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97)
만렙 회귀자입니다만-197화(196/300)
제 197화
이후의 일은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술술 잘 풀렸다.
이하성이 발 빠르게 움직여 준 덕분에 화광산업에서는 자신들이 생산한 모든 마력 포션의 제작 공정을 전수 조사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몇 가지 변질품들을 발견했고, 누군가에 의해 공정에 변화가 생겼음이 감지됐다.
당연한 얘기지만, 화광산업 내부는 발칵 뒤집어졌다.
전 세계적인 공급망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에서 불순물이 발견됐다는 것은 절대 사소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하성의 말에 따르면.
화광산업 회장인 장석천은 사전 제보를 해 준 내게 감사의 인사를 할 수 있게 자리를 꼭 마련했으면 한다고 말했단다.
어쨌든 오염이 된 포션에 대해서는 전량 리콜을 진행하고, 제작 공정을 새롭게 할 예정이라고 했다.
단기적으로는 큰 손실을 입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그들의 입장에서도 이득이었다.
결국 화광산업도 진극명의 그릇된 계획의 ‘피해자’이기 때문에.
내 입장에서는 이번의 선순환을 통해 화광산업이 전생과 같은 재앙을 반복하지 않는 것이 좋았다.
‘잘됐네, 잘됐어.’
나는 관영 TV를 통해 보도되고 있는 일련의 뉴스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잘 마무리됐다.
오성회, 흑사회, 삼합회에서도 그 이후에 별다른 움직임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그때.
옆에서 나와 함께 캔맥주를 들이켜며 TV를 함께 보고 있던 이하성이 운을 뗐다.
모든 업무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 쉬고 있던 터라, 나나 이하성이나 편한 복장이었다.
“생각보다 중국 전역이 3대 길드의 영향권 안에 많이 들어가 있더군요. 공산당 간부들도 그렇고.”
“선을 댈 수 있는 모든 줄에 돈을 먹여 놨다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예상은 했지만 이번에 새삼 알게 되니 더 충격적일 정도로 깊숙하게 파고들어 있더군요.”
“앞으로도 더 가속화가 될 겁니다. 이미 CSA도 사실상 3대 길드의 거수기 노릇을 하고 있고요.”
“지난번 CSA 간부 파견 사건 얘기부터 그런 뉘앙스더군요. 공개적으로 문제 삼아도 달리 해명할 생각도, 이유도 못 찾겠다고.”
“어차피 뒷배가 있다는 거죠.”
“어쨌든 신화 씨의 미래시 재능에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됐습니다. 정말 백발백중으로 미래시는 틀리는 것이 없네요.”
“틀리면 미래시가 아니죠.”
나는 너스레를 떨었다.
종종 핑계를 대다 보니, 정말로 미래시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회귀자로서의 지식은 다가올 미래가 ‘회귀의 변곡점’에 의해 바뀌기 시작하면 무너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래시는 뒤바뀐 미래도 내다볼 수 있을 테니, 훨씬 더 유용할 것 같았다.
애석하게도 미래시와 관련된 꽃이나 버프는 존재하지 않는다.
전생에도 이런 능력을 가진 각성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나도 앞뒤 가릴 것 없이 회귀 지식으로 거하게 ‘사기’를 치고 있는 셈이다.
“신화 씨, 질문이 한 가지 있는데 해도 되겠습니까?”
“얼마든지요. 오늘은 편하게 쉬는 자리 아닙니까?”
“하하, 그렇긴 합니다만.”
“본부장님과 객실에서 노가리를 먹으며 TV를 볼 일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죠.”
확실히 격의 없는 편안한 자리였다.
최근 들어 부쩍 대화와 만남이 잦아지면서 관계가 친밀해진 이하성이었다.
나이 차이는 열다섯 살로 거의 삼촌뻘에 가깝지만, 대화는 잘 통했다.
그것은 내 실제 나이 – 회귀 전 나이 – 가 이하성과 띠동갑 정도이기 때문일 것이다.
“미래시라는 것이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전부 다 볼 수 있는 것입니까?”
왜 이 질문이 안 나오나 했지.
물론 모범 답안도 생각해 놨다.
“그렇진 않습니다. 중요한 사건과 중요한 사람에 대해서만 보이는 구조입니다.”
“아하.”
“다 꿰뚫어 볼 수 있었다면, 제가 각성자가 아니라 아예 예언자나 선지자가 되었겠죠. 하하하.”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딱 나의 회귀 지식이 그렇기 때문이다.
