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96)
만렙 회귀자입니다만-196화(195/300)
제 196화
“어둠 속에서 사람의 고혈을 짜내고, 죽이고, 조종해서 얻은 돈을 먹었다가 무슨 탈이 나라고?”
“자네의 말이 내 귀를 의심하게 하는구먼.”
“못 들었으면 다시 말해 줘요?”
“강신화, 우리 오성회가 두렵지 않나? 오성회를 적으로 돌린다면, 적이 될 곳이 한둘이 아닐 텐데.”
진극명의 표정도 변했다.
신화의 강경한 반응에서 일찌감치 스카우트 제안이 물 건너갔음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화아아악!
이내 그는 살기를 뿜어냈다.
정면에서 그를 마주 본 신화가 그의 등 뒤에서 이글대는 검은빛의 오라를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최소 SSS+랭크의 각성자 진극명. 정면 승부를 하게 된다면 신화도 바짝 긴장해야 하는 상대였다.
“경고하죠. 앞으로 당신들이 저지를 모든 일은 그게 무엇이든 당신들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 겁니다.”
“비참하게 만든다라…….”
“무엇을 생각하고 있건 간에 포기하십쇼. 많은 눈들이 당신의 검은 손을 지켜보고 있으니까.”
“강신화.”
“……?”
“너 같은 사람의 말 한마디에 바뀔 조직이었다면 진즉에 바뀌었겠지. 너무 낭만주의자로군.”
“뭐, 당연히 귓구멍에도 박히지 않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예상한 대로군요.”
“본론을 말해라. 호의로 온 것은 전혀 아닌 듯하고, 내게 무슨 수작질을 하려고 왔나?”
진극명의 물음에 신화는 드디어 기다렸던 얘기를 꺼냈다.
이제부터 승부수를 던질 시간이었다. 얼마나 빠르고 거칠게 그를 휘몰아치느냐가 중요했다.
이제 더 이상 예의를 차릴 필요도 없겠지 싶어 말투도 바꾸었다.
“당신들 오성회의 음모 일체가 일찌감치 포착됐어. 대광충이라는 기생충을 극비리에 개발해서 화광산업의 마력 포션에 넣을 생각이었지?”
“……!”
그 순간, 진극명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이것은 비밀을 절대적으로 엄수하며 추진되고 있는 오성회의 극비 프로젝트였기 때문이다.
외부로 유출될 여지가 전혀 없는 내부 기밀이기도 했다.
개발에 관계된 인원은 전부 격리된 공간에서 연구에 임하고 있는 상태이고.
그 외에 기밀을 아는 것은 오성회에서도 자신과 오성칠검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흑사회와 삼합회는 회장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알지 못하는 극비였다.
각 회장들이 함부로 입을 놀릴 일은 없고. 오성칠검은 늘 자신의 곁에 있었으며, 진극명 본인은 외부에 누설한 적이 없었다.
‘내부자의 배신인가……?’
혹시라도 연구진 중에 배신자가 있을 가능성은 있었다.
격리를 확실히 해 두기는 하였으나, 비밀은 어떤 형태로든 새어 나갈 수 있는 것이니까.
“단지 이것만 파악하고 있는 것이 아니야. 대광충이 어떤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지도 알지.”
그 이후.
신화는 일전에 이하성과 이야기를 했을 때의 그대로 미래 사실을 진극명에게 말했다.
듣는 내내 진극명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을 정도였다.
자신의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이 아니라면 절대 알 수 없는 정보였다.
은밀한 계획을 처음부터 끝까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유출 당한 느낌이었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진극명은 할 말을 잃었다.
이미 다 까발려진 상황에서 계획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KSA의 방문도 이제야 이해가 갔다.
“KSA는 물론 WSA와 전 세계의 모든 관리국에 관련 정보가 전달된 상태지. 너도 알고 나도 아는 테러를 벌일 생각인가? 그런 허술한 테러를 하겠다고? 크큭.”
신화가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에 웃음까지 곁들인 것이 진극명의 기분을 더욱 불쾌하게 만들었다.
물론 신화의 말에 진극명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반응은 곧 그 사실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인정’을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더 세게 밀어붙이자. 확실하게 김이 새도록 만들어야 해. 계획을 백지화할 만큼.’
신화는 좀 더 강하게 압박하기로 했다.
계획이 너무나 뻔하다는 느낌을 확실하게 들게 해야 모든 계획을 백지화할 것이다.
