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66)
만렙 회귀자입니다만-166화(165/300)
제 166화
“값어치로는 최상급 차원석 1개가 더 높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보니 뭔가 뿌듯하지 않아요?”
“그러게. 톱날 사마귀들이 전부 차원석을 들고 있는 줄은 몰랐네. 식별 안경을 깜빡했어.”
“와……. 영롱하군요.”
나는 동료들과 함께 지면에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하급 차원석 100개를 수습했다.
가치로 따지면 하나에 100만 원을 조금 넘어가니, 다 합치면 1억 원 정도 되는 셈이다.
워낙 눈이 높아져 내게 1억 원은 종종 푼돈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각성자들에게 이 정도의 벌이도 대박이라고 할 만큼 크다.
동료들도 그 점을 잘 알고 있었다.
내가 우리의 일반적인 랭크 평균을 몇 단계나 뛰어넘는 던전을 공략하기 때문에 벌이가 꽤 좋다는 것을.
만약 내가 회귀자도 아니고, 정말 내 랭크 수준에 맞는 실력을 갖고 있었다면?
S, SS랭크급 던전이 아니라 C랭크급 정도의 던전을 돌고 있었을 것이다.
당연히 인원 넷으로는 턱도 없었을 테고, 넷이 움직이려 했다면 더 난이도가 낮은 던전을 선택했겠지.
그러면 그만큼 보상이 낮아진다.
또한 회귀자의 이점을 누릴 수도 없으니 꽃이나 아티팩트 따위를 독점할 수도 없었을 터.
그러면 지금의 벌이와는 최소한 몇십 배에서 몇백 배의 간극이 생기게 된다.
“일단 아공간에 전부 넣어 둘게요. 던전 공략이 끝나면 N등분을 해서 나눠 가집시다.”
“N등분은 좀 그런데. 우리가 별로 한 게 없는데?”
“형, 또 패시브 스킬 무조건 양보하기 쓰려고요?”
매번 자신들이 한 게 없다며 전리품을 종종 양보하는 것은 우리 팀의 일상적인 일이 됐다.
물론 보스 몬스터를 처치하고서 얻는 꽃이라든가 아티팩트는 내가 꼬박꼬박 챙기고 있다.
하지만 전투 내내 팀원들은 분명 각자의 역할에 맞게 활약한 부분이 있었다.
내가 초월의 나무 본체를 상대하는 동안, 톱날 사마귀의 움직임을 저지해 준 것은 바로 이 세 사람이니까.
“괜찮아. 난 필요 없다.”
“하급 차원석 25개로 받으실래요, 아니면 모산골 성당에 가서 헌금을 2500만 원을 할까요?”
“헐…….”
“양보만 하지는 마세요. 누나나 소준이도 마찬가지고. 너무 자잘한 것까지 다 양보하진 맙시다.”
“하지만…….”
“우리는 팀이잖아요.”
우리가 한 팀임을 다시금 강조했다.
다들 셀프 디스로 강신화 원맨 팀이니 뭐니 하지만, 내게 이 세 사람은 소중한 구성원이다.
또한 전생에 내게 큰 아쉬움을 남겼던 사람들이기도 하다.
신부님과 소준이는 나와 함께하다가 각각 마고스와 홍연 길드에게 죽음을 당했고.
윤별이는 자기의 한계를 극복할 방법을 찾지 못해 대재앙을 앞둔 최종전에서 숨을 거뒀으니까.
니콜라스가 회귀할 이후를 대비해서, 나는 일부러 나인 로드와의 접점을 만들지 않고 있었다.
마리나와는 제법 관계가 가깝기는 하지만, 엄밀하게 말해서 교류가 많지는 않은 편이다.
‘나인 로드와는 엮이면 안 돼. 그러면 니콜라스가 회귀하는 순간에 나도 바로 묶음 상품이 된다…….’
진지하고 냉정하게.
나는 그렇게 확신했다.
어차피 은퇴 전까지 내가 니콜라스를 대신해서 감당하기로 마음먹은 2020년의 남은 일들은.
굳이 나인 로드의 손을 필요로 하지 않는 일이기도 하다.
녀석들은 각자의 나라에서 지금 바쁘게 살고 있다.
한데 바로 그때.
“어?”
나는 초월의 나무에 가려져 있던 배경 뒤로 예상 밖의 특이한 결계 하나를 발견했다.
던전 내에 존재하는 결계는 딱 두 가지다.
첫째, 보스 방이라고 불리는 구역으로 보스 몬스터가 있거나.
둘째, 외력에 의해 생겨난 특수한 지형이거나.
