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81)
만렙 회귀자입니다만-181화(180/300)
제 181화
정체불명의, 알려지지 않은, 의문의, 비밀스런, 신기한.
이런 수식어들은 나를 흥분시키는 단어 중 하나다.
아무래도 회귀자이다 보니 어지간한 것은 다 아는 범주에 들어가는 탓이다.
물론 알지 못한다는 것은 불확실성과 불안을 내포하는 것이긴 하다.
그러나 모든 것이 내 생각대로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나에게 줄 수 있는 신선한 충격도 됐다.
샤미가 물어 온 소식은 바로 그런 것이었다. 호기심과 관심을 유발하는 소식!
집 밖으로 나가자.
애오옹!
샤미를 기다리고 있던 길고양이 클로이가 반갑게 맞이했다.
샤미가 연신 클로이의 정수리를 쓰다듬어 주는 것을 보니, 녀석이 그것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나는 조용히 두 고양이를 따라 움직였다.
차원문이 있다는 장소는 생각보다 집에서 멀었다.
재개발이 한창 진행 중인 공사터 인근까지 가야 했던 것이다. 집에서 약 1km 떨어진 거리였다.
그곳에 도착한 샤미와 클로이는 잽싸게 열려 있는 맨홀 아래로 쑥 내려갔다.
‘하수관 쪽에 차원문이 있는 건가? 하지만 쉽게 발견될 위치면 신고가 들어갈 수도 있을 텐데.’
약간의 의문과 함께 계속 샤미의 뒤를 따라갔다.
그렇게 얼마나 들어갔을까?
현대식 하수관이 아닌 어림짐작으로도 5, 60년은 족히 된 듯 보이는 옛 하수관이 나타났다.
‘아, 옛날에 만든 하수관을 굳이 건드릴 필요가 없으니 그대로 두고, 새 하수관을 만든 거구나.’
하수관 시공은 이렇게 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예전 하수관도 견고하게 잘 만들어져 있어 굳이 손댈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윽, 냄새! 콜록! 콜록!
하수관의 특성상 역겨운 냄새가 피어오를 수밖에 없는 탓에 샤미가 몇 번이고 재채기를 했다.
전생에 수많은 오물과 시체 더미 속을 뒹구는 게 일상이었던 터라, 나는 별다른 감흥 없었다.
“샤미, 클로이, 괜찮아?”
-응! 그냥 냄새가 좀 독할 뿐이지, 괜찮아! 그것보다 얼른 신화를 데려가고 싶어!
“클로이는 뭐래?”
-만약에 쓸 만한 차원문이 맞다면 자기도 특제 츄르를 좀 나눠 달래! 보상은 커야 하지 않겠냐며!
아…… 그렇구나.
하긴 길고양이에게 맛좋은 음식만큼 큰 보상이 어디 있을까.
녀석의 눈높이에 맞춰 생각해 보니 특제 츄르만큼, 완벽한 포상도 없겠지 싶었다.
생각보다 더 깊이 들어갔다.
도심 지하의 세계에 어지간히 관심이 많지 않은 한 절대 찾아낼 수 없을 위치였다.
오면서 미로 같은 갈림길을 모두 기억했기에 망정이지, 아니면 되돌아 나갈 방법도 몰랐을 터였다.
-신화! 여기! 여기야!
“어디?”
-여기, 왼쪽으로 멍청아! 어딜 가고 있는 거야?
잠깐 갈피를 못 잡고 헤매는 사이, 샤미로부터 멍청이라는 말까지 들었다.
이상하다. 이 말은 얼마 전에 내가 니콜라스에게 썼던 수식어 같기도 한데.
어쨌든 샤미의 말대로 갈림길의 왼쪽으로 들어서는 순간.
“아!”
나는 볼 수 있었다.
연녹색의 빛깔을 띠며 고유의 차원 에너지를 뿜어내는 차원문을.
볼 것도 없이 여기는 일회성 공략 던전인 더미 던전이었다.
새로이 차원문이 생겼음에도 아웃브레이크가 일어나지 않았으며, 색깔도 특이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전에 북대전 블랙 존에서 공략했던 더미 던전의 외형과도 비슷했다.
-맞지, 이거! 새로운 차원문! 신기한 곳, 맞지?
“응, 맞아. 도대체 어떻게 여기까지 와서 이런 걸 찾아낸 거야?”
-클로이가 지하 대장이야! 이 도시의 하수도 내부 지리는 훤히 알고 있대!
“정말 큰일을 해냈구나! 멋지다, 클로이! 그럼 내가 이 차원문을 들어가 봐도 될까?”
나는 정중하게 첫 발견자, 아니 발견묘(猫)에게 동의를 구했다.
