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84)
만렙 회귀자입니다만-184화(183/300)
제 184화
그로부터 세 시간 후.
‘망할, 내 팔자야.’
계획대로였으면 집에서 잠을 더 자든가 아니면 TV나 보면서 푹 쉬고 있었을 원래의 계획과 달리.
<행복의 도시, 충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들어오는 순간, 누구의 목숨도, 안전도 보장할 수 없을 것이다.>
충주 블랙 존에 도착했다.
눈앞에서 나를 반기는 것은 예전에 만들어진 팻말과 그와 더불어 세워진 누군가의 협박이었다.
‘충주 블랙 존이야 전생에도 흑십자단 소탕 건 때문에 몇 번이고 드나들었으니 내 손바닥 안인데.’
나는 주변이 온통 검붉은 연막으로 가득한 충주 블랙 존 일대를 보며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진입 자체는 문제 될 것이 없었다. 여기는 특수한 장비가 있어야 시야 확보가 되지만, 나는 예외다.
다만.
“후우.”
가슴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천불 같은 분노가 있었다.
애초에 이하성의 전화가 걸려왔을 때부터 느꼈던 불길한 예감은 역시 틀리지 않았다.
휴식을 방해했다는 사실에 감정적으로 화가 나기는 했지만, 이성적으로는 차분한 상태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하성이 도움을 요청한 부분이 바로 흑십자단, 남해단과의 전쟁이었기 때문이다.
범죄와의 전쟁.
전생이라면 지금으로부터 10년은 한참 지난 후에 벌어질 ‘작전’이 벌써 시작된 것이다.
좋은 조짐이었다.
전생에는 홍연, 청연 길드의 내란이 성공하면서 KSA가 식물 조직으로 전락하게 돼 버리지만.
지금은 양화 길드와 완벽한 협력 관계 속에 국내 각성자 세계의 질서를 꽉 잡고 있어서다.
추진력 좋기로 유명한 이하성은 지금이야말로 두 범죄 조직을 궤멸시키기에 적절하다고 보는 듯했다.
‘그래, 빨리 정리하는 게 좋지.’
내가 바꾼 미래로 선순환이 시작됐다면, 그 흐름을 계속 이어 가는 것이 좋다.
특히 흑십자단, 남해단은 훗날 중국 3대 적폐는 물론, 리벤저스의 관심까지 받게 되기 때문이다.
국내 치안을 몹시 불안정하게 만드는 주범이 된다.
주천호는 말할 것도 없이 골치 아픈 악당이 되어 집요하게 KSA를 괴롭히고 말이다.
‘뭐…… 독자적 행동권에 전리품 획득권까지 모두 약속받았으니 손해 볼 건 없어.’
정의 구현이니 하는 말에 무보수로 움직이는 것은 천성이 순수한 녀석들이나 하는 짓이고.
나는 대가를 늘 요구하며 확실하게 잇속을 챙기는 독한 축에 속하는 사람이니까.
내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단어가 바로 ‘호구’다. 이런 생각은 전생이나 현생이나 전혀 변하지 않았다.
‘일단 최종 점검을 해 보자.’
KSA와 양화 길드를 위시한 다수의 길드 연합체로 결성된 가칭 ‘정의군.’
정의군과 흑십자단, 남해단과의 전면전은 그들이 알아서 해낼 몫이다.
나는 내가 약속한, 그리고 노림수로 가져가기로 한 부분에 대해서만 짚었다.
우선 흑십자단의 단장, 주천호.
녀석에게는 ‘불멸의 투지’라는 버프가 있다. 버프는 죽여서 빼앗을 수 있는 확실한 전리품이다.
게다가 설령 보유자가 죽어도.
만약 부활의 꽃이 있으면 되살아나면서 버프가 복구된다.
어쨌든 불멸의 투지 같은 경우는 본인의 의지로 발동시켜, 무려 5초간의 무적 상태를 얻는다.
모든 대미지와 각종 피해에 완전 면역이 되기 때문에 무시무시한 버프라고 할 수 있었다.
버프 발동을 위한 재사용 대기 시간 자체는 일주일로 길지만, 그만큼 엄청난 버프인 셈.
꽃만큼이나 버프도 착실하게 모아 둬야 한다.
‘거기에다 흑십자단의 정만춘에게는 실드 스톤도 있고. 더군다나 주천호나 정만춘의 현상금도 무시 못 할 수준이지.’
구미가 당기는 요소가 많았다.
주천호, 정만춘 이 두 사람만 제거해도 현상금이 자그만치 2500억 원이다.
보유한 아티팩트는 당연히 전리품 소유권이 있으니, 제거하면 내 것이 될 터였다.
‘출장비 좀 챙겨 볼까.’
저벅. 저벅.
충주 블랙 존 안으로 들어섰다.
