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61)
만렙 회귀자입니다만-161화(160/300)
제 161화
해가 중천에 뜬 정오 무렵.
팀 미스틱의 사무실은 사흘 만에 나온 내가 합류하면서 오랜만에 네 사람 모두가 모였다.
결전의 그날 이후.
사흘이 훌쩍 지났다.
사무실 중앙에 놓인 푹신한 소파에 편하게 앉은 우리는 모두 각성자 뉴스를 시청하는 중이었다.
“이번 사건의 원흉인 신정아까지 처단함으로써, 강신화 씨는 목진우를 비롯한 내란 수괴(首魁)를 홀로 처치하는 공을 세웠습니다.
목진우의 친위 세력인 홍매화는 전부 투항했습니다. 그들은 이번 일이 전적으로 목진우의 단독 계획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국내 각성자들의 판도에 대격변이 일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습니다.”
“모자이크 처리가 되긴 했지만 볼 때마다 예술이네요, 진짜.”
“뭐가?”
“깔끔하잖아요. 도대체 세상 어떤 B+랭크가 SS+랭크를 저렇게 깔끔하게 죽여요?”
“뭐, 어려운 상대가 아니었으니까? 내가 신정아를 카운터 칠 재능이 충분했기 때문이겠지.”
“에이, 형님. 겸손은 이럴 때 부리는 게 아니죠! 오히려 거만하게 자랑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한소준의 칭찬에 나는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물론 깔끔한 일격이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최적화 – 마력 대순환] [기존의 동일한 양의 마력을 사용할 때, 재능 발현 효율이 30% 더 증가합니다.]나는 신정아를 죽이고 그녀에게서 얻은 버프를 확인하고 있었다.
죽은 사람에게서 꽃은 취할 수 없지만, 버프는 이런 형태로 가져올 수가 있었다.
버프는 꽃보다도 더 귀해서 얻기가 매우 어렵다. 애초에 임의성이 짙기도 하고.
전생에 신정아를 죽였던 것이 우리 나인 로드가 아니라서 버프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는데.
그녀는 진즉에 이 버프를 갖고 있었던 모양이다. 어쩐지 생각보다 재능 활용의 폭이 넓더라니.
‘보상을 크게 얻었네. 만월검은 보조 검술 용도로 쓰기 좋고, 심지어 예전에 리연에게 얻은 적월검과 시너지 효과도 있어.’
나는 아공간에서 꺼낸 두 개의 검을 번갈아 살폈다.
각기 은은한 붉은빛과 하얀빛으로 둘러싸인 검신이 적월검과 만월검의 위용을 뽐냈다.
적월검은 날카롭게 베는 능력이 탁월하고.
만월검은 상처에 쉽게 회복되지 않는 고통스러운 낙인의 디버프를 부여한다.
두 검을 다 쓸 필요도 없었다.
한 검을 등이나 허리춤에 차고 있기만 해도, 다른 검에 디버프가 공유되는 것이다.
이유는 모르지만 어쨌든 그래서 한 쌍으로 활용하기에 무척 좋은 조합이었다.
물론 나는 들고 활용하는 검보다는 오른팔을 변형한 형태의 검을 더 즐겨 쓰는 스타일.
그래서 메인으로 쓸 일은 없겠지만, 필요에 따라서 선택해 쓸 여지는 충분하겠지 싶었다.
그때, 신부님이 말했다.
“신화야, 요즘 성당에 찾아오는 신도분들이 아우성이다! 네 사인 좀 받아 달라고 어찌나 성화인지!”
“제가 뭐 사인까지 할 정도가 되나요. 잘생기고 멋진 연예인들도 충분히 많은데.”
“세상 돌아가는 걸 이렇게 몰라서야. 네가 사흘 내내 집에서 푹 쉬는 동안에 말이야.”
“네.”
“TV, 기사, 커뮤니티! 어디를 가도 다 네 얘기밖에 없었어. 못 봤어? KSA의 본부장이 직접 감사 담화(談話)까지 했잖아.”
“그거야…… 보긴 했죠.”
어제 아침에 이하성과 나미나가 직접 참여한 담화가 있었다.
거기서 두 사람은 이번 사건의 개요와 경과를 브리핑하기에 앞서 내게 감사 인사를 했다.
그것은 현장에 나온 KSA의 간부들이 모두 함께했을 만큼 매우 정중한 감사 표시였다.
때마침 옆에 있던 윤별이도 말을 보탰다.
“네오튜브만 가 봐도 네 전투 영상 조회수가 압도적으로 많아. 사흘 전에 올라온 영상이 벌써 1천만 뷰가 넘었는걸.”
