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67)
만렙 회귀자입니다만-167화(166/300)
제 167화
“저승사자다, 이 새X야!”
신화가 아케로를 향해 거침없이 폭권을 전개했다.
가장 빠르게 내뻗을 수 있는 것은 역시 폭권 1장이라서였다.
지이잉! 터엉!
아케로가 실드로 신화의 공격을 방어했다.
방금 실드의 약점을 공략 당했기 때문에 각도를 살짝 비틀어 보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프스스!
“크윽, 제길!”
실드로 막아 내긴 했지만, 폭권 자체에 담긴 상당한 힘 때문에 아케로의 몸이 뒤로 쭉 밀렸다.
아케로는 신화를 처음 봤다.
하지만 아케로가 보기에 상대는 오래전부터 자신에게 해묵은 감정이 있는 듯 보였다.
‘하지만 놈은 사도가 아닌데?’
아케로의 오른쪽 눈에 있는 흑안 – 정확히는 검은색 의안(義眼) – 이 반짝였다.
이것은 앞서 사도들이 레체로에게서 받은 반지보다 상위 개념으로 존재하는 눈이었다.
상대에게는 자신의 정체를 들키지 않고, 그들에게 암흑 기가 있는지 꿰뚫어 볼 수 있다.
아무리 봐도 아니었다.
100% 이 세계의 각성자일 뿐이었다. 나스 대륙과는 전혀 연관성이 없는.
‘사도가 키운 각성자 부하일 수도 있겠군. 파견된 다섯 놈들 중에 배신자가 있었나?’
아케로는 나름의 추측을 했다.
그렇게 퍼즐을 맞추면 어찌어찌 지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
“귀찮게……. 쯧.”
아케로는 입고 있던 로브를 벗어 던지고, 신화와의 거리를 살짝 벌렸다.
‘특이한 눈이 있다.’
유심히 아케로의 변화를 관찰하던 신화는 그에게 있는 특별한 것을 확인했다.
일부러 공격을 하지 않고 잠깐 시간을 두고 관찰해 알아낸 결과물이었다.
‘반지도 그렇고……. 레체로가 보낸 녀석들은 저마다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장치가 있는 듯하네.’
신화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걸렸다.
왼쪽 눈과 달리 초점이나 방향이 확실히 이질적인 아케로의 오른쪽 눈. 가짜 눈이 확실했다.
“어떤 사도가 날 죽이라고 보낸 것이냐?”
“일라이저 로우.”
“그런 이름은 사도에 없다.”
“아, 이렇게 생긴 분이야.”
아케로의 물음에 신화가 마침 자신의 아공간에 있던 그림 하나를 아케로에게 내밀어 보였다.
예전에 흑마법사 3인조를 죽였을 때, 그들이 가지고 있던 일라이저의 몽타주였다.
“리카넬라? 그놈이……?”
헛다리를 확실하게 짚었다.
아케로의 입장에서야 당연한 반응이었다.
갑자기 나타난 ‘지구’의 각성자가 유창한 나스 대륙어를 구사하며 자신을 몰아치니 그럴 수밖에.
생각지도 않게 아케로를 만나게 된 참에 거짓 정보나 심어 둘 생각이었다.
여차해서 놈을 생포하지 못하더라도, 일라이저에 대한 반감을 심어 놓을 수는 있을 테니.
“리카넬라 님을 대신해서 너를 처단해 주마.”
“이 배은망덕한 놈들!”
아케로는 크게 분노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온통 거짓말이었지만, 아케로에게는 이를 확인할 길이 없을 것이다.
녀석이 쉽게 던전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는 사실은 전생의 기억으로 충분히 알고 있었으니까.
고오오오!
아케로의 몸을 중심으로 암흑 기가 뿜어져 나오더니 그의 눈이 살기로 물들기 시작했다.
‘지금쯤이면 아케로의 경지가 7클래스 정도는 될 거야. 각성자로 따지면 SSS랭크쯤이지.’
결코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일반적인 각성자라면 지금 바로 내빼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
이유인즉, 나스 대륙의 ‘마법’은 유독 이 세계의 각성자들에게 위력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상성 관계였다.
훗날 연결되는 무강 대륙과 나스 대륙.
그들에게는 각각 무공과 마법이라는 특수한 요소가 존재했다.
동일한 실력을 가진 지구의 각성자, 무강 대륙의 무림인, 나스 대륙의 마법사를 비교했을 때.
각성자 < 마법사.
마법사 < 무림인.
무림인 < 각성자.
이런 식으로 서로 물고 물리는 관계에 있었다.
수많은 인원의 데이터로 검증된 부분이다 보니, 재론의 여지가 없었다.
