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86)
만렙 회귀자입니다만-186화(185/300)
제 186화
이창우의 ‘뻘소리’를 뒤로한 채, 나는 콘크리트 더미에 깔린 정만춘에게서 실드 스톤을 빼앗았다.
실드 스톤 자체는 돌이지만, 목걸이로 만들어 걸고 있었기에 통째로 뜯어낸 것이다.
“후후.”
철컹. 덜컹.
이어서 이창우가 휠체어를 열심히 움직이며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
후드드득.
나는 어렵지 않게 콘크리트 더미를 치우며 일어섰다.
근육 개변까지 해 두었던 데다 콘크리트 더미가 쏟아지는 시점에 맞춰 육체 강화를 해 둔 덕분이었다.
그리고 깔리기 전에 재빨리 정만춘의 시체를 잡고, 녀석을 방패로 쓴 것도 컸다.
‘현상금 때문에 시체를 놓고 갈 순 없군.’
손가락을 튕겨 넝마가 된 정만춘의 시체를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생체는 아공간에 넣을 수 없지만, 사체나 무생물은 얼마든지 넣을 수 있으니까.
“후우.”
바로 옷에 묻은 잔해의 흔적들을 털어 낸 나는 초월 가속을 이용해 이동했다.
파아앗!
순식간에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한 나는 이제 막 출발해서 올라가고 있는 엘리베이터를 보았다.
10층짜리 본관인데, 이제 막 1층을 지나 올라가는 중이었다.
1층에 멈추지 않은 것을 보면 로비보다 그 위층이 더 안전하다고 여긴 모양이다.
“비상시에는 비상구를 이용해야지. 엘리베이터는 정말 위험한 대피수단이라고.”
나는 가속을 재촉할 수도 없는 엘리베이터에 몸을 맡기고 올라가고 있을 이창우를 생각하며.
“훗.”
씨익 웃었다.
* * *
“정말 미안하다, 만춘아. 하지만 네 희생 덕분에 강신화까지 한 번에 제거했다!”
희생을 치렀지만 값진 승리라고 자평하는 이창우였다.
지하 2층을 다시는 쓸 수 없을 만큼 내벽과 천장을 무너뜨렸으니 그가 살아날리 만무했다.
강화 슈트를 입고 있었어도 충분히 압사당할 정도의 압력이 가해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초감각 폭주.
순간적으로 고강도의 염력을 발휘해서 주변의 지형지물을 붕괴시키는 이창우의 필살기였다.
아마 자신이 밖에 있었다면, 건물을 통째로 무너뜨렸을 것이다.
“이 건물은 오래 못 쓰겠군.”
당장 붕괴되지는 않겠지만, 내부에 문제가 생겼으니 오래 활용할 수는 없을 듯했다.
이창우는 10층에 위치한 집무실에서 상황 보고를 주천호에게 한 뒤, 현장을 떠날 생각이었다.
여기에 강신화가 왔다는 사실은 추가로 KSA의 전력도 올 수 있다는 뜻이기에.
한데 바로 그때.
콰드드득! 콰득!
“……?”
이창우는 등속으로 올라가고 있는 엘리베이터의 아래쪽에서 들리는 굉음을 들었다.
그것은 마치 누군가가 엘리베이터의 입구를 구성한 철문을 억지로 뜯어낸 느낌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쿠웅! 쿠웅! 쿠웅!
엘리베이터가 움직이는 내부 공간 콘크리트가 울리는 느낌과 동시에 사람의 기척이 느껴졌다.
그리고.
콰아앙!
“으아악!”
이창우는 자신이 탄 엘리베이터의 윗부분에서 들려온 굉음에 비명을 내질렀다.
그것은 분명 누군가가 상판으로 올라탄 게 틀림없는 발소리였다.
카득! 카득! 카드드드득!
“와, 이런 미친!”
이창우는 자신의 두 눈을 의심했다.
바로 눈앞에서 두꺼운 엘리베이터 천장의 강판이 통째로 뜯겨 나가는 광경을 봤기 때문이다.
콘크리트의 잔해 때문에 회백색 먼지를 뒤집어쓴 신화의 모습은 흡사 악마를 보는 듯했다.
“해치우긴 해치웠지. 네가 피를 나눈 형제를 죽였지. 나는 이렇게 잘 살아 있거든?”
“제, 제길!”
당황한 이창우가 급하게 정신을 집중하여 초감각 폭주를 다시 한번 사용하려 했다.
