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59)
만렙 회귀자입니다만-159화(158/300)
제 159화
“……항복.”
둘이 죽었어도 여전히 열여덟이 남아 있어 수적 우위가 확실했지만, 더는 아무도 모험을 하지 않았다.
이미 불귀의 객이 된 동료와 목진우의 시체를 본 것만으로도 충분히 전의를 상실해 버렸기 때문이다.
교전도 아니고 단 일격에 비명횡사하는 꼴을 본 마당에 신화에게 감히 대항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두려움은 전염병처럼 모두에게 퍼져 나갔고, 그들은 미련 없이 무기를 버렸다.
그사이.
신화는 만약을 위해 아공간에 보관해 두었던 회복용 포션을 꺼내 김재림에게 먹였다.
결코 좋은 소리가 안 나오는 김재림이었지만, 어쨌든 이곳의 상황을 정리할 필요가 있어서였다.
신화의 관심은 온통 치열한 격전이 벌어지고 있을 혜화 길드의 본거지로 향해 있었다.
김재림이 아직까지 별말이 없는 것을 보면, 나오자마자 교전에 돌입해서 정보가 전혀 없는 듯했다.
“여긴 마스터가 수습하시죠. 이걸로 묶어 두면 쉽사리 도망가거나 풀지는 못할 겁니다.”
신화가 각성자용 포박 케이블을 던졌다. 유사시에 수갑 대신에 사용하는 통제용 물품이었다.
“면목 없군요, 정말…….”
“정말 면목 없으시면 뒷수습이라도 확실히 하시는 게 저를 돕는 길입니다.”
김재림을 내려다보는 신화의 표정은 냉정하기 그지없었다.
물론 김재림은 목진우처럼 악행을 저지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길드 마스터로서 신중하지 못했고, 사람을 너무 쉽게 믿었다. 그것이 문제였다.
운명의 신은 늘 선택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한다. 김재림도 이를 피해 갈 수는 없을 것이다.
쫘아악. 쫘아악.
이윽고 케이블을 넘겨받은 혜화 길드원들이 차례대로 홍연 길드원들을 묶었다.
다들 무장해제가 된 상태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움직이지 않았기에 포박 작업은 수월하게 이뤄졌다.
이내 모든 홍연 길드원의 포박이 끝났다.
“다 된 것 같군요. 그럼 저는 다른 현장으로 가 보죠.”
파앗!
상황 종료를 두 눈으로 확인한 신화는 목진우의 시체만 수습해서는 바로 현장을 떠났다.
“강신화 씨! 잠시만……!”
김재림이 감사 인사든 무엇이든 하기 위해 신화를 불렀지만, 무의미한 외침이 되고 말았다.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신화의 모습은 어느덧 저 멀리 어딘가로 사라지고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 * *
얼마 후.
혜화 길드의 본거지인 혜화 타워를 접수한 신정아는 흔들리는 눈빛으로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그것은 그녀의 곁을 지키는 심복을 비롯한 홍연 길드의 홍매화 일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사실상 무주공산이나 다름없었던 혜화 타워를 접수하는 데 성공했다.
지하 창고에 있던 다수의 아티팩트를 탈취했고, 타워 자체의 방어 시스템도 접수했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이제 약속된 KSA 내부에서의 호응만 있으면, KSA의 본부를 급습해서 그곳을 접수하면 그만이었다.
김재림은 목진우가 제거하고.
이하성과 나미나는 공략에 들어간 던전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공략을 마치고 출구 차원문으로 나올 때, 일제히 공격을 퍼부어 그 둘을 죽이면 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한 모든 무기 및 아티팩트를 혜화 타워를 접수하면서 확실하게 확보한 상태였다.
바로 그때.
드르륵.
기다렸던 전화가 왔다.
KSA 내부자로부터 온 연락이었다.
“신정아예요. 준비는요?”
-신정아, 너희들의 계획은 실패했어. 모든 일은 없었던 것으로 하겠다. 우리는 자중할 것이다.
“……뭐라고요?”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협력자의 말은 예상과는 180도 달랐다.
KSA의 주요 전력이 자리를 비운 이때, 마음만 먹으면 KSA를 접수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본부와 서울 지부만 무너뜨리면, 지방의 지부들은 어차피 허수아비나 다름없었다.
군인과 경찰도 각성자가 아니면 상대조차 되지 않는 만큼, 비각성 공권력은 무서울 게 없었다.
-실패했다고. 이미 이하성은 너희들의 계획을 처음부터 전부 간파하고 있었어. 이 멍청한 X아.
뚜욱.
전화는 바로 끊겼다.