딱 몇 걸음 차이인데.
블랙 존 안팎의 공기 질이 극명하게 갈렸다. 매캐한 공기가 기도를 타고 내려가는 것이 느껴졌다.
“…….”
사방은 온통 조용했다.
게다가 충주 블랙 존은 현재 전면전이 벌어지고 있는 대전, 세종의 도심형 블랙 존과 달리.
고층 빌딩이 전혀 없는 허허벌판에 가까운 곳이었다.
‘K대학교 건물에 별동대가 있을 확률 100%. 주천호는 전장에 있으니 여기에는 정만춘이 있겠지.’
이하성과의 논의 후, 나는 흑십자단의 후방을 칠 요량으로 이곳에 왔다.
단독 행동이라 자유롭지만 그만큼 적의 공격이 내게만 집중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한데 바로 그때.
쿵쿵쿵! 쿵쿵쿵!
북쪽으로 보이는 대로를 따라서 한 무리의 각성자가 북진하는 것이 보였다.
차고 있는 견장을 보니 흑십자단의 단원들이 확실했다.
‘역시 별동대를 계속 보내네.’
모두가 호화롭게 중무장을 해 놓은 고급 전력이었다.
지금 저놈들을 바로 기습할 수도 있지만, 그러면 내 정체가 조기에 발각된다.
잔챙이는 관심 없었다.
노림수는 오로지 간부들뿐.
스르르륵.
바로 투명화 반지를 이용해 내 모습을 완벽하게 감춘 뒤.
나는 흑십자단의 잔여 별동대가 있을 K대학교 건물로 향했다.
그곳이 내가 휘젓고 박살을 내야 할 후방의 전장이다.
* * *
터업! 와드드득!
“끄윽.”
푸우우욱!
“꺽.”
주요 포인트에서 경계를 서던 단원 둘이 단숨에 절명했다.
하나는 머리가 아래로, 턱이 위로 돌아갈 정도의 완력에 의해 순식간에 목숨을 잃었고.
나머지 하나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침입자 – 신화 – 의 정체를 확인하는 순간, 가슴이 꿰뚫렸다.
둘 다 제법 비싼 강화 슈트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애석하게도 신화의 앞에서는 모두 무용지물이었다.
‘시작부터 힘 빼기 귀찮아.’
신화는 죽은 단원 두 명 중 하나는 아공간에 넣고, 나머지 하나의 옷을 벗겼다.
입구에서부터 이런 식으로 힘을 뺐다가는 그들에게 자신을 대비할 시간만 주게 되기 때문이다.
‘딱 맞네.’
체형과 키가 맞는 듯해서 빼앗아 입었는데, 몸에 맞춘 듯 딱 맞았다.
여기에 위장용 안경을 끼고 앞머리를 내리자, 눈가도 제법 가려졌다.
직접 머리카락을 올려 찬찬히 보지 않는 한, 자신의 정체를 파악하기는 어려울 듯했다.
‘빠르게 가자.’
적절하게 챙긴 출입증까지.
준비는 완벽했다.
이런 식의 위장 잠입은 전생에 레체로의 교단과 싸울 때 수도 없이 했다.
반대로 놈들 역시 지구에서 편성된 원정대 내부에 얼마나 많은 위장 첩자들을 심어 놓았던지.
그 치열했던 눈치 싸움은 직접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외부인 침입이 없는, 블랙 존에 있던 이놈들을 능청스럽게 속일 계산도 섰다.
‘정만춘만 잡는다.’
목표는 확실했다.
정만춘은 그나마 S랭크의 근딜러로, 자신의 상대가 될 법한 녀석이다.
나머지 간부나 부하들은 높아야 A, B랭크일 테니 손쉽게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S 미만의 알파벳은 신화에게 그 어떤 두려움이나 공포의 대상이 될 수 없었다.
물론 그 이상의 알파벳도 껌 씹어 먹듯 무시하고 달려드는 패기가 신화의 아이덴티티이기는 하지만.
얼마 후.
‘역시 느슨해.’
중간에 몇몇 단원들과 스쳐 지나가긴 했지만, 얼굴을 자세히 살피는 녀석들은 없었다.
무엇보다 신참인 단원이 있는지 기침을 심하게 하는 사람이 있었다.
충주 블랙 존의 환경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매캐한 연기를 버틸 수 없어 계속 기침이 나오기 때문이다.
‘흑십자단 놈들, 자기들은 잠입에 능하면서 왜 역으로 당할 수도 있다는 건 모르지?’
이동하는 내내 출입증만 있으면 생각보다 통과하기 쉬운 구조였다.
남을 엿 먹일 줄은 알아도 자신이 엿 먹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걸까?
신화는 어렵지 않게 좀 더 음산하고 음침한 기운이 가득한 지하 2층에 도달할 수 있었다.