녀석이 아무리 고양이라고는 하지만, 어쨌든 신세계를 처음 발견한 존재니까.
애오옹! 와옹!
그러자 클로이가 허공에 열심히 앞발로 원투 펀치를 하면서 열변을 토했다.
전담 통역사 샤미의 통역이 바로 이뤄졌다.
-멋지게 안에 있는 나쁜 놈들을 다 죽여 달래! 그리고 자신에게 특제 츄르를 약속하래!
“좋아. 공략 끝나고 나면, 샤미 네가 여기에 머무는 한 매일 츄르 한 주먹씩은 꼭 주겠다고 해 줘.”
이어서 샤미가 클로이의 귓가에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뒷말을 이어 가자.
애옹!
-아주 좋대! 그 거래를 기분 좋게 받아 주겠대!
“좋아. 샤미, 클로이, 정말 고생했어. 내부는 위험하니까 나 혼자 들어가 볼게.”
-신화, 혹시 내가 괜한 정보를 물어온 건 아니지?
“전혀. 내가 원하는 것이 바로 이런 식의 특별한 던전이야. 알아와 줘서 고마워.”
-신화가 좋아하니, 나도 좋아!
“얼른 마무리 짓고 나갈게. 우리 집이든 아니면 공원에서든 기다려 줘. 알겠지?”
-응! 그럼 바로 간다?
“얼른 가. 오래 있어 봤자 털에 안 좋은 냄새만 잔뜩 밸 거야.”
-신화, 빨리 와야 해!
“걱정 말라니까. 어서 가.”
샤미와 클로이가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빠르게 멀어져 갔다.
정말 고마웠다.
샤미를 각성시켜 둔 것이 이렇게 생각지도 않은 행운이 되어 내게 돌아올 줄이야.
앞으로도 샤미의 쓰임새는 계속 고민해서 만들어 갈 예정이다.
특히 최근 녀석을 시켜서 주변의 모든 야생동물에게 말을 걸어 보라고 시킨 상태였다.
녀석처럼 레체로의 저주를 받고 나스 대륙에서 추방된 ‘희생양’이 또 있을 수도 있으니까.
어떤 형태로든 단서 수집을 게을리 하지 않을 작정이다.
“뭐가 있을까?”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호기심에 입맛을 연신 다시며, 나는 차원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들어가 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더미 던전은 대개 위험 변수보다는 기분 좋은 변수가 많은 곳이다.
나는 샤미와 클로이 덕분에 보물섬을 발견한 듯한 설레는 마음으로 기분 좋게 안으로 들어섰다.
“와…….”
안으로 들어선 나를 반긴 것은 끝없이 펼쳐져 있는 푸른 식물의 향연이었다.
잡초같이 쓸모없는 식물만 나풀거리는 것이 아니라, 의미가 있는 식물들도 상당히 많았다.
반면에 불청객의 존재를 감지하고 나타날 법도 한 몬스터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무혈입성인가?”
더미 던전 중에는 확률은 낮지만 몬스터가 전혀 없는 경우도 있기는 했다.
혹은 보스 몬스터만이 유일하게 던전 내부에 거주하고 있는 동물류 몬스터인 경우도 있었고.
“오, 근력초!”
가장 가까운 곳에서 발견한 것은 근력초였다.
정식 명칭으로는 아트로나스 데 벨라카벨라…… 였던가?
워낙 이름이 길어서 우리나라에서는 근력초라는 약칭으로 불린다. 직관적인 단어이기도 하고.
“생각보다 많네. 이 정도의 양이면 다 뽑아 먹고 나서 근육 개변을 시도해도 될 것 같은데?”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간 다양한 육체 개변을 했다.
개변은 기본적으로 해당 부위의 근육까지 간접적으로 개변을 시켜 준다.
그래서 디테일하게 근육만을 지정해서 개변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무엇보다 개변에 꼭 필요한 매개체인 ‘근력초’가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시중에서 파는 것도 아니었기에 직접 관련 던전을 공략하지 않는 한 얻을 수 없었다.
“지금도 전신 대부분이 개변으로 강화되어 있기는 하지만 세부적으로는 누락된 근육도 있긴 하지.”
몸에 있는 모든 근육을 대상으로 본다면, 현재 상태가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아무리 높게 잡아도 50% 정도.
즉, 근육 개변을 완벽히 하면.
지금 상태와 비교했을 때, 2배 이상 근력을 확실히 낼 수 있다. 최소한으로 잡아도 말이다.
이게 진정한 오버 파워다.