작전이 성공하면 호응하기로 했던 KSA의 내부자들이 일제히 등을 돌리는 순간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곁에 있던 홍매화 일원에게 각지에서 올라오는 보고가 빗발치기 시작했다.
마침 소식이 들릴 때가 되었기에 다들 기대 섞인 표정으로 연락을 받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뭐라고? 거기서 KSA가 왜 나오는데?”
“양화 길드에게 후방을 공격당했다고?”
“철수는 무슨 철수야! 말이 안 되잖아! 양화 길드 놈들이 대기를 왜 하고 있는데!”
들려오는 소식은 KSA와 양화 길드의 기습에 당해 와르르 무너졌다는 이야기뿐이었다.
듣는 사람도 믿기 어려울 정도로 온통 패전보만이 이어졌다.
극히 소규모의 아지트나 거점을 확보했다는 것이 유일한 희소식이었을 뿐.
노림수를 갖고 공략에 들어간 대규모 거점에선 모조리 패퇴 소식만 들렸다.
“설마…….”
혜화 타워의 최고층.
김재림의 개인실까지 들어선 신정아가 혹시나 하는 생각에 창문 앞에 서서 밖을 내려다보았다.
다음 순간.
“아…….”
그녀는 볼 수 있었다.
파도처럼 밀려와서 혜화 타워를 원형으로 포위한 KSA 요원의 끝없는 행렬을.
그 중심에는 이하성과 나미나를 비롯한 KSA의 간부들도 제법 있었다.
“X발, 당한 건가?”
입이 거칠기로 유명한 신정아에게서 바로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처음부터 이 모든 것이 설계였다고 생각하니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리고 목진우가 사실관계를 확인한답시고 자신에게 고함을 지르던 때 했던 말도 떠올랐다.
‘강신화가 다 알고 있다고 했다고! 혹시 당신이 아무 데서나 입을 놀려서 기밀이 새어 나간 것 아냐?’
결과적으로 해프닝으로 끝나기는 했다.
주변에서 계획을 감지한 움직임이 전혀 없는 것으로 판명 났으니까.
하지만 아니었다.
강신화의 말은 사실이었던 것이다. 심지어 지금처럼 거대한 설계가 짜여 있었다.
“마스터, 어떻게 합니까? KSA 놈들이 주변에 쫙 깔렸습니다! 지하 루트에도 이미 병력이 깔린 모양입니다!”
홍매화의 리더인 박성권이 달려와 흙빛이 된 얼굴로 소식을 전했다.
방금까지만 해도 승리의 기쁨에 도취되어 있었던 홍매화 단원들의 표정에는 이제 심각함이 가득했다.
“당했어. 혜화 타워를 미끼 삼아 우리를 이곳으로 유인한 거야. 완벽하게.”
“생각보다 혜화 타워를 지키는 길드원의 수가 적었던 것도…….”
“사전에 연락을 해서 대피를 시키거나 했던 거겠지. KSA 내부자들도 냄새를 맡았어. 모두 배신했다.”
“뭐라고요……?”
계획이 하나부터 열까지 성공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완벽하게 사실을 숨기고 위장한 KSA와 양화 길드가 만들어 낸 성과였다.
물론 기만을 기본으로 한 이 계획의 중심에는 신화가 있었다.
모든 상황이 신화의 뜻대로 물 흐르듯 흘러간 것이다.
“일단 옥상에서 좀 더 확실하게 상황을 살펴본다. 오빠가 있잖아! 김재림을 죽이고 합류하면 뭔가 묘수가 생길 거야.”
“하긴 아직 마스터의 연락이 없군요. 이제 곧 소식이 전해질 법도 합니다만.”
신정아의 말에 박성권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믿는 구석은 남아 있었다.
목진우가 바깥 상황을 수습하면서 이곳으로 합류한다면, 지금의 상황을 뒤집을 가능성도 생긴다.
신정아는 한 가닥의 희망을 품고 옥상으로 향했다.
우선은 얼마만큼의 적이 있는지부터 눈으로 확인해 볼 생각이었다.
* * *
얼마 후.
“정말 많이 왔네요. 이 많은 인원을 이끌고 비밀을 엄수하는 것도 쉽지 않으셨을 텐데.”
“KSA가 종종 물러 터졌다는 얘기를 듣기는 합니다만, 그건 사실보다 과장된 부분이 많죠.”
“상황은 어떻습니까?”
“혜화 길드의 다른 지부를 급습한 홍연, 청연 길드원의 대부분을 제압한 상태입니다.”
“KSA 내부는요?”
“아주 조용합니다. 아마도 돌아가는 상황을 보고 바로 꼬리를 내린 것이겠죠.”
