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62)
만렙 회귀자입니다만-162화(161/300)
제 162화
다음 날.
일본 간사이 공항으로 출국하는 비행기를 타기 전.
신화는 진성태의 연락을 직접 받고, 양화 빌딩에서 그를 만났다.
오랜만의 대면이었지만, 옆집 할아버지 같은 진성태의 환한 미소는 그런 어색함을 없애 줬다.
“요즘 많이 바쁘겠군. 몸은 괜찮은가? 목진우와의 전투에서 부상을 입었다고 들었는데.”
“다 회복됐습니다. 사흘 푹 쉬기도 했고, 마침 제 팀에 좋은 힐러도 있으니까요.”
“다행이군. 걱정을 많이 했네만, 그런 일로 연락을 하면 귀찮아할 듯해서 하지 않았네.”
“마음을 써 주신 것만으로도 대단히 감사할 따름입니다.”
신화가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진보미를 치료해 준 이후.
진성태는 늘 자신에게 우호적이었고 협조적이었다.
대기업의 총수와 이렇게 가깝게 지내도 될까 싶을 정도로 그는 자신의 열렬한 지지자였다.
“우선 직접 감사를 표하고자 불렀다네. 자네 덕분에 양화 길드는 질적, 양적으로 엄청나게 팽창하고 있어.”
“소식은 전해 들었습니다. 혹시 혜화 길드원들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별문제는 없으십니까?”
“사람이 하는 일에 어찌 잡음이 없을 수 있겠나. 하지만 전부터 길드의 확장은 우리가 최우선으로 준비했던 사안이었네.”
“만반의 준비는 다 해 두셨다는 말씀이군요? 인프라야 완벽하게 갖춰져 있었으니.”
“그렇지. 그래서 약간의 시행착오는 겪겠네만, 운영에는 문제가 없을 듯해.”
“잘됐습니다. 양화 길드야말로 국내에서 가장 믿음직한 길드니까요.”
신화의 말은 진심이었다.
애초에 진성태부터가 애국심이 투철한 사람이었다.
전생에 양화 길드는 외적인 풍파를 겪을 때도 늘 KSA를 적극적으로 돕고 협조했다.
목진우와 신정아의 두 길드가 KSA를 공격했을 때도 홀로 나섰던 것이 양화 길드였다.
아직 신화가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진성태의 맏아들인 진보형도 아버지와 성향이 같았다.
그래서 훗날 진성태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양화 길드의 ‘애국(愛國)’ 기조는 바뀌지 않는다.
“KSA와는 사태 수습과 더불어 후속 연계에 대해 면밀하게 논의 중이라네. 특히 던전 관련 문제.”
“홍연, 청연 길드에서 소유하고 있던 던전이 적지는 않았죠.”
“그렇지. 이 부분에 대해 최대한 잡음 없이 해결할까 하네. 어쩌다보니 우리 길드 얘기만 하고 있군.”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결론만 말하지. 앞으로 우리 길드는 강신화 군의 열렬한 지지자이자 응원자, 그리고 협력자가 될 거야.”
“……감사합니다.”
바라던 바이기는 하지만, 진성태의 입으로 그 말을 직접 들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내 마음대로 미래의 이점을 독식할 순 있어도 사람의 마음을 얻기는 어렵다고 늘 생각했는데.
진성태가 자신에게 하는 대우를 보면, 자신이 지금까지 제법 잘 활약을 해 왔던 모양이었다. 모난 데 없이.
“언제든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얘기하게. 그리고 자네보고 길드로 돌아오라느니 하는 권유도 앞으로는 하지 않겠네.”
“회장님.”
“강신화 군, 자네는 우리 길드가 품기에는 너무 큰 인재라네.”
묵직한 그의 한 마디가 신화의 가슴속 어딘가를 울렸다.
국내 굴지의 기업이자 대형 길드로 거듭난 양화 길드의 오너의 완벽한 신뢰를 얻었다.
이제 큰 변수가 없다면 국내에서의 그의 운신은 매우 자유로워질 것이다. 눈치 볼 것도 없이.
“감사합니다, 회장님. 앞으로도 좋은 관계가 쭉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해바라기는 늘 태양을 바라보는 법이지. 태양이 해바라기를 피해 떠나지만 않으면 된다네.”
“…….”
적절한 비유에 신화는 대답 대신 묵묵히 고개만 끄덕였다.
든든했다.
적어도 국내에서 신경 쓸 것이 사라졌다는 자체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졌다.