전생의 많은 기억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전 세계 모든 사람의 미래를 아는 것은 아니었다.
심지어 주식도 굵직굵직한 것만 기억하고 있는 탓에 매번 단타를 친다거나 하진 못하잖은가?
“제 미래에 대해서 여쭤 볼까 고민을 했습니다만……. 이건 어리석은 질문이 될 듯하군요.”
“좋은 생각이십니다.”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이하성의 미래를 안다.
2040년 연말에 던전 공략 중에 뜻하지 않은 사고로 사망하게 된다는 것을.
하지만 이 사실을 굳이 본인에게 알려 주고 싶지는 않다.
아니, 바꿔 말하면 앞으로 적어도 20년 동안은 그의 죽음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도 된다.
꿈보다 해몽.
어쨌든 좋은 해석이 아닌가?
최소 20년은 죽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으니까.
이하성은 곰곰이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짓더니, 이내 화제를 바꿔 내게 되물었다.
“신화 씨.”
“예?”
“혹시 신화 씨의 미래를 볼 수 있습니까? 본인의 미래시는 발동할 수 없는지 궁금해서요.”
“하하, 그러게요. 등잔 밑이 어둡다고, 가장 중요한 미래를 보지 못하는군요.”
“참 이런 것들을 보면 각성자의 재능이 마치 신의 장난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이하성이 넌지시 던진 질문이었지만, 나에게는 무척 큰 울림으로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회귀 지식으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나도, 정작 내 자신의 미래는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정말 내가 원하는 대로 은퇴를 할 수 있을까?’
이것은 회귀한 직후로부터 항상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질문이었다.
그때는 적당히 돈 벌고, 필요한 것만 딱 챙기고, 열심히 꿀빨다가 은퇴하면 될 줄 알았는데!
지금의 내 모습을 보라.
전 세계를 방방곡곡 누비면서 활약하고 있다.
심지어 사람들은 언제부터인가 나를 영웅이라고 부르고 정의의 수호자라고 지칭하곤 한다.
게다가 내 전담 기자였던 박현은 얼마 전에 신문사를 나와, ‘강신화 공식 팬클럽 카페’의 간부가 되었다고 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나에 대한 ‘덕질’을 시작하겠다나 뭐라나?
그 바람에 나에 대해 시시콜콜한 것까지 모두 취재한 녀석의 경력은…….
고스란히 팬클럽 카페의 자산이 되고 있는 중이었다.
뭐, 싫지는 않았다.
녀석이 어디에 있건 간에 늘 나에 대해서 좋은 이야기와 미담만을 전할 것을 알기에.
“어쨌든 고생 많으셨습니다, 본부장님. 다만 당분간은 좀 더 면밀한 모니터링을 부탁드립니다.”
“물론입니다. 중국 현지에 저희 KSA의 블랙 요원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걱정 마세요.”
이하성이 보장해 주니 확실히 마음 든든했다.
이하성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한.
진극명을 위시한 3대 적폐 길드의 패거리들이 대광충을 다시 꺼내 쓸 일은 없을 것이다.
일단 큰 사건 하나는 막았다.
이 주둥이로 말이다.
미션 클리어!
2020년에 예정된 네 개의 대사건 중 두 번째 사건까지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두 개!
절반은 해결했으니 반환점을 돌고 있는 셈이다.
* * *
다음 날.
나는 인천 공항이 아닌 일본의 간사이 공항에 도착해 있었다.
토시오, 마리나, 미쉘과 진행하기로 예정된 시크릿 던전 공략에 나서기 위함이었다.
굳이 국내에 들렀다 갈 만한 이유도, 일정도 없기에 바로 일본으로 온 상황이었다.
“크허……! 한국에도 안 들르고 바로 간사이 공항으로 날아온 내 모습. 이거 현실이냐?”
헛웃음을 터뜨렸다.
더 큰 문제는 이후로도 계속 바쁠 예정이라는 것이다.
시크릿 던전의 탐사 건이 끝나고 나면, 바로 호주로 날아가야 한다.
일전에 아일라와 약속한 현지의 강화 포션 제작 건이 4월 10일로 데드라인이 잡혀서다.
물론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얼마든지 약속을 엎을 수 있기는 했다.
하지만 단지 호의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제작품에 꼭 필요한 재료를 얻으러 가는 만큼.