그도 그럴 것이 근육 개변은 마력의 증가는 거의 없는데, 몸에는 큰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랭크만 보면 당연히 그대로겠지만, 상대가 체감할 파괴력은 확실히 더 커진 셈이다.
“샤미, 이 복덩어리!”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나도 쉽사리 찾을 수 없는 기연을 찾아 준 느낌이라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박씨를 물어 온 제비처럼 행운을 물어다 준 고양이라고 하면 적절한 표현일까?
나와 함께하게 된 이후.
스스로의 처지를 슬퍼하거나 비관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내고 있는 것이 고마웠다.
우적우적. 쩝쩝.
나는 근력초들을 닥치는 대로 뽑아서는 입에 쑤셔 넣기 시작했다.
개변한 위장이야 소화 능력이 넉넉하니, 여기에 있는 근력초를 모조리 먹는다고 해도 간에 기별도 안 갈 터.
근력초 특유의 알싸하고 매운맛이 느껴지긴 하지만, 그래 봤자 캡사이신에 비하면 어린아이 수준.
나는 미리 준비해 온 물과 함께 근력초를 씹어 먹으며, 빠르게 푸른 풀밭을 초토화(?)해 나갔다.
얼마 후.
“좋아. 기본은 확실하게 마련됐네. 이제 불을 붙여 볼까?”
나는 그동안 외부 요인으로 인해 미뤄 왔던 근육 개변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과정이 단순하면서 금방 끝나는 다른 신체 개변과 달리.
근육의 개변은 안전성은 높지만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었다.
그래서 개변을 위해 필요한 마력을 불어넣은 상태로 전신이 천천히 변하기를 기다려야 했다.
어차피 더미 던전을 탐색 차원에서 돌아봐야 하는 것도 있으니, 기다림은 지루하지 않을 듯했다.
“어우……. 불끈불끈하네.”
나는 이동하는 내내 근육의 알갱이 하나하나가 단단해지는 느낌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뭔가 지금의 상황에서 힘이 들어가서는 안 되는 부위까지 힘이 쭉쭉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세포 단위에서부터 근육이 착실하게 변해 가는 느낌.
정말 좋았다!
직관적으로 강해지는 느낌이 여실히 들었기 때문이다.
“어? 이 녀석도 여기에 있어?”
시선이 한 군데서 멈췄다.
약초 아르케네스.
집중력을 최소 2배 이상 강화하면서 동시에 고통을 50% 이상 경감시켜 주는 약초다.
집중력 향상과 진통 효과를 동시에 잡아낼 수 있는 완벽한 자연산 약초인 셈.
사실 시중에 이런 효과를 가지고 있는 약물은 제법 유통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해당 약물들이 전부 의존성이 있고 금단현상이 매우 심각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호기심에 딱 한 번만 약물의 맛을 봤을 뿐인데도 금단현상으로 고생하는 각성자들이 많았다.
아르케네스는 자연산으로 무해한 약초라서 의존성이 전혀 없었다.
게다가 예전에 괌에서 얻은 식물 마도나스와 그레이 하귀드 수액을 섞은 혼합 포션을 만들면?
‘각성, 집중, 진통의 효과를 모두 포함하고 있는 자연산 도핑 물약을 만들 수 있어.’
그럴듯한 계산이 섰다.
판매용으로 하기보다는 팀 도핑용으로 제격일 듯했다.
중독성이 없어 무한정 먹더라도 몸에 아무런 이상이 없으니까.
아마 혼합 포션을 만들어 복용하면, 우리 팀원 전체의 전투력도 최소 50% 이상 향상될 것이다.
거기에다 강화 포션의 시너지까지 더하면…… 나뿐만이 아니라 모두 오버 파워가 가능해지는 셈.
그리고 가장 큰 장점은 이런 도핑에도 불구하고, 인체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점이고 말이다.
“이거 온종일 캐도 끝이 없겠는데?”
끝없이 펼쳐진 희귀 식물의 향연을 보니, 가슴이 벅차올라 웅장해지는 느낌이었다.
그야말로 노다지!
나는 낫의 형태로 바꾼 오른팔을 이용해 열심히 식물들을 베어 가며, 재료 확보에 들어갔다.
한데 바로 그때.
-누가…… 짐의 영원한 안식을 방해하는가?
“어?”
구르르르릉!
분명히 방금 전까지만 해도 편평한 들판이라고 생각했던 지면이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뚝 솟은 거대한 나무일 뿐이라고 여겼던 녀석이.
깜빡. 깜빡.
두 눈을 깜빡이기 시작했다.
“젠장.”
어쩐지 일이 너무 쉽게 흘러간다고 했더니. 나도 모르게 잠자는 보스 몬스터의 코털을 건드린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