“그거 뭐 볼 게 있다고요?”
“볼 게 많지. 네 재능이 꼼꼼하게 담긴 전투인 데다 반전 그 자체인 전투였잖아?”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어쩌면 회귀를 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생의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간극을 극복하고 승리한다는 것 자체가 그저 ‘기적’처럼 느껴졌을 테니까.
하지만 나는 충분한 확신과 승산을 가지고 임했던 전투였다.
요행이나 적의 실수를 바라고 싸운 것이 아닌 오롯이 내 힘으로 쟁취해 낸 결과라는 얘기다.
“형님, 지금 형님 인기가 대한민국 내에서 최고예요. 그걸 아셔야 해요!”
한소준이 엄지를 척 치켜든다.
녀석은 어째 나보다 한 100배는 더 신난 표정이었다.
“아아! 신화 형님의 이름 아래 뽕이 차오르는구나! 역시 팀 미스틱이야! 암, 잘 들어왔지!”
“하하하.”
유독 텐션이 높아 보이는 한소준의 반응에 신부님과 윤별이가 웃음을 터뜨렸다.
녀석의 성격이 유별나고 까칠한 구석이 있기는 하지만, 그대로 마음은 정말 순한 녀석이었다.
게다가 초면에는 낯을 무척 가리지만, 일단 가까워지면 마음을 활짝 여는 타입이기도 하다.
나는 녀석의 그런 순수함이 마음에 든다.
팀에 들어오라고 제안한 이유는 물론 실력도 실력이지만, 저런 성격이 마음에 들어서였다.
상대적으로 조용한 윤별이나 신중한 신부님을 적절히 밀고 끌어당기는 역할을 해 줄 테니까.
“제가 피곤하긴 피곤했던 모양이네요. 지난 사흘의 기억이 거의 없네요.”
머리를 북북 긁었다.
중간중간에 잠깐씩 눈떴을 때 라이콘 주식 매수도 조금씩 했고.
밀린 톡 메시지 정도를 확인하긴 했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내리 잠만 잤던 것이다.
얼마나 잠에 취해 있었던지 샤미에게 줄 사료까지 까먹었을 정도였다.
덕분에 곤한 잠을 자다가 녀석의 앞발 펀치를 연타로 얻어맞고 하루 만에 첫 끼를 챙겨 줬지만.
그러자 역시나 우리 팀 미스틱의 정리 전문가! 윤별이가 자세를 고쳐 앉으며 말했다.
“정리해서 말해 줄게.”
“역시 누나라니까.”
나는 푹신푹신한 소파에 깊숙이 몸을 눕혔다.
“일단 홍연, 청연 길드는 완전 해체됐어. 던전은 대부분 국가에 귀속됐고, 물품도 국유화됐지.”
“그건 예상했던 바였죠.”
“체포된 CSA 간부들은 송환 없이 국내법으로 처리한다고 해. 게다가 CSA에도 엄청 항의가 온 것 같더라고.”
“어차피 CSA는 믿는 구석이 있어서 적당히 유감 표시만 하고 말 겁니다. 연관 관계는 부인하고요.”
“맞아, 딱 그렇게 하더라.”
“혜화 길드 쪽은요? 그 소식을 제대로 챙겨 듣지를 못했는데.”
“김재림이 공개 사과문은 물론 직접 나서서 해명까지 했지만……. 뭐, 알잖아. 길드 마스터가 신뢰를 잃으면 어떻게 되는지.”
“줄줄이 탈퇴한 모양이죠?”
“이번에 KSA와 함께 혁혁한 공을 세운 양화 길드에 전부 넘어갔어. 아마 길드 차원에서의 대대적 유치도 있었던 것 같아.”
“충분히 승부수를 던질 만하죠. 혜화 길드면 어지간해선 다들 기본은 하는 각성자들이고.”
“사실 양화 길드의 마스터로부터 연락이 왔었어. 네가 연락이 안 되니까 나한테 연락이 오더라.”
“서예희 씨가요?”
“응. 예희 언니가 이번 일, 정말 감사하고 특히 자기 길드에 중임을 맡겨 줘서 고맙다고 전해 달라던데.”
“말만 하면 재미없는데! 보상 같은 건 뭐 없고요?”
“자세한 건 추후 논의하겠지만, 앞으로 팀 미스틱의 모든 행보에 전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뭐, 그 정도면 됐어요. 빈말할 사람들은 아니니까.”
절로 흡족한 미소가 지어졌다.
내가 생각한 대로 모든 일이 잘 풀렸다.
