 오답 노트에 채워 넣어야 할 게 많다.’
전투가 격렬해질수록 신화는 역설적으로 차분해진 마음가짐으로 자신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관조(觀照)했다.
그것은 전생에 수십 년을 전투만 치르며 살아왔던 사람만이 노련하게 할 수 있는 복기였다.
완벽하게 객관화된 상태로 스스로를 바라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하물며 그 객관화가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 SS+랭크의 상대를 앞에 두고서라면 더더욱.
흩날리는 선혈.
흘러내리는 굵은 땀방울.
끊임없이 부딪히는 검과 주먹의 날카로운 점과 선의 교차 속에서.
신화는 묵묵히 목진우의 노림수를 유도하고 있었다.
‘2024년, 대한민국 유망주이자 전 세계의 유망주이기도 했던 박도혁도 목진우의 손에 죽었지. 놈의 손에 죽은 죄 없는 인재가 한둘이 아니었어.’
목진우의 업보는 일일이 나열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많았다.
그를 살려 두면 앞으로도 수많은 악행을 차곡차곡 쌓아 갈 것이다. 마치 산더미처럼.
‘회귀의 변곡점은 이럴 때 찍으라고 있는 거다. 마땅히 죽어야 할 악인은 반드시 미리 죽일 것!’
니콜라스가 그토록 강조한 지금까지의 역사와 이후의 역사를 다르게 만드는 특이점!
지금이야말로 그 유의미한 특이점을 발생시킬 때라고 생각했다.
후드득. 후드득.
서로가 서로의 상처를 본다.
말은 하지 않아도 상대의 부상과 출혈이 많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오래 끌면 치명상이 된다는 사실도.
다음 순간!
“……!”
신화는 또렷하게 활성화되는 목진우의 빈틈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것은 방금까지 가쁜 숨을 몰아쉬었어도 절대 드러내지 않았던 치명적인 빈틈이었다.
제대로 노릴 수만 있다면, 확실하게 목진우의 숨통을 끊을 수 있어 보이는 달콤한 유혹이었다.
‘허(虛)의 허를 찌른다.’
노림수를 완벽히 비튼 노림수!
신화가 망설임 없이, 보란 듯이 입을 벌린 유혹의 구렁텅이 속으로 달려들었다.
용수철처럼 튀어 나간 신화의 몸은 목진우가 파 놓은 함정 속으로 재빠르게 파고들었다.
신화가 99% 이상 자신의 노림수에 걸려들었다고 확신했을 때!
피와 땀방울로 얼룩진 목진우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역시 너도 어쩔 수 없구나, 강신화. 인정하지. 꽤 멋진 놈이었다고.’
애먼 곳으로 전력을 퍼붓고 있는 신화를 보며, 목진우는 마력을 양껏 담은 일격을 펼쳤다.
일격필살. 일도양단.
달콤한 유혹의 이끌림에 머리를 깊이 파묻은 적의 목을 힘껏 내려칠 시간이었다.
“……!”
물론 그에 대한 대가가 없진 않았다.
급격한 기동을 위해 자신이 견딜 수 있는 이상의 마력을 활용해야 했고, 이는 고스란히 내상으로 이어졌으니까.
하지만 어떻게든 적을 벨 수 있다면 고육지계는 늘 환영이었다.
“뒈져라!”
푸우우욱!
목진우가 악에 받쳐 외친 한 마디 말과 검에 무언가가 꿰뚫리는 소리가 동시에 들렸다.
푸화악!
이어서 상공으로 높이.
휘영청 떠 있는 하얀 빛의 만월(滿月)을 배경 삼아, 굵은 핏줄기가 화려하게 허공을 수놓았다.
한 사람이 쏟아 낸 피라고 보기에는 너무 많은, 아마 치명적인 일격을 당했음을 알리는 광경이었다.
“아……?”
모든 것이 멈췄다.
신화도, 목진우도.
그리고 목진우가 들고 있는 검과 신화가 만든 오른팔의 무기도.
“끝났어. 우리의 전투는…….”
“아…….”
서로의 시선이 엇갈렸다.