레체로를 죽이기 위해 수많은 인명이 희생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들은 너무 강했다.
“네놈을 제압하고 머릿속의 모든 정보를 끄집어내어 이 일의 전후를 명명백백히 밝히겠다.”
“어련하시겠어.”
신화가 아케로의 선전포고를 유유히 받아들였다.
다음 순간!
빠지지직!
아케로의 양손에 거대한 전류구가 생성되더니 이내 신화를 향해 수많은 뇌전 줄기가 방출됐다.
파아앗!
신화가 초월 가속을 극대화하여 최대한 후방으로 쭉 빠졌다.
자신이 갖고 있는 재능의 구성상 가장 취약한 공격 패턴이 바로 전류였기 때문이다.
마음 같아서는 강철 강화로 버텨 내고 싶었지만, 그래서는 선 채로 그대로 피뢰침이 된다.
‘헤이스트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빠르군. 이런 식의 빠른 움직임은 본 적이 없는데.’
신화의 신속한 대응을 보며 아케로는 속으로 감탄했다.
지금껏 자신의 입으로 A랭크니 S랭크니 하는 각성자들을 수없이 만났다. 물론 전부 저승으로 보냈지만.
놈들은 자기가 각성자 세계에서 꽤 날고 기는 실력자라고 으스대곤 했지만.
결과는 채 1분을 견디지 못하고 비명횡사하는 안타까운 새드엔딩이었다.
방금 아케로가 사용한 체인 라이트닝은 6클래스의 마법.
하지만 암흑 기를 혼용하면서 그 파괴력을 7클래스까지 높인 것이었으나 신화는 능숙하게 피했다.
화르르륵!
이번에는 지옥불의 열기를 잔뜩 머금은 플레임 스트라이크를 만들어 냈다.
활활 타오르는 화염구는 스치기만 해도 모든 것을 녹여 버릴 만큼 강력한 열화(熱火)였다.
“뒈져라!”
과아아아!
아케로의 손을 떠난 성난 불길이 신화를 향해 맹렬히 날아들었다.
타깃을 노리고 날아가는 유도형 마법이기 때문에 방금 같은 후퇴로는 절대 피할 수 없었다.
한데 바로 그때.
“아……?”
아케로는 당황했다.
파팟, 하는 소리와 함께 신화의 모습이 점멸하듯 깜빡이면서 단숨에 거리를 좁혔기 때문이다.
‘블링크를 쓴다고?’
발현 기전만 달라 보일 뿐, 이것은 빼도 박도 못 하는 블링크와 똑같은 기술이었다.
물론 당황하는 것은 잠시였다.
카사사삭!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 즉각 윈드 커터를 전개했다. 수백여 개의 바람 칼날로 적을 베는 흉포한 마법.
하지만.
“으랏샤……!”
신화가 힘찬 기합과 함께.
퍼엉!
폭발적으로 확장하려는 윈드 커터 구체의 코어를 정확하게 마력 방출로 강타했다.
프스슷!
그 바람에 윈드 커터가 본래의 힘을 구현하기도 전에 마치 모래성처럼 무너져 버렸다.
“……!”
아케로의 표정이 흙빛이 됐다.
마법이 확장되기 직전에 핵심을 파훼하는 것은 분명히 이론상으로 가능하기는 했다.
하지만 정말 뼈를 깎는 노력으로 연습하고 타이밍을 인지해야만 가능한 노림수였다.
당장에 아케로 본인도 하기 힘든 대응.
하지만 이것을 신화가 단번에 해낸 것이다.
‘뚫렸다.’
순식간에 신화의 모습이 자신의 코앞까지 다가왔고, 선봉에는 이글거리는 주먹이 있었다.
꾸드드득.
급한 대로 아케로가 선택한 것은 아이언 스킨(Iron Skin).
피부 전체를 강철의 형태로 변형시켜 물리적 충격을 외부로 받아 내는 마법이었다.
아케로는 무난한 방어를 예상했지만, 정작 신화의 표정은 전보다 더 밝아졌다.
“어쩜 이렇게 대응법이 단순하냐?”
“……?”
터업!
신화가 힘차게 내지르려던 폭권을 거둬들였다.
그리고 동시에 몸을 숙이고 양팔을 이용해서 강철화된 아케로의 두 다리를 끌어안았다.
여기까지는 마치 떠나려는 사람의 바짓가랑이를 부여잡는 눈물겨운 이별의 장면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꾸드드득.
단숨에 근육이 불끈불끈 솟아오른 신화는 아케로의 두 다리를 붙잡은 채로 그대로 패대기쳤다.
그것은 마치 메다꽂기라도 하는 것처럼 흙바닥에 인정사정없이 아케로를 내리치는 일격이었다.