“나중에 그들은 어떻게 처리하실 생각입니까?”
“지금은 사실 정황 증거를 제외하고 입증할 증거가 부족합니다. 공론화하기보다는 내부적으로 처리할 방법을 고민 중입니다.”
“그 부분은 본부장님께서 알아서 하시리라 믿고……. 어쨌든 모든 것이 우리 계획대로 됐군요?”
“우리라기보다 사실 신화 씨의 미래시와 계획이 빛을 발한 거죠. 완벽하게 신화 씨의 공입니다.”
이하성은 모든 작전의 공을 신화에게 돌렸다. 진심이었다.
신화가 이번 일을 예견하지 않았다면, KSA는 꼼짝 없이 저들에게 당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지금 이 순간, 포위되어 죽음을 눈앞에 둔 것이 자신과 나미나가 되었을 터였다.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KSA가 몇 번이나 강신화 씨에게 신세를 지네요. 이젠 면목이 없을 정도로.”
“무슨 말씀을요. 저야 제 신념대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정 고마우시면 나중에 감사 표시나 확실하게 하시죠.”
“그래야죠. 이번의 사건에 대한 감사는 물론, 공식적인 발표도 겸하게 될 겁니다.”
“아직 상황이 끝나지 않았으니까 확실하게 마무리를 지은 다음에 생각해 봅시다.”
신화가 살짝 들뜬 분위기를 환기하며, 혜화 타워를 응시했다.
“일단 신화 씨와 논의한 대로 사전에 안배를 한 덕에 포로로 잡힌 혜화 길드원은 거의 없습니다.”
“거의라는 건…….”
“KSA가 웬 참견이냐며 협조하지 않은 일부 길드원이 잡혔죠.”
“잡혀도 싼 놈들이네요.”
신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일부 혜화 길드원의 피해를 제외하면, 상황은 매우 긍정적입니다. 완벽히 허를 찌른 덕분에 사망자도 아직까진 없습니다.”
“역시 확신을 가진 기습에는 그것을 깨부수는 또 한 번의 기습이 가장 효과가 큰 법이죠.”
“이곳만 잘 마무리한다면, 국제적으로도 내란을 성공적으로 진압한 모범 사례가 될 겁니다.”
“신화 씨 한 사람이 정말 많은 이의 운명을 뒤바꾸네요. 그저 놀라울 따름이에요.”
“역시…… 대단합니다.”
나미나를 필두로 뒤로 늘어선 KSA 간부들이 신화를 향해 존경 어린 시선을 보냈다.
이번 일로 KSA는 신화에게 정말 큰 신세를 진 셈이었다.
만약 목진우의 계획대로 이뤄졌다면, KSA의 미래는 지금과 달리 참으로 암울했을 것이다.
“고름은 짜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피를 볼 수밖에 없죠.”
“맞습니다.”
“더 늦기 전에 끝내죠. 저들이 깊게 생각하거나 계획을 가다듬을 시간을 줘서는 안 됩니다.”
신화는 7.0을 뛰어넘는 놀라운 시력을 바탕으로 옥상에서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는 한 사람을 가리켰다.
또렷하게 보였다.
청연 길드의 마스터, 신정아.
목진우의 오랜 연인이자 영혼의 동반자 – 악마의 영혼 – 라고 불리는 소울메이트였다.
“신화 씨, 혹시 지금 목진우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김재림 마스터와 교전 중입니까?”
그때, 이하성이 물었다.
늘 그랬듯 ‘상식’에 의거한 질문이었다.
신화만 이곳에 도착했으니.
지금 김재림이 목진우를 저지하고 있을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그림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목진우가 후방을 공격하거나, 뒷수습을 빠르게 하고 있었을 테니 말이다.
“대답보다는 직접 눈으로 볼 수 있게 해 드리죠. 혹시 확성기 있습니까?”
애석하게도 음성을 증폭하는 재능은 없는 탓에 신화는 확성기를 요청했다.
그러자 뒤에 있던 간부 하나가 미리 준비해 온 휴대용 확성기를 가져왔다.
차원석을 이용해서 음성이 대폭 증폭되도록 만든 특수한 확성기였다.
터벅터벅.
신화가 당당히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여전히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신정아의 얼굴을 또렷하게 응시한 뒤.
아공간에 보관되어 있던 이 사건의 ‘원흉’을 소환하며, 신정아를 향해 힘껏 소리쳤다.
“신정아! 네가 사랑하는 악마는 내 손에 죽었다. 내 손에 말이다!”
다음 순간.
“……!”
피투성이가 된 목진우의 주검을 확인한 신정아의 눈빛이 마치 모래성처럼 와르르 무너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