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70)
만렙 회귀자입니다만-170화(169/300)
제 170화
‘이건 또 뭐야…….’
신화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꾸준히 힐을 조준하고 있던 한소준이 혀를 내둘렀다.
베네라가 파충류의 모습을 닮아서 우스꽝스럽게 생기기는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얼굴 한정이었다.
근육질의 몸은 3m의 대검을 마치 솜방망이 휘두르듯 할 정도로 완력이 대단했던 것이다.
한데 신화는 그런 베네라와 대등하게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한소준은 알았다.
신화가 저 정도의 힘을 낼 수 있는 것은 육체 대부분을 개변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한 ‘가속 재능’이 있어서 그 운동량을 적이 감당해야 할 에너지로 바꾼다는 사실을 말이다.
하지만 신화의 이번 노림수는 한소준이 예상한 수많은 경우의 수에도 없었던 것이다.
-흔들리지 않는다!
베네라가 입술을 질끈 깨물며, 신화의 움직임에 적극 대응했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양쪽 아킬레스건을 베인 탓에 제대로 서 있을 수 없었고, 그런 만큼 몸의 힘을 100% 활용할 수가 없었다.
“하아압!”
한편, 신화는 강철로 변형시킨 오른손으로 대검의 날 선 부분을 움켜쥔 뒤.
왼손으로 그 손 위를 감싸고 베네라 쪽으로 검을 밀어내고 있었다.
이는 마치 씨름판이나 격투기 현장에서 한곳에 뒤엉켜서 싸우는 개싸움을 보는 형국이었다.
-죽어……. 죽어라!
“너나 죽어, 이 XX야!”
살기로 얼룩진 베네라의 눈빛이 매섭게 빛났지만, 정작 상황에는 별다른 변화를 주지 못했다.
프스스스!
신화가 초월 가속의 정도를 높이기 시작하자, 밀어내고 있는 베네라의 검에도 제법 힘이 실렸다.
구도는 간단했다.
검을 내리찍어 신화를 죽이려는 베네라와, 검을 역방향으로 돌아가게 만들어 그 칼로 베네라의 가슴을 치게 만들려는 신화의 노림수였다.
‘진짜 형님이 가지고 있는 힘의 깊이를 짐작도 못 하겠어. 도핑도 하고, 할 건 다 했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공대 각성자들은 보스 몬스터급의 적을 상대로는 집요한 게릴라전을 벌이기 마련이었다.
그만큼 보스 몬스터는 강한 힘을 가지고 있기에 일격에 목숨을 잃을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신화는 답답하고 지루한 장기간의 공방전을 벌인 적이 거의 없었다.
항상 초반에 어떻게든 승부수를 던졌고, 그것은 늘 상식을 깨부수는 방식이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크아아압!”
이윽고 신화가 기합을 내지르며 묵직하게 내리찍던 베네라의 검을 밀어올리기 시작했다.
팽팽했던 완력의 균형이 깨지면서 베네라의 표정이 흙빛으로 변하는 전환점이 되었다!
-아아?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힘인가!
보스급 몬스터가 하기에는 참으로 모양 빠지는 멘트.
하지만 목소리에서 진심이 느껴질 정도로 베네라는 크게 당황하고 있었다.
끄그극! 끄극!
이윽고 중력을 거슬러 밀려 올라간 검은 어느덧 베네라의 가슴 언저리까지 도착했다.
신화를 두 동강 냈어야 할 대검의 끝을 따라 직선을 그으면 베네라의 턱 아래가 닿을 정도였다.
힘의 방향이 바뀐 것이다.
다음 순간!
파앙!
신화가 전력을 다해 마력을 쏟아부으며 완벽한 최대 가속에 들어갔다.
더 이상 돌파할 한계가 없을 만큼 끝까지 끌어올린 가속이었다.
동시에 시종일관 대검을 움켜쥐고 있던 베네라의 악력이 약해진 틈을 타서.
콰앙!
파르르!
왼팔을 활용한 마력 방출을 이용해 검날의 방향을 틀어 버렸다.
이 모든 것은 순식간에, 베네라가 제대로 대응할 수 없는 찰나의 순간에 이뤄졌다.
그리고.
처업! 프슷! 프슷! 푸슈슈슛!
-크아아아아……!
신화가 힘으로 찍어 누른 베네라의 대검이 기어이 자신의 왼쪽 가슴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자기가 자기 검에 이렇게 죽는 것도 예술 아니겠어? 하아압!”
-크어어!
신화가 한계를 넘어 과부하가 걸릴 만큼 가속과 완력의 정도를 크게 높였다.
체내에 있던 마력은 진즉에 다 썼고, 심장과 신체 전반에 저장되어 있던 모든 마력을 끌어다 썼다.
