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80)
만렙 회귀자입니다만-180화(179/300)
제 180화
얼마 후.
‘미쳤군, 미쳤어……. 이게 극상급 차원석의 힘이란 말인가?’
황석철은 엄청난 맹공을 받고도 멀쩡한 더미의 얼굴을 보며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완벽했다.
약간의 세공으로 방어형 역장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안배한 효과는 확실했다.
‘마력 총량이 최상급 차원석의 최소 10배는 되는 듯해. 안면 방어를 활성화한 상태에서도 다른 부위의 안정성이 그대로야.’
다른 슈트에서도 물론 안면 방어를 활성화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런 만큼 몸을 방어할 마력을 끌어다 쓰기에 다른 곳의 내구성이 떨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극상급 차원석은 모든 부위를 커버하고도 모자람이 없을 정도로 마력이 풍부한 것이 강점이었다.
‘혁명이다, 진짜. 도대체 강신화 씨는 이 차원석을 어디서 어떤 방법으로 얻은 것일까?’
같은 각성자로서 황석철이 갖게 되는 자연스러운 호기심이었다.
새삼 신화의 특별함을 다시금 느끼게 되는 황석철이었다.
이런 신선한 자극과 충격을 주는 사람이기에 내심 그를 기다렸던 것일지도 모른다.
연신 놀라는 황석철과 달리 팔짱을 낀 채로 지켜보는 신화의 표정은 무덤덤해 보였다.
이미 예상했다는 듯, 결과에 놀라기보다 챙겨 온 노트에 실험값을 하나하나 정리해 가는 모습이었다.
황석철이 물었다.
“놀랍지 않으십니까?”
“아직 실험이 다 끝난 건 아니니까요. 접합부 테스트도 해야 합니다. 거기도 취약 부분이잖아요?”
“그렇긴 합니다. 참,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정말 신문물을 접하는 느낌입니다.”
“있는 그대로 보고 느끼시면 되는 겁니다. 너무 크게 놀라실 것 없어요.”
대수롭지 않은 듯 여기는 신화의 반응이 황석철은 더욱 놀라웠다.
당장 각성자의 세계에 보고를 하더라도 일대 혁명을 일으킬 차원석과 슈트가 등장한 상황!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강신화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대격변 이후로 꾸준하게 각성자의 세계에서 ‘장인’이라고 불린 황석철이었다.
그의 손길을 스쳐 간 네임드 각성자는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로 많았다.
하지만 그들과 비교해도 신화의 특출함에는 압도적인 차이가 있었다. 마치 미래 지식이 있는 느낌.
‘강신화, 강신화…….’
그래서일까.
감탄하며 자꾸 그의 이름만 되뇌게 되는 황석철이었다.
* * *
모든 테스트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압사 테스트. 안면부 강타 테스트. 접합부 강타 테스트. 다중 공격 방어 테스트.
시제품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의 내구성을 보여 줬다. 만족했다는 뜻이다.
시제품이 이 정도라면, 황석철이 공들여 만들 완제품은 이것보다 훨씬 더 성능이 좋을 것이다.
‘아무렴. 투자금이 얼마인데?’
방금 실험으로 110억 원의 투자 비용이 고스란히 한 줌의 먼지가 되어 버렸다.
스르륵.
황석철은 가루가 된 극상급 차원석과 천 쪼가리가 된 스페셜 슈트를 휴지통에 넣는 중이었다.
“스페셜 슈트 정도라면 전신을 보호할 수 있어 일대 혁명이 될 것 같습니다. 생존율이 크게 올라갈 겁니다.”
“맞습니다. 제가 가장 원하고 있는 바이기도 하죠.”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 슈트가 있으면 나는 물론이고, 팀원들의 생존력도 대폭 높일 수 있었다.
시중에 판매용으로 출시하기만 해도 부르는 게 값일 가능성이 매우 컸다.
‘최대 가속 상태의 윌슨과 마력 방출까지 한 차례 버텨 낼 정도면 말 다했다고 봐야지.’
내가 뽑아낼 수 있는 최대 화력도 버텨 낸 슈트다.
그렇다면 슈트의 내구성이 다한 뒤에 죽을지언정, 슈트를 입은 채로 죽는 일은 없을 터였다.
‘일단 20벌만 제작하자.’
현재 남은 극상급 차원석의 개수는 총 28개. 만약을 대비해 8개는 남겨 둘 생각이다.
극상급 차원석은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차원석이 아니라서였다.
현재로서는 더미 던전을 찾아야 겨우 구할 수 있는데, 더미 던전 자체가 많지 않았다.
