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91)
만렙 회귀자입니다만-191화(190/300)
제 191화
이틀 후.
-크허…….
살이 토실토실하게 오른 배를 깐 채로 잠들어 있는 샤미를 곁에 둔 채.
나는 벌써 세 봉지째인 감자 칩을 입에 털어 넣으면서 TV를 보고 있었다.
각성자 뉴스는 ‘24시간 특집’으로 편성된 범죄와의 전쟁을 연일 보도하는 중이었다.
“KSA의 이하성 본부장은 주천호의 죽음으로 저항의 동력을 잃은 흑십자단이 속속 항복 의사를 밝히고 있다고 브리핑했습니다.”
“이번에 흑십자단의 단장 주천호를 비롯한 간부 인사들을 모두 제거한 것은 강신화 씨입니다.”
“시민들은 계속되는 강신화 씨의 영웅적인 행보에 열띤 찬사를 보내고 있는데요. 직접 들어 보실까요?”
“두 눈으로 보고 들으려니까 낯간지럽기는 하네.”
이하성의 브리핑을 짧게 다룬 것을 제외하고는 후속 보도가 전부 나에 대한 것이었다.
물론 흑십자단의 단장과 간부들을 제거한 사람이 나이기는 하지만…….
“다들 대한민국에 영웅이라고 불릴 만한 사람이 누가 있을까 많이들 고민하잖아요? 저는 주저 없이 강신화 씨라고 말하고 싶어요!”
“저는 강신화 씨를 국가의 보물로 지정하고, 국민 모두가 보호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슈퍼 히어로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저는 단연 강신화 님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어휴.”
당사자인 내 입장에선 손가락이 남아나지 않을 것처럼 오글거리는 인터뷰 내용.
문제는 저 인터뷰가 시민의 진심을 담은 진솔한 인터뷰라는 것이었다.
즉, 언론과 매스컴은 나를 일찌감치 그런 방향으로 이미지 메이킹을 해 왔다.
물론 그간 내가 해 온 일들이 어쩌다 보니 ‘정의 구현’이 된 것은 맞았다.
하지만 내가 세상을 구할 영웅이 되겠다느니 하는 생각으로 했던 행동은 절대 아니다.
그랬으면 전생의 니콜라스처럼 수많은 퍼포먼스를 하면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즐겼겠지.
“한편 일본 각성자 협회 JSA에서는 이번에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범죄와의 전쟁’에 찬사를 보내며, 엄지를 치켜세웠습니다.”
미츠야 사토시(JSA 본부장) – “정의를 구현하기 위한 한국의 행보에 찬사를 보내며, 그 핵심 일원인 강신화 씨에게 존경을 표합니다.”
“그만하면 됐어.”
삑.
TV를 그만 꺼 버렸다.
계속 보다가는 구부러진 손가락이 펴질 생각을 안 할 것 같아서다.
당분간 언론에서 열심히 나를 두고, 수많은 뉴스를 양산하겠지 싶었다.
그래서 오늘은 지금껏 단 한 번도 들어온 적 없었던 다섯 번째 안전 저택으로 샤미와 함께 왔다.
화곡역 안전 저택과 더불어 연신내역 인근에 있는 이곳은 극비에 부쳐진 나만의 공간이다.
혹시나 싶은 생각에 CCTV를 살펴보니, 중화역 자택 앞에는 이미 기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KSA 일 처리 빠르네.”
그새 통장에는 주천호, 이창우, 정만춘에 대한 현상금 3000억 원이 입금되어 있었다.
예전부터 미리 조성되어 있던 범죄 기금이기에 그런지 신속하게 예산 집행이 된 듯했다.
이 돈의 사용처는 이미 정했다.
롤라나 왕국과 추가로 협의해 크리비아 아일랜드와 가까운 율리아네스 섬의 매입에 쓸 생각이었다.
크리비아 아일랜드만 가지고는 평생 있을 은퇴 후의 삶에 부족한 점이 많을 것 같아서였다.
율리아네스 섬의 면적은 크리비아 아일랜드를 모두 합친 것보다도 넓었다.
매입금, 투자금, 왕실 보조금까지 합치면 3000억 원의 돈도 금방 사라지겠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돈 벌 방법은 아직도 무궁무진하게 있으니까!
일단 섬 매입 및 건설과 관련된 모든 업무는 양화 건설에 위임한 상태였다.
그리고 중간 창구 역할을 하는 것이 진보미인 만큼 그녀에게 연락을 할 필요가 있었다.