쉽게 말해 일격필살이었다.
쫘아아아악!
-크허!
이윽고 입을 벌린 상처 속으로 박힌 대검이 저항력이 낮아진 베네라의 가슴을 쫙 갈라 버렸다.
마치 무른 수박에 과도를 깊게 밀어 넣듯, 검날을 가슴이 품어 버린 실로 경악스러운 광경이었다.
푸슈슈슈!
피 분수가 튀었다.
당연히 바로 앞에서 대검을 찍어 누르고 있던 신화가 샤워를 하듯 이 핏물을 몽땅 뒤집어썼다.
보통은 여기서 안심을 할 법도 하지만, 신화는 방심하지 않았다.
주욱!
되레 대검을 잡아당겨 빼낸 뒤, 입을 잔뜩 벌리고 있는 베네라의 상처 속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그리고.
꾸우욱!
뜨겁게 맥동하고 있는 ‘그것’을 움켜쥐었다. 모든 생명의 시작이자 증거인 심장이었다.
-끄……!
움켜쥔 심장을 힘껏 잡아당기자 베네라가 단말마의 비명을 내지르고는 그대로 멈춰 버렸다.
눈빛도, 시선도, 움직임도 마치 정지 버튼을 누른 것처럼 딱 멈춰 버린 현장이었다.
“후우, 후우, 망할 자식. 세긴 더럽게 세네.”
퍼억!
신화는 숨이 끊어진 베네라의 몸통을 발로 힘껏 밀어 찼다.
그러자 바람에 휩쓸린 볏짚처럼 베네라가 힘없이 뒤로 나자빠졌다.
제대로 감지도 못한 베네라의 두 눈에는 통한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내가 도대체 얼마나 마력을 갖다 쓴 거지? 매번 ‘노빠꾸’로 달려드는 것도 자제해야 하는데.”
신화가 자책 섞인 말과 함께 얼굴에 잔뜩 묻은 베네라의 피를 닦아 냈다.
어쩌다 보니 베네라의 핏물 일부가 입 안으로 들어갔는데, 맛이 비리고 짰다.
이제부터 이 피는 최지혁의 것.
전생에 수년을 지켜봤어도 늘 적응하기 힘들었던 흡혈의 광경을 봐야 할 차례였다.
펑! 퍼펑! 펑!
동시에 멀리서 적절히 자폭 거미를 자극해서 터뜨리고 있는 윤별이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베네라와의 전투에 참여하진 않았지만, 주변의 골칫거리를 완벽히 해결하는 역할을 맡았다.
각자 다른 형태로 전투에 기여하는 팀플레이. 군더더기 하나 없는 완벽한 팀플레이였다.
사각사각. 사각사각.
신화가 필요한 부산물들을 꼼꼼하게 챙겼다.
베네라의 심장은 보스 몬스터 크루드에게 바쳐야 할 제물이었으므로 가장 먼저 챙겼고.
그다음, 죽음과 함께 저항력이 다소 떨어진 베네라의 가슴 피부를 남김없이 잘라냈다.
절삭 도구 없이 신화 자신의 오른팔을 사용하면 됐으므로, 작업은 간단하고 신속했다.
‘크루드보다 더 위 단계의 보스 몬스터를 상대하려면 확실히 지금 슈트로는 위험해.’
신화는 일찌감치 미래를 내다보고 있었다.
다수의 인원으로 인해전술을 쓰는 공략 전술이라면, 슈트가 ‘적당히 고가’여도 상관없을 것이다.
하지만 신화의 팀플레이 구조는 보스 몬스터의 대미지 딜링 99%를 자신이 받는 형태였다.
그래서 대미지 ‘분담’이 거의 불가능했다.
그러다 보니 집중 공격을 서너 번만 받아도 20억 원에 달하는 슈트가 금세 걸레짝이 되기 일쑤였다.
그렇다고 슈트를 몇 벌씩 갖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고, 특히나 전투 중에 갈아입을 수도 없었다.
자신의 랭크나 스펙만큼이나 장비의 업그레이드도 절실한 상황이었다.
“형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신화야, 정말 멋졌다!”
“솔직하게 말해 줘도 돼요. 이게 아무리 생각해도 멋진 광경은 아닌 듯한데.”
씨익 웃는 신화의 얼굴을 본 최지혁, 한소준, 윤별이가 거의 동시에 흠칫 뒤로 물러섰다.
그도 그럴 것이 얼굴에 붉은 피 칠갑을 한 신화가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고 있었기 때문이다.
흡사 공포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연쇄살인마를 보는 느낌이었다. 그것도 광기에 가득 찬.
“난 지금 이 모습까지도 충분히 멋지다고 생각한다. 이게 우리 리더의 내추럴한 모습이지.”
척!