신화는 모든 부위가 온통 피로 얼룩진 자신의 오른팔을 응시하고 있었고.
목진우는 시원하게 관통당한 자신의 왼쪽 가슴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내려다보았다.
쫘아아악!
“크아아아!”
일격에 관통한 왼쪽 가슴을 중심으로 신화가 검날을 쭉 오른쪽 아래로 끌어내렸다.
살과 뼈가 모조리 찢기고 박살 나는 고통이 찾아오자, 목진우는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완벽하게 당했다.
목진우는 그제야 깨달았다.
자신이 펼쳐 놓은 그물보다 훨씬 더 큰 그물로 신화가 자신까지 단번에 낚아 버렸음을.
노림수를 펼치도록 만드는 그의 설계를 또 한 번 노린, 그야말로 허의 허를 찌른 전략이었다.
이것이 전투 초반이나 산발적인 교전 중에 발생한 변수였다면 그래도 중상 정도로 끝이 났겠지만.
애석하게도 서로가 서로의 숨통을 끊기 위한 ‘최후의 일격’으로 펼친 것이었기에 후폭풍이 컸다.
목숨을 담보로 건 노림수였기에 그 노림수에서 패한 대상은 목숨을 잃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후두두둑!
가슴은 물론 복막까지 가른 깊은 상처에 피가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왔다.
그 틈을 비집고 나오는 오장육부의 모습은 기괴함과 동시에 끔찍한 고통을 수반했다.
“목진우.”
“…….”
“좋은 전투였어. 네가 1분만 더 망설였다면, 내가 다른 방법을 다시 고민해야 했을 거야.”
“쿨럭!”
대답 대신 내뱉을 수 있는 것은 연신 역류하는 핏물밖에 없었다.
말 몇 마디를 내뱉는 것도 사치로 느껴질 만큼 신화에게 당한 상처는 깊고 아팠다.
“네 덕분에 내가 뭘 보완해야 할지 뼈저리게 느꼈어. 역시 가장 좋은 스승은 강력한 적이네.”
“가, 강신화……. 네가 어떻게?”
“어떻게 네 노림수를 읽었느냐고?”
목진우는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싶었다.
남들은 짐작조차 하지 못할 예리한 설계를 도대체 어떻게 간파했는지.
“미래에서 보고 왔어.”
“……뭐라고?”
“난 회귀자야. 믿기지 않지? 뭐, 믿어 달라고 하고 싶지도 않다만.”
신화는 망설임 없이 자신의 승리 비결을 밝혔다.
그가 설령 안다고 해도, 살아서 이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혹은 알려져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단지 귀찮아지기 싫어서 회귀자라는 사실을 숨기고 있을 뿐이다.
다가올 미래를 궁금해하는 것은 비단 신화 자신뿐만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람들에게 미래를 꿰뚫어 보고 있는 존재로 인식되는 것은 질색이었다.
물론 이하성이나 진보미처럼 가깝고 입이 무거운 사람의 경우라면 예외이겠지만.
“회, 회귀라니…….”
“아직 갈 길이 멀어. F랭크에서부터 시작하려니까 정말 EX랭크가 멀긴 멀다는 생각이 드네.”
“쿨럭. 웨엑!”
후드득 떨어지는 한 움큼의 핏덩어리가 목진우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음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었다.
허무했다.
SS+랭크의 각성자로서 자신은 대한민국 길드의 판도 전체를 뒤흔들었던 뛰어난 능력자였다.
조만간 SSS-랭크도 넘볼 수 있다고 생각했을 만큼, 모든 것이 술술 풀리고 있었다.
하지만 신촌역 일대에서 있었던 신화와의 악연을 시작점으로 많은 것이 꼬여 버렸다.
그에 의해 계획한 모든 것이 틀어졌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상의 조건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보니 그것은 신화의 거대한 설계를 알지 못하고, 그의 손바닥 위에서 뛰어놀았던 자신의 ‘재롱잔치’였을 뿐이었다.
‘강신화의 말대로라면 지금 이 세계는…… 감당조차 하지 못할 능력자를 품고 있다는 건가?’