‘생일 이후로 첫 연락인가?’
전화를 걸면서 생각해 보니, 3월 15일 생일 이후로 처음 하는 연락이었다.
그때도 선물을 받으면서 기뻐하기는 했지만 뭔가 생각이 많은 듯 보였던 그녀였다.
이제 스무 살.
어린 나이에 너무나도 많은 관심과 업무에 시달린 그녀는 재충전이 꼭 필요해 보였다.
-신화 씨!
신호가 채 두 번도 울리기 전에 수화기 너머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진보미 특유의 하이 톤 목소리가 오늘따라 더 기분 좋게 들린다.
내 전화가 무척 반가운 모양이었다.
매번 전화해서 하는 말이라고는 부탁할 것만 잔뜩 늘어놓는 수준인데도 참…… 천사는 천사다.
“잘 지냈어요?”
-그럼요! 무슨 일 있어요?
“있죠. 아주 중요한 일.”
-오? 뭔데요?
“예전에 살짝 언질은 했었잖아요? 율리아네스 섬 매입 건에 대해서 말이에요.”
-네, 그랬죠! 사전 매입가 조사도 다 끝냈고, 롤라나 왕국 쪽에 의사 타진도 했어요!
“어떻던가요, 반응이?”
-어차피 왕국의 인구가 적다 보니까 개발이 덜 된 섬이 한둘이 아니잖아요? 아이박슨 15세는 대환영이라고 하던 걸요?
“가격대도 우리가 생각한 그 수준이 맞고요?”
-네, 딱 적정가에 책정됐어요.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하면 좀 더 깎을 수 있을 거예요.
“좋아요, 그럼 율리아네스 섬 매입 건 추진해 주세요.”
-알겠어요! 그나저나 신화 씨, 어제오늘 뉴스 정말 많이 봤어요! 정말 멋져요, 진짜!
“보미 씨의 진심이 담긴 칭찬을 들으니 기분이 확실히 좋네요.”
어린아이처럼 기뻐하는 진보미의 반응에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분명 나와 진보미의 만남은 처음부터 평범하지는 않았다.
그 이후로 그녀는 내게 늘 호감을 표시했고, 열렬한 응원을 보내 줬다.
때때로 자신보다 나를 더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내가 인복은 있는 건가?’
신부님도 그렇고, 소준이도 그렇고, 다들 나를 좋아해 주고 위해 주는 모습이다.
극단적으로 그들만 챙겨 준 것도 아닌데, 나와 함께하고 있음에 감사해하는 것 같다고 할까.
‘하긴 니콜라스도 쓴소리를 많이 하긴 했지만, 나인 로드와 함께해서 영광이었다고 했지.’
녀석의 말도 문득 떠올랐다.
물론 이제 그 나인 로드는 녀석이 회귀를 하든 안 하든 결성될 일은 없을 것이다.
배신자가 확인됐으니까.
니콜라스가 회귀한다면 모든 판을 새로 짜야 할 거다. 하나부터 열까지 놓친 게 너무 많았다.
-신화 씨, 저…….
한편 반대편에서 들려오는 진보미의 목소리가 갑자기 확 가라앉았다.
마지막 멘트의 끝자락에서 살짝 울먹이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 왠지 심상치 않았다.
“무슨 일 있어요?”
-아, 죄송해요. 갑자기 감정이 북받쳐 올라와서……. 걱정 마세요! 업무 처리에는 아무 문제도 없어요!
“뭐예요, 말해 봐요.”
애써 감정을 숨기려는 진보미에게 좀 더 채근하듯 물었다.
어쨌든 우리는 서로 많은 도움과 교감을 주고받은 사이다. 남남처럼 그녀를 무시하고 싶진 않다.
-그게…… 재충전을 위해서 잠시 길드와 그룹의 일에서 손을 뗐어요. 당분간 혼자 지낼 예정이에요.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다른 사람들의 반응은 모르겠지만, 나는 옳은 선택이라고 봤다.
온실 속의 화초처럼 애지중지 보호와 예쁨만을 받으면서 성장하는 것이 꼭 정답은 아니니까.
혼자 두는 것도 좋지만.
지금까지 자유를 경험하지 못했을 그녀에게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 주는 것도 좋을 듯했다.
“보미 씨.”
-네?
“어차피 길게 나와 있을 생각은 아니잖아요?”
-그건…… 잘 모르겠어요.
“재충전이 필요해서 얻은 휴식이라면, 어쨌든 길드나 그룹 사람들과 어울릴 일은 없을 테고요.”