“내게는 미래시의 재능이 있어. CSA를 활용해 홍연, 청연 길드를 장악하려던 당신의 계획도 미리 알았어.”
“…….”
“기생충을 풀고, 그것으로 불특정 다수의 헌터들을 폭주하게 만들고, 거기에 한술 더 떠서 치료제까지 팔아 돈을 벌려는 개수작. 이젠 다 물거품이 됐다고.”
“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진극명이 고개를 저었다.
반응은 그렇게 했지만, 속은 이미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었다.
정말 신화는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도대체 어디까지 내다볼 수 있는 걸까.
아무것도 알 수가 없어 그저 답답할 뿐이었다.
“멍청한 짓거리는 하지 맙시다, 진극명 씨. 전 세계 각성자를 적으로 돌리고 싶지 않으면.”
“…….”
“아, 당신의 수족으로 활약해 주는 CSA는 영원한 딸랑이겠지만.”
“강신화……. 오만 방자하고, 매우 불손한 언행을 일삼는군.”
“원래 똥 묻은 개들끼리는 누가 더 잘 짖느냐의 싸움 아니겠어?”
“혹시 이 모든 것을 미리 알려 주는 것은 날 배려해서 그런 것이냐?”
“푸하하! 해석을 그렇게 해 주니 고맙기는 하네! 어휴, 좋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한데?”
진극명의 엉뚱한 물음에 신화가 크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만큼 자신이라는 ‘인재’에 대한 갈망이 크긴 했나 보다.
희대의 악당이라 불리는 남자의 관심을 이토록 받고 있다니……!
기분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두 가지 감정이 공존했다.
“날 엿 먹이려고 생각했다면 기다렸다가 터뜨려도 되었을 문제. 그렇지 않으냐?”
“착각은 자유지. 어찌 됐든 나는 분명히 경고했어. 그뿐 아니라 오성회에서 일본의 각성자인 아유무 카나타를 납치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도 알아.”
“뭣……?”
“일본 내의 다크 포레스트를 이용해서 실종된 것처럼 납치할 예정이지? 이미 JSA에서 다 모니터링을 하고 있으니 조심하고.”
“미친놈…….”
“러시아의 프라우다 길드와 얼마 전에 협력 계약을 체결해 놓고는 내부자를 납치했지? 세르게이 보르고프. 그것도 다 알아.”
신화는 회귀자로서 자신의 지식을 마음껏 뽐냈다.
설령 진극명이 자신을 ‘회귀자’라고 의심한다고 해도, 그것은 그것대로 별 상관이 없었다.
정말 미래를 확실하게 알고 있다고 믿는다면, 모든 행동을 조심하게 될 테니까.
숨길 것이 없으니 그렇지 않겠는가? 회귀자로 의심하든, 미래시로 생각하든 똑같이 이득이었다.
“몇 가지 더 말해 줄게. 잘 들어. 내 눈과 내 머리에는 다 보이는 내용들이거든?”
이후로도 신화는 진극명과 연관된 민감한 이야기들을 줄줄이 늘어놓았다.
듣는 내내, 진극명은 말 한마디도 뻥긋하지 못하고 벙어리처럼 그저 얘기를 듣고만 있을 뿐이었다.
불쾌했다.
약점을 남김없이 신화에게 줄줄이 잡힌 느낌이었다. 마치 인질처럼.
‘도대체 어디까지 날 꿰뚫어 보고 있는 것이냐, 강신화. 빌어먹을 XX…….’
절로 욕이 나왔다.
비밀이 아예 사라진 느낌. 마치 모든 것이 까발려져 알몸이 돼 버린 느낌이었다.
“진 회장님, 지금처럼 조용하게 삽시다. 서로 귀찮게 건드리지도 말고, 괜한 짓도 하지 맙시다.”
“강신화……. 오만불손하구나.”
“정중하게 제안을 하는 겁니다. 괜한 짓을 하면 서로 피곤해져요. 난 다 보인다니까요?”
“……망할 XX.”
“확실하게 경고했습니다. 부디 우리 진 회장님이 전 세계의 각성자들을 적으로 돌리는 미치광이가 아니길 바랍니다.”
까드득.
진극명은 이를 갈았다.
신화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농락을 당한 기분이었다.
앞서 많은 찬사를 보내며 그토록 호의를 보였던 자신의 행동이 어리석게 느껴질 정도였다.