KSA가 홍연, 청연 길드 소유의 던전을 국유화했다느니 이런 것에 대해선 관심이 없었다.
어차피 필요한 던전은 내가 요청하면 공략할 수 있을 테니까.
이제 내게는 그럴 수 있는 입지가 국내에서 충분히 마련됐다.
혹자는 그런 나의 입지를 두고 ‘갑질’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만, 글쎄?
제주도의 운명, 그리고 수도권과 각성자 질서가 아예 송두리째 바뀔 수도 있었던 두 사건.
이것을 올바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만들어 준 내 공을 과연 무시할 수 있을까?
절대 그럴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하성은 마음의 빚을 결코 잊지 않는 사람이고, 주변이 반대해도 내게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다.
“그래서 지금 새롭게 재편된 길드의 예상 서열은 위에서부터 양화, 평정, 태풍 길드 순이야.”
“기존에 4, 5위 길드가 두 계단씩 올라오고, 양화가 7위에서 1위로 치고 올라왔네요.”
“맞아. 양화 길드에서 길드원을 추가 모집하는 걸 보면 이참에 세를 더 키우려는 것 같아.”
“오케이. 정리 끝이죠?”
“응. 나머지는 뭐…… 하나부터 열까지 다 네 실력을 찬양하는 내용들이라서. 그것도 들려줄까?”
“됐어요. 무슨 신도 아니고. 옆에서 소준이가 재잘거리는 것 듣는 것도 지쳐요.”
“형님! 그런 섭섭한 말씀을! 어쨌든 우리 셋이 참 멋진 능력자를 따르고 있다는 건 확실한 듯해요. 다들 그렇죠?”
“이의 없음.”
“적극 동의!”
“하하하하.”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그렇게 지난 사흘에 대한 모든 브리핑이 끝났다.
모든 것이 내 계획대로 됐다.
니콜라스를 대신해서 2020년에 개입하기로 한 네 가지의 대사건!
그중 하나를 깔끔하게 완수한 것이다.
이 정도면 100점 만점에 110점을 줘도 될 듯싶었다.
아마 니콜라스가 있었더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바로 그때.
-톡 왔숑!
톡 하나가 날아왔다.
중요하지 않은 상대방은 메시지 알림을 꺼 두는데, 알림이 울린 것을 보면 중요 인물인 모양이다.
스마트폰을 켜 보니 발신자가 마리나였다.
그 말인즉.
이전에 초월의 꽃과 관련해 부탁한 던전 공략 요청 건이 해결되었다는 연락일 가능성이 컸다.
[신화 씨, 마리나예요.] [J-811 던전 공략 건, 승인 떨어졌어요. 아시다시피 저희 오빠가 팀 오사카의 리더잖아요?] [내일 바로 간사이 공항으로 입국하고 모레 아침에 던전 리셋 끝나면 공략하는 걸로. 어때요?]‘오, 타이밍 좋은데?’
딱 좋다.
J-811 던전을 공략해서 하루라도 빨리 초월의 꽃 하나를 더 확보해 둘 필요가 있다.
그러면 이제 세 개 중에 두 개를 손에 넣는 셈이 된다.
남은 하나의 꽃을 일라이저 그룹의 던전에서 얻으면, 뇌 개변을 시도할 수 있다.
뇌 개변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비유하자면 버전이 달라진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대격변이다.
지금 내가 수행할 수 있는 전투적인 연산 능력을 대폭 향상시키는 엄청난 개변이기도 하다!
‘게다가 보스 몬스터 크루드를 처치하면, A-랭크 상승도 기대해 볼 법해. 마력 향상이 되니까.’
여러모로 기대치가 높았다.
나뿐만 아니라 팀원들에게 도움이 될 요소도 많고 말이다.
일석 ‘몇’조냐는 것을 따지는 것이 무의미할 만큼, 던전에서 챙길 것들이 많았다.
[좋아요. 바로 준비해서 내일 출발할게요.] [숙소는 다 준비됐어요. 팀원들과 전투에 필요한 짐만 챙겨요.] [고마워요.]의식주 문제도 자연스레 해결.
이래서 인맥과 유명세가 좋기는 한가 보다. 알아서 미리 꼼꼼하게 다 배려해 주고 말이야.
“자! 다들 해외여행 갈 준비 됐어요? 이번에는 일본입니다.”
전부터 몇 번이고 팀원들에게 우리가 곧 공략하러 떠나게 될 던전이라고 강조했던 곳.
바로 초월의 꽃이 잠들어 있는 J-811 던전을 공략할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