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94)
만렙 회귀자입니다만-194화(193/300)
제 194화
마음껏 뛰어놀았다.
처음에는 쭈뼛쭈뼛하며 어려움을 겪었던 진보미였지만.
“와! 이게 화식, 겁화라고 불리는 주술입니까? 완전 멋진데요? 하늘에서 불비가 내립니다!”
“보미야, 진짜 좋아! 센스는 좋은데, 왜 이리 긴장하는 거야?”
“이건 실수도 아니니까 주눅 들지 말고 아예 작정하고 주술을 난사해 보라니까요! 편하게, 편하게!”
신화와 팀원들의 열띤 응원을 받으며, 어느 순간부터 모든 부담감을 내려놓고 즐기고 있었다.
진보미는 잘 안 웃기로 유명해 ‘얼음 공주’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윤별이가 이렇게 잘 웃는 모습을 처음 봤다. 정말 행복해 보였다.
팀원들도 너무 유쾌했다.
최지혁은 때때로 ‘아재 개그’를 선보이면서 헛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자신만의 유머 센스를 자랑했고.
한소준은 마치 응원 단장이 된 것처럼 “좋아! 나이스 샷!” 같은 추임새로 힘을 불어넣어 주었다.
게다가 자신의 주술 활용에 맞게 판을 짜 주는 신화의 움직임은 그야말로 화룡점정이었다.
실수해도 OK.
공략 내내 서로 으쌰으쌰, 하며 즐겁게 사냥하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래서일까?
공략의 마지막 단계에 이르러서는 진보미도 환한 미소를 머금은 채 신나게 공략에 임하고 있었다.
진심으로 즐거웠다.
밀린 방학 숙제처럼 부담스럽기만 했던 던전 공략이 이처럼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역시 나는 많이 어린 것 같아.’
진보미는 스스로를 자평했다.
성인이 된 것은 맞지만, 아직 정신적으로 성장이 덜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당분간은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만 살고 싶다고. 인간 ‘진보미’로서 더욱 빛날 수 있게.
양화 그룹 회장의 막내딸, 혹은 양화 길드의 주요 간부라는 타이틀을 벗어던지고.
그저 팀 미스틱의 임시 일원으로서 활동하고 있는 지금이 가장 마음 편했다.
‘보미야, 네게 뭔가를 강요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네 뜻을 존중한다. 하고 싶은 대로 해 봐라.’
길드와 그룹을 잠시 나오기 전, 아버지 진성태로부터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어쩌면 그 말 덕분에 새로운 환경에 도전해 볼 용기를 갖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언제든지 방황을 끝내고 돌아갈 곳이 있다는 사실도 진보미에게는 심리적으로 큰 위안이 됐다.
오늘의 던전 공략은 진보미에게 의미하는 바가 정말 컸다.
과정이야 신화의 원맨쇼에 가까운 것이었고, 새삼 신화의 무지막지한 파괴력을 실감하게 됐다.
다만 내용 면에서 진보미는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것’만 했을 때의 즐거움을 느끼게 됐다.
이는 신화가 노렸던 결과이기도 했다.
물론 당사자에게는 그런 부분에 대해 한 마디 입도 뻥긋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이윽고 대망의 보스 몬스터.
양화 길드에 있을 때는 보스 몬스터 공략을 시작할 때면, 늘 엄숙함과 긴장감이 감돌았었다.
한 번의 실수가 곧 팀원의 죽음으로 직결될 수 있기에 가벼운 농담 한 마디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소준아, 한 방에 끝낼 건데 준비됐냐?”
“한 방에 형님이 끝나시는 것은 아니고요?”
“야……. 그렇게 이번 생을 마감하기에는 아직 내가 살아온 삶이 짧지 않냐?”
“그렇죠. 자, 제가 어떻게 보조를 하면 될까요?”
“그냥 지켜봐 줘. 혹시 한 방에 보스 몬스터가 안 죽으면 과다 치유로 바로 커버해 주고.”
“옛썰! 접수했습니다!”
“간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신화가 보스 몬스터를 향해 질주했다.
리바니스.
일전에도 몇 번 제거한 적 있는 S랭크의 보스 몬스터였다. 익숙한 샌드백(?)이기도 하고.
구아아아!
포효하는 리바니스.
매번 신화 일행을 만날 때마다 ‘죽음’을 경험하는 녀석은 오늘도 용맹하게 맞섰다.
“후.”
신화가 짧게 숨을 내쉬며.