여기는 크루드가 있는 장소가 아니니 첫 번째는 해당 사항이 없었다.
‘하지만 둘째는 내가 아는 지식에는 없는데?’
문제는 두 번째일 경우 예상 밖의 지형이라는 사실이다.
이 던전에는 보스 방 외에 결계가 존재했던 적이 단언컨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러니 내가 모르는 변수가 확실하다는 얘기다!
“모두 잠깐 여기서 대기하고 있어요. 일단 휴식을 좀 당겨서 하죠. 어차피 던전 남부에서 필요한 재료는 다 구했으니까.”
“혼자 어디 가려고?”
몸이 절반 이상 남쪽으로 쏠려 있는 나를 보며 윤별이가 물었다.
“저기 결계, 보여요?”
“응? ……전혀 안 보이는데.”
“아차, 시력 차이가 있지.”
내가 깜빡했다.
윤별이는 일반인 시력이고, 나는 개변과 활용을 거듭하면서 8.0, 그 이상을 상회하는 시력까지 와 있다는 것을.
“특수 결계가 하나 있어요.”
“보스 몬스터?”
“아니에요. 그래서 가서 확인을 좀 해 보려고요.”
“잠깐! 그건 너무 위험해! 심지어 사전 정보도 없는 결계인데?”
윤별이의 걱정에는 분명 일리가 있었다. KSA에서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은 주의 사항이기도 할 터.
그들은 생소한 지형이나 건축물을 탐색할 때, 단독 행동을 최고의 금지 사항으로 친다.
나는 윤별이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빠르게 걱정을 일소시켜 주었다.
“누나, 내가 누구에요?”
“누구긴, 강신화지.”
“맞아요. 저 강신화예요. 금방 다녀올게요.”
“야! 야! 그게 어떻게 이유가 돼……!”
누나의 걱정 어린 잔소리 – 물론 이런 잔소리는 언제든 환영한다. – 가 시작되기 전에.
가속과 함께 남쪽으로 빠르게 질주하기 시작했다.
설령 결계 안에 위험 요소가 있더라도 내 한 몸을 건사할 자신은 충분히 있었다.
얼마 후.
쑤우욱.
결계 안으로 바로 들어섰다.
결계 그 자체는 어떤 구속력이나 피해를 입히지 않기에 들어오는 것은 쉬웠다.
“…….”
대신 숨을 죽이고 주변을 살폈다. 만약을 위해 인비저블 링까지 사용하며 모습도 감췄다.
안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는 만큼, 내부의 누군가에게 내 정체를 들키지 않는 것도 중요하니까.
그때.
내 시선을 강하게 잡아끄는 하나가 있었다.
‘차원문이 있다고?’
그것은 던전 내에 위치한 차원문이었다. 여기에 있어서는 안 될 차원문이기도 했다.
던전에 차원문이 생기는 경우는 보스 몬스터가 죽어서 출구 차원문이 생길 때다.
예외의 경우는 정말 소수점을 한참 붙여서 늘린 0.00………… 1%라고 해도 될 정도이다.
‘나스 대륙과 연결되었거나, 아니면 던전과 던전을 잇는 차원문이거나.’
둘 다 평범하지 않은 경우다.
즉, 누군가가 저 차원문으로 넘어오고 있거나 던전 사이를 넘나들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후자라면 그 일이 가능한 인물은 하나밖에 없었다.
‘설마 흑마법사 아케로?’
타타탓!
나는 이리저리 잴 것도 없이 최대 가속을 하며 폭발적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붉은빛을 뿜어내는 차원문의 위치는 생각보다 멀지 않았다.
게다가 내가 어느 정도 접근하기 시작하자, 지형에 가려져 있던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케로!’
예상대로였다.
흑마법사 아케로.
레체로의 심복으로 알려진 흑마법사로, 던전 밖의 사도가 아니라 던전 내에서 암약하는 놈이다.
전생의 기억이 있기에 나는 놈의 얼굴을 안다.
시야에 들어온 마법사의 얼굴은 내가 기억하는 아케로의 ‘젊은 모습’과 일치했다.
‘넌 내가 족친다!’
아케로는 레체로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녀석이다. 아울러 진보미에게 저주를 걸기도 했고.
내가 회귀해서 치료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가족들은 슬픔에 잠겨 있겠지.
녀석을 잡으면, 일라이저를 위시한 사도들이나 그 흑막에 대해 충분히 정보를 캐낼 수 있을 것이다.
파아아앗!
더욱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차원문 근처로 보이는 아케로.
녀석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다른 던전으로 이동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 * *
같은 시각.