고민하는 건 질색이니까.
물론 세 길드의 몰락 이후, 뒤처리에 대한 문제가 산적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것까지 고민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양화 길드와 KSA가 알아서 잘할 것이다.
‘문제는 해외군.’
가깝게는 중국의 3대 적폐부터 시작해서 악연으로 꼬인 곳이 생각보다 많았다.
얼마 전에 크로네스 섬에 방화를 한 해적들을 잡아 족쳤으니 리벤저스와도 안 좋은 접점이 생겼다.
일라이저 그룹도 지금이야 전략적으로 협력하고 있지만, 언제 적으로 돌아설지 알 수 없고.
WSA도 장기적으로 생각할 때 동반자라고 보기 힘들다. VVIP의 정체가 아무래도 수상하기 때문이다.
바로 그때.
“잘 부탁하네, 강신화 군.”
“아!”
신화가 제스처를 취하기도 전에 자리에서 일어난 진성태가 그를 향해 깍듯이 고개를 숙였다.
그것은 굴욕이나 열세로 인해 나온 인사가 아니라.
진심 어린 감사와 존중의 의미를 담아 보내는 연장자의 속 깊은 인사였다.
누군가는 이것을 의도적인 퍼포먼스라고 폄하할 수도 있겠지만, 신화의 눈에는 보였다.
자신을 진심으로 아끼고 위해 주며, 고맙게 생각하고 존경하는 진성태의 모습이.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회장님의 호의는 늘 잊지 않을 겁니다.”
“고맙네.”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공손하게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마주 본 채 환하게 웃었다.
나이나 지위 등을 모두 초월한 채 순수한 마음만이 담긴 환한 미소였다.
* * *
구아아아.
일본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
출발 직전까지 고된 훈련을 했던 동료들은 탑승과 동시에 약속한 듯이 모두 깊은 잠에 들었다.
나는 출발하기 전, 일찌감치 정리해 둔 자료들을 보고 있었다.
‘라이콘은 예상보다 공시가 더 미뤄지네. 차라리 잘됐어. 분할 매수를 하기에는 훨씬 좋지. 그러면 매입 평단가도 낮출 수 있고.’
주식 매수라는 게 돈만 있으면 쉽게 배를 불릴 수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만이 만사형통은 아니었다.
일단 세금을 많이 떼어 가는 데다 주식 보유량이 늘어나게 되면 대주주의 타이틀도 생긴다.
그래서 여러 가지로 복잡한 문제가 생기는데, 그런 문제들은 대리인에게 전담시키고 있긴 하다.
어차피 신경 쓸 것이 많다 뿐이지, 미래 지식만 있으면 돈을 버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기다리는 시간만큼 확정적으로 돈이 되는 셈이다.
‘크……. 이건 진짜 기분 좋네.’
이어서 스마트폰을 열어 확인한 것들은 온통 크리비아 아일랜드에서 찍어 보낸 사진들이었다.
여기저기 세워진 중장비들이 섬의 풍경을 빠르게 바꿔 가는 중이었다.
물론 사전에 전달받은 조감도(鳥瞰圖)처럼 완성된 건축물을 보려면 한참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어쨌든 변화의 첫 삽을 떴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했다.
말로만 외치던 은퇴가 점차 현실화되어 가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현지 인부들 독려도 해 주고, 개별 포상도 넉넉하게 해 줘야겠어. 좋은 게 좋은 거니까.’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모든 건축, 건설 공정에는 최고급 자재와 엄선된 것들 위주로 사용하도록 얘기를 마친 상태였다.
일단 완성된 건물에 다시 손대고 싶지 않아서였다.
이왕에 지을 때 확실하고, 튼튼하고, 화려하게 지어 놔야 나중에 마음이 바뀔 일이 없겠지.
여기에다가 추가 의뢰로 차원석을 활용한 방어 시설까지 구축해 줄 것을 주문했다.
대양을 떠도는 해적들로부터 피해를 보기 전에 해안가에서 한 차례 정도 제동을 걸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회귀한 지 벌써 2개월이 됐네. 참…… 많은 게 달라졌구먼.’
감회가 새로웠다.
처음 회귀했을 때만 해도 화려한 은퇴를 꿈꾸는 내가 과연 제정신일까 싶을 정도로 한심한 수준이었는데.
이제는 제법 많은 것들이 진행된 상태다. 꿈이 차근차근 이뤄지고 있는 느낌이랄까?
물론 갈 길은 멀다.