-맞아요.
“그러면 단기 용병 같은 느낌으로 팀 미스틱과 함께해요. 여기선 눈치 주는 사람도, 부담 주는 사람도 없을 겁니다.”
마침 우리 팀에는 진보미와 친분이 있는 윤별이도 있고, 성격 좋은 신부님과, 소준이도 있다.
-괜찮을까요……. 제가?
“묻어가려는 생각만 없다면, 모두 환영할 겁니다.”
나는 솔직하게 얘기했다.
당연히 진보미가 그런 성격이 아니라는 것도 안다.
굳이 따지자면 윤별이처럼 열심히 훈련하면서, 자신의 몫을 다하려고 노력하는 타입에 가깝다.
-감사해요, 신화 씨.
“잠시 우리 팀으로 오는 휴가를 주는 겁니다. 여기서 조언을 많이 얻어 갔으면 좋겠네요.”
-정말 감사해요.
“내일부터 사무실로 나와요. 팀원들에게는 미리 얘기해 둘 테니까요.”
-알겠어요.
“복잡하게 생각할 것은 없어요. Carpe Diem! 그냥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면 돼요.”
-…….
침묵으로 대답하는 진보미의 반응에서 그녀가 꿋꿋하게 참아 내는 우울감이 느껴졌다.
한 번은 겪어야 할 성장통이다.
어렸을 때의 나를 보는 듯해서, 이번만큼은 꼭 도움이 되고 싶었다.
남녀 관계를 떠나 인생을 두 배, 아니 세 배 가깝게 산 인생 선배로서 말이다.
* * *
며칠 후.
신화는 이하성과 만나는 약속을 잡고, 그가 집에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현상금과 관련된 사안은 진즉에 처리가 끝난 상태.
오늘 만남의 목적은 중국 3대 적폐 길드와 관련된 건으로 함께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혼자서 해결을 보기에는 상대가 너무 거대한 조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KSA의 영향력을 활용할 방법을 모색하는 중이었다.
한편 이하성을 기다리며 SNS을 둘러보던 신화는 페이스그램에 도착한 니콜라스의 메시지를 봤다.
[신화 씨! 니콜라스 헤이건입니다! 이제 미국으로 귀국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국에 한 번 더 들를 참입니다!뉴스는 많이 챙겨 봤습니다!
정말 멋집니다! 신화 씨를 만나서 맛있는 한식도 같이 먹고!
그다음에 지난번에 가 보지 못한 강원도를 2박 3일로 여행하고 돌아갈 예정입니다!
혹시 시간 있으신가요?]
“이 자식 봐라……? 형님은 지금 휴가도 반납하고, 범죄 조직의 단장을 두들겨 패려고 계획하는 마당에…….”
니콜라스는 아무것도 모르고 순수하게 메시지를 보냈겠지만.
순간 욱하는 감정에 신화는 인상을 찌푸렸다.
물론 그를 원망해서는 아니었다.
다만 회귀를 안 한 덕분에 세상 편하게 인생을 즐기며 살고 있는 니콜라스가 너무 부러워서였다.
신화는 즉시 답장을 보냈다.
[시간 있죠. 만날까요?] [좋습니다! 지난번에 제가 들렀던 맛집이 있는데, 정말 최고였습니다! 거기서 함께하고 싶네요!] [한국에 입국할 때 메시지 남겨 줘요. 바로 확인할 수 있으니까!] [좋아요! 좋습니다!]바로바로 칼답장을 보내는 니콜라스는 잔뜩 신이 난 모습이었다.
이번에 만나서는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은근슬쩍 니콜라스의 속내를 떠보기라도 할 작정이었다.
정황상 회귀를 안 한 것은 확실히 맞았다. 나서기 좋아하는 니콜라스가 회귀했다는 사실을 숨길 리 없으니까.
‘아니지, 아니야. 녀석도 나처럼 지쳤을 거야. 회귀를 해 놓고도 아닌 것처럼 행세할 수도 있어!’
남에게 자신을 대입해서 생각하는 우를 범하지 말라고 하지만!
신화는 왠지 그런 합리적인 의심이 들었다.
회귀자로서 모든 것을 계획대로 이끌어 가며 대재앙을 대비해야 하는 삶에 평생 동안 시달렸을 전생.
어쩌면 이번의 삶에는 자신에게 다 미뤄 놓고……?
“니콜라스, 혹시 이놈 혼자 꿀빨려는 거 아니야, 이 XX?”
당연히 이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신화였다. 당사자 면담이 반드시 필요할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