예전 K대학교 건물 본관으로 쓰던 곳의 지하.
자연스럽게 주변을 둘러보던 신화는 통로 맞은편에서 고개를 까딱이며 나타난 한 남자를 봤다.
‘정만춘!’
흑십자단의 공식 서열 4위.
장성영이 죽은 이후로는 사실상 3위의 자리에 오른 S랭크의 근딜러 정만춘이었다.
“…….”
바로 공격을 개시할 수도 있었지만, 신화는 숨을 죽인 채 뚜벅뚜벅 걸어갔다.
한 범죄 조직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실력자가 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까.
상대의 실력이 낮다고 판단해 방심하게 되면, 그만큼의 대가를 치르게 된다.
따각. 따각.
저벅. 저벅.
정만춘의 발소리와 내 발소리가 묘하게 엇박자를 내며, 지하 통로 전체에 울려 퍼졌다.
그래도 사람이 제법 있는 듯했던 1층, 2층과는 달리 지하 2층은 확실히 고요했다.
묵묵히 걸었다.
200m…… 100m…… 50m…….
녀석의 눈에도 충분히 내 모습이 보일 만큼 가까워졌을 때.
“어이, 거기.”
정만춘이 나를 불렀다.
“…….”
“거기, 신참이냐? 지하 2층은 전담 순찰 구역이 아니니까 올라가라.”
“만춘아, 무슨 일이냐?”
바로 그때.
또다시 통로 끝자락에서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창우였다.
흑십자단의 2인자.
물리적인 공격 능력은 전혀 없지만, 정신계 공격에 특화되어 있는 각성자.
이렇게 흑십자단의 서열 2위와 3위를 동시에 만나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한 번에 둘 다 끝내자.’
주사위는 던져졌다.
* * *
“웬 놈이냐?”
“침입자다!”
“흠.”
정만춘을 향해서 초월 가속으로 달려들던 내 앞을 가로막은 것은 갑자기 문을 열고 나온 단원이었다.
평상복 차림인 것으로 봐선 휴식 중이거나, 혹은 정만춘이나 이창우를 수행하는 녀석인 듯했다.
양손에 전류 비슷한 것을 응축시키는 것을 보니, 전류구를 구현하는 각성자인 모양.
하지만 애석하게도 놈들의 실력은 나를 막아 내기엔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 수준이었다.
빠악! 퍼억!
“……!”
단말마의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두 녀석이 바로 요단강을 건너갔다.
귀찮게 구는 파리를 때려잡듯이 주먹을 후려쳤을 뿐인데, 그 일격에 둘 다 목이 돌아갔다.
꽈배기처럼 꼬여 버린 목이 처량하게 축 늘어지며, 그들의 허무한 죽음을 알렸다.
“침입자군!”
멀리서 휠체어를 탄 채, 정신을 집중하고 있는 이창우가 보였다.
지잉! 지잉!
‘역시.’
정신 공격이 이어졌다.
대응 능력이 없는 각성자였다면, 지금 이 순간에 바로 환각을 보거나 정신을 잃었을 터.
하지만 애초에 마력을 뇌에 집중시켜 대응하는 방법을 아는 나는 완벽한 ‘면역’ 상태였다.
“KSA 요원인가?”
아직 내 정체를 파악하지 못한 정만춘이 어느새 착용한 건틀릿을 휘저으며 내게 달려들었다.
역시 호전적인 녀석답게 망설임 따위는 일절 없었고, 내가 누구인지 무관하게 싸워 보겠다는 기세였다.
‘정만춘만 잡으면 엮어서 끝낼 수 있다. 이창우의 신체 구속은 걸린 부위만 안 쓰면 돼.’
계산은 다 끝났다.
이어 정만춘을 향해 가속과 함께 도약하는 순간.
꾸드득.
‘왼팔이군.’
왼쪽 팔 부위에 이창우의 ‘신체 구속’이 걸렸다.
이것은 정신 금제와 달리 저항할 수 없는 구속으로 이창우를 흑십자단의 2인자로 만든 뛰어난 재능이었다.
대부분 주로 쓰는 신체 부위가 정해져 있어, 해당 구속이 걸리면 전투력이 급감하는 것이 일반적.
하지만 전신의 모든 부위를 뜻대로 운용할 수 있는 내게는 생각보다 부담이 없는 금제였다.
늘 그랬듯이.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나는 놈 위에 다 보고 있는 놈을 보여 주기로 했다.
“아……?”
갑자기 왼팔이 움직여지지 않는 듯 내가 당황한 표정으로 머뭇거리자.
“크하하! 어떤 놈인지는 모르지만 오늘을 네 제삿날로 만들어 주마!”
정만춘이 전력으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시작부터 연기를 활용한 낚시가 만선(滿船)이 될 조짐이 보이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