죽어 가는 와중에도 돌아가는 판세를 떠올리는 모습이라니. 목진우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회귀라는 사실이 믿기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 신화가 보인 광폭 행보를 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이미 B+랭크에서 SS+랭크인 자신의 빈틈을 노려 목숨을 거둘 일격을 가할 정도의 실력자라면.
앞으로도 수많은 쟁쟁한 실력자들이 신화의 앞에서 우수수 쓰러질 지도 모를 일이다.
박형산, 제일건 같은 녀석들이 비명횡사한 것도 이제야 납득이 갔다.
‘놈은 괴물이었어.’
이것이 목진우의 총평이었다.
발톱을 조용히 숨기고 있던 괴물.
그는 조용히 때를 노렸고.
단 한 번 발톱을 드러낸 것만으로도 사냥감의 숨통을 확실하게 끊어 놓았다.
한데 하필이면 그 희생양이…… 바로 자신이었다. 억울하게도.
‘전투 내내 힘의 격차를 무색하게 만드는 공격에서 느낀 괴리감. 내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있는 듯한 느낌. 이 모든 것은 잘못된 추측이 아니었다.’
패자의 복기랄까.
목진우는 스러져 가는 자신의 운명 속에서 신화에게 느꼈던 두려움을 천천히 곱씹고 있었다.
“이제 대한민국은 달라질 거다. 너의 죽음이 좋은 신호탄이 되겠지. 한 가지 확실한 것은.”
“…….”
“네가 무병장수하며 오래 살았던 전생보다는 훨씬 더 밝고 윤택해질 것이라는 거다.”
“미래의 죄를…… 현재의 내가 뒤집어쓰라는 것이냐……?”
“뒤집어쓰는 것이 아냐. 나중에 받을 심판을 미리 받는 거지. 하다못해 오늘만 해도 김재림을 죽이려고 했던 너잖아?”
대답할 말이 없었다.
냉정하게 말해서 목진우 자신에게 ‘죄가 없다’고는 말할 수 없으니까.
“나중에 염라대왕 앞에서 낱낱이 까발려질 죄목이 좀 줄었다고 생각하면 한결 마음이 편할 거다.”
“강신화…….”
“잘 가라. 덕분에 많은 것을 배웠으니 나도 이제 보완해야겠지. 너도 복기할 것이 있다면 그건 이제 저승에 가서 해라.”
“이, 이, 이……!”
목진우가 무어라 말을 채 이어 가기도 전에.
쇄애애액!
머리카락을 움켜쥔 신화가 힘껏 들어 올린 목진우의 목 한가운데를 검날로 베어 버렸다.
확실하게 숨통을 끊으면서, 비명조차 내뱉을 수 없게 만드는 절명의 일격이었다.
푸슈슈슈!
전방으로 피분수가 흩뿌려지며, 목진우의 몸은 바람 빠진 인형처럼 뒤로 나자빠졌다.
그것은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의 길드 판도를 좌지우지했던 사람의 최후라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볼품없고 초라하기 짝이 없는 최후였다.
“아쉽네. 죽은 사람이 갖고 있던 꽃의 능력은 흡수할 수 없다는 게.”
신화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왜곡의 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 공간 활용의 레퍼토리를 더욱 늘릴 수 있을 텐데 말이다.
물론 유사한 꽃을 얻을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단지 과정이 좀 복잡할 뿐.
“…….”
신화는 여전히 부릅뜬 채로 있는 목진우의 눈을 감겨 주며 그의 몸에서 필요한 것들을 취했다.
먼저 방금까지 목진우가 현란하게 사용했던 만월검.
S랭크 판정을 받는 아티팩트로 그 예기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명검이었다.
주무기로 쓸 일은 없겠지만, 보조로 쓰기엔 과분할 정도로 좋은 검이다.
그리고 다음은 바로.
“사실 이 반지가 탐이 났지. 물론 이것 때문에 싸운 것은 아니지만.”
신화가 목진우의 오른손 중지에서 무광택의 검은 반지 하나를 조심스럽게 빼냈다.
그것은 바로 신화의 마력 활용도를 지금보다 한 단계, 아니 두 단계는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확실한 보상의 획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