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78)
만렙 회귀자입니다만-178화(177/300)
제 178화
“뭐야, 푹 쉬라고 해 놓고 저렇게 땀 흘리고 있는 건 뭔데?”
“형님, 이거 완전 사기인데요?”
같은 시간에 공터에서 체력 훈련을 하기 위해 나온 최지혁과 한소준은 깜짝 놀랐다.
곤한 잠에 빠져 있을 줄 알았던 윤별이가 신화의 세심한 지도 속에 훈련 삼매경에 빠져 있어서였다.
겉으로 투덜거리기는 하였지만, 사실 팀원으로서 훈훈함이 느껴지는 광경이기도 했다.
“형님.”
“쉿. 조용히 하자. 신화랑 별이의 집중이 깨지지 않게.”
“예. 죄송합니다.”
울창한 나무 뒤로 숨은 최지혁과 한소준은 훈련의 현장을 유심히 살폈다.
스파르타식 훈련이었다.
“실패!”
타악!
“윽! 내가 실수했어. 마지막 공격을 망설였어.”
윤별이는 계속해서 신화를 죽일 듯이 노리고 있었고, 신화는 방어를 하는 입장이었다.
그녀의 공격이 실패할 때마다.
묵직한 강철봉의 형태로 변환한 신화의 오른팔이 윤별이의 복부를 쿡 찔렀다.
부상이 생길 정도는 아니었지만, 멍은 충분히 들 수 있는 강도의 찌르기였다.
이것은 공격이 무위로 돌아갔을 시 신화가 윤별이에게 학습시키는 고통이기도 했다.
“왜 공격을 망설여요? 지금 봐주는 거예요? 절대 착각하지 말아요. 누나 실력으로는 내 몸에 작은 흠집도 내지 못할 테니까.”
“……엄청난 자극인데?”
듣고 있던 최지혁은 놀랐다.
신화의 피드백은 듣는 입장에서 충분히 기분 나쁜 – 의도가 정확히 그랬다. – 지적이었다.
하지만 일견 맞는 말이라 윤별이는 부정할 수가 없었다.
“암살자와 망설임은 완벽한 상극이에요. 저 감정이 1g이라도 있으면 한계가 명확해지게 돼요. 본인이 설령 다치더라도, 상대의 목숨을 끊는다는 각오가 필요하다고요.”
“다시 해 볼게.”
“생각보다 많이 실망이네요. 이러면 당연히 푹 쉴 자격 없죠. 반성해야 합니다.”
신화의 거침없는 독설에 윤별이의 굳게 다문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신화는 칭찬에 인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사탕발림이나 예의상 하는 칭찬 따위는 하지 않았다.
게다가 상대의 내면을 자극하기 위해, 종종 악역을 자처하는 경우도 많았다.
승부욕이 강한 사람은 그런 식으로 자극을 하는 것만으로도 더 높은 집중력을 끌어낼 수 있어서였다.
신화가 볼 때, 윤별이는 전형적으로 승부욕이 강한 타입이었다. 단지 드러내지 않을 뿐이었다.
파앗! 후우욱!
따악!
“크윽!”
“다시!”
파팟! 팟! 파팟!
휘잉!
퍼억!
“아흑!”
“이번 시도는 좋았지만, 변수의 레퍼토리가 지금까지 썼던 것들의 조합이에요. 경험 많은 각성자면 누나는 지금 여기서 죽었어요.”
“……피드백 고마워.”
“고마우면 나를 더 흥분시켜 봐요. 죽을 것 같은 공포를 느끼게 하란 말이에요.”
“알았어.”
까드득.
독하게 이를 가는 그녀에게서 살기가 스멀스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맹훈련은 계속됐다.
그 이후.
관전하는 내내 최지혁과 한소준이 감탄한 것은 노림수가 늘어가는 윤별이의 모습도 있었지만.
그와 동시에 정신없이 파상공세로 쏟아붓는 윤별이의 공격을 모두 피해 내는 신화의 놀라운 대응력이었다.
정말 처음에 말했던 대로 신화의 몸에 작은 흠집도 못 냈다.
분명 최지혁과 한소준의 눈으로도 좇기 힘들 정도로 신속하고 빠른 윤별이의 일격필살이었으나!
신화는 마치 어린아이의 주먹질을 피하듯이 쉽게 거리를 벌리며, 피격을 조금도 허용하지 않았다.
“정말 대단하네요, 신화 형님.”
“그러니까 말이야. 특출 난 재능을 가진 A랭크 각성자라는 점까지 고려해도 너무 빨라.”
“어느 순간부터는 저도 추적이 거의 안 됩니다. 아시잖아요? 저도 힐 때문에 어지간히 대상을 눈으로 좇는 속도가 빠른 편인데…….”