이렇게 된 이상 엘리베이터 내부의 케이블이라도 끊어서 어떻게든 타격을 줄 요량이었다.
하지만 뻔한 레퍼토리를 알고도 당해 줄 신화가 아니었다.
쿠웅!
신화가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이창우가 탄 엘리베이터 내부로 진입하고.
그 이후로.
“아아아악!”
참혹하고 처절한 이창우의 비명이 10층에 도착할 때까지 구슬피 울려 퍼졌다.
신화에게 흑십자단의 서열 2, 3위가 단시간에 허망하게 목숨을 잃는 순간이었다.
* * *
얼마 후.
“이하성입니다.”
-충주 블랙 존에 있는 흑십자단의 후방 기지를 정리했습니다.
이창우와 정만춘을 제거했고, 건물에 있던 다수의 단원들도 처리한 상태입니다.
“예? 신화 씨에게 노림수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정말 두 간부를 모두 처치했단 말입니까?”
-시체 인증이라도 해 드려요? 뭐, 그럴 것까진 없을 것 같아서 안 했는데…….
“아, 아닙니다. 됐습니다.”
-어디로 가면 됩니까? 주천호가 있는 곳만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세종 블랙 존입니다. 여기에서 지금 주천호와 정예 부대의 맹렬한 반격 때문에 피해가 큽니다.”
-알겠습니다. 바로 그리 가죠.
뚝.
짧은 통화가 끝났다.
이하성은 분명 신화의 육성으로 상황을 전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혼자서…… 내부의 정확한 지도도 없는 충주 블랙 존으로 잠입해서 후방 기지를 박살 냈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블랙 존이 껄끄러운 것은 내부 파악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이하성이 이번에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도 내부자로부터 쓸 만한 지도를 얻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충주 블랙 존은 전달 사항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고, 완벽한 미지의 세계였다.
한데 신화는 어렵지 않게 내부로 잠입한 것도 모자라, 정만춘과 이창우를 처단한 것이다.
일당백.
아니, 일당만이라는 단어가 떠오를 정도로 너무 손쉽게 후방을 정리해 버렸다.
“본부장님, 정말이에요?”
전황 보고를 위해 임시 막사로 들어온 나미나의 물음에 이하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놀라기는 나미나도 마찬가지.
매번 무엇을 상상해도 그 이상을 해내는 신화이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유독 그 정도가 심했다.
KSA의 정예 요원 다수를 보내도 고전할 것이 분명한 곳에서 들려온 승전보.
그것은 최전선에서 전면전을 벌이고 있는 ‘정의군’에게는 사기 진작을.
그들을 상대하고 있는 흑십자단과 남해단의 단원들에게는 절망을 안겨 줄 소식이었다.
같은 시각.
세종 블랙 존의 최전선에 있던 주천호에게도 이하성이 들은 것과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전달자만 자신의 부하로 달랐을 뿐, 내용은 똑같이 간부 둘의 죽음을 담고 있었다.
“그렇게 됐군.”
주천호가 아무런 감정 표현도 없이 무덤덤하게 소식을 받아들였다.
뭐랄까.
상대가 강신화였기에 별달리 감흥이 없었다.
강신화라면 정만춘이나 이창우를 죽였다고 해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악연이 참 깊군.”
그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강신화라는 사람 하나 때문에 대한민국 길드의 판세까지 바뀌어 버렸다.
그 누가 예상이라도 했겠는가?
하루아침에 홍연, 청연 길드가 그의 노림수에 걸려들어 실패한 쿠데타와 함께 몰락할 것이라고.
모든 것이 신화가 만들어 낸 나비효과였다.
항간의 사람들이 적폐라고 부르던 대형 길드가 모조리 무너져 버렸고, 그 결과가 지금이었다.
범죄와의 전쟁!
KSA는 퇴로를 완벽히 차단해 둔 뒤, 흑십자단을 궁지로 몰아 버렸다.
“강신화의 안목을 인정할 수밖에 없겠군. KSA는 강신화에게 감사해야겠어. 이런 판을 짤 수 있게 된 것도 다 놈의 공이니까.”
주천호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검은색 외관으로 둘러싸인 작은 유리병 하나를 꺼냈다.
일전에 흑사회 단장인 ‘흑귀’로부터 직접 건네받은 비약이었다.
흑사비약.
폭주를 멈추기 전까지 복용자의 수명을 대가로 신체의 모든 전투력을 한계점까지 끌어올리는.