“할 말은 그게 다인가?”
“다시 오늘처럼 만날 일이 없길 바랍니다. 좋은 일로 당신을 찾아올 일은 당연히 없잖아요?”
“내 허락 없이 함부로 등을 보인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것은 아니겠지.”
“뭐……. 자신이 있으면 붙어 봅시다. 주영생과 리연의 암살도 막은 마당에 더 못 막을 것도 없죠.”
“그 오만함에 언젠가 후회할 일이 있을 것이다.”
“환영합니다. 당신네가 보낸 사람을 죽이면 그만큼 내 명예와 위상이 함께 올라간다는 사실도 명심하시고.”
“…….”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짓은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지나가는 개도 아는 비밀에 미련을 두는 거죠.”
마지막 말로 쐐기를 박았다.
신화는 확신했다.
진극명의 성격상, 모두 다 낱낱이 까발려진 이번 계획을 실행할 가능성은 낮다고.
게다가 KSA 쪽에서 화광산업과 접촉하는 모습까지 확실히 연출했으니 안심이었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옛 속담도 있지 않은가.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큰 사건 하나를 해결한 느낌.
왠지 뿌듯했다.
‘이래서 니콜라스 녀석이 어지간해서는 좋게좋게 넘어가라고 했었던 거구먼.’
어쨌든 아직까지는 물리적인 충돌 없이 말로만 해결을 본 상황이었다.
신화가 걱정하는 2020년의 네 가지 ‘대사건’ 중 하나를 가장 쉽게 해결한 셈이었다.
일전에 목진우, 신정아와 목숨을 건 혈투를 벌였던 것을 생각하면 가성비 좋은 결과물이었다.
“강신화, 다시 볼 수 있길 기대하지.”
“글쎄요. 진 회장님이 개과천선하시고 출가하시면 생각해 보지요. 지금에서 더 욕심내지는 마십쇼.”
신화는 확실한 경고를 남기고는 당당하게 대회의실을 나섰다.
진극명의 거센 살기가 순식간에 몸 전체를 휘감았지만, 위협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제가 안내하지요.”
대기실에 있던 리걸이 신화를 수행하며 그를 엘리베이터 안으로 안내했다.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진극명의 모습을 보니, 협상은 일찌감치 결렬된 듯했다.
* * *
“이쪽으로 가시죠.”
“화려한 오성신탑에 걸맞지 않은 음침한 뒷길이 있네요.”
“껄끄러운 시선이 많을 때 주로 이용하는 길입니다. 회장님께서도 자주 이용하십니다.”
“배려에 감사하군요.”
“배려라기보다 수행하는 입장에서 피차 귀찮아질 일을 만들고 싶지 않은 꼼수라고 봐 주시면.”
한편 리걸은 나를 원래 들어왔던 정문이 아닌 다른 샛길의 작은 쪽문으로 안내했다.
곁눈질로 슬쩍 보니, 정문 근처에는 오성칠검 전원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뭐……. 한바탕 싸움을 벌이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본다. 나야 잃을 게 없는 입장이니까.
이긴다고 장담하지는 못하지만, 최소한 죽지 않을 자신은 있었다.
“안타깝습니다. 회장님은 오래전부터 강신화 씨를 마음에 들어 하셨습니다만.”
“안타깝게도 저는 한 번도 진극명 회장이 마음에 들었던 적이 없어서요.”
“신념의 차이. 그것은 마치 사상과 종교처럼 극복하기 힘든 부분이기는 하지요.”
“신념에 잠식된 괴물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나는 리걸에게 충고 아닌 충고를 했다.
그가 정중하고 예의가 바르다고 해서 악당이 아닌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의 예의를 갖춰 대해 준 만큼 그것에 걸맞게 나도 한마디 조언을 건네주었을 뿐이다.
그리고 얼마 후.
그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는 쪽문 앞에서 리걸이 깍듯하게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
“살펴 가십시오.”
“감사했습니다.”
“세상의 눈이 감기는 어둠의 그림자를 늘 조심하시기를.”
부드러운 충고처럼 포장한 듯한 말투.
나는 리걸의 말이 암살을 조심하라는 뜻이라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
좋은 문구에는 그에 걸맞은 좋은 문구로 답을 해 줘야 하는 법.
나도 그에게 웃으며 한마디 말을 남겨 주었다.
“그림자는 빛이 있을 때만 생길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시길. 빛은 그림자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