귀찮고 힘들어도 한 번은 꼭 다녀올 필요가 있는 일정이었다.
‘호주에서 카트라를 비롯한 희귀 식물들을 채집해 오면, 디엔트 농장에서 재배할 수 있어.’
디엔트라는 쓸 만한 ‘부하’를 통해 종의 구분 없이 다양한 식물의 재배가 가능해졌다는 것!
그것이 내가 귀찮음을 무릅쓰면서까지 호주 이동 일정을 잡은 가장 큰 이유였다.
‘농장에서 지속적인 생산이 가능하게 되면, 더 이상 재료 때문에 해외로 갈 일도 없어질 테니까.’
지금은 다소 번거롭지만.
길게 보면 ‘쉬는 시간’이 대폭 늘어나는 멋진 안배! 그래서 확실한 동기부여가 됐다.
‘산 넘어 산이구먼.’
오성회 쪽 문제는 일단 해결을 했는데, 이제 시크릿 던전과 엮인 새 인연이 문제였다.
‘어째 회귀한 이후로 단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냐, 이거?’
절로 한숨이 나왔다.
내가 개같이 벌어서 정승처럼 은퇴할 생각으로 일을 아무 생각 없이 벌여 놓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생각했던 그림 이상으로 너무나 많은 인연이 얽히고 말았다.
특히 일라이저나 VVIP 같은 경우는 전생에 접점이 아예 없는 존재들이었는데.
이번 삶에서는 앞으로의 내 행보에 직간접적으로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존재들이 되어 있다.
심지어 일라이저는 레체로가 보낸 사도 중 하나이지 않은가.
‘모든 문제들을 다 제쳐 두고 쿨하게 은퇴를 해 버리면…….’
당장은 편하겠지.
하지만 전부 부메랑이 되어 언젠가 내게 되돌아올 것이다. 터지지 않은 시한폭탄들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몰랐으면 더 나았을 텐데!
매번 그런 생각이 든다.
불편한 진실을 알게 된 대가는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처럼 내게는 너무 무거운 짐이었다.
‘진짜 누가 날 회귀시킨 거야?’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의문.
이 의문에 대한 답을 제대로 구하지 못해서, 나는 오늘도 은퇴를 꿈속에서만, 그리고 상상으로만 하고 있다.
갈 길이 멀다.
5분 후.
간사이 공항 1번 게이트 밖에서 마리나를 만난 나는 그녀가 끌고 온 세단에 올라탔다.
토시오가 없는 것을 보니, 그는 현장에서 기다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제가 모실게요!”
“매번 신세만 지네요.”
“신세를 지는 것은 오히려 저희죠. 바쁘신 데도 불구하고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해요.”
“토시오 님은?”
“시크릿 던전 근처의 베이스캠프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미쉘 님도 거의 다 도착하셨다고 해요.”
“미쉘 스트레일리.”
“네, 맞아요. VVIP께서 직접 선별해서 보내셨으니 실력은 틀림없이 좋은 분일 거예요.”
“VVIP는 제가 참여한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까?”
“물론이죠! 그것 때문에 얼마나 자랑을 많이 했는데요. 이번에는 내부 조사에 성공할 것 같다고!”
순수하게 VVIP를 믿는 마리나.
그녀가 잘못한 것은 없다.
오랜 시간 VVIP로부터 총애를 받았고, 특혜와 특권을 누려 온 그녀로서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
나는 아공간에서 일찌감치 꺼내 놓은 아케로의 의안을 만지작거렸다.
반면 손가락에 끼고 있던 흑마법사의 반지는 아공간에 거꾸로 넣어 뒀다.
만약을 위한 보험이었다.
아케로의 의안은 일방적으로 사도를 알아보는 장치지만, 반지는 상호 반응을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와 마리나가 탄 세단은 빠르게 시크릿 던전이 있는 방향으로 향했고.
충분한 시간이 흘렀을 때.
나는 시야에 들어오는 거리에서 이글거리고 있는 차원문과 함께.
현장에 이미 도착해 있는 토시오와 미쉘의 뒷모습을 앞 유리 너머로 바라볼 수 있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아케로의 의안이 향하는 시선의 방향과 미쉘의 위치를 일치시키는 순간.
‘……뭐야, 이거.’
우우우웅!
눈이 반응했다.
미쉘에게서 의안이 흑마법사 특유의 살기를 감지하고 있었다.
지원군은커녕, 또 한 명의 사도가 이 자리에 왔다.