“이 던전에서는 내가 취할 에너지가 더 이상 없군……. 쩝.”
아케로가 입맛을 다시며 던전과 던전 사이에 연 차원문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항상 그랬지만, 아케로의 여정은 외로움의 연속이었다.
애초에 던전 밖으로 나갈 수 없도록 레체로가 자신에게 특별한 ‘금제’를 걸어 둔 탓이었다.
‘네게 다섯 사도와 그 예하의 모든 인원들을 강제로 구속, 예속시킬 수 있는 힘을 나누어 주마.
하지만 그 힘을 당장 사용할 때는 아니다. 네가 가는 차원에 진정한 ‘대재앙’이 내린 이후, 그때가 네가 활약할 시기이다.’
이것이 나스 대륙을 떠나기 전.
레체로가 아케로에게 내린 특명이었다.
진정한 재앙의 시기는 레체로도 정확히는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대재앙을 겪고 난 이 세계를 집어삼킬 계획을 레체로가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레체로가 모시는 ‘그분’을 통해 이뤄진 일종의 신탁(神託)이라는 얘기도 해 주었다.
어쨌든 그래서 아케로는 묵묵히 자신의 힘을 키워 오고 있었다.
던전을 돌아다니면서 던전에서 취할 수 있는 고유의 암흑 기를 극한까지 흡수했다.
이것은 단순히 강해지는 수준을 지나 불로장생을 하는 경지에 이르도록 돕는 것이었다.
아울러 훗날 ‘친애’하는 레체로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그에게 영광스럽게 바칠 힘이기도 했다.
한데 바로 그때.
콰아아앙!
아무것도 없이 조용하던 던전 전체에 일진광풍이 불면서 하나의 점이 빠르게 접근하는 것이 보였다.
“……뭐지?”
아케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던전을 누비고 다니면서 이 세계의 ‘각성자’라고 불리는 놈들은 수도 없이 만났다.
당연한 얘기지만, 자신의 얼굴을 본 각성자 중에 살아남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확실하게 살인멸구(殺人滅口)를 했기 때문이다.
“귀찮군.”
아케로가 뒤집어쓴 로브로 얼굴을 대충 가리고서 차원문으로 향했다.
어차피 들어가면 닫힐 차원문이고, 그러면 저놈과 달리 엮일 일도 없을 테니까.
“아케로!”
한데 바로 그때.
아케로는 귀에 또렷하게 박히는 자신의 이름을 들을 수 있었다.
초면의 각성자가 자신을 알고 있다고?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뭣?”
그러는 바람에 아케로의 발걸음이 멈췄다. 동시에 그는 전방에서 날아드는 거대한 ‘쇠공’을 보았다.
윌슨이었다.
“귀찮게…….”
아케로가 대수롭지 않게 손을 앞으로 뻗으며, 수인을 맺어 방어 마법을 펼쳤다.
방어에 특화된 기본 마법 중 하나인 실드였다.
콰앙!
까칭!
“크헉!”
문제는 실드를 이용해 신화의 윌슨을 정면으로 받아 낸 시점에서 발생했다.
제법 많은 양의 암흑 기를 동원해서 만들어 낸 실드가 단번에 깨져 나간 것이다.
이 정도의 실드로 막을 수 없었던 공격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신화가 날린 윌슨은 실드의 방어 역장 중에서 가장 취약한 포인트를 정확하게 뚫었다.
실드 중심점에서 우측 하단으로 내려가는 사선의 4할쯤 정도에 자리한 위치.
실드의 맹점이라고 불리는 위치를 신화가 정확하게 타격한 것이다.
쿠우웅!
연기구름이 피어올랐다.
“X발.”
아케로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목에 착용한 아티팩트를 이용해 추가 역장을 발동하지 않았다면 중상을 입었을 일격이었다.
게다가 더 약이 오르는 것은 방금 자신을 타격한 쇠공이 신화의 손짓에 유유히 되돌아갔다는 것이다.
무기까지 유유히 회수해 가면서 자신을 노릴 수 있는 저 정신 나간 놈은 도대체 누구일까.
어떻게 멀리서도 자신의 정체를 알아본 것일까?
물음표 가득한 아케로의 시선이 신화에게로 향하는 순간!
“아케로, 이 쥐XX 같은 놈! 드디어 잡았다!”
유창한 수준을 떠나.
원어민 뺨칠 정도로 명확하게 들리는 나스 대륙어에 아케로의 표정이 흙빛으로 변했다.
“누구냐, 넌?”
가장 먼저 나올 질문은 그것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