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63)
만렙 회귀자입니다만-163화(162/300)
제 163화
WSA의 마리나였다.
물론 오늘 이 자리에는 팀 오사카 소속의 일원으로 나왔다.
사용하는 이름도 아야세 유즈하라는 가명이다.
그녀의 옆에는 현생에서는 초면이지만, 전생에서는 내 기억에 남아 있는 인물 하나가 서 있었다.
‘하라 토시오를 이렇게 일찍 만나게 되네.’
토시오.
하라 마리나의 친오빠다.
팀 오사카의 수장으로서 SSS-랭크의 각성자로 빙결 재능을 가지고 있다.
빙결 재능에 대해서는 전 세계에서 이 분야의 탑 클래스라고 불릴 정도로 권위 있는 인물이다.
‘전생에 니콜라스가 그랬지. 토시오가 훗날 SSS+에서 성장이 멈추지만 않았어도 나인 로드에 나 대신 들어왔을 거라고.’
토시오는 사실상 지금 최대의 성장을 이룬 셈이었다.
어떤 이유로 한계에 부닥쳤는지 알 수는 없으나, 어쨌든 시간이 흘러도 EX랭크는 되지 못했다.
쌀쌀한 날씨에 카키색 트렌치코트를 챙겨 입고 나온 마리나가 신화를 반겼다.
“오느라 고생 많았네요! 동료분들도 환영해요!”
“음? 일본 각성자분이신데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시는군요?”
최지혁은 원어민 수준에 가까운 마리나의 한국어 실력에 깜짝 놀라 물었다.
아주 미세한 발음 문제만 빼면 마리나의 한국어 실력은 가히 수준급이었다.
“호호, 한국어를 어렸을 때부터 좋아해서요. 그쪽은 최지혁 님 맞으시죠? 멋쟁이 신부님!”
“하하, 신화 옆에 있으면 한낱 오징어 한 마리일 뿐입니다.”
“윤별이, 한소준 씨도 반가워요. 자, 인사하세요! 이분은 저희 팀 오사카의 리더인 토시오 씨예요.”
마리나가 네 사람에게 토시오를 소개했다.
얼굴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있는 마리나만큼이나 토시오의 인상도 서글서글하니 좋았다.
“반갑습니다. 팀 미스틱의 구성원들을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좋은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토시오 님.”
신화가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유야 어찌 됐건, 자기네 소유의 던전을 공략할 수 있도록 해 준 것은 명백한 배려였다.
물론 여동생인 마리나의 입김과 함께 신화에게 미리 ‘호의’를 베풀어 두려는 생각이 있긴 했겠지만 말이다.
“네 분이 괜찮으시다면 각각 한 분마다 저희가 준비한 차로 모시고 싶은데, 괜찮으실까요?”
“그렇게 하시죠. 저희가 알아서 이동할 생각이었는데, 이 부분까지 신경 써 주셨을 줄은.”
“하하, 이왕 모시는 것 화끈하게 모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자, 모두 이쪽으로.”
토시오가 신화를 포함한 네 사람을 공항 게이트 밖으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앞에는 이미 고급스러운 리무진이 네 대가 준비되어 있었다.
“강신화 님께서는 저와 함께 이동을 해 주셨으면 합니다만.”
‘개인적으로 할 이야기가 있나 보네.’
은밀한 대화는 외부와 격리된 자리에서 주로 이뤄지는 만큼, 이상할 것은 없었다.
신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다들 그러면 리무진을 타고 목적지에서 보는 걸로. 어떻습니까?”
“오케이!”
팀 오사카의 환대에 한껏 들뜬 최지혁, 한소준, 윤별이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리무진으로 향했다.
우선 오늘은 J-811 던전 근처에 마련된 호텔에서 묵을 예정이었다.
그리고 내일 아침, 리셋이 완료된 J-811 던전의 공략이 시작될 것이다.
해당 던전은 직전 공략으로 인해 내부 초기화 중이었기에 지금 가더라도 입장이 불가능했다.
입구 차원문이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라서였다.
‘팀 오사카는 물론 토시오와 관계가 좋아서 나쁠 것은 없어. 이들도 성향이 선(善)에 가깝긴 해.’
토시오의 팀 오사카는 철저하게 실력 위주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길드다.
종종 전략적인 이유로 정치적인 이슈를 길드에 접목시키는 다른 곳과는 분명 차이점이 있었다.