엄지를 치켜세워 주는 최지혁의 모습에 신화가 기분 좋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잠깐 챙길 것 좀 챙길게요. 차원석은 곧 분배할 겁니다.”
신화가 잠시 동료의 전진을 제지하고는 베네라의 목을 받침대 삼아 그 위에 앉았다.
그리고 아공간에서 꺼낸 만월검으로 베네라의 안구 주변을 도려내기 시작했다.
목진우에게 얻은 만월검과 리연에게 얻은 적월검.
검사 각성자가 아니라서 자주 쓸 일은 없는 물건이지만, 절삭력만큼은 뛰어난 검이었다.
“음……. 매번 참, 괴기스러운 식사를 하게 되네. 내가 비위가 좋은 게 그나마 천만다행이야.”
신화는 물컹물컹하고 눈동자가 살아 있는 베네라의 ‘안구’를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왜 하늘은 먹지 않으면 재능을 흡수할 수 없게 만들었는지.
전생에 참 많이 원망했었다.
그나마 안구나 심장 따위를 생으로 먹는 것은 차라리 평범한 식사 축에 속했다.
냄새만 맡아도 끔찍한…….
‘아, 상상하지 말자. 그건 먹게 될 때 고민해도 늦지 않아. 강신화, 제발 떠올리지 마! 우욱……!’
머리는 거부해도 몸이 기억하는 것들. 신화는 문득 떠오른 옛 기억을 억지로 밀어내며 바로 베네라의 안구를 입 안에 삼켰다.
[섭취물 : 베네라의 안구] [적합도 : 50%] [하나의 안구를 더 섭취하여 적합도를 두 배로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베네라의 뛰어난 동체 시력은 당신에게 ‘다중 추적’의 재능을 전수할 것입니다.] [능력명 : 다중 추적]
혀를 통해 베네라의 안구에 대한 일차적인 분석이 끝났다.
‘눈 하나 잘못 날려 먹었으면 큰일 날 뻔했지.’
섭취를 통해 얻는 재능들 중에는 이렇게 짝을 맞춘 섭취를 요구할 경우가 많았다.
베네라의 안구도 두 개를 다 먹지 못하면, 적합도가 반 토막이 나서 기껏 힘들게 얻은 재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꿀꺽. 꿀꺽.
나머지 한쪽도 먹었다.
그러자 적합도가 바로 100%로 조정됐고, 신화는 미련 없이 재능을 받아들였다.
‘이제 두 놈에서 세 놈 정도의 움직임은 동시에 눈으로 좇을 수 있겠어.’
확실한 계산이 섰다.
애초에 일대일 전투에서는 뛰어난 시력과 감각을 바탕으로 상대의 움직임을 읽고 있던 신화였다.
한데 여기에다 다중 추적 재능까지 활용하면 일대 이, 일대 삼이어도 능히 동시 대응이 가능해졌다.
아울러 크루드를 죽이고 초월의 꽃까지 먹으면, 이러한 다중 수행 능력은 더욱 업그레이드된다.
‘뇌 개변이 각성자로서의 내 능력에 커다란 전환점을 마련해 줄 기회가 되겠지.’
기대도 됐다.
지금보다 더 강해질 수 있다는 계산이 확실하게 서서.
그리고 전생과는 비교조차 무의미할 정도의 급성장이 예상되기 때문에.
남들은 겨우겨우 100m를 달리고 있을 때, 혼자서 500m를 달리며 뒤를 돌아보는 느낌이라니…….
회귀를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이면 절대 공감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형.”
신화가 고개를 돌려, 이제 다음 ‘식사’의 주인공이 될 사람을 불렀다.
바로 최지혁.
아직 생기 가득한 선혈이 남아 있는 베네라는 최지혁을 자극할 수 있는 좋은 식사거리였다.
“저는 주변에 남은 새끼 거미가 없는지 체크해 볼게요.”
“저는 다음 동선 정탐 좀 미리.”
눈치껏 윤별이와 한소준이 자리를 피했다.
“신화야, 매번 이렇게 신경 써 줘서 고맙다. 내 특수성을 이해해 줘서 정말 고맙고.”
“뱀파이어가 뭐 어때서요? 필요하면 제 피도 드릴 수 있어요. 까짓것 헌혈하는 셈 치죠.”
“녀석, 농담도 참.”
“자, 만찬을 시작해 보죠. 일전에 말한 부작용은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죠?”
“……부디 그런 일이 없길 바라야지.”
입술을 샐쭉이는 최지혁을 보며 신화 역시 같은 생각을 했다.
아무리 긴급 의료, 구명이 목적이라고 해도 역시 남자끼리 입맞춤은…….
있어선 안 될 일이다.
하물며 최지혁의 직업을 고려한다면 더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