아직도 B+랭크이고, 올려야 할 랭크도 한참 남았다.
그리고 목진우와 신정아를 제거했다손 쳐도 그보다 더 강한 적들이 산재해 있다.
당장에 중국 3대 적폐 길드의 수장들만 최소 SSS랭크의 실력자들이다.
‘조금 더 집중하고 힘내자. 평안하고 풍요로운 은퇴는 내가 그만한 힘이 있을 때 가능하니까.’
다시금 마음을 다잡았다.
샴페인을 터뜨리기에는 일러도 한참 이르다.
‘일본에서 돌아오는 대로 최상급 마력 포션과 강화 포션을 묶어서 세트로도 한번 팔아 봐야겠군.’
그간 판매 수량을 조절한 덕분에 하루 하나씩 만드는 마력 포션이 몇 병 정도 확보돼 있는 상태.
나는 재고의 소진율을 동일하게 맞출 수 있도록 강화 포션과 연계해서 판매할 계획을 세웠다.
수요는 항상 넘치니, 묶음 상품이어도 다들 앞을 다투어 구매 요청을 할 것이다.
완판은 당연히 자신 있다!
* * *
간사이 공항에 착륙한 후.
입국 수속을 밟고 나온 신화는 게이트 앞에 줄지어 선 수많은 사람의 행렬을 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어떤 아이돌이나 연예인이 입국할 예정이라서 저렇게 나와 있구나 생각했는데.
“꺄아악! 칸시나 사아앙……!”
“간! 신! 화!”
“응……?”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 보니.
기다리는 사람이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강신화 자신이었다.
이름을 잘못 들었나 싶어서 들고 있는 플래카드나 팻말을 보니, 죄다 자신의 얼굴이 붙어 있었다!
“뵤리 쨩!”
“지효크! 지효크!”
“쏘준……!”
그뿐 아니라, 팀 미스틱의 구성원을 진즉에 알아본 사람들이 각자의 이름을 부르기도 했다.
입국과 동시에 유명 인사가 된 것이다.
신화가 혹시나 하는 생각에 스마트폰으로 확인을 해 봤다.
그러자 팀 오사카의 홈페이지에 이번 일과 관련해서 신화 팀의 방문 뉴스가 올라와 있었다.
홍보용인지 환영용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그 바람에 일본의 팬들이 총출동을 한 모양이었다.
“와, 형님. 이거 뭡니까?”
한소준은 마스크를 꼈다.
너무 많은 사람의 외침 속에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특유의 결벽증이 도진 탓이다.
여기저기서 악수를 청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한소준은 멋쩍은 미소만 지으며 종종걸음으로 빠져나갔다.
물론 십중팔구는 모두 신화의 이름만 연호하고 있었다.
신화는 그냥 지나칠까 생각하다가, 그것은 또 예의가 아닌 듯싶어 차례대로 악수를 나눴다.
이런 경험은 전생에도 있었다.
인류의 영웅이 된 나인 로드를 향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찬사를 보냈던가?
다만 나인 로드 중에서는 늘 인기 꼴찌를 맡아 두고 했던 자신이었다. 나름의 흑역사였지만, 그렇다고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어쨌든 생각지도 않았던 팬들의 환호 덕분에 공항을 빠져나오는 데 제법 시간이 걸렸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어느 시점부터는 팬들이 신화의 일정을 알아차리고, 더 이상 쫓아오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와, 방금 우리가 본 사람이 도대체 몇 명이냐. 천 명은 족히 넘었던 것 같은데?”
“엄청 많았어요.”
“형님, 이제 전국구 인기가 아니라 세계구로 나가는 겁니까? 다들 형님을 엄청 좋아하는데요?”
이제야 정신을 차린 최지혁, 윤별이, 한소준이 차례대로 말을 토해 냈다.
신화의 인기를 다시 한번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그 덕분에 덩달아 생긴 자신들의 인기에도 다들 놀라는 눈치였다.
“다들 좋게 봐주시는 거지, 뭐.”
“솔직히 말해요. 형님, 지금 기분이 엄청 좋은데 일부러 내색 안 하는 거죠?”
부러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정곡을 쿡 찌르는 한소준의 말에 신화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순수하고 순진한 팬덤의 관심은 언제든 환영이었다.
피와 어둠으로 얼룩진 악당들의 관심이 달갑지 않을 뿐이다.
바로 그때.
“신화 씨!”
멀리서 반갑게 손을 흔들며 신화를 부르는 한 사람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