“억! 어억!”
이런 공격적인 대응을 예상조차 하지 못했던 아케로가 신음을 토해 냈다.
아픈 건 둘째 치고 세상에서 가장 굴욕적인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레체로의 뒤를 이을 전무후무한 후계자로 불리는 자신이었다.
한데 정체도 모르는 놈에게 붙잡혀 마치 젖은 빨래처럼 바닥에 패대기쳐지니, 그렇게 치욕적일 수가 없었다.
“계속 신음만 터뜨릴 거야? 너 죽는다?”
그사이에 더욱 가속된 신화의 움직임이 아케로를 정신없이 좌우로 후려쳤다.
정말로 이대로 가다가는 신화의 말대로 죽을 판이었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샤아아아. 샤아아. 샤아.
차원문이 점점 힘을 잃고 닫히려 하고 있었다.
지속력이 짧기에 불과 10여 초 지나면 없어질 차원문이었다.
애초에 이런 방해꾼이 나타날 것이라고는 생각도 안 하고 만든 차원문이니까.
갑작스럽게 벌어진 전투에서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다시피 한 상황이 정말 부끄럽고 또 부끄러웠지만.
아케로는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과 숙명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아울러 레체로가 맡긴 소임도.
여기에서 자칫 자신이 죽기라도 한다면, 레체로의 계획 중 일부가 어그러진다.
“제길……!”
아케로는 분하고 치욕스러운 감정을 속으로 삭이며, 목걸이를 꺼내 신화에게 날렸다.
목걸이를 ‘조공’하는 것이 아니라, 아티팩트의 힘을 이용해서 신화를 밀어낼 심산이었다.
터업!
이윽고 신화의 가슴에 아케로가 던진 목걸이가 부착되는 순간.
드드드드!
“크윽!”
몇 초 정도로 짧은 지속 시간이었지만, 신화의 몸 전체에 마비가 걸렸다.
마비 마법인 패럴라이즈 마법진이 새겨져 있는 아티팩트를 활용한 임기응변이었다.
엄청 값비싼 아티팩트.
물론 신화의 몸에 붙은 이상, 저것을 회수할 방법은 없었다.
회수보다 더 중요한 것은 목숨을 안전하게 보존해 이곳을 재빨리 벗어나는 것뿐이었다.
탐색전이라고 그 의미를 깎아내리려고 해도.
신화에게 일방적으로 ‘참교육’을 당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는 아케로의 흑역사였다.
“윽.”
아케로가 신음을 토해 냄과 동시에 인상을 찌푸리고, 황급히 차원문으로 날쌔게 몸을 날렸다.
하지만 다음 순간.
“끝까지 비겁한 XX!”
아케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신화가 마비를 풀었다.
그러고는 맹렬한 속도로 자신에게 질주해 오고 있었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아케로는 알지 못했다.
이미 신화가 일찌감치 아케로의 공격 패턴을 예상하고.
찰나의 순간에 강철 강화를 활용해서 패럴라이즈 마법을 받아 내고, 다시 정상화했다는 것을.
워낙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 제대로 눈으로 좇을 수조차 없었던 신화의 대응이었다.
‘전생의 모든 경험이 이렇게 소중할 줄이야! 회귀자면 무릇 집요하게 이점을 누려야만 하지.’
신화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던 자신의 대응에 만족하며, 다시금 아케로를 노렸다.
다만 안타깝게도 아케로를 붙잡을 수는 없을 듯했다.
작정하고 자신의 아티팩트 하나까지 포기하며 도망치려는 마법사를 붙잡기에는.
아케로의 실력이 확실히 뛰어나기는 뛰어났다. 어느새 아케로는 차원문 앞이었다.
‘얄미운 놈!’
신화가 전력을 다해 아케로에게 따라붙었다.
그리고 어떻게든 차원문으로 비집고 들어가려는 녀석의 뒤통수를 향해 전력으로 ‘압권’을 전개했다.
다른 곳은 몰라도 머리통만이라도 깨부수겠다는 생각으로 날린 일격이었다.
다음 순간!
뻐억!
“커헉!”
신화에게 뒤통수를 강타당한 아케로가 신음과 함께.
걸쭉한 붉은 피를 분수처럼 토해 내며 차원문으로 내팽개쳐지듯 들어갔다.
그리고.
투둑. 툭. 툭.
아케로의 오른쪽 눈에서 빠져나온 의안이 힘없이 바닥을 굴렀다.
사도의 정체를 판가름할 수단.
레체로가 자신에게 준 선물이자 고통의 상징을 잃어버리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스르르르륵.
차원문이 닫혔다.
그렇게 아케로의 오른눈은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나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