* * *
부우우웅.
간사이 공항에서 출발한 리무진 4대가 목적지로 향하기 시작했다.
나는 운전대를 잡은 마리나에게 웃으며 말했다.
“오늘 하루는 기사 노릇을 하기로 하셨나 봐요?”
“직접 편안하게 모시려고요. 소음 차단은 해 두겠지만, 그래도 기사가 엿들을 가능성이 있는 것보다는 낫죠.”
“중요한 얘기가 있는 겁니까?”
토시오에게 묻자, 그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기사의 역할에 충실할 예정이니까 두 분, 대화 즐겁게 나누세요!”
톡.
그녀가 리무진 앞에 설치된 버튼을 누르자, 리무진 내부의 방음 파티션이 활성화됐다.
클래식 음악까지 은은하게 깐 것은 적절한 안배였다.
넓은 리무진 안에서 적당히 거리를 두고 앉은 우리는 잠시 어색하게 서로의 눈빛을 살폈다.
분명 랭크나 경력 면에서 토시오가 확실히 나보다 앞서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한껏 낮춘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가 말문을 열기 전, 내가 편하게 해 둘 말을 먼저 했다.
“일본어로 하셔도 됩니다.”
“아, 괜찮습니까?”
“부족하긴 하지만 나름 여러 외국어를 공부해 뒀거든요.”
“좋습니다. 강신화 씨. 이번 활약상은 잘 보았습니다. 정의 구현! 정말 멋지더군요.”
“뭘요,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예전에 유즈하…….”
“마리나라고 하셔도 됩니다. 유즈하 씨의 본명을 알고 있어요.”
“그렇군요. 어쨌든 마리나에게서 얘기를 들었을 때부터 신화 씨에게는 관심이 많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직접 보니까 확실히 뭔가 남들과는 다른 아우라가 느껴지는군요. 나름의 확신도 들고요.”
“혹시…… 어떤 비공식적인 제안을 하시려는 겁니까?”
뭔가 밑밥을 까는 듯한 칭찬과 인정의 연속에 나는 말 속에 숨겨진 이유를 눈치챘다.
이런 대화를 하루 이틀 해 본 것도 아니고, 이제는 대충 흘러가는 상황만 봐도 안다.
“위치를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만. 저희 길드에는 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던전이 하나 있죠.”
“……?”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토시오의 말을 경청하고 있던 내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이건 전생에도 없었던 정보야.’
팀 오사카는 세계 길드 순위에서도 순위권에 들 만큼, 전생에도 많은 정보를 수집해 두고 있던 길드였다.
애초에 유의미한 던전의 정보가 있는 길드라면 니콜라스가 절대로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한데 니콜라스가 놓친 던전 정보가 있다?
그렇다면 지금은 물론 훗날까지도 그 존재를 숨겨서 절대 공개하지 않은 정보임을 뜻했다.
내 눈빛 속에 드러난 호기심을 읽었는지 토시오가 웃으며 말을 이어 갔다.
“먼저 얘기를 꺼낸 이유부터 말씀드리죠. 이번에 신화 씨의 전투 영상을 보면서, 신화 씨라면 던전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 계산이 섰기 때문입니다.”
“던전의 입장 조건이 많이 까다로운 겁니까?”
“정확히는 입구에서부터 무엇과 마주치게 되느냐의 문제죠.”
“함정 같은 것이 아니면…… 입장과 동시에 사방에서 십자포화가 쏟아지는 등의 위험 요소가 있는 모양이네요.”
“맞습니다. 어지간한 슈트를 입어도 못 버틸 정도죠.”
흥미가 동했다.
모든 것이 예측 범위 안에 있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변수가 있는 게 매너리즘 방지에 도움도 된다.
“계속 들려주시겠습니까?”
“어쨌든 이 던전을 강신화 씨와 공략을 해 보고 싶습니다만, 확보된 정보를 토대로 브리핑은 확실하게 할 겁니다.”
“조건은요?”
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을 짚었다. 이 부분을 확실히 해 둬야 나중에 잡음이 생기지 않는다.
“우선 강신화 씨는 해당 던전에 대해서 모든 비밀을 엄수해 주셔야 합니다. 함께 갔다는 사실 자체도요.”