“네 눈으로도 놓칠 정도면 신화의 움직임이 상상 그 이상이라는 얘기가 되겠지.”
“짐꾼이었던 신화 형님이 저렇게 바뀌게 된 계기가 도대체 뭘까요? 정말 항간에서 떠도는…….”
“그 ‘힘을 숨긴 찐따’니 뭐니 그거 얘기하려고 하는 거지, 너?”
“네. 다들 그러잖아요? 사는 게 재미가 없어, 형님이 일부러 힘없는 짐꾼인 척하고 살았다고.”
“마냥 헛소리로만 치부하기에는 확실히 신화의 변화가 너무 극적이긴 하지.”
“저런 분이 우리 동료, 우리 팀의 리더라서 참 다행입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일생일대의 은인을 꼽으라면 내게는 신화가 전부니까.”
최지혁이 하얀 머리를 쓸어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신부로서 최지혁에게는 삶의 중심이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신앙인으로서의 중심, 나머지는 각성자로서의 중심.
신앙이야 당연히 교적을 둔 성당에 있었고, 각성자로서의 중심점은 늘 신화에게 있었다.
그런 일이 없길 바라지만…….
혹시나 신화에게 불상사가 생기면 자신의 목숨을 담보 삼아 신화를 구할 생각도 늘 했었다.
충동이 아니라 아주 오래된, 신념과 결의처럼 굳어진 생각이었다.
“더 강하게!”
“틀렸어요!”
“그렇게 지나치게 하단을 노려 버리면, 상단이 이렇게 비잖아요!”
“죽을 각오로 하라고는 했지만, 개죽음을 당할 생각으로 덤비라고 한 건 아닌데요.”
이후로도 신화의 피드백은 끊이질 않았고, 두 사람은 숨을 죽이며 그 광경을 살폈다.
창과 방패.
그 훈련의 현장은 보는 것만으로도 눈을 탁 트이게 하는 아주 좋은 교본이었다.
* * *
그날 정오.
“크허어어…….”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윤별이는 곤한 잠에 빠져 들었다.
옆자리에 앉자마자 몸을 의자에 기댄 그녀는 딱 1초 만에 꿈나라로 떠나 버렸다.
새벽녘 훈련이 정말 하드 트레이닝이기는 했다.
솔직히 중간에 퍼질 줄 알았는데 저렇게 버텨 낸 것을 보면 정신력 하나는 인정해도 좋을 것 같았다.
‘확실히 센스가 좋아.’
일부러 독설 위주로 자극하면서 훈련을 풀어 나가긴 했지만 그녀의 실력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굳이 말하자면, 현재 랭크인 B보다 훨씬 높은 A랭크 수준의 예리함을 보였다.
여기에 노림수만 꼼꼼히 장착해 주면, 경우에 따라 S랭크의 목숨도 충분히 노릴 수 있을 것이다.
‘어디 보자…….’
새벽에 잠들기 전에 노트에 정리해 둔 내용을 봤다.
<카트라 : 아일라를 통해 골든 스카이 길드와 연계해서 대량으로 확보. 대신 일부 물량 약속>
<식별 안경 재료 : 마리나를 통해서 WSA에게 공략 허가 요청. 적절한 판매 상품 던져 줄 것.>
<극상급 차원석 : ‘스페셜 슈트’ 제작. 가장 시급한 과제. 상위 던전에서 반드시 필요함.>
은퇴를 꿈꾸는 남자의 노트라고 보기에는 온통 해야 할 일거리로만 가득 찬 상황.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언젠가는 이 노트에 뭘 하고 놀지, 어떤 유흥 거리를 만들어 낼지 그 고민을 적을 날이 올 거라고.
‘귀국하는 대로 황석철부터 만나야겠다. 스페셜 슈트 제작을 더 이상 미루면 안 되겠어.’
갈수록 나와 우리 팀이 추구하는 던전의 공략 난이도가 점점 높아지는 상황.
대미지 딜링과 탱킹을 모두 능수능란하게 해내려면 지금의 슈트로는 어림없었다.
“휴우우…….”
절로 터져 나오는 한숨.
간밤에 훈련에 굵은 땀을 흘린 탓인지 몸이 피로하고 나른했다.
잘 땐 자야지.
안대를 찬 나는 옆에 있는 윤별이와 함께 곤한 잠에 빠졌다.
* * *
-신화! 신화아아아아!
집에 돌아오자마자 나를 반긴 것은 평소보다 더 살갑게 나를 맞이하는 샤미의 모습이었다.
이 녀석 뭔가 이상한데?
“친구 불렀냐?”
– 우웅? 그게 무슨 소리야?