마력을 오른쪽 주먹으로 집중시켰다. 심장에 있는 마력까지 모두 이끌어 낸 한 방이었다.
그리고.
‘즉사의 일격!’
지금의 상황에 가장 알맞은 재능을 가져다 썼다.
[능력명 : 즉사의 일격] [능력 매개체 : 카타벨라] [즉사의 일격은 운용할 수 있는 체내의 마력 전부와 체력의 97%를 소모하는 능력입니다.동귀어진이라고도 불립니다.
해당 능력을 사용하면, 상대에게 자신이 이끌어 낼 수 있는 최대 화력의 5배에서 8배에 달하는 일격을 가할 수 있습니다.]
실패하면 다음이 없는 재능이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인 필살기이기도 했다.
그리고.
진보미는 볼 수 있었다.
아무리 그간 공략을 여러 번 당했다고 하더라도 명색이 ‘S랭크’인 보스 몬스터가.
콰아아아아앙!
즉사의 일격과 함께 발동된 신화의 폭권에 왼쪽 가슴에 거대한 구멍이 뻥, 하고 뚫리는 것을!
그것은 완벽한 일격필살이었다.
갈비뼈나 심장은 물론이거니와 주변을 구성하고 있는 오장육부까지 한 방에 녹아 버린 리바니스는.
끄륵…….
그 자리에서 눈을 까뒤집고 그만 죽어 버렸다.
S랭크 보스 몬스터의 최후라고 보기엔 허망하기 짝이 없는 싱거운 최후였다.
‘SS랭크,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의 힘이라고 봐도 되는 걸까.’
진보미는 생각했다.
물론 최지혁이 연계한 디버프의 보조를 받고 싸운 것이지만, 어쨌든 S랭크의 몬스터를 한 방에 끝냈다.
그렇다면 충분한 연계가 이어지면 SS 혹은 SSS랭크 이상의 몬스터도 도모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A랭크 각성자가 보일 수 있는 모습이라고 하기에는 괴리감이 너무 큰.
하지만 신화이기에 한편으로는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그런 결과였다.
새삼스럽지만, 또 한 번 느끼게 됐다.
신화는 이레귤러라고.
무엇을 생각하건 간에 항상 그 이상을 보여 주는 특별한 사람이라고 말이다.
‘신화 씨와 팀원들의 곁에서 많이 배우고 깨닫고 돌아가고 싶어.’
지금까지 살아 왔던 삶과는 전혀 다른 방향성을 확인하게 된.
진보미의 솔직한 속마음이었다.
* * *
‘거짓말처럼 4월이 벌써 됐네.’
중국 상하이로 향하는 전세기 안에서 나는 바뀌어 버린 달의 숫자를 확인했다.
짧지만 소중했던 휴식은 순식간에 끝나 버렸고, 어느새 내게는 지옥 같은 4월이 다가와 있었다.
“…….”
전세기 안은 조용했다.
여기서 나를 제외한 나머지 승객은 모두 KSA 요원들이었다.
이하성과 나미나가 공식적으로 편성한 KSA 사절단으로, CSA와의 만남 일정이 잡혀 있었다.
일전에 목진우 사건 때 체포된 CSA 간부들에 대한 사안부터 시작해, 민감한 현안을 논의한다고 했다.
그리고 특별 자문으로 나를 포함시킨다고 ‘공시’함으로써 대외적으로도 함께 있음을 확실히했다.
즉, 혹시라도 오성회나 다른 쪽에서 나를 함부로 건드릴 수 없도록 일종의 보험을 든 셈이다.
물론 녀석들은 한번 눈이 돌아가면 그런 것은 일절 신경조차 쓰지 않는 녀석들이긴 하지만 말이다.
한편 옆에서 현안을 정리한 서류들을 읽던 이하성이 검토를 끝냈는지, 내게 조심스레 물었다.
“신화 씨.”
“네.”
“정말 호위가 필요 없으십니까? 특별 자문으로 참여하신 만큼, 충분히 많은 요원을 붙여 드릴 수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단독으로 움직이는 게 훨씬 편합니다.”
“하지만 상대는 오성회가 아닙니까? 하물며 놈들의 거점인 오성신탑을 가는 자리라면…….”
“괜히 자극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혹여 저 때문에 요원분들까지 휘말리면, 그게 더 최악이죠.”
나는 덤덤하게 말했다.