“그건 쉽습니다. 애초에 떠벌리는 스타일도 아니고, 사서 고생할 생각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길드에서 파악한 부분 이상으로 진출하는 데 성공하고, 아울러 내부 공략이 확실하게 이뤄진다는 가정하에.”
“가정하에?”
“꽃이 나온다면 무조건 양보하겠습니다. 물론 반대급부로 차원석과 기타 재료는 전부 저희가 갖겠습니다만. 아, 물론 반대의 경우도 가능합니다.”
군침이 도는 제안이었다.
차원석이나 기타 재료 같은 부속물은 내게 필요가 없었다.
원하면 다른 던전에서도 얼마든지 얻을 수 있는 것이니까.
하지만 꽃은 예외다.
특히 여기에 어떤 꽃이 있는지 모르는 만큼, 호기심과 기대감이 동시에 들었다.
“좋습니다. 물론 제대로 입장부터 한 다음의 이야기이겠습니다만…… 꽃을 약속받고 참여하죠.”
“상세 브리핑은 이번 던전 공략이 끝난 후에 제가 직접 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은밀한 제안이 끝났다.
내 기억에 없는 곳.
즉, 전생에서 회귀하기 전까지 철저하게 베일에 싸여 있던 곳.
니콜라스조차도 몰랐던 그 장소에 발을 내디뎌 보고 싶어졌다.
이것은 은퇴와는 별개로.
두 번째 삶을 살고 있는 회귀자로서 꼭 도전하고 싶은 변수였다!
* * *
토시오의 극진한 배려로 우리는 J-811 던전 인근에 있는 5성급 호텔에 머물 수 있었다.
애초에 던전 주변이 볼거리와 놀 거리가 많은 휴양지라서 관광객도 무척 많았다.
물론 던전의 위치는 사람이 붐비는 곳과 좀 떨어진 인근의 야산에 있기는 했지만.
짐을 풀기가 무섭게 나를 제외한 세 사람은 팀 오사카 소유인 훈련실을 대여했다.
던전 공략에 앞서 한 번 더 합을 맞춰 보고 싶다는 세 사람의 강한 의중이 반영된 결과였다.
최근 셋은 서로 호흡을 맞춰 보는 작업에 잔뜩 열을 올리고 있었다.
팀플레이의 재미와 서로 유기적인 연계가 이뤄질 때의 쾌감이 짜릿한 모양이었다.
나는 마리나와의 저녁 약속이 있어서 훈련에 참여하지 않았다.
사실 훈련에 참여하려고 하면 어떻게 해서든 갈 수야 있었지만, 일부러 가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내가 참여하면 그만큼 가상훈련의 난이도를 높여야 하는데, 그러면 팀원의 수준에 맞지 않았다.
즉, 내게 맞춰 난이도를 조정하면 팀원들에게 오히려 악영향을 끼치게 되는 셈이다.
약속 장소에 미리 나온 나는 마리나를 기다리는 동안, 잠시 페이스그램을 켰다.
어지간해서는 SNS를 보는 일이 거의 없는데, 요즘에는 부쩍 확인 빈도가 늘었다.
니콜라스의 근황이 궁금해서다.
“이 자식 뭐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만리장성이더니 지금은 왜 또 타지마할 앞인데?”
여행 삼매경.
그간 업로드가 뜸해서 미국으로 돌아간 것인가 했더니 아니었다.
잠시 업로드를 미뤄 뒀을 뿐.
오늘 사진이 엄청 올라왔다.
중국은 물론, 그 중간에 마카오와 태국을 들러 여행을 즐긴 흔적들도 한가득했다.
“……팔자 좋네.”
도대체 미래에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어떤 거지 같은 일이 있기에 내가 먼저 회귀를 하고!
정작 회귀를 해야 할 녀석은 이렇듯 마음 편히 세계 일주나 하며 유유자적하게 보내고 있는 것일까?
“……니콜라스 이 자식, 진짜 나만 보낸 거 아냐? 정작 꿀은 자기가 다 빨려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니,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물론 지금 사진 속에 있는 니콜라스의 잘못은 아니다.
잘못이 있다면 나를 회귀시켰을 것이 분명한 ‘그 니콜라스’ 놈이 문제지.
바로 그때.
“신화 씨?”
SNS에 집중한 탓에 기척을 느끼지 못했던 등 뒤에서 누군가가 나를 불렀다.
마리나였다.
“옷이 왜 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