천연덕스럽게 시치미를 떼는 샤미의 뒷덜미를 움켜쥐고는 바닥에 희미하게 남은 흔적을 가리켰다.
샤미와는 조금 다른 젤리 모양.
다른 고양이가 왔다 갔다.
“내 눈은 못 속이지.”
-아앗! 그, 그게…….
“뭐, 상관없기는 한데. 이왕이면 나 있을 때 불러. 그래야 맛있는 것도 챙겨 주지.”
-응, 알았어! 고마워, 신화!
집에 오니 반겨 주는 고양이도 있고, 내 집이라 마음도 편했다.
나는 천생 집돌이 체질이다.
여독을 풀기 위해 소파에 드러누운 나는 중력의 이끌림에 몸을 맡긴 채, 페이스그램을 켰다.
한데 바로 그때.
[gabriel0617 : Shinhwa-Kang, I kill u.]내가 최근에 올려놓은 글에 누군가가 마지막으로 남겨 놓은 메시지가 있었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나름 ‘유명인 계정’이라 좋은 말들만 댓글에 달리는 편인데.
이 녀석만큼은 짧은 멘트에 적개심을 잔뜩 담아 놓았다.
호기심이 일었다.
웬만해선 들어가지 않는 프로필을 타고 들어가 보니.
리벤저스 문양이 새겨진 모자와 제복을 입은 채, 얼굴 절반을 가리고 있는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피곤한 놈들이네. 쯧.”
혀를 찼다.
가짜 계정일 수도 있고.
혹은 정말 리벤저스 일원이 남긴 메시지일 수도 있었다.
“와라. 너 같은 쭉정이는 한 트럭이 와도 죽을 때까지 두들겨 패 줄 수 있으니까.”
이런 협박을 두려워할 생각이었으면, 애초에 지금처럼 활동하지도 않았겠지.
어쨌든 ‘미친놈’ 때문에 다시금 리벤저스에 대한 생각을 하기는 했다.
세상이 정의와 선의로만 가득하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애석하게도 각성자의 세계는 선과 악의 대립이 첨예하다.
특히 훗날 레체로에게 협력하게 되는 중국 3대 적폐 길드, 러시아의 프라우다, 그리고 리벤저스.
여기에 속내를 알 수 없는 WSA와 사도 일라이저가 이끄는 일라이저 그룹도 골칫거리다.
“이 망할 X의 회귀…….”
결론은 늘 이런 식이었다.
조용히 은퇴하기에는 내 앞길을 방해할 것만 같은 ‘빌런’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내게 재주가 있다면 정말 회귀하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
쉰여섯의 나이여도 상관없으니까 말이다. 나, 다시 돌아갈래. 진짜……!
* * *
그날 밤.
따각따각. 따각따각.
황석철의 제작소는 늘 그랬듯이 연구에 열중인 그가 내는 연장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이것 참, 연구할 시간이 많아져서 좋긴 한데…… 그래도 너무 적적하구먼.”
황석철은 오늘 하루 내내 방문자 하나 없는 로비를 보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요즘 추세였다.
양화 그룹에서도 보급형 슈트 개발이 완료되면서 저가의 슈트가 시장에 유통되는 중이었고.
특히 독일의 세르겐 사(社)에서 개발한 슈트가 외관이 멋있고 화려하면서 가격이 저렴하여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황석철의 슈트는 100% 수제인 데다 제작 단가가 동일 조건에 비해 비싸서 점점 의뢰가 줄어드는 상황이었다.
“오늘따라 유독 보고 싶구먼.”
황석철은 신화를 떠올렸다.
그래도 오래된 단골이 황석철에게 연락을 해 주는 것은 신화 덕분에 개선된 슈트 성능 덕분이었다.
한데 바로 그때.
딸랑딸랑!
문에 달아 둔 종이 울림과 동시에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던 것처럼 반가운 사람이 나타났다.
신화였다!
“오! 마침 손님을 생각하고 있던 차에! 이런 반가운 일이!”
황석철은 반가운 마음에 작업화를 갈아 신을 틈도 없이 단숨에 달려 나가 신화를 맞이했다.
바로 그때.
신화는 반갑게 달려오는 황석철을 향해, 난생처음 보는 차원석을 꺼내 보였다.
크고, 아름답고, 영롱한.
최상급 차원석을 뛰어넘는 폭발적인 마력이 느껴지는 새로운 차원석이었다.
수많은 차원석을 다뤄 본 황석철도 지금껏 본 적 없는 새로운 형태였다.
그리고.
신화가 힘주어 말했다.
“오늘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가장 특별한 슈트를 만들기 위해서 장인을 찾아왔습니다.”
“……!”
심금을 울리는 한마디!
황석철의 의욕이 순간 맹렬히 솟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