만에 하나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도 나 혼자라면 충분히 빠져나올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요원들과 같이 엮여 버리면, 그들의 운명까지 책임져야 할 상황이 생기고 만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편하기 위해 ‘짐’을 만들고 싶지 않은 것이다. 당사자들이 들으면 섭섭해할 얘기지만.
“물론 국제적인 문제로 비화시키고 싶지 않다면, 놈들도 허튼 행동은 못 할 것입니다만…….”
“은밀하게 추진하는 것을 좋아하는 녀석들이다 보니, 대놓고 더러운 짓은 안 하죠.”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대놓고 더러운 짓을 하지는 않는 것. 그것은 오성회, 삼합회, 흑사회의 우스운 이면이기도 하다.
“언제든지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연락 주십시오. 혼자서 다 감내하려 하지 마시고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러면 화광산업 쪽은 우리가 앞서 의논했던 방향으로 접촉을 부탁드립니다.”
“예. 준비는 다 됐습니다. 그쪽은 제게 맡겨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의심하지 않고 전적으로 신뢰하고 힘을 보태 주는 이하성과 함께 있으니 든든했다.
국내에서는 이제 내게 호의적인 세력만 남은 만큼, 앞으로의 행보도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기대하는 바가 크다.
이런 게 다 앞서서 귀찮음을 무릅쓰고 좋은 일, 착한 일을 해 둔 결과물이라고 할까?
‘회귀의 변곡점’이라는 게 이렇게 선순환이 되는 부분에서는 참 좋은 점이 많은 것 같다.
아,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니콜라스처럼 살고 싶은 것은 절대 아니고.
* * *
그로부터 얼마 후.
“……마굴이 코앞이군.”
나는 상하이의 중심부에 우뚝 솟아 있는 첨탑의 위압적인 경관을 지켜보고 있었다.
오성신탑.
과연 중국의 3대 적폐 길드 중 하나인 오성회 소유의 거점답게 건물의 높이는 상상을 초월했다.
전체 높이가 무려 830m.
그래서 오성신탑은 아랍에미리트에 있는 부르즈 할리파보다 높은 세계 최고층 마천루이기도 하다.
‘여기가 피바다가 됐었지.’
훗날 레체로의 추종자를 일소하기 위한 전 세계적인 전쟁이 발발하면서 여기도 전쟁터가 됐다.
중국의 오성회, 흑사회, 삼합회.
그리고 러시아의 프라우다까지 네 개의 초대형 길드가 레체로와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나스 대륙에서 넘어온 마도 공학 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고, 흑마법을 전수 받았다.
그 결과.
수많은 ‘살인 기계’가 네 길드의 깃발 아래 만들어졌다.
각성자 세계의 질서를 뒤집어엎을 기회를 노리고 있었던 네 길드의 수장들에게.
레체로의 유혹은 거부할 수 없는 악마의 속삭임이었던 것이다.
2030년부터 2040년까지.
무려 10년간!
전 세계 각성자의 질서는 매우 어지러워졌고, 수많은 전투에서 능력 있는 각성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것 때문에 니콜라스가 대재앙 대비는커녕, 그대로 망할 수도 있다고 얼마나 푸념을 했던가?
“하아.”
한숨이 절로 나왔다.
목진우나 신정아는 오성회의 회장인 진극명과 비교하면, 새 발의 피 수준밖에 안 된다.
‘단순하게 생각하자. 이번에 대광충으로 개짓거리를 하는 것만 막는 거야. 나머지는 일단 미뤄 두고.’
하려는 일만 확실하게 하기로 마음먹었다.
10년 뒤의 일은 지금이 아니라, 10년 뒤에 가서 고민하면 될 문제다.
오지랖 넓게 니콜라스처럼 먼 미래를 내다볼 생각은 일절 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럴수록 쓸데없이 생각만 많아져, 더욱 피곤하기만 할 뿐이니까.
바로 그때.
쿵쿵쿵! 쿵쿵쿵!
어지럽게 발소리가 교차하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오성신탑 안에서 수십 명의 각성자들이 튀어나왔다.
오성회 상징인 흰색 바탕에 다섯 개의 붉은 별이 그려진 견장을 차고 있는 각성자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뒤에서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특별한 손님이 문 앞까지 오셨음에도 환대가 늦었군요. 결례를 범하여 죄송합니다. 오성회의 리걸이라고 합니다.”
오성칠검의 첫째이자, 오성회의 부회장인 이자웅보다도 더 상위 서열로 알려진 남자!
SSS랭크의 각성자, 리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