금단의 비약이자 목숨을 미련 없이 버릴 각오가 아니고서는 절대 마셔서는 안 될 사약(死藥)이었다.
“어차피 죽을 몸이니 저승길 동무나 늘려 주마. 강신화, 와라! 네놈이 오기 전까지 수많은 KSA의 요원들의 목숨을 빼앗아 갈 테니까! 크하하하!”
광기 어린 웃음소리와 함께.
넉넉하게 화살을 챙긴 주천호가 다시금 전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얼마 후.
전장에서는 신들린 주천호의 궁술에 KSA의 요원들이 줄줄이 죽어 나가기 시작했다.
죽음을 각오하고 금단의 비약에까지 손을 댄 주천호의 공격은 가히 파괴적이었다.
* * *
“진짜 까다롭긴 까다롭네.”
세종 블랙 존에 도착한 나를 반긴 것은 온통 시각 정보가 왜곡되어 있는 현장이었다.
세종 블랙 존의 특징은 원근감 왜곡이었다.
가까운 듯 보이는 것이 실제로는 멀고, 멀게 보이는 것이 생각 이상으로 가까웠다.
시각 정보의 교란이 보통 심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곳에서 오래 적응한 경우가 아니라면.
내부 구조를 완벽하게 파악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물며 지도를 숙지하고 북쪽에서 접근한 KSA도 계속해서 고전하고 있는 형국이었다.
“이래서 개변이 중요하다니까.”
온통 왜곡투성이인 현장이 내게는 별다를 것 없는 평범한 현장으로 보였다.
물론 소량의 마력을 계속 눈에 불어넣어 줘야 보정되는 것이지만 그 정도의 마력은 차고 넘쳤다.
‘이럴 때는 새삼 니콜라스가 고맙네.’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전생에 니콜라스는 전 세계에서 볼 수 있는 수많은 블랙 존을 남김없이 나에게 견학을 시켰다.
이유는 간단했다.
대재앙과 함께 현신하게 될 다양한 악조건을 미리 대비한다는 의미에서였다.
그때는 참 투덜거리면서 마지못해 따라가곤 했는데.
대재앙 이후.
나는 그때 블랙 존을 미리 경험하지 않았다면 정말 큰일 났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옳은 판단이었다.
2052년의 대재앙은 온 세상을 참혹하고 처절한 환경으로 만드는 블랙 존의 현신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사한 레퍼토리를 사전에 학습했던 우리 나인 로드는 전혀 헤매지 않을 수 있었다.
세종 블랙 존.
이곳은 국내에 위치해 있어 당연히 니콜라스의 초창기 학습 루트 중 하나였다.
예전에 특별 자치시로 개발되었다가 대격변과 함께 블랙 존이 되어 버린 곳.
여기는 충주 블랙 존과는 달리, 고층 빌딩과 공기업 건물이 될 뻔했던 건축물이 많은 장소였다.
즉, 흑십자단처럼 블랙 존을 기반으로 게릴라전을 즐기는 놈들에게는 최고의 놀이터였다.
“주천호, 이 XX. 미쳤네. 아무리 뒤가 없다고 해도 그 악명 높은 흑사회의 비약을 먹어?”
한편 나는 이하성에게 넘겨받은 주천호의 전투 영상을 보며, 안타까움에 혀를 끌끌 찼다.
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렬해진 눈빛과 움직임, 공격의 파괴력을 보니 100% 약발이었다.
그것도 마약류로 분류되는 포션 정도가 아니라, 목숨을 담보로 먹어야 하는 흑사회의 비약이었다.
효과야 두말할 것도 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폭주의 강도가 더욱더 강해지기에 별도의 반감기 같은 것도 없었다.
쉽게 말하면, 주천호를 죽이기 전까지는 점점 더 강해지는 놈을 상대해야 한다는 뜻이다.
“바짝 긴장해야겠군.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놈이 죽을 각오로 약을 빤 놈이니까.”
아공간에서 강화 포션을 꺼내어 들이켜며 나 역시 빠르게 도핑 작업에 들어갔다.
주천호가 한계를 뛰어넘은 힘을 탑재한 만큼. 나도 전투력 상승을 위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
“불멸의 투지, 그리고 단죄.”
주천호와 싸워야 할 명분은 충분하다 못해 차고 넘쳤다.
악연은 빨리 끊을수록 좋다.
이제 국내의 골칫거리를 완벽하게 제거할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