물론 내가 모르는 더미 던전이 많다는 사실도 알고 있긴 하지만.
스페셜 슈트 20벌을 제작하고.
3벌은 각각 윤별이, 최지혁, 한소준에게 ‘대여’해 줄 작정이다.
할부로 판매할 생각도 있었다. 물론 그에 준하는 전리품의 양보를 약속받고 말이다.
무조건적인 호의보다는 의미 있는 주고받음이 있을 때, 그에 따른 책임감도 더욱 커지는 법이니까.
‘그리고 나머지 10벌은 내가 장기적으로 활용할 여분으로 남겨 두고, 나머지 7벌 정도만 팔면 되겠군.’
적당한 계산이 섰다.
사전 테스트 영상은 미리 찍어 뒀다. 굳이 시연하지 않아도 영상으로 충분히 대체될 것이다.
가격은 원가의 최소 두 배.
기본 제작 단가만 최소 200억 원을 예상하는 만큼 경매 시작가는 400억 원 정도가 될 터였다.
‘지난번 마력 포션 때처럼 쇼케이스를 하면 가격이 더 치솟을 거다. 경쟁이 붙을 테니까.’
계획은 다 있었다.
일대 혁명이라고 불러도 이상할 게 없는 신제품이 나오면, 폭발적인 수요 때문에 거품이 끼기 마련.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돈을 더 끌어모을 생각이다.
그리고 조건만 잘 맞으면, 크리비아 아일랜드 옆에 있는 율리아네스 섬까지 구입할 계획이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소규모 섬의 연결 형태인 크리비아 아일랜드로는 성에 안 찰 것 같다.
외부에 손을 벌리지 않고도 의식주와 전력까지 자급자족을 하려면, 율리아네스 섬은 필수였다.
‘스케일이 점점 커지는구먼.’
아무래도 좋았다.
여전히 불안 요소들이 산재해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은퇴 계획을 취소할 생각은 없었다.
할 일은 할 일대로 착실하게 하고! 떠날 시기는 시기대로 준비하는 것이다. 이른바 투 트랙인 셈이다.
“황석철 님.”
“예?”
“시제품 설계도가 아닌, 아까 논의했던 완제품 설계도로 해서 20벌을 제작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예? 20벌이나요? 그러면 제작 단가만…….”
“차원석을 제외해도 2000억 원이 더 들어가죠. 제가 부담하겠습니다. 게다가 1벌당 제작비 10억 원을 약속드리겠습니다.”
“이거, 이거……. 아예 장기 휴업을 하라는 무언의 압박 아닙니까? 하하하.”
“첫 4벌만 빠르게 제작해 주시면 됩니다. 나머지 16벌은 천천히 만들어 주셔도 상관없습니다.”
“아닙니다! 어차피 요즘 일감도 뚝 끊긴 데다 주문 판매도 벌써 일주일째 없어요. 좋은 핑계가 생겼으니 휴업 좀 해야겠습니다.”
황석철은 손바닥을 비벼 가며 눈빛을 밝히는 모양새가 이미 새 슈트의 매력이 푹 빠진 듯했다.
그의 속마음과 무관하게 제작에 대한 열정만큼은 확실하게 믿을 수 있었다.
그는 혼신의 힘을 다해 최고의 슈트를 만들어 줄 것이다. 그리고 난 그에 걸맞은 보상과 지원을 할 테고.
그리고 바로.
주문 제작 계약을 체결했다.
희귀 재료인 극상급 차원석 20개를 활용한 ‘스페셜 슈트’ 20벌을 제작하는 대형 계약이었다.
머지않은 시일 내에 각성자 세계에 일대 혁명을 일으킬 제작은 그렇게 시작됐다.
* * *
-3월 31일까지 제작 예정인 마력 포션까지 포함해 강화 포션 판매는 다 끝났어.
“총액은요? 수수료와 세금, 누나 인센티브까지 제하고 순수익 입금만 말해 줘요.”
-2020억 8375만 6320원.
“내가 물어볼 줄 알고 미리 계산해 놨어요?”
-너는 결과만 듣는 걸 좋아하잖아? 다 준비해 놨지.
“알았어요. 정말 고생했어요, 누나. 물량 준비는 문제없으니까 걱정 말고, 수령 일정만 잡아 줘요.”
-알겠어. 그럼 3월 31일까지는 예고한 대로 푹 쉬는 거지? 집에서?
“어떻게 쉴지는 생각해 볼 건데, 3월 31일까지 팀 차원에서 움직일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
-오케이. 지혁 오빠와 소준이에게도 전해 둘게.
“부탁해요, 그럼.”
예정됐던 윤별이와의 통화를 끝내자마자 나는 스마트폰의 전원을 끄고 소파에 누웠다.
이제 마지막 일이 끝났다.
3월 31일까지는!
그 누구와 연락도 하지 않고 오로지 나만의 시간을 보낼 작정이다.
빠른 은퇴는 언감생심 꿈도 못 꾸게 되어 버렸으니, 짧은 휴가를 짧은 은퇴 셈 치려는 생각이다.
참…… 정신 승리도 이런 정신 승리가 없다.
그래도 너덜너덜해진 머리에 휴식을 주려면 이 방법밖에는 없지 싶다.
중력에 몸을 맡기고 깊게 가라앉는 소파에 몸을 눕힌 나는.
아무 생각 없이 TV를 틀었다.
보려고 틀어 놓은 게 아니라, 적적한 집 안에 적당한 소음을 만들기 위해 켜 두는 TV였다.
“양화 길드를 중심으로 재편된 대한민국 각성자 세계의 질서는 빠르게 안정화를 찾고 있습니다.
양화 길드의 서예희 길드 마스터는 더욱 확실한 치안 유지를 위해 KSA와 전방위적인 협력을 할 것이라고 공언했습니다.”
“오늘 정오, 양화 그룹의 진성태 회장과 KSA의 이하성 본부장의 비밀 회동이 있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동에서 양화 그룹이 다수의 이권을 약속받고, KSA에 협력하는 형태의…….”
“나 없이도 바쁘게 정신없이 잘 돌아가는구먼? 좋아, 이런 그림이라면 아주 좋지.”
마침 TV에서 나온 소식은 훈훈한 뉴스였다.
국내 길드의 질서는 양화 길드의 깃발 아래 빠르게 정리가 되어 가고 있는 듯했다.
김재림이 이끌었던 혜화 길드원 대다수도 양화 길드에서 흡수했다.
게다가 진보미를 통해 들은 소식에 따르면, 서예희와 윤태호의 랭크 업이 있었다고 한다.
예상했던 대로다.
길드 마스터, 부길드 마스터의 랭크가 한 단계씩 더 올라갔으니! 길드의 결속력도 더욱 강해질 터였다.
“역시 우리나라가 좋은 나라지.”
적어도 국내에서만큼은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 편할 것 같았다.
물론 다수의 블랙 존과 각지에서 발호하는 범죄 조직은 여전히 큰 골칫거리이지만 말이다.
한데 바로 그때.
띠딕. 띠딕. 띠리리링.
-신화! 신화!
현관문이 열리며 산책을 나갔던 샤미가 헐레벌떡 들어와서는 내게 달려왔다.
“왜? 뭐에 쫓기는 사람, 아니 고양이처럼 이리 급해?”
-신화! 지금 엄청 신기한 것을 발견했어! 클로이가 신기한 걸 구경시켜 줬어!
“클로이가 누군데?”
-상상 공원에 사는 길고양이! 가자! 얼른 나가 보자!
고양이들에게 신기해 봤자 뭐 그리 대단한 걸까 싶어서 나는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샤미가 단숨에 내 가슴팍 위로 올라타서는 열심히 앞발로 내 면티를 잡아당겼다.
“뭔데 그래? 나 쉬고 싶어. 어지간한 일로는 밖에 나가고 싶지도 않다.”
샤미를 조심스럽게 밀쳐냈다.
전에 씻지도 않은 손으로 샤미의 얼굴을 밀어냈다가 얼마나 많은 ‘냥 펀치’를 맞았는지 모른다.
-신화! 내가 시시한 걸 가지고 나가자고 재촉하겠어? 날 그렇게 못 믿어?
“…….”
하긴 샤미가 허튼소리를 한 적이 없기는 하다. 몸만 고양이지 생각하고 판단하는 건 사람이니까.
-진짜 안 갈 거야?
날을 잔뜩 세운 발톱을 보이는 녀석의 모습을 보니, 여간 신기한 것이 아니긴 한 모양.
“만약에 가 봤는데 별거 아니면 특제 츄르 일주일 압수다. 알지?”
-일주일이 아니라 1년을 압수해도 돼. 그러니까 얼른 좀 따라와 봐!
“도대체 뭐길래 이리 바빠?”
-차원문! 어제까지 없던 차원문이 생겼단 말이야!
“뭐?”
그 순간.
나는 직감할 수 있었다.
츄르 압수는커녕, 1년 내내 샤미에게 츄르를 줘도 모자랄 만한